여행2019. 12. 1. 23:00

게임 드라이브 없이 바로 떠나기로 약속했던 터라 일어나자마자 짐을 쌌다.

 

지금 생각하면 한 번 정도 드넓은 초원과 동물들을 한 번 더 봤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그때는 연이은 강행군에 몸이 꽤 지쳐있었던 것 같다.

 

아흐메드 형제들이 그다지 탐탁지 않아 했다는 것도 문제였고..

 

 

 

짐을 싸다 핸드폰 하나를 같이 싸버린 탓에 리조트 로비에서 한바탕 난리를 치르긴 했지만..

 

그나마 석식보다는 훨씬 나았던 조식을 얼른 챙겨먹고 우리 일행은 다시 나이로비로 향했다.

 

안녕 마사이 마라

우리의 가이드 폴은 갑자기 어딘가에 내려서 물을 사고,

 

부족한 기름을 채우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긴 했지만

 

안정감 있게 우리를 다시 나이로비로 데려갔다.

 

사파리 내내 함께했던 아프리칸 맛사지도 익숙해지니 그때쯤엔 그저 그러려니 했던 것 같다.

 

 

 

다만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면 중간에 껴있는 점심이었다.

 

나이로비 외곽에 다소 못 미쳐 왔을 때쯤 우리는 도로 옆 휴게소처럼 생긴 식당 앞에 멈춰섰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케냐에 돌아가 동아프리카 음식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바베큐 - 냐마초마를 먹는 것이었다.

 

그런데 폴의 설명에 의하면 이 식당에서 이왕 점심을 먹는 김에 질 좋은 냐마초마를 싼 값에 같이 먹을 수

 

있다는 거였다. 어차피 우리가 예약할 때 돌아오는 날 중식은 포함되는 것으로 선택했을 터였다.

 

 

 

아흐메드 형제는 슬쩍 분위기를 보더니 점심을 먹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폴을 통해서 그곳에서 냐마초마에 처음 도전해보기로 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러니까 여기서 .. 냐마초마를 먹는다는 거죠?

아무리 좋게 봐줘도 허름한 휴게소 건물 안에 식탁 몇 개 가져다 놓은 것처럼 생긴 곳이었다.

 

뷔페식으로 음식을 떠다 먹는 식이었는데.. 그 음식의 상태라는 것도 영 좋지 않아 보였다.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도 뭔가 속은 듯한 표정으로 허탈하게 음식을 먹는 관광객들 뿐(....)

 

이왕 들어왔으니 그냥 나갈 수도 없고.. 여기서 냐마초마를 처음 먹는 건 도저히 아니다 싶어 급히 취소하고

 

먹는 둥 마는 둥 대충 입에 털어넣고 윷긩과 함께 바로 식당 밖으로 나왔다.

 

휴게소 앞 테라스에 앉아 있던 아흐메드 형제가 "역시 영 아니지?"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반겼다.

 

어쩐지.. 이게 여행비에 포함만 안 돼 있었으면 우리도 안 먹었을텐데 어쩔 수 없지

 

라고 자위하고 있었던 그 순간.

 

 

 

직원이 뛰쳐나와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먹은 밥값을 내야한다는 게 아닌가. 인당 500실링씩 1000실링.

 

그러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1만 원을 말이다.

 

근처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폴을 찾아 우리 밥값이 애초 결제한 여행비에 포함돼있지 않았느냐고 다시 물었지만,

 

그건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오마이

 

분명 식당에 들어가기 전에 돈을 추가로 내야하는 거냐고 폴에게 물어보고 아니라는 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한 입 정도 먹은 값으로 인당 5천 원을 내고, 쓰린 속을 탄산음료로 달래는 것 뿐이었다.

 

내 쓰린 속을 달래준 krest. 레몬 맛이 강한 스프라이트 느낌이다

7시간 가까이를 달리고 달려 다시 우리 숙소에 도착한 건 오후 3시쯤.

 

3층에서 2층으로 바뀐 방에 일단 우리 짐을 풀고,

바로 우버를 잡아타고 나이로비 시내에 있는 쇼핑센터에 가보기로 했다.

 

슈퍼마켓에서 먹을 것도 좀 사고, 제대로 점심을 먹지 못한 터라

 

가능하면 근처에서 냐마초마도 시도해볼 요량이었다.

 

있을 것 없을 것 다 있는 쇼핑몰. 야야센터

 

우리가 도착한 곳은 나이로비 시내에 있는 야야센터. 꽤 유명한 쇼핑몰이라고 했다.

 

슈퍼마켓은 물론이고 애플매장부터 잡화점까지 제법 많은 게 갖춰져 있었고,

 

무려 콜스스톤 크리머리도 있어서 아이스크림까지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야야센터에 도착한 직후부터

 

갑자기 윷긩의 컨디션이 급전직하했다. 어쩐 이유에서였는지 속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커피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괴로운 윷긩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슈퍼마켓에서 먹을 거리와 맥주만 사서 다시 숙소로 가기로 했다.

 

냐마초마를 못 먹었다는 게 아쉬웠지만.. 일단 윷긩의 컨디션이 먼저였다.

 

얼른얼른 장을 봅시다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아 마지막으로 야야센터를 한 바퀴 둘러봤는데, 나이로비에서 잘 보기 힘든 한국인 커플이

 

직물 가게(?)에서 뭔가를 고르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한국인 어디에나 있구나.. 싶었는데

 

돌아온 숙소에서 우연히도(?) 그들 커플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암보셀리와 잔지바르로 신혼여행을 온 한국인 부부였다.

 

역시 나이로비에서 한국인들이 묵는 숙소란 게 참 한정적이다 싶었다.

 

 

 

첫날 숙소에서 만났던 세계 여행중인 형님까지 합류해 다섯 명이서 우리가 사온 맥주와 함께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나이로비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겼다.

 

내일 아침 바로 잔지바르로 간다는 부부와는 연이 된다면 잔지바르에서 한 번 다시 만나기로 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윷긩의 컨디션은 회복됐고,

 

나는 언제나 낯선 사람을 만나면 그러한 것처럼 그날 밤도 참 신이 나서 수다를 떨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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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10. 24. 00:00

아침 일찍부터 게임드라이브를 하기로 한 우리는 일찌감치 눈을 떴다.

 

전날 아프리칸 마사지(?)를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인지 잠은 포근히 잘 잤던 것 같다.

 

다소 쌀쌀한 마사이마라의 아침 공기를 뚫고 우리는 일단 조식부터 먹었다.

 

뭐 대충 먹을만 하군

스크램블드 에그에 베이컨, 햄은 물론이고 중국식 지단까지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날 먹은 중식이나 석식보다 조식의 퀄리티가 훨씬 좋았다.

 

 

 

얼른 짐을 챙겨 7시도 되기 전에 바로 게임드라이브를 하러 출발.

 

특히 육식동물들은 새벽 해뜰녘에 많이 볼 수 있다는 말을 먼저 들었기에 우리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얼룩말님들 하이. 톰슨가젤님도 하이..

온통 초식 동물들의 천국이었다.. 아마 어제부터 질리도록 본 '누'님들은

 

아예 찍지도 않게 되는 시점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드디어..

 

왔는가 닝겐

게임드라이브를 나선지 1시간 가까이 됐을 무렵 어제 멀리서 형체를 겨우 볼 정도로 영접했던 치타를 다시 만났다.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안 되지만 왠지 표정이라도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가까운 거리였다.

 

우리가 보고 있건 말건 유유자적 누워서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내시던 치타님들은

 

한참만에 귀찮은 듯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근처에 누떼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오오 흔하게 보기 힘들다는 치타의 사냥장면을 볼 수 있는 건가하는 기대감이 우리 일행을 들뜨게 하는 순간이었다.

 

어흥(?). 아 근데 귀찮다 닝겐

갑자기 누떼로 돌진하는 치타.!

 

오오 본격적으로 사냥에 나서는 건가!

 

했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더 이상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어영부영 재미삼아(?) 누떼를 이리저리 몰기만 하는 듯했다.

 

가이드 폴의 말에 의하면 이미 어제쯤 사냥을 해서 배를 불린 것 같다고 했다. 아 눙무리...

 

다시 마라강을 향해 서쪽으로 서쪽으로.

 

 

 

게임드라이브를 하며 폴이 처음 얘기했던 게 있다.

 

"빅5(버팔로, 표범, 코끼리, 사자, 코뿔소)를 다 보지 못할 수는 있다. 특히 표범과 코뿔소는 못 볼 수도 있다.

 

다만 마사이마라는 '사자의 땅'이다. 사자는 실컷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말처럼 우리 일행은 사파리가 끝날 때까지 결국 표범과 코뿔소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마사이마라가 '백수의 왕' 사자의 땅이라는 그의 호언장담은 거짓이 아니었다.

사자의 땅 마사이마라

응달에 누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하는 듯한 숫사자를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서 만난 거였다.

 

아니 저렇게 게으르게 늘어져 있는 게 백수의 왕이라고..?

 

온갖 게임드라이브 차량들이 모여 들어 자신들을 보고 있는 것에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렇다. 그들의 심드렁함만큼은 확실히 왕의 위엄(?)에 가까워 보였다.

 

 

 

 

출발한지 세 시간여 만에 우리는 마사이마라 한복판에 발을 디뎠다.

 

자 없는 거 빼고 다 있습니다

마사이마라 한복판에 있는 커다란 장에서였다.

 

늘어선 물건은 주로 나무로 만든 동물인형이나 그릇따위였는데,

 

만듦새가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사파리 투어를 즐기는 여행객들의 눈길을 끌기에는 충분한 것들이었다.

 

마사이마라 방문 기념품을 이곳에서 사리라 마음먹었던 윷긩은 이곳에서 기린 두 마리와 그릇 하나를 업어왔다.

 

구입한 것들을 여행 메이트 아흐메드 형제에게 보여주며, 이거 두 개 합해서 2200실링에 샀다고 하니

 

그거 자기들 고향 몸바사에 가면 반값에 살 수 있다며 핀잔 아닌 핀잔을 줬다(....)

 

아무렴 어떤가.

 

드넓은 평원과 윷긩

날씨는 눈이 시릴만큼 좋았고, 어느쪽으로 봐도 그림이었다.

 

한국에서는 쉬이 볼 수 없을 그 풍경에 우리 부부는 모두 압도가 돼 버렸다.

 

다시 한 번 우리가 아프리카 대륙에 와 있다는 걸 실감케하는 순간이었다.

 

 

빅5 치고는 자주 만나는 버팔로와 사자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버팔로와 외로운 암사자를 지나쳐 계속 마라강으로 향했다.

 

여전히 길은 몹시 험했지만, 가이드 폴의 환상적인(?) 드라이빙 덕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아니,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 차가 갑자기 왜 이래..

얕은 웅덩이를 지나 오르막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는데,

 

나름 사륜구동(?) 마개조를 자랑하던 우리 차가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퍼져버린 거였다.

 

폴이 차 아래로 들어가 조치를 취하고,

 

우리 일행이 모두 차를 밀어 올려보겠다며 달라붙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폴이 근처를 지나던 차에게 SOS콜을 쳤고

 

랜드크루저가 견인해준 덕에야 거의 몇십 분 만에 트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고보면 게임 드라이브를 하는 내내 중간에 퍼져버린 차들을 보며 저 차는 왜 저럴까 안타까워했었는데..

 

그래도 이 한 번 외에는 차가 크게 말썽을 부린 일이 없었으니 우리는 운이 좋은 편이었던 것 같다.

 

랜드크루저.. 차 차 찬양

슬슬 배가 고파질 무렵. 우린 마라강 유역에 도착해 준비해온 런치박스로 끼니를 해결했다.

 

쥬스에 빵, 닭고기 등으로 구성된 간단한 식사였는데, 시장이 반찬인지 꽤 먹을만 했다.

 

다만, 미친듯이 꼬여드는 파리떼가 문제였을 뿐..

 

정말이지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파리떼가 꼬여들어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치워야 했다.

 

그래도 배에 뭐가 들어가니 좋다고 웃어본다
이분으로 말할 거 같으면 탄자니아-케냐 국경선 역할을 하는 돌덩어리 되시겠다

출발한지 여섯시간 만에

 

우리는 오늘의 반환점이라 할 수 있는 마라강에 도착했다.

 

마라강은 마사이마라 인근을 흐르는 강으로

 

8월쯤 누떼가 강을 가로질러 세렝게티에서 마사이마라로 이동하는 장관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우리 부부가 세렝게티 대신 마사이마라를 선택했던 것은

 

가격적인 차이도 있었지만(대체로 세렝게티 투어가 더 비싸다) 8월 마사이마라 성수기를 상징하는

 

누떼의 이동을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현실은..

마라강, 그곳은 하마님의 나와바리

누떼가 이동하는 모습은 눈곱만큼도 볼 수가 없었다.

 

폴에게 물어보니 요즘들어 누떼가 이동하는 시즌이 7월로 당겨졌다고 한다.

 

어쩐지 마사이마라에 누떼가 이미 차고 넘친다 했다..

 

대신 악어와 하마는 꽤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마라강 투어(?)는 원래의 가이드가 아닌 마라강 유역을 지키는 군인(투어 후 팁을 인당 1달러 정도 줘야 한다)에게 받는데,

 

그에 따르면 마라강의 지배자는 하마 가족들이라고 했다.

 

이들은 강에 저마다의 경계선을 그어놓고 구역을 설정하는데, 가끔 이 구역을 확장하고 축소시키기 위한

 

싸움도 일어난단다.

 

아래 사진 돌무더기에 퍼져 있는 하마는 그 싸움의 패배자가 되시겠다.

 

뭔가를 호시탐탐 노리는 듯한 악어와 패배자 하마

근데 우리에겐 하마가 참 신기하다며 눈을 반짝일 새도 마땅치 않았는데..

 

점심 먹을 무렵부터 계속된 그놈의 파리 어택 때문이었다.

 

이 잎사귀엔 슬픈 전설이 있어(feat. 파리 퇴치기)

쫓아내면 달려들고, 쫓아내면 달려들고

 

정말이지 쉴새 없이 날아오는 파리떼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 지경이었다.

 

파리 퇴치용 잎사귀를 흔들어봐도 잠시 그때뿐.

 

날씨는 미친 듯이 덥지 파리떼는 미친듯이 꼬이지..

 

지금 생각해보면 사진이라도 몇장 찍은 게 용하다 싶다.

 

파리... 파리 놈들.. (안경 더러움 주의)

괴로움의 화룡점정은 화장실에서였다.

 

마라강 투어 시작때부터 참아왔던 화장실행을 끝날 때쯤 겨우 감행할 수 있었는데

 

문도 엉성하게 달려있는 푸세식 화장실에 응아(?)가 철푸덕 내려앉아 있는 게 아닌가.

 

아무래도 급했던 누군가가 조준(?)을 잘못한 모양인데...... 아이고 내 눈아..

 

무사히 볼일(작은일이었다!!)을 마치고 나왔지만 그 일은 트라우마로 남았고,

 

훗날 조준이 잘못된 누군가의 대변은 우리 부부에게 '마라강의 응아' 사건으로 남았다.

 

버팔로 뼈가 인상적. 마라강 인근 곳곳에 널부러져 있기도 하다

마라강을 찍고 돌아오는 길도 오늘 하루종일과 마찬가지였다.

 

슬슬 이때부터는 경이로운 풍경보다 몸의 피곤함이 앞서기 시작했던 것 같다.

 

드넓은 마사이마라가 어느새 익숙해져버린 거였다.

 

어디 뭐 색다른 것 없나..
심바와 품바

그런 풍경을, 그 동물들을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하지만 당시에는 연이은 일정에 지쳐서인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두 달이 넘게 지난 지금에 와서는 덜그덕덜그덕 거리는 아프리칸 마사지마저 그립지만.

 

 

 

롯지에 돌아오면서 10시간여 넘게 이어진 사파리 일정을 마친 우리는

 

오자마자 전기주전자를 공수해 라면으로 주린 배를 채우기 바빴고,

 

두 시간 뒤에 저녁도 또 먹었는데

 

사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을 적당히 즐기며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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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9. 30. 00:35

앞선 글에서 각 나라의 환율에 대한 얘기를 빼먹었다 (....)

 

1케냐실링은 대충 한국돈으로 11원쯤 된다. 1000kes(케냐실링)이 한국돈 11000원쯤 되는 셈.

 

여행을 할 때는 대충 케냐실링에 10을 곱해서 어림잡아 계산했던 것 같다.

 

환전은 한국에서 바꿔간 달러를 나이로비 시내에 있는 환전소에서 케냐실링으로 바꾸는 식으로 했는데

 

혹시 빅타임사파리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직원이 환전소 위치를 친절히 알려줄 것이다.

 

탄자니아실링 실물. 누가 사파리국 아니랄까봐..

반면 1탄자니아실링은 0.5원쯤 된다. 1000tshs(탄자니아실링)이 한국돈 500원인 셈.

 

대충 나누기 2를 해서 생각하면 맞다.

 

고로 케냐에서 탄자니아로 옮겨가면 생각하는 단위가 완전히 바뀌어버리기 때문에 모시에서는 좀 헷갈리기도 했었던 것 같다.

 

환전은 모시 위 트래블 게스트하우스 근처의 은행에서 했는데

 

100달러권, 50달러권을 바꿀 때랑 그 이하 권종을 바꿀 때는 아예 환율이 다르게 적용된다(....)

 

100달러를 23500실링으로 바꿔주는데, 10달러 10장은 21000실링으로 바꿔주는 식. 돈 갖고 장난하냐 너네

 

되도록이면 달러를 고액권 위주로 가져가서 환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이로비에서 첫밤을 보낸 우리 부부는 마사이마라행 준비를 위해 후다닥 짐부터 쌌다.

 

타고 가는 차가 캐리어를 싣고 가기에는 용량이 부족하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

 

그래서 캐리어 두 개는 한인민박에 맡겨두고, 배낭에 필요한 옷과 짐만 챙겨 사파리로 가기로 했다.

 

(미리 Mufasa tour의 Joseph에게 물어봤을 때 캐리어도 충분히 실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듣긴 했지만.. 왠지 미덥지 않았다)

 

이주열 게스트하우스의 터줏대감. 유혹하는 눈빛에 넘어간 집사(후보생)

일어나자마자 후딱 아침부터 먹었다. 게스트하우스의 아침은 베이컨과 빵이 나오는 서양식. 괜찮았다.

 

솔직히 웬만한 호텔 조식보다 나았던 거 같다.

 

하지만 충분히 음미할 시간은 없었다. 집 앞으로 픽업을 오긴 하지만 출발 시간은 아침 8시.

 

짧은 식사와 짧은 집사 역할(....)을 끝내고 바로 봉고차에 올라탔다.

 

얼핏 보이는 여행메이트 아흐메드 형제와 가이드 폴. 케냐 국기 모양 손잡이가 인상적

운이 좋았다.

 

한 차에 최대 6~7명이 탈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 차에는 우리 부부를 포함해 모두 4명 뿐이었다.

 

뭄바사에 서 온 아랍계 케냐인 아흐메드 형제가 바로 우리 동행. 케냐 사람 동행이니 사기는 안 맞겠다 싶었다.

 

형은 중동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동생이 나이로비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어 시간을 맞춰 같이 여행가는 거라고 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빈약한 영어실력으로 인해 그러지 못한 게 다소 아쉽다.

 

하지만, 적절히 서로를 배려하고 신경쓰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좋은 동행자들이었다.

 

 

 

한 한 시간 좀 넘게 달렸을까.

 

복잡한 나이로비 시내를 지나 처음으로 멈춰 쉬는 곳은 이른바 대지구대(The Great Rift Valley)의 뷰포인트였다.

 

북쪽으로는 서아시아의 요르단부터 남쪽으로는 아프리카 대륙의 모잠비크까지 이어지는 일종의 협곡이다.

 

이 협곡은 판구조론과 대륙이동설의 산 증거인데 (....) 수백~수천만 년 지나면 동아프리카 일부가

 

현재의 아프리카 대륙에서 떨어져나갈 것을 보여주는 예시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보기에는

판구조론의 생생 현장에서 부부샷.jpg

그냥 길따란 분지다 (.......)

 

앞이 탁 트여서 보기는 좋은데.. 그게 다라는 게 함정.

 

바로 옆에 화장실을 겸한 기념품 상점도 있는데 호갱님 어서오세요 별다르게 끌리는 건 없었다.

 

다시 마사이 마라로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본격적인 아프리칸 마사지의 세계가 열린다.

 

 

 

가이드인 폴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아프리칸 마사지가 시작된다"고 했을 땐 에이 뭐 그렇게 까지야 싶었는데..

 

진짜 장난이 아니었다.

 

비포장도로에 들어선 후 4시간여(?) 동안 내내 격렬한 마사지가 계속됐다.

 

너무 흔들리니까 멀미도 안 나더라는 슬픈 진실..

 

전날인지 전전날인지 비가 와서 도로 상태가 정말이지 엉망진창이었는데

 

우리의 가이드 폴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핸들을 자기 수족마냥 다루며 능숙하게 난관을 헤쳐나갔다.

 

심지어 롯지로 가는 중에 퍼져버린(...) 다른 차 승객들을 태워주는 여유까지.

 

우여곡절 끝에 숙소인 롯지에 도착한 건 오후 2시가 넘어서였다.

 

숙소는 거 참 번듯하게 잘 지어놨구만
이리로 가면 됩니까. 거 일단 배부터 좀 채웁시다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마사이족을 보고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 것도 잠시.

 

일단 방에 짐을 풀고 밥부터 먹었다. 식당은 그럴듯한 식당건물에서 뷔페식으로 먹게 돼 있는데.. 의외로 그저 그랬다.

 

그때까지만 해도 늦게 먹는 점심이라 제대로 준비가 안 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잠깐 수영장도 둘러보고.. 근데 저 기름때 같은 건 뭐지?

잠보 마라 사파리 롯지의 편의시설은 굉장히 양호했다. 탁구대부터 당구대까지 로비 건물에는 나름 놀 거리도 많았고

 

미리 알아보고 온대로 수영장도 딸려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수영을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유물이

 

수영장 위에 항상 떠있었기 때문. 서양애들은 별로 신경도 안 쓰고 수영 잘만 하더라

 

 

 

잠깐의 휴식 시간을 뒤로 하고 우리는 바로 대망의 첫 게임드라이브에 나섰다.

 

사파리 둘째날 하루종일 게임드라이브를 했던지라

 

동물도 실컷 보고 초원도 실컷 보고 볼거리는 훨씬 더 많았었던 거 같은데,

 

희한하게 우리 부부에겐 첫 게임드라이브가 더 좋고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후에 지겹게 보았던 얼룩말과 누우떼도 경이로웠고

 

드넓은 평원을 걷는 코끼리 가족과 기린, 치타의 모습도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감탄으로 다가왔다.

 

전날 기린 센터에서 실감했던 동아프리카 여행의 설렘을 처음 제대로 목도했달까.

 

해가 지면서 이제 돌아가야할 시간이 되고 보니

 

두 시간 정도의 첫 게임드라이브가 스치듯 지나가버렸다.

 

애초에 우리 부부가 아프리카 대륙으로 날아온 건 바로 이런 풍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롯지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버팔로와 코끼리. 코끼리 상아가 유독 짧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여행이 끝난 후 두 달 가까이가 지난 후이다 보니

 

게임드라이브가 끝난 후 롯지로 돌아와서

 

밥은 제대로 먹었는지, 언제쯤 잠들었는지 정확히는 잘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마사이마라 초원과 그곳에 사는 동물들은 기억 어느 한 구석에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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