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6. 5. 11. 22:00

드디어 마지막날 아침이 밝았다. 원래는 8시쯤 일어날 계획이었지만 몸이 천근만근인 관계로 다소 늦어진 기상 시간. 그동안 우리를 집처럼 품어준 신주쿠 숙소를 아쉬운 마음으로 떠나며, 놀며 보내는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체감했다.


(안녕 신주쿠. 언젠간 또 만납시다)


이날 우리의 계획은 종환이가 꼭 가보고 싶다는 츠키지 시장을 거쳐 지바 마린스 필드로 가 둘째날 "후지큐 하이랜드의 난"으로 밀린 야구장 관람을 마치는 것. 체크아웃을 하고 가는 것이었기에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는 짐을 둘 곳이 굉장히 중요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 이 시간에 왜이렇게들 많으신거죠?)


겨우 도착한 시장에는 사람이 넘나 많은 것이었고, 츠키지시장 주변의 지하철 역에는 코인락커가 없었다(....) 그나마 짐 둘 모두가 배낭이었던 난 좀 나았지만, 저 사람떼들 사이에 트렁크를 끌고 다녀야 했던 종환이와 기범이는..


(ZONA 힘들었다고 합니다)


매우(!) 힘들었다. 결국 시장 안쪽으로 들어갈 생각도 못한 채 헤매다 그나마 입구쪽에서 가장 가까운 스시잔마이 본점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유명 프랜차이즈의 본점이라 그런지 그 북적거리는 시장 한 가운데에서 줄을 30분쯤 서서 기다려야 했다.


(뭐.. 우리 줄서는 거야 어제부로 마스터 했으니까. 어라. 그런데 어디선가 본 익숙한 얼굴이..)


(이경재 원장님 일본 진출하셨나효?)


어느덧 30여분 여를 기다려 스시집 입성. 갓본의 스시는 어떨까 궁금증을 가득 품고 두근두근 스시를 기다렸다. 그리고 일본에 가서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는 그 스시님을 영접!


(스시님 나오셨습니다!)


그리고 와구와구 흡입. 맛있었다. 그런데 말로 전해들었던 것처럼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든지 하지는 않았다. 일본통 종환이 말에 의하면 최고급 스시는 아닌 것 같다고. 우리나라 초밥보다 좀 더 눅눅한 느낌이었는데, 원래 일본 스시가 이런 건가? 어쨌든 즐겁게, 또 맛있게 먹었다. 다음에 일본에 올 때는 더 맛있는 걸 먹을 수도 있을까? 어쨌든 무사히 식사를 마시고 급하게 츠키지시장 기행을 마무리한 우리는 입에 모찌 하나씩 물고 지바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300엔짜리 탐스러운 모찌님)


지바는 도쿄에서 조금 떨어진 도시. 애초에 삿포로행이 무산됐을 때부터 계획했던 지바행이었는데 아침부터 캐리어를 질질 끌고 다니느라 체력이 떨어져서인지 설레는 마음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반쯤 졸며, 반쯤 관성적으로 JR을 타고 1시간쯤. 우리는 지바에 도착해 내렸다.


(지바 역전. 묘하게 도쿄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어서와 지바는 처음이지?)


야구장이 가까워서 그런지, 역앞부터 장식돼 있는 야구 관련 조형물. 일본 답게 매우 모에모에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조형물 세울 돈으로 코인락커 몇 개 더 만들어줄 수는 없는 거였을까(....) 지바까지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온 우리는 어차피 공항으로 가기 위해서는 야구장을 들렀다 다시 지바역으로 돌아와야 했기에 원래 이곳에 짐을 맡겨두고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역 구석에 있는 코인락커가 정말이지 죄다 차 있는 것 아닌가. 대략 난감.... 야구 경기 시작 시간은 다가오고... 락커를 더 찾아볼 기력도 시간도 없었던 우리는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그냥 짐을 들고 야구장으로 향했다. 그러고보면 '당연히 되리라 생각했던 것이 안 되는' 상황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롯데 롯데 롯데 롯데♬)


 (QVC 지바 마린스 필드에 어서오셔유)


시간이 임박해 도착했기에 부랴부랴 티켓을 끊으러 갔다. 일본 여행 내내 우리들 내에서 일본어를 담당했던 우종환 선생의 위엄으로 티켓을 구해 입장을 할 수 있었다. (그러고보면 애초에 티켓을 다시 끊고 야구 관람일을 바꿀 수 있었던 것자체가 종환이의 공로였다) 입장하며 당연하게도 코인락커부터 찾은 우리.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스탭에 이끌려 코인락커 앞으로 갔는데... 역시나 이용할 수 있는 락커는 별로 없고, 그나마 있는 락커는 너무 작아서 우리 짐이 들어가지 않는 상황(....) 진짜 욕설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우리는 별 수 없이 짐을 질질 끌고 우리 좌석이 있는 4층으로 올라갔는데, 거기서 만난 스탭이 야구장측에서 아예 짐을 맡아준다는 것을 알려줘서 겨우 무겁디무거운 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짐 질질 끌고 다니는 사진이 단 한 장이 없다는 것이 그 당시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드디어 드디어 야구장 입ㅋ성ㅋ


(어라 야구장이 왜 이렇게 희한하게 생겼지? 궁금증은 바로 풀렸다)


사실 짐을 맡기고 바로 오오타니의 유니폼을 사서 입고 응원을 할 생각이었는데, 유니폼이 카드 결제가 안 된단다. 닛폰햄 유니폼이 엄청 유니크하고 예뻐서 꼭 사고 싶었는데ㅜㅜ 아쉬운 마음을 접어두고 좌석에 들어가기 위해 먹거리를 좀 사려고 했는데 어라. 이것도 카드가 안 된단다. 환전해온 돈은 돌아갈 차비를 제외하면 다 떨어져 없는 상태였고, 영어가 잘 안통해 확실하지는 않지만 주변에 ATM도 없다는 것 같은데.... 그럼 우리는 야구 보는 3~4시간 동안 공복 상태로 있어야 하나?.. 점심도 안 먹었는데?!


게다가 흐린 날씨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야구장에서 느껴지는 한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바로 외야 너머에 있는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해풍 때문었는데, 알고보니 마린스 필드는 해풍을 막기 위해 좋은 풍광을 포기하고 저렇게 세미돔 느낌으로 지어진 것이었다.


배는 고프고, 먹을 것이라고는 얼떨결에 무사히 가지고 들어온 정종 한 팩과 맥주 한 캔 밖에 없는 상황. 일단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일어나왔다. 그리고 영어 안 통하는 구장 직원을 붙잡고 한참 설명을 했는데..


"크레디토 카도. 오케이 샵. 아리마셍?????"


되지도 않는 일어로 한참을 씨름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영어를 그나마 좀 할 수 있는 직원이 나타났고, 그 직원에게 대충 상황을 설명하자 중국 음식도 괜찮느냔다. 지금 일본에서 중국 음식 먹겠냐고 투정부릴 땐가. 무조건 오케이를 외치니 따라오래서 따라갔는데... 그곳에서 믿지도 않은 신을 찬양할 뻔 했다.


(할렐루야!!!!! 크레디토 카도 오케데스입니다)


플러스 알파로 베이지색 모자를 쓴 점원은 영어도 그럭저럭 통하였다. 감탄하여 잠시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치킨 가라아게와 술을 시키려는데, 어라 따뜻한 정종도 있다고?!


(호뜨 사케 반자이!)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이것저것 사서 좌석으로 갔다. 종환이와 기범이는 내가 한참 안오길래 이 인간이 야구장 밖에 나간 줄 알았다고... 어쨌든 셋 다 감격스러운 마음은 매한가지였고, 음식을 와구와구 먹고, 한 번 더 사와서 또 와구와구 먹었다.


먹을 게 좀 들어가니 기분이 좋아져 즐겁게 야구 관람. 사실 오오타니는 우리가 간 다음날에 선발 예정이라 타석에서조차 볼 수 없었지만, 의외의 반가운 인물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는 바로...


(힛또 나바로~)


삼성에서 개그와 수비, 홈런을 담당했던 야마이코 나바로. 그러고보니 그의 출장정지가 풀려 경기에 출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시즌초반 죽을 쑤고 있는 삼성 타선을 보며 가뜩이나 그립던 그를 보며 혼자 신이 나서 나바로 응원가를 불렀다. 춥다는 핑계로 홀짝홀짝(x) 벌컥벌컥(o) 들이킨 정종 덕에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마구 소리를 질렀는데, 그런 나를 기범이와 종환이가 술취한 아재라며 놀려댔다(....) 한참을 소리지르고 재밌게 야구 구경을 했는데, 술로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날씨가 추웠던 데다 경기도 롯데 마린스 쪽으로 한참 기울어지는 분위기라 7회말쯤 구장을 뜨기로 했다. 그리고 그냥 가기 아쉬워 롯데샵에 가서 계획에도 없던 유니폼도 질렀다. 마킹은 애국심을 가득 담아 2군에 내려갔다는 이대은으로...


(제발)


(한국인이면)


(이대은 유니폼 삽시다)


기념사진을 찍고 지바역으로 돌아간 우리. 나는 버스에 타자마자 술기운에 그대로 곯아 떨어져버렸다. 그리고 눈을 떴더니 어느덧 어둑어둑해진 바깥. 길이 엄청 막혔는지 비행기 출발 시간이 아슬아슬할 지경으로 딱 맞춰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여긴 누구 나는 어디)


(어디긴 어디야 공항이지)


시간이 촉박해서 수속을 늦게한 탓에 자리배정도 다 따로 된 우리. 부랴부랴 면세점을 스쳐 귀국 비행기에 앉았다. 마지막 연대감을 위해 함께 게임을 하며 가기로 했지만, 결국 각자 영화랑 드라마 보느라 그러지도 못했다.


(안녕 갓본. 언젠가 또 올게)


(여행의 마지막 음식은 좀 아스트랄한 리조또(?)였다)


그렇게 두 시간을 날아 우리는 다시 한국으로, 김포공항으로 왔다.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였을까 진짜 3.4초 같은 3박 4일을 보낸탓인지 영 어안이 벙벙한 것이 귀국이 실감나지 않았다.


(정 그렇다면 내가 실감 싸다구를 날려줄게)


짐을 찾아 각자의 집으로 향하면서 끝을 마친 여행. 종환이는 또 깨알같이 집으로 향하는 막차를 놓침으로써 그다운 모습을 보였다.


(괜찮아. 어차피 너희는 다음주면 모두다 이곳으로 오게 될테니)


여독이 오래가는만큼 여운이 남는 여행이었다. 기범이와는 두 번째, 종환이와는 처음으로 떠나는 외국 여행이었는데, 희한하게도 별다른 다툼도 서운함도 없이 즐거움과 편안함만으로 가득한 여행다. 한참을 이유없이 가기가 꺼려지던 일본은 셋이 떠난 여행 덕에 또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변했다. 조금 오글거리지만 둘에게 감사의 말을 건네고 싶다. 기회되면 또 한 번 갑시다. 일본이 됐든 어디가 됐든.


(에에자나이까?)


(에에자나이까!)


- 3.4초 일본 여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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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6. 5. 11. 19:16

셋째날 우리가 눈을 뜬 시각은 새벽 5시. 그 전날 6시 기상에 이어 연이틀 새벽 기상이다. 이쯤되면 이게 휴가인지 출근인지 전지훈련인지 구분이 안 된다. 어쨌든 간에 일으켜지지 않는 몸을 꾸역꾸역 어떻게든 이끌고 어제 이미 다녀왔던 그곳으로 다시 향했다. "이상하게 익숙한 게 와 본 거 같네" 따위의 노잼 드립을 날리면서. 너무나 당연하게도 버스에 타자마자 폭풍 취침. 그리고 두 시간을 달려...


(언제 이 사진을 찍었는지조차 기억이 없다. 꿀ㅋ잠ㅋ)


(두번째 찾은 후지큐 하이랜드. 날씨는 환호성이 나올 만큼 맑음)


마침내 그곳에 다시 도착했다. 감개무량한 동시에 이게 뭔 뻘짓거리인가 하는 한숨이 나왔지만, 후지큐의 자랑 4대 절규 머신을 탈 생각을 하니 두근두근. 어제 한참을 머물렀던 휴게소를 거쳐 이제 곧 입장 시간이니 입구 구경이나 가볼까하며 발걸음을 옮겼는데 그 즉시 우리 앞에 무시무시한 광경이 펼쳐졌다.


(예 캐신남)


(근데 이건 뭐......지?)


어마어마하게 늘어넌 줄. 사실 사진에 표현되지 않을 만큼 줄이 길었다. 오늘이 공휴일이라 어느정도 줄이 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아직 개장도 안 했는데 이정도라니... 3인 동시 멘붕. 어쨌든 우리에게 선택지는 없다. 피할 수 없으니 즐기자. 즐기는 수밖에 없다!!!!


개장이 시작되기 전 체크를 해보니 4대 절규머신(도돈파, 후지야마, 에에자나이까, 타카비샤) 중 후지야마가 강풍으로 운행을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니 여기 아랫동네에는 바람이 안 부는데 저 위에는 제트기류라도 부나? 오후에 운행재개를 할 것이라 생각하고 입구 가까이에 있는 도돈파와 타카비샤부터 먼저 정복하기로 했다. 그리고 입장과 동시에 런런!


(입장권과 지도를 받아들고)


(도돈파 탑승장 도착해 기념사진도 찍고)


(본격적으로 기다려볼까)


그리고 하루종일 계속된 우리의 기다림이 시작됐다. 도↘돈↗파♬ 반복돼서 나오는 도돈파 시그니처 뮤직도 따라불러보고 사진도 찍고 사탕도 먹고... 그래도 참 시간이 안 가더라. 1시간 여를 기다리다보니 그렇지 않아도 잠이 부족한 우리의 체력은 바닥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드디어 탄다!)


(신난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하니 씻겨나가는 피로. 두근두근하며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고 마침내 출발 1.8초 만에 172km/h 까지 속력이 올라간다는 도돈파에 탑승!! 하려는데 엥? 가방은 그렇다치고 주머니 안에 든 소지품도 그렇다치고 안경을 벗어야 한다굽쇼...? ㅜㅜ 결국 준비된 락커에 안경을 넣어두는데 기분이 착잡했다. '아니 뭐 대체 어느정도길래 안경까지 벗으라고 그러는 건가. 너무 유난 떠는 거 아냐?' 그리고 도돈파에 탑승하자마자 내가 생각을 잘못했다는 걸 알았다. 음. 그렇구나. 안경을 쓰면 안 되는구나.


도돈파는 이렇습니다.


도돈파 한줄평 : 이건 좀 너무한데?


순식간에 탑승이 끝나고 나오는데 와 대박... 이라는 말만 읊조리게 됐다. 물론 타카비샤와 에에자나이까를 타니 도돈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금방 깨달아버렸지만.


(내가 방금까지만해도 저 위에 있었다니....)


어쨌든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바로 옆에 있는 타카비샤 줄로 이동. 그런데 어째 아까보다 사람이 더 많아진 거 같은데?


(아까는 밖에서 기다리진 않았는데)


(망해쓰요)


그나마 타카비샤는 회전율이 좋은 편이어서 도돈파와 기다리는 시간은 별로 차이 나지 않았다. 물론 신진대사가 활발하신 우 모 선생이 화장실을 세 번 다녀오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타카비샤의 4x2 좌석. 아름다운 구조지 말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타기 일보 직전. 역시나 기다린 시간은 이쯤되면 별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이번에도 안경을 벗고, 조심스레 타카비샤의 탑승. 그리고 출발! 하려는데 어라 자유이용권 어디갔지? 분명히 주머니에 넣은 것 같은데 사라진 표때문에 살짝 당황했지만, 직원이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아 일단 통과. 에라 모르겠다 일단 탑시다!


타카비샤는 이렇습니다.


타카비샤 한줄평 : 121도로 떨어지는 거 보다 90도로 올라가는 게 더 무섭다.


후지큐 하이랜드의 4대 절규머신이 다들 한가지씩 세계 수준의 기록을 갖고 있다지만, 개인적으로 그 중 가장 기대가 됐던 것은 121도로 하강한다는 타카비샤였다. 직각으로 떨어져도 90도인데 어떻게 121도로 떨어진다는 거지? 하는 분들은 위의 링크를 살포시 눌러보시면 되겠다. 121도 하강이 하이라이트이다보니 한참을 올라가서 내려갈듯 말듯 겁을 주는데,


(저 위에서 밀당을 마구마구 시전한다)


정작 내려갈때보다 올라갈 때가 더 무섭다는 게 아이러니. 하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분명 8시에 왔는데 어째 놀이기구 2개 타니 벌써 밥을 먹을 시간. 알고보니 도돈파를 타고 쓰레기통에 버린 것으로 확인된 자유이용권을 찾고 간단하게 요기부터 하기로 했다. 아직도 그놈의 강풍으로 후지야마는 운행하지 않은 상태. 이러다 아예 못타는 거 아니야?


(그동안 먹은 음식에 비하면 상당히 조촐하고 소담스러운 식사)


(됐고 와구와구 먹자)


(부족하니 닭다리(x) 칠면조다리(o)도 하나 뜯고)


아침에 왔을 땐 흥분해서 몰랐는데, 어느새 정말 상공에서 부는 바람이 내려오는지 살살 쌀쌀해지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의 동무 비루와 함께라면 문제가 없었지만. 그러고보면 일본에서 거의 매 식사마다 맥주 한 잔씩은 먹었던 것 같다.


식사로 허전한 배를 채우고 났을 때, 사실 이미 이어지는 기다림으로 지쳐있는 상태였는데, 그나마 조금이나마 체력이 남아있을 때 하나라도 더 (줄 서서 기다리기 빡센) 놀이기구를 타기로 했다. 에에자나이까로 출발!


(그리고 우리는 그곳에서 인내를 배웠다)


예상대로 우리를 맞이한 건 기나긴 줄. 게다가 에에자나이까는 회전율이 좋지 않아 줄이 정말이지 줄지를 않았다. 이미 체력이 바닥으로 치닫고 있던 우리에겐 너무나 가혹한 기다림. 누가 그랬던가. 놀이공원은 놀이기구 타러 가는 곳이 아니라 기다리러 가는 곳이라고.


(그래도 이런 건 좋았다)


참 센스 있다 싶었던 건 이런 긴 기다림을 인내하는 이용객들을 위해 놀이공원측에서 중간중간 쇼타임을 편성했다는 것. 꽤 수준도 있고 (똘기도 있고) 재밌었다. 물론 잠깐의 공연 시간이 지나가면 다시 지루함과 피로가 엄습해오긴 했지만. 그렇게 2시간을 넘게 기다려 우리는 결국 에에자나이까를 타기 직전에 왔다.


(에에자나이까 에에자나이까!)


두근두근. 무려 전세계에 몇개 있지도 않다는 4D 롤러코스터라 신발을 벗고(!) 탑승한다. 롤러코스터 진행방향과 무관하게 좌석이 회전하기 때문(....) 신발도 벗고 모든 소지품(물론 안경도 포함)을 내려놓고 에에자나이까(일본 관서지방 사투리로 좋지 아니한가라는 뜻이란다)를 외치며 드디어 출발!


에에자나이까는 이렇습니다.


에에자나이까 한줄평 : ..진짜 죽는 줄 알았다


뭐 어떻게 표현해야할 줄 모르겠는데, 진짜 오줌을 지릴 뻔 했다는 말이 맞는 거 같다. 롤러코스터는 이리저리 뒤틀리지 좌석은 빙글빙글돌지 몸은 튕겨나갈 거 같지.... 난 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종환이랑 기범이는 너무 재밌다며 최고라며,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더라며 신나하더라. (....) 내가 유독 겁이 많은 것 같다.


(신이시여 제가 정녕 저것을 탔단 말씀이십니까)


결국 후지야마는 끝까지 강풍 탓에 운행을 하지 않았기에, 불가피하게 우리는 4대 절규머신 중 셋만 체험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순위는 타카비샤≥에에자나이까>>>>>>>>>>>>도돈파. 다음에 에에자나이까를 한 번 더 타게 되면 좀 덜 무서울까? 어쨌든 신비롭고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막상 한국에 와서 추억을 되새겨보니 더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에에자나이까인 듯.


우여곡절끝에 절규머신들을 정복한 우리는 여유 있게 쿨재팬(후룸라이드의 일종인 듯)을 타고, 자이로드롭 비슷한 기구도 탔다. 그리고 종환이의 열렬한 주장으로 무려 1시간을 기다려 나가시마스카라는 놀이기구도 탔는데, 어떻게 봐도 노잼으로 보여 망설이다 재미없으면 종환이가 대차게 물 한 번 맞기로 하고서야 탔다. 1시간을 기다리면서 "이게 재밌을까?"를 한참 되뇌었던 우리. 하지만 정말 의외로 재밌었다! 길이도 짧지 않고, 작은 보트를 타고 울렁울렁 물 위로 떠가는 게 생각외로 스릴이 넘쳤다.


(대충 요런 느낌)


후지큐 하이랜드에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탄 건 후지비행사라는 가상 롤러코스터. 이도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나름 괜찮은 현실감에 영상에 맞는 향기까지 뿌려주는 섬세함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약간 병맛컨셉으로 안내되는 후지비행사. 후지에어라인(?)이라는 가상의 항공사가 등장한다)


(이런 곳에 타고 운행한다. 별로 3D 안경은 없고 처음으로 안경도 낄 수 있었다!)


후지비행사까지 타니 대충 버스 시간이 다 된 상황. 대충 따져보니 하루종일 놀이공원에 있었는데 놀이기구는 딱 7개 탔다(....) 그냥 가기 아쉬워서 딸려 있는 빵집에서 빵도 하나 주워먹고, 버스 시간이 좀 남아 좀 더 앞 시간으로 바꾸려다 실패하는 바람에 느적느적 휴게소에서 기다리다 예정된 시간에 버스를 타고 도쿄로 복귀했다.


(갓본은 빵도 맛있더라)


(후지큐 하이랜드 안녀엉. 후지산도 안녀엉)


그렇게 도쿄에 도착하니 어느덧 해는 저물고 저녁 시간은 지나 있었다. 효자 우종환군이 어머니께 부탁받은 물감을 사러가야한다고 해서 잠시 문구센터에 들렀다가, 미리 가기로 예정돼 있었던 신주쿠 꼬치골목으로 향했다. 엄청 지친 상태여서 그런지 원래도 맛있을 꼬치가 술술 들어갔다. 언제나 따라오는 맥주와 위스키 하이볼은 덤. 꼬치를 와구와구 먹는 와중에도 인터넷으로 답 안나오는 한국야구를 보고 있었던 우리는 진성 야덕 멍청이들.


(온통 꼬치집으로 가득한 꼬치골목. 지나만 다녀도 냄새가 예술이었다. 사실 이 사진은 전날 답사왔을 때 찍은 것)


(꼬치 한 접시에 술 한 잔은 기본)


(자세히 보면 핸드폰에 야구 중계화면이 떠있다. 그나저나 종환이 표정은 참 한결같네...)


꼬치를 먹고도 술이 성에 차지 않았던 우리는 마지막으로 맥도날드에 가서 클럽하우스버거라는 아마도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은 햄버거까지 사와서 편의점에서 산 아이스크림과 정종을 곁들여 한껏 들이켜고서야 잠이 들었다. 이틀 연속 새벽 기상을 했는데 체력도 좋은 이들. 문제는 마지막날에도 최소 8시에는 일어나야한다는 거였다.


(이게 일본 국민 아이스크림? 핵꿀맛이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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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6. 5. 8. 19:40

6시 새벽같이 일어난 우리들. 비가오지 않길 간절히 빌었건만, 보슬비가 부스스스 내리고 있는 상황을 목도하게 되었다. 어쩔까 잠깐 고민했지만 일단은 출발하기로 했다. 이미 일정이 다 짜여져 있어서 오늘 가지 않으면 전체가 다 꼬이게 되는 상황이었기도 하고, 오후에 비가 그친다는 구글 예보도 믿어보기로 했다.


(얄미운 비를 뚫고 일단 버스 정류장으로)


무사히 휴지큐 하이랜드행 버스를 타는 데까지는 무리가 없었고, 우리는 부족한 잠을 버스 안에서 채웠다. 2시간이나 꿀잠을 잤으니 잠이 부족하지는 않았는데, 어째 도착을 해서도 피곤은 가시지 않았다. 왜 그런고 하니...


(운행 안 합니다 안 해요)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온 휴지큐 하이랜드에서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던 것.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서 확인해본 결과 당연하게도 우리가 기대하고 있었던 4대 절규 머신(후지야마, 도돈파, 에에자나이까, 타카비샤)는 물론 대부분의 놀이기구가 운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망한 거 같스빈다)


두 시간이 넘게 놀이공원 앞 휴게소에서 시간을 보내다 결국 도쿄로 돌아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원래 셋째날 야구장을 가기로 돼 있었는데, 이 일정을 마지막날로 미루고 내일 다시 후지큐 하이랜드에 오기로 한 것. 덕분에 한국에서 후배의 도움으로 예약했던 야구티켓 9만 원 어치는 고스란히 날려야 했다. 다시 후지큐로 오는 버스비도 추가됐는데, 왕복 버스비만 무려 셋이 합쳐 10만 원........ 망해쓰요. 엎친 데 덮친 겪으로 4월 29일은 일본의 공휴일이라 사람들이 엄청 몰릴 예정이라 오늘 놀이공원에서 겪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했던 폭풍 줄서기까지 예약된 상황.


(내일 다시 만나요.....)


그리고 다시 버스 안에서 즐긴 2시간의 꿀잠. 그리고 도쿄에 도착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후지큐 날씨를 확인해봤는데, 오잉? 구글양반 이게 무슨 말이요? 날씨가 맑다니! 비가 그쳤다니!!!! (OTL) 놀랍게도 우리가 도쿄에 도착한 시간 즈음 비가 완전히 그쳤고, 정기점검에 들어간 도돈파를 제외한 모든 놀이기구가 정상운행을 시작했다(...............) 


(우린 안 될거야)


너무나도 우울했던 우리. 뭐라도 맛있는 걸 먹으며 배를 채워야 했다. 실의에 빠진 모두를 위해 기범이가 폭풍 검색을 했고 묘하게 생긴 맛있어 보이는 카레집을 찾았다. 하라주쿠 인근이라는 것만 확인하고 바로 출발->도착했는데, 알고보니 하라주쿠에서는 거리가 꽤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비가 주륵주륵 오는 와중에 무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맛집이긴 맛집인가봉가.


 (배가 고프다 얼른 나오라고 얼른)


겨우 입성한 카레집 요고로. 그런데 앉아서도 꽤 오래 기다려야했다. 아예 밥부터 카레향이 나게 볶아서 나오는 모양이었고, 배는 고프지 후지큐의 변화무쌍한 날씨로 스트레스는 받지... 우리는 너무나 우울했다. 그런데 그것은 카레가 나오는 순간 한 방에 날아갔다.


(이끼같은 카레의 위엄)


사실 처음 보기에는 뭔 이끼도 아니고 뭐여? 싶은데. 입에 넣는 순간 극락을 경험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일본 여행에서 스끼야끼와 함께 가장 맛있었던 음식. 일본 카레도 아닌 것이 인도 카레느낌도 나는 것이 와... 진짜 순식간에 싹싹 비워버렸다. 도쿄 가시는 분들은 하라주쿠(시부야?) 요고로(yogoro) 꼭꼭 가보시라. 우리 말고 한국인들 팀이 한 팀 더 있었던 걸 보니 한국에도 꽤 알려져 있는 맛집인 모양.


행복하게 부른 배를 부여잡고 어차피 우리 일정이 모조리 꼬인 김에 느지막히 가기로 했던 오오에도 온천에 가보기로 했다. 사실 진짜 온천은 아니고 물을 데워서 사용하는 곳이긴 하다던데, 모 선배의 말에 의하면 거의 롯데월드 크기라고 들었기에 기대감에 부풀어 오다이바로 향했다.


(가보입시다 오오에도 온텐)


와... 좋긴 좋더라. 드래곤힐 스파의 업그레이드 버전같은 느낌이었다. 외국인 뿐만 아니라 일본인들도 많이 보이는 것보니 이래저래 관광명소이긴 한 듯. 각종 먹거리부터 오락실을 비롯한 유흥거리까지. 구경하다 목욕까지 하니 시간이 후딱 가버렸다.



(비가 오니 더 운치가 있지비)


(북도 치고 둥둥)


(신난다 헐 여기 개쩖)


그리고 이곳에서 우종환 분실사건 시즌 2가 터지게 되는데.......  분명히 위 사진을 종환이의 핸드폰으로 찍었는데, 나갈 준비를 하며 옷을 갈아 입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아닌가? 정말 황당한 게 불과 10m 밖에 안 걸은 사이에 핸드폰을 누가 집어갈 리도 없고...... 이래저래 동선을 살펴보다 이건 누가 고의적으로 가져간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에 다다르고 있을 때쯤. 다 포기하고 열어본 우종환의 락커에 살포시 보호색을 띠고 서 있는 핸드폰이 발견되었다................. 길기범 曰 "와 내가 이런 사람들이랑 같이 다니고 있다니"


(찾았으니 되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고 우리는 다시 신주쿠로 향하는데... 그곳에서 또다시 넘버원 음식을 만나게 되었다. 


(스끼야끼 다이 스끼!!!!)


진짜 진짜 진짜 맛있었다. 나베조라는 체인이었는데, 인당 3만 원 가까이를 내면 100분간 무한 리필이 가능한 구조였다. 진짜 야채를 끌어모아서 먹고 또 먹고..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먹었다. 너무 맛있어서 "이거 한국에서 내면 성공하지 않을까?" 했더니 이미 들어와 있다더라.. 어쨌든 먹거리천국 일본 만세!


(가부키쵸 세 세그스?!)


부른 배를 부여잡고 우리가 향한 곳은 대표적인 유흥가라는 가부키쵸. 비오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다음날이 노는 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엄청 엄청 많더라. 우리가 한국인인줄은 어떻게 알았는지 다가와서 세그스? 세그스!를 외치더라는... 헙. 찬찬히 둘러본 3인. 뭔가 술이라도 한 잔 하면 좋을 성 싶었지만 내일 후지큐로 가는 버스가 새벽 6시 출발이었기에 얼른 숙소로 돌아가서 잠을 청했다.


(돌아오는 길, 갓본에도 노숙인은 있었다. 묘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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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6. 5. 8. 18:00

여행이 뭐라고 그렇게 설렜을까. 오후 4시 가까이 돼서 얘기도 없던 총을 맞고 폭풍같이 기사를 쓴 다음 퇴근하자마자 여친님과 생일맞이 맛저녁을 하고 들어왔는데, 몸을 뉘어도 도통 잠이 오지를 않았다. 아침 8시 출발 비행기를 타야하기에 최소 5시 반에는 집을 나서야하는데... 새벽 2시가 넘도록 잠을 못자다가 그냥 밤을 새버리기로 결정하고 새로 시작한 왕좌의 게임이나 한 편 봐버렸다.



(Vacation is coming)


새벽 5시 반이 조금 넘어 날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던 시각. 엄청나게 찌뿌둥한 몸을 겨우 일으켜 대충 주섬주섬 짐을 싸고 집을 나섰다. 잠이 많은 기범이는 모닝콜을 받고 겨우 일어났고, 종환이는 김포가는 버스인줄 알고 한참을 기다리다가 알고보니 자신이 인천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김포공항 집결 시각은 예정보다 십여분 정도 늦어졌다.



(우종환 야밍아웃)


공항에 집결 후 짐을 맡기고, 너무나도 졸린 몸을 이끌고 면세점 인근에서 한참을 퍼져있었다. 알고보니 셋 다 잠이 부족한 생태였던 것. 짧은 기다리는 시간 와중에 생리현상 등을 해결하고 JAL기 승무원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서야 후다다닥 뛰어 겨우겨우 비행기 탑승을 완료했다.


(졸리지만 넘나 신난당)


기내식 먹고 바로 비행기에서 잠을 좀 잤어야 하는데, 자지 않고 기본 장착된 게임을 신나게 한 것은 이날 하루를 지배한 패착이었다. 2시간 남짓의 짧은 비행이 끝나고 일본에 도착했을 때 우린 완전 녹초상태였던 것. 졸려죽겠지 배도 고프지 짐은 많지.... 설상가상으로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의 체크인 시간은 오후 3시였다. 하네다 공항 도착 후 수속을 마치고 나온 시간은 10시 반. 4시간 반을 뭘 하며 시간을 때운단 말인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체크인이 되건말건 신주쿠역 근처에 있는 숙소로 떠났고, 자물쇠를 못 열어 한참 끙끙대긴 했지만 체크인 시간 한참 전이었음에도 다행히 무사히 들어가 짐을 풀어놓을 수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가보자)


(개꿀)


다들 피곤해 당장이라도 침대에 누워 눈을 붙이고 싶었지만 억지로 억지로 몸을 끌고 나와 신주쿠 일대를 누볐다. 어디가지 어디가지 한 30분 헤맸었던가. 아무래도 일본에서 먹는 첫 끼라 그랬는지 필요 이상으로 신중했던 것 같다. 결국 우리가 입성한 것은 체인점으로 추정되는 라멘 전문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망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한 입 먹자마자 우리는 갓본을 외쳤다.


(지금 봐도 군침이 스르르)


우리는 넘나 맛있었던 라멘을 뒤로 하고 잠깐 수십년된 커피 전문점에서 회의를 빙자한 졸음 퇴치를 했다. 진짜 좀 심하게 졸렸기에 나는 숙소에 가서 좀 자고 나오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지만 "그럼 30분이 1시간이 되고, 눈을 뜨면 해가 져 있을 것이다"라는 길기범의 설득에 급공감. 덕후들의 천국 아키하바라에 가보기로 했다. 주섬주섬 자리를 정리하고 아키하바라로 떠나려는 그때만 해도 우리가 다시 그 카페로 돌아오게될 줄은 몰랐다...


(어서와 갓본은 처음이지?)


덕후들의 천국 아키하바라는 정말 놀라웠다. 우리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은 각종 피규어가 모여있던 한 상점. 포켓몬스터, 슬램덩크에 원피스는 물론 마블 캐릭터들까지... 우리는 한참 정신이 팔려서 이곳저곳을 둘러봤고, 그러던 중 나에게 그는 운명적으로 다가왔다. 어쩌지 어쩌지 한참 고민을 하다. 결국....


(넘나 좋당)


질렀다. 이번 일본 여행의 최대 득템.!


이 밖에도 진정으로 아키하바라에 신기한 게 많았다. 일본도처럼 생긴 우산을 팔질 않나.. 이런저런 지름신 욕구를 이겨내고 헤매다 오락실에 들어갔는데, 오락실도 별천지였다. 흔히 볼 수 있는 총 쏘는 게임이었는데 무려 좌석이 흔들흔들하면서 몰입도를 높여주는 식! 기범이와 종환이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을 즐겼다.


(뭐야 이거 너무 재밌어!)


한참 그렇게 재밌게 놀고 있는데, 갑자기 표정이 굳은 종환이. 큰 돈 들여 장만한 시계가 손목에 없는 사실을 발견한 거다. 재밌게 놀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졸린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는데, 겨우겨우 기억을 더듬어 아까 그 카페에 시계를 놓고 온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문제는 아키하바라 넘어온지가 한참된 데다 아키하바라에서 신주쿠까지 거리가 만만치 않다는 것. 어쨌든 별 수 없이 우리는 다시 신주쿠로 향해야 했다. 선진국 갓본의 시민의식을 믿어야했던 우리. 그리고 그 믿음은 응답을 받아 겨우 시계는 다시 찾았다. 물론 종환이의 분실 해프닝이 그날로 끝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즈음 우리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었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다음날 가기로 했던 후지큐 하이랜드 인근의 날씨였다. 일기예보상 28일이 거의 하루종일 비예보로 점철돼 있었던 것. 롤러코스터의 특성상 비가 오면 운행을 하지 않을텐데 참 난감한 상황이었다. 후지큐 하이랜드까지의 거리가 있어서(도쿄에서 버스로 2시간) 어렵사리 가도 비가 와서 놀기기구 대부분을 아예 타지 못할 확률도 있었던 상황. 시부야로 건너가 황홀한 맛의 규카츠를 먹으면서도 불안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갓본의 규카츠. 밥 위에 뿌리는 것은 마로 추정된다)


규카츠를 먹고 그 피곤한 와중에 그냥 들어가기 아쉬웠던 걸까. 근처에 있는 디즈니샵과 원피스 피규어 등이 있는 백화점을 거쳤다. 역시 일본은 캐릭터의 왕국.


(안녕 난 길피라고 해)


피곤이 지나쳐서 아예 하이 상태였나?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어쨌든 정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고도 모자라 시부야에서 신주쿠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으니... 걸어걸어 가던 길에 하라주쿠에서 크레페까지 맛을 보고 숙소로 돌아왔고, 돌아오자마자 금방 꿀잠을 청했다. 다음날 후지큐 하이랜드로 가는 차를 7시에 타야했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일어났을 때 비가 심하게 올 경우에는 아예 일정을 변경하는 방법을 생각하기로 했다.


(비가 안 온다면 요 크레페만큼 달콤할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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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6. 5. 8. 16:53


애초에 가려고 했던 곳은 삿포로였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를 피해 비교적 시원한 북쪽 지방으로 날아가 맛있는 것도 먹고 삿포로돔 가서 오오타니 구경도 하려는 계획이었다. 



(오오타니상 날 가져요!! 하악 ⓒ mk스포츠)



하지만 동반자 우종환(28, 진성일덕)과 삿포로로 가는 비행기 티켓까지 끊어놓은 상태에서 변수가 생겼다. 총선으로 지친 마음을 롤러코스터로 치유받겠다는 길기범(28, 롤코매니아)의 합류였다.



(롤코가 싫다니...님들 돌 처맞을래염?)


나와 종환이는 기범이에게 삿포로로 가자 꼬셔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고, 결국 후지큐 하이랜드라는 놀이공원에 반드시 가고야 말겠다는 그에게 설득되고야 말았다. 마침 여행 일정 중 본래 삿포로에 연고를 두고 있는 닛폰햄 파이터스가 도쿄 인근 치바현으로 원정을 오는지라 야구는 삿포로돔 대신 QVC 마란 필드에 가기로 합의 완료. 순조롭게 비행기 예매, 숙소 예약 등을 마치고 일본으로 떠날 날만을 기다리던 어느날. 예상치도 못했던 변수가 빵 터져버렸다. 





2016년 4월 14일과 16일. 양일에 걸쳐 일본 큐슈 구마모토 지방을 덮친 강진. 

겁이 많은 우리는 한참을 망설였다고 한다. '삿포로는 몰라도 도쿄면 위험한 거 아니냐' '갔다가 지진 터지면 최소 중계타거나 최악 사망이다'.... 결국 티켓 취소를 위해 수수료가 얼마 나오는지까지 알아본 끝에.. 1인당 비행기+숙박 비용 30만 원 가까이될 매몰비용을 감수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그대로 일본에 가기로 최종 확정했다.



(막대한 수수료에 대한 분노는 발제로 승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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