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7. 1. 30. 03:12

뿌&꾸는 이날도 어김없이 짧은 수면을 마치고 일어나야 했다. 기상 시각은 3시 반. 샌듄에서의 인생샷을 꿈꾸는 꾸럭 여사는 시간에 맞춰 일어났지만, 체력이 바닥을 뚫고 나올 지경이던 나는 30분 여를 더 뒤척인 뒤에야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약속한 시각인 4시 반, 리조트 정문 앞으로 나갔더니 머지 않아 지프 한 대가 우리를 태우러 왔다.


("이름은 확인해야 하지 않아?")


졸림 반 기대 반 지프를 타고 한 5분쯤 달렸을까, 갑자기 운전 기사가 전화를 받더니 차를 돌린다. 우리를 잘못 태웠다는 것(...........) 영상에서 보듯 우릴 태울 때 아무 확인을 안 해서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런 불상사가.... 결국 다시 우리를 내려주고 리조트 앞에 있던 다른 사람들을 태우고 가버린 지프차. 한참을 기다려도 우리를 태울 지프차가 나타나지 않아 조바심을 냈지만, 이윽고 다행히도 우리 차가 나타났고, 무사히 차로 30분 정도는 걸리는 화이트 샌듄으로 향할 수 있었다.


(나는 어디 여긴 누구?)


모두 7명이 자그마한 지프차에 7명이나 되는 사람이 타다보니 맨 마지막으로 차에 탄 우리 자리는 지프차 뒤 짐칸 같은 곳이었다. 안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고, 사방이 다 열려 있어서 뭐라도 떨어뜨리거나 우리 자신이 떨어지지 않을까 다소 무섭기도 했다(...)


아슬아슬 주행 끝에 결국 지프 투어의 첫 장소인 화이트 샌듄에 도착하기는 했는데, 내려만 주고 대충 언제까지 돌아오라는 말 외에는 어떻게 올라가라든지 아무 말이 없는 지프 기사님(.......)


(이봐요 형씨 뭘 어쩌라는 거요)


그래서 기존에 꾸럭 여사가 알아온 정보를 총 동원해서 묻고 묻다보니 걸어서 샌듄 꼭대기로 올라가든지, 아니면 1인당 20만 동(!)을 내고 ATV(오프로드용 4륜 오토바이)에 실려 올라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꾸럭 여사는 주저없이 ATV를 선택했다. 베트남 물가를 감안하면 매우 비싼 값이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참 잘한 결정이었다(....) 사막의 푹푹 빠지는 모래를 몇십분 걷는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화이트 샌듄의 꼭대기에 다다른 뿌&꾸.


(아아)


(우리가 사막에 와분 것이여)


난생처음 가본 사막은 참 생경했다. 사실 사막이라고 해봐야 조그마한 사구, 그러니까 모래 언덕배기에 불과했지만, 주변 풍경이 이것저것 다 신기해보였다.


(인생샷을 찍어보자)


구름이 좀 끼어서인지 해가 뜨는 장면을 명징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사막에서 좋았던 다른 한 가지. 바로 썰매!


(아유 이게 진짜 왔다여)


만약 무이네 화이트 샌듄에 간다면 썰매 아주머니 등등이 마구마구 호객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제시 받은 가격은 1인당 5만 동 이었는데, 둘이 합쳐 9만 동에 탔다. 한국 돈으로 따지면 4천 5백 원. 저거 하나 빌려주고 뭔 그렇게 돈을 받냐 싶을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만하다. 참고로 레드 샌듄에서는 이것보다 더한 썰매 호객이 계속되는데, 높이로 보나 뭘로 보나 화이트 샌듄에서 타는 것이 훨씬 낫다고 본다.



("이거 가나? 으우어, 어? 와아아아어어어어")


썰매를 몇 번 정신 없이 타다보니 어느덧 내려갈 시간. 두어번 밖에 타지 못해 아쉬워하는 꾸럭 여사와 함께 다시 ATV를 잡아타고 화이트 샌듄 입구로 내려갔다. 참고로 내려올 때는 누가 누구를 태워줬는지 모르는 상황이라 아무 거나 잡아 타고 내려오면 되더라는(....)


(씐나 씐나)


그러고보니 ATV로 샌듄 정상에서 썰매처럼 타고 내려오는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있었는데, ATV 기사에게 팁을 얼마 주면 가능하다는 정도로만 들었었다. 우리는 왠지 무서워보여서 시도하지 않았다(....)


우리는 시간에 맞춰 내려왔건만, 내려온 사막 아래에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지프차에서 내릴 때 차 번호판도 확인하지 않았던 상황. 지프차 기사님이 어딨나 한참 찾아봤더니 뭔가 도박 비스무리한 거에 빠져 헤어나올 줄 모르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사진이나 찍자)


결국 약속한 시간을 한참 넘겨서야 함께 지프에 탔던 중국인 커플&가족이 내려왔고, 조바심이 나 궁시렁궁시렁 댔던 뿌&꾸는 레드 샌듄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우리가 조바심을 냈던 이유는 조금 뒤에 등장한다(.....)


(잠시 동안의 풍경 감상 타임)


지프를 타고 달린다는 점은 매우 신이 났지만, 날이 밝으니 어째 주변 사물이 더 명확하게 보여서 그런지 지프 추락(....)에 대한 공포감이 스멀스멀 밀려오기는 했다. 떨어지지 않도록 철제 안전바를 꼭 잡고 공포심을 이겨낸지 이십여분. 우리는 겨우 레드 샌듄에 도착했다.


(호갱님들 오셨쎄요)


도착한 우리를 맞이한 건 일군의 썰매 호객꾼들. 바짝 붙어 따라오며 그들의 영업력을 발휘하려 했지만, 이미 화이트 샌듄에서 썰매를 맛본 뒤인 데다 주어진 시간도 겨우 20분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공략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그리고 길 건너에 있는 레드 샌듄으로 출발! 모래에 푹푹 빠져들어가는 사막의 위엄을 몸소 체험하며, 다시금 화이트 샌듄에서 ATV를 탔던 결정이 옳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사막이다 사막)


화이트 샌듄은 왠지 모르게 백사장(....)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규모는 훨씬 작았지만 레드 샌듄은 우리가 생각하던 사막의 이미지에 훨씬 들어맞았다. 우리는 바로 사진 찍기 삼매경 모드에 들어갔고, 꾸럭 여사의 인생 샷 몇 개를 건져낼 수 있었다. 이로써 꾸럭 여사의 인생샷 미션은 온전히 달성!


(사막 정복자 꾸럭 여사)


(그리고 사막 비행 청년)


한참의 사진 찍기가 끝나고 우리는 약속된 시간에 맞춰 레드 샌듄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중국인 가족은 더 일찍 내려와 지프 차 옆에 서 있는데, 커플 두 명이 도통 내려올 생각을 않는 게 아닌가? 앞서도 잠깐 언급했듯 우리는 계속 조바심이 나 있는 상태였는데 말이다(...........) 


모든 것은 무이네 베이 리조트의 조식 시간 때문이었다. 9시 반까지만 운영하는 조식을 먹기 위해서 9시까지는 리조트로 돌아가야했는데, 레드 샌듄에서 내려왔을 때 어느덧 시간이 8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네 마음을 알리 없는 커플은 도통 내려올 생각이 없어보였고, 아쉬운 대로 조식대신 텁텁한 목이라도 적시려 옆에 있는 구멍가게를 찾아 생수 한 통 값 얼마예요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뭐? 11만 5천 동(=5750원)?


(안 사요)


한국 관광지에서가 생수 한 통에 2천 원에만 판다손 쳐도 와, 이건 바가지다 할텐데 베트남에서 물 한 통에 5천 원을 넘게 받고 팔아먹으려 하다니... 옆에 돈 다른 관광객들은 제법 사 먹는 모양이었는데 우리는 어이가 없어서 그냥 목마름을 참기로 했다. 


건조해진 목구멍 덕에 좀 더 화가 솟구친 상태에서 출발을 기다린 우리는 체감상으로 영겁의 시간을 기다려서야 사진을 찍으며 여유있게 내려오는(............) 커플을 목도할 수 있었다.


(꾸착 완료)


해가 떠오른지도 시간이 꽤 지나 돼 미칠 듯이 쏟아지기 시작한 햇살을 벗삼아 도착한 세번째 목적지 피싱 빌리지. 사전 조사를 담당한 꾸럭 여사에 의하면 보케 거리에 나가지 않고 이곳에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댔는데...


(아니 이건 대체 무슨 냄새쥬)


비린내와 썩은 내가 진동을 해 잠시잠깐 계단을 내려갔다 금방 올라와버렸다. 웬만큼 비위가 좋지 않고서야 저기서 뭘 먹을 수 있을까?


그래도 얻은 것도 있었다. 지프 차가 세워진 곳 옆에 가게가 있길래 혹시나 해서 음료수와 물을 집어들고 물어봤더니, 둘이 합쳐 1만 5천 동(........) 이라는 것 아닌가. 그래 이게 정상이지. 아까 바가지를 쓰지 않았다는 승리감에 목까지 축이자 잃어버린 수면 시간을 보상 받는 듯 힘이 벌컥 솟아났다. 으자자자.


지프 투어의 마지막 행선지는 요정의 샘. 사실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꽤 좋았다. 뜨거운 햇살은 나무 그늘이 가려주고, 신발을 벗고 황톳빛 물에서 올라오는 냉기에는 청량감마저 느껴졌다.


(찰박찰박)


근데 여기 별칭이 리틀 그랜드캐년이라는데 왜 그런거지? 싶었는데,


(안녕하세요 그랜드 캐년입니다)


결과적으로 납득을 하기는 조금 힘들었다(...............) 요정의 샘에서 주어진 시간 역시 20분 남짓이어서 충분히 그 위엄을 맛보지 못한 걸 수도 있었을 듯. 


아무튼 조식 데드라인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던 시간 탓에 점점 더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 우리. 


계속해서 중국인 가족&커플을 괜히 눈을 부라리며 바라보는 식으로 눈치를 줬고, 작전(?)이 성공했는지 그들 무리를 모두 이끌고 요정의 샘을 빠져나왔다.


그때 시각은 8시 40분쯤. 아무래도 오늘 조식을 먹기는 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는데, 그 순간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지프차 기사님이 우리만 지프에 태우더니, 다른 일행에게 10분만 기다리라고 말을 던져놓고 우리 먼저 숙소로 데려다주는 게 아닌가. 무이네 베이 리조트가 요정의 샘 근처인 데다 다른 일행 숙소와 반대방향이라 먼저 데려다 주는 것인 듯했다. 괜히 눈치줘서 일찍 요정의 샘에서 나오게 만든 다른 일행에게는 살짝 많이 미안(............)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부리나케 숙소로 달려가 조식 쿠폰을 챙겨온 꾸럭 여사 덕에 넉넉한 시간에 조식 부페에 입성한 뿌&꾸. 들어가자마자 자리를 잡고 주변을 살펴보니 생각보다 메뉴도 적고 식당이 좁은 듯해 살짝 실망하던 참이었는데....


(애걔?)


(힁 속았지)


알고보니 식당은 리조트 건물 내부의 중앙정원까지 이어져 있었고, 애초 봤던 메뉴x2가 이어지는 복도와 중앙정원에 위치해 있었다. 반쎄오와 쌀국수는 물론 소시지부터 빵, 과일, 각종 음료에 이르기까지 메뉴도 각양각색!


(야무지게 묵자)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아침 식사가 끝나고 힘이 난 뿌&꾸. 배도 부르겠다 체력이 충전된 듯한 느낌에 오늘 하루의 계획을 바꿔보기로 했다. 원래의 계획은 아침을 먹고 리조트에서 눈을 좀 붙인 뒤 오후에 수영을 즐기는 것. 하지만 그러기엔 햇볕이 쨍쨍 내려쬐는 날씨가 너무 아까웠다.


전날 미칠 듯한 강풍 속에서 수영을 한 터라 아쉬운 참이었는데, 이 날씨가 바뀌어버리기 전에 얼른 물놀이를 즐기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초큼 늦으셨습니다)


선베드가 남아돌았던 어제와는 달리 수영장은 이른시간부터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몇몇 비어있는 곳으로 돌진하다 자신의 자리임을 과시하는 러시아님들에 괄시도 당하고(....) 우여곡절 끝에 선베드를 맡은 우리는 본격 물놀이를 시작할 수 있었다.


(어린이용 풀에서 수영에 도전해보지만)


(선택은 튜꾸동체)


너무 신이나 전자담배를 목에 건 채 물에 몸을 던지는 해프닝(.........) 등이 있었지만, 따뜻한 날씨 속에 수영도 맘껏 할 수 있었고, 선베드에 누워 따뜻한 남쪽 나라의 햇살을 한껏 즐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상팔자여)


그 다음의 코스는 바로 마사지.


별채처럼 외따로 떨어진 정자에서 마사지를 받았는데, 원래 정가인 50만 동에서 10만 동을 후려치는(.............) 업적을 달성했다. 마사지사 두 분에게 팁 2만 동 씩을 준 걸 합하더라도 1만 1천 원에 호화 마사지를 받은 셈.


(코리안 너님 혹시 도둑놈이세요?)


그러고보면 이날 이때의 시간은 우리 4박 6일 여행에서 유일한 여유 시간이었다. 원래 보케 거리로 나가 점심을 먹을까도 생각을 했지만, 여유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그냥 리조트 안에서 점심도 해결하기로 했다.


꾸럭 여사가 미리 알아봤던 정보에 의하면, 가격은 비싼 데 맛은 별로라던 리조트 내 음식. 레스토랑에 간 우리는 먼저 슬쩍 가격표를 보았는데, 런치 메뉴로 8만 9천 동에 두 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고 쓰여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보니 우리에겐 최고였던 리조트 조식 부페에 관한 관광객들의 평도 썩 괜찮지는 않았었던지라 악평에 대한 걱정을 뒤로 한 채 요리를 시켰는데...


(두 가지 메뉴 나왔습니다 호갱님)


악평은 사실로 밝혀졌다(...........) 다행히 저 것 말고도 스테이크 메뉴 하나를 더 시켜둔 덕에 좀 부족한 듯했지만 점심 식사를 무사히 마칠 수는 있었다.


(거봐 내가 별로일 거랬지?)


원래대로라면 밥을 먹고 나서 잠을 좀 잤어야 했는데, 자는둥 마는둥 조금 자고 나니 몸은 피곤한데 영 더 잠이 오지 않았다. 이 시간을 어찌 때울까 고민하던 나. 그리고 그 고민 끝에 역대급 뻘짓을 시작하게 된다.


(한 켠의 크고 아름다운 욕조를 보라)


전날 리조트에 도착해서 숙소를 봤을 때부터 강렬하게 솟아올랐던 욕망은, 저 욕조를 따뜻한 물로 가득 채워보고 싶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무이네 베이 리조트에는 온수가 계속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보통이라면 그냥 포기하고 말겠지만, 의지의 한국인 배뿌유는 그러지 아니하였고,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야 말았다.


(아니 이것은!)


해결책이란 바로 전기 포트기를 이용해 끓인 물을 욕조에 붓는 것이었다(................) 처음엔 미지근한 물을 좀 받아놓고, 끓인 물을 몇 번 부으면 간단하게 온천 완성!일 줄 알았는데, 고작 1L 남짓이 될까말까한 뜨거운 물 몇 바가지로 욕조를 채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당연히 어불성설 OTL. 결국 몇시간 뒤 미온수(?)에 5분간 몸을 담그는 것으로 거대한 삽질의 여정은 막을 내렸다.


(꾸럭 여사의 밀착 취재.avi)


쉬고 난 이후인데 이상하게 피곤한(.........) 상태로 다시 나선 보케 거리에서 우리 목표는 두 가지였다. 바로 네이버 블로그에서 본 숨겨진 맛집 정복과 언젠가부터 갑자기 작동을 멈춘 심카드 교체.


리조트 안에서야 와이파이가 터지니 문제가 없었지만, 아침나절 지프투어때부터 먹통이 확정된 심카드 덕택에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그 자리에 있다던 맛집은 보이지 않고, 인터넷은 안 되고. 차선책으로 다른 음식점을 찾아보려고 해도, 불 꺼진 곳 반에 파리만 날리는 곳 반이었다. 몇km를 걷고 또 걷다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심 카드라도 먼저 사보려 시도해 보았지만... 


(우린 안 될거야)


저녁 8시가 넘어 개통절차를 밟을 수 없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 게다가...


("고기 질기지?")


우여곡절 끝에 고른 식당 마저도 그저 그랬다(..........). 소고기는 질겼고, 돼지고기 요리인 껌승은 서걱서걱 거려서 무슨 맛인 지 모를 지경... 그나마 야채 볶음인 모닝글로리가 먹을만해서 다행이었지만.


우울한 저녁 식사를 마친 우리는 웬일로 그렇게 잘 잡히던 택시마저 안 잡히는 상황에 당황하다 겨우 숙소에 도착해 기진맥진한 몸을 누일 수 있었다.


그러고보면 참으로 험난한 하루의 마무리였다.

Posted by
여행2017. 1. 30. 00:47

전날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강행군(인천->하이퐁->호치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제 시간에 일어난 뿌&꾸.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6시가 좀 넘은 시각 무사히 호치민 호텔을 빠져나왔다.


(룰루랄라 날씨 맞춰 옷도 가볍게 갈아 입고)


베트남에서 제일 큰 도시라는 호치민 구경을 좀 하면 좋으련만... 6시 반부터 여는 버스 회사 신투어리스트(이하 신카페) 사무실에 가서 7시에는 버스를 타야하는 우리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일정 누가 짰다고? 너님요 너)


그나마 숙소와 사무실이 가까워 금방 제 시간에 도착한 우리. (그러고 보면 우리가 묵었던 호치민 헬로 하우스가 가격도 착하고 위치도 참 좋다. 방도 무지막지하게 좁지는 않았고....) 하지만 꾸럭 여사님이 염원하던 스타벅스(for 기념 머그컵 득템) 방문은 결국 이뤄내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버스 티켓을 예약해서 별다른 등록 절차는 없을 줄 알았는데, 예약을 증명하는 서류를 내고 도장을 받고 해야 버스 티켓으로 비로소 바꿔주었다.


(이른 아침부터 몹시 붐비는 호치민 신카페)


그래도 무사히 티켓 교환에 성공하고 건너편 노점에 파는 2만 동짜리 반미까지 하나 먹으면서 체력 업, 기분 업업!


(꾸럭 여사(29, 반미 러버))


이상하게 7시가 넘어도 온다던 버스는 오지 않았지만, 이미 전날 Jestar의 딜레이로 베트남 타임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던 우리는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사히 그 유명한 신카페 슬리핑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 음 그런데 이거 맨 뒷자리네....?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이제 잡시다)


맨 뒷자리는 엔진소음 때문에 시끄럽다는 평이 있었는데, 나의 경우는 그다지 거슬리지 않았다.(계속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그럴지도) 다만 맨 뒷자리는 다른 자리와 달리 각도 조절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확실하지는 않음). 내가 창가 자리로 내몰린(?) 것은 창가에 등장한 개미에 질겁한 꾸럭 여사 때문이었는데, 나중에 나짱으로 갈 때 탄 다른 회사 버스에서도 개미가 출몰한 것으로 봐서 베트남에서는 딱히 진기한 풍경은 아닌 듯(....) 다만 확실히 신카페 버스 쪽이 낡아보이긴 했다.


버스 와이파이를 이용해 룰루랄라 음악을 들으며 여행을 즐길 생각이었는데, 중간에 와이파이가 됐다 안됐다 했고, 심지어 어제 샀던 모비폰 3G 마저 먹통이 되는 현상이 발생! 그래도 너무 피곤했던 우리는 중간 중간 잘 잤던 것 같다. 국내에도 슬리핑 버스 도입이 시급하다!! 무이네에 도착한 것은 예정보다 다소 빠른 12시 반 쯤.


(호텔 가는 택시 타실래여?)


전날 택시 바가지를 썼던 기억이 나 택시 호객꾼을 뒤로 하고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택시 가운데 하나를 골라탔다. 베트남 가기 전 되도록 녹색 택시를 타라는 글을 보고 갔었는데, 어차피 바가지 씌우려면 녹색이나 아니나 똑같다. 하지만 미터기가 있는지는 꼭 확인하자(.....) 이 얘기는 추후에..


숙소에 입성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들른 곳은 식당 Gia Huy(쟈 후이).


(새우 마시쩌 냠)


오징어 구이, 쌀국수, 새우 요리 등등을 시켜먹었는데, 꾸럭 여사는 매우 만족했다. 개인적으로는 그 이후에 먹었던 모든 것과 비교했을 때 평타 정도?. 가격은 저렴했고, 무이네 대부분의 식당이 맛이 별로거나 바가지를 씌우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나쁘지 않은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이제 숙소를 가려 택시를 잡으려 했는데, 여기서 정말 웃긴 택시 기사 한 명을 만나게 된다. 일단 녹색 택시가 아니었기에 불안감이 있었는데, 트렁크를 실으면서 꾸럭 여사에게 화이트 샌듄을 보면서 리조트로 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은근슬쩍 물어보는 것 아닌가.


("화이트 샌듄 오케이?" "노노노노노")


하도 어이가 없어서 아예 택시를 안 타려다가, 아니라고 리조트로 바로 간다고 손을 내두르는 택시 기사를 뿌리치기도 민망해서 결국 타긴 탔다. 그런데 그 때부터는 화이트 샌듄 택시 투어를 무지하게 호객해댔다


(아예 택시에 이렇게 홍보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우리는 값싸게 지프투어를 할 계획이었기에 관심 없다고 했지만, 계속해서 택시투어가 짱이라고, 지프 투어 사람 많고 별로라고 호객을 하는데... 나중에는 그냥 둘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택시 요금 바가지는 안 씌우더라.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사람이 나쁜 건 아닌데, 호객을 에둘러 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순진한 아저씨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여차저차해서 우리의 숙소인 무이네 베이 리조트에 무사 입성! 


(어서와 리조트는 처음이지?)


(우와 여기 짱이닷)


(방이 짱 넓엉)


(화장실도 넓단다 얘야)


계속해서 감탄에 감탄의 연속이었다. 하긴 뭐 이런 리조트를 평생 와봤어야 말이지... 일단 일반 숙소보다 1만 원 정도는 더 비싼 방갈로형 숙소를 택했던 게 신의 한 수였다. 그래봐야 1박에 8만 원 수준인데... 호화스럽기 그지 없었다. 숙소에 감탄하며 피곤함을 뿌려치고 기력을 회복한 뿌&꾸. 내친김에 원래 방 안에서 좀 쉬려던 계획을 수정해 물놀이까지 해버리자 싶어 수온을 체크하러 떠났다. 그날 무이네에 바람이 몹시 불어 생각만큼 따뜻하지 않았기 때문.


(좀 차갑긴.. 한데 쩜쩜쩜. 괜찮겠지?)


수온이 다소 낮긴 했지만 그냥 에라 모르겠다 수영을 해보자 싶어 숙소에 다시 돌아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떠났다.


(가릴 건 다 가렸는데 왜 난 부끄러운가)


정말이지 오랜만의 수영복 차림에 부끄러움을 느낌과 동시에 아 살을 빼긴 빼야겠구나 운동을 하자는 등의 결심을 하며 수영장에 도착. 그리고 꾸럭 여사와의 물놀이 삼매경에 빠졌다. 당장 물이 차갑긴 했지만 물 안에 들어가 있으면 견딜만한 수준이어서 다행이었다. 얼마전 베트남 다낭에 다녀온 김 모 씨가 이 악물고 수영했다는 말을 들었기에 걱정이 많았는데... 무이네가 다낭보다 더 남쪽이어서 괜찮지 않았나 싶다.


(슬슬 들어가볼까)


(요렇게)


이 날 최고의 반전은 배영까지 마스터 했다던 꾸럭 여사가 사실은 맥주병이었다는 것. 출국 전부터 왜 이렇게 튜브를 살까말까 고민을 하나 했더니.... 결국 리조트에서 어린이용 튜브를 사야만 했다. 가격은 8천 원 정도였는데.. 아마 밖에서 구매했으면 더 싸게 살 수 있었을 듯.


("선생님 튜브가 너무 작아요" "아니야 네가 큰 거란다")


잠깐의 수영에 지쳐버린 뿌&꾸. 잠시 수영장 주변의 선베드에서 모히또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마침 4시부터 6시까지는 해피타임이라 모히토가 1+1. 3000원에 망고 모히또 두 잔을 마실 수 있었다. 그런데...


(아.. 왜 저기다 놨을까....)


위에 보이듯 고리에 껴놓은 튜브가 바람에 휘날리다 모히또 잔을 강타하는 바람에 얼마 먹지도 않은 모히토 잔이 떨어져 박살이 났고(....) 다행히 근처에 있던 꾸럭 여사가 다치진 않았지만.. 1+1은 무슨 그냥 1을 먹은 꼴이 돼 버렸다. 이 시점의 교훈 : 바람 불 때 밖에서 모히또 먹지 맙시다(.....)


결국 물놀이에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에 들어갔는데, 여기서 발견한 충격적인 무이네 베이 리조트의 단점. 따뜻한 물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끊긴다.(...........) 처음에는 아예 따뜻한 물이 안 나와서 리셉션에 고쳐달라고 해서 고쳤는데, 그 이후 뜨신 물이 나오긴 나오는데 5분 이상 지속되기가 힘든 정도였다(.........) 차갑지 않은 정도의 미지근한 물만 계속 나오는 상황. 리셉션에 물어보니 우리가 따뜻한 물을 너무 오래 써서 그런 거라고(응?) 생각해보면 사시사철 따뜻한 동네이다보니 왜 굳이 뜨끈뜨끈한 물을 계속 뿜어낼 필요가 없어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다른 베트남 숙소에서는 이런 적이 없었던 지라 그것만으로는 뭔가 설명이 안 되는 듯한 느낌(....)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샤워를 마친 우리. 그런데 거의 제대로 쉴 틈도 없이 Bờ Kè(보케)거리로 나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왜냐하면 언제나 그랬듯 꾸럭 여사가 배고프니까(........)


이번에 선택한 곳은 The Food Court Đông Vui(동 부이). 무게 속이고, 가격 속이는 일이 빈번하다 못해 일상인 보케 거리에서 그나마 믿을만한 곳이라 해서 갔는데..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새우느님도)


(가리비느님도)


(랍스터느님은 물론!!!)


(완전 맛있어 내 스타일이야)


진짜 너무너무 맛있어서 닥치는대로 와구와구 먹었던 것 같다. 깔끔한 인테리어치고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랍스터는 어딜 가도 비슷한 1kg에 70만 동이었는데, 처음 주문하고 잠시 뒤 점원이 오더니 미안한데 1kg짜리 랍스터가 다 나가고 600g짜리밖에 없다면서 40만 동에 해도 괜찮겠느냐고 묻는 게 아닌가! 아닌 말로 랍스터에 랍자도 모르는 우리같은 관광객이 그냥 주면 아 이게 1kg인가보다 하고 먹을텐데.... 무이네에서 보기 드문 솔직함과 친절에 감동 또 감동. 혹 무이네를 갈 사람이 있다면 정말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십수개의 레스토랑이 모여 있어 해산물 포함 웬만한 음식은 다 파는 듯.


(위치는 바로 여기)


문제는 맛있는 저녁을 먹은 그 다음부터였다. 저녁을 먹고 다음 일정인 나짱 가는 버스와 지프 투어를 예약하기로 했던 뿌&꾸. 동 부이에서 무이네 신카페가 멀지 않아서 배도 꺼뜨릴겸 느적느적 걸어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도착한 사무실에서 우리가 원래 타려던 아침 7시 버스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망)


그래서 결국 다른 버스 회사를 알아보러 가려니 위치가 애매해 택시를 타고 가려는데.. 택시를 잡고 보니 아까 화이트 샌듄 구경시켜주겠다고 호객하던 그 택시 기사인게 아닌가.


(헤이 코리안. 우린 다시 만나게 될거야)


이쯤되면 진짜 운명인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그 택시를 타고 탐한 버스 있는 데로 데려다 달랬더니, 알고보니 그가 우리를 내려준 것은 한카페(....) 크게 다를 것은 없었겠지만 아무튼 우리는 참 두 번 연속 곤란함을 겪게 됐더랬다. 거기에 지치고 당황한 나머지 버스값을 깎을 생각도 못하고 인당 40만 동을 내고 나짱가는 슬리핑 버스 티켓을 끊은 것도 안 자랑(....).


신카페에서 없었던 7시 버스는 한 카페에도 없어서 오후 1시 버스를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나짱에서 가려고 했던 빈펄랜드 워터파크는 저 멀리 멀리.... 그래도 바로 옆에 있던 여행사에서 지프 투어는 인당 12만 동이라는 착한 가격에 예약할 수 있었다.


(새벽 3시 기상 괜찮겠어 뿌유?)


우리는 선라이즈 투어와 선셋 투어를 놓고 한참 고민을 했었는데, 몸은 정말정말 피곤했지만, 그래도 내일 일정을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 선셋 투어의 더위를 피하기 위해 과감하게 선라이즈 투어를 신청했다.


동 부이의 아름다운 맛을 금세 잊을 만큼 험난한 저녁 일정을 마치고 귀가한 우리는 또 몇 시간 자지 못할 잠을 조금이라도 더 자기 위해 얼른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었다. 진짜 며칠째 제대로 못 자는 거지......


(얼른 자자 후딱 자자)


Posted by
여행2017. 1. 29. 21:10

마침내 여행을 떠나기 전날. 하지만, 자고 일어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가 타야하는 비행기는 오전 7시 출발. 그말인 즉슨 넉넉하게 5시쯤엔 인천공항에 가 있어야 한다는 거고, 그러려면 3시 반쯤 출발하는 서울역발 인천공항행 버스를 타야한다는 거고, 그러려면 2시에는 일어나야 한다는 거고.... 뭐? 2시?


(이게 모닝콜이면 브런치가 디너여)


하지만, 퇴근하고 급하게 짐을 싸봤더니 이미 밤 11시. 유달리 그주 일정이 빡셌던지라 이미 잠이 부족한 상태였는데 이 여행 괜찮을까?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리고 이 우려는 후에 현실이 됐다.


어쨌든 잠 안 자고 일어나는 것만은 자신 있는 의무소방 출신 겸 하리꼬미 완주자로서 무사히 일어나 눈밭을 헤치고 서울역을 거쳐 마침내 인천공항을 도착한 시각은 새벽 4시 반. 꾸럭 여사 역시 졸린 듯한 표정으로 잠시 뒤 도착했다.


(새벽 4시 인천공항에서 보는 달은 참 이쁘단다)


(눈꺼풀이 계속 내려온다...........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은 베트남 하이퐁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5시간 동안 꿀잠을 잘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는데. 이 희망은 곧 무참히 깨졌다.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뒷자리에서 뭔가 꿈틀꿈틀대는 그림자. 4살짜리 왕성한 체력의 꼬맹이가 내 등받이 뒤에서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아 이번 여행은 잠과 인연이 없는 여행이 되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역시 그러했다. 비행기가 이륙해서 몇 시간여 동안 쉬지 않고 내 등받이를 고양이 꾹꾹이마냥 눌러대는 4세 소년. 이따금씩은 비행기 좌석에 달려있는 배식판(?)을 쿵쿵 내려찍어 나를 소스라치게 했다. 이건 뭐 꼬맹이한테 뭐라 할 수도 없고.. 뭐라 한다고 해도 듣지도 않고... 결국 녀석의 왕성함에 다크서클이 점점 흘러내리던 뿌&꾸는 최악에 가까웠던 비엣젯 기내식을 제대로 혹평할 기력도 없이 그가 지쳐 잠들자마자 그를 눈치채지도 못한 채 함께 잠들어버렸다.


(피땀눈무울 내 새까만 서크을)


반 쯤 넋이 나간 상태에서 도착한 하이퐁 공항. 우리의 숙면을 방해한 꼬마 악마(?)에게 눈을 한 번 흘겨주고, 마침내 베트남에 한 발을 내딛었다. 그런데 기분 탓인가, 왠지 공항이 너무 허한데?


(뭔가 있을 게 없는 듯한 기분이야)


애시당초의 계획은 이러했다. 우리가 하이퐁에 체류하는 시간은 7~8시간 남짓. 그 시간에 하이퐁 시내로 나가 맛있는 밥을 먹고 커피 한 잔 하고 구경할 거리를 좀 보다가 오는 것. 하지만 역시나 문제는 각각 10kg가 넘어가는 각자의 캐리어였다. 그래서 캐리어를 맡기고, 현지 심카드를 사서 장착한 다음 한국에서 바꿔온 미국 달러(USD, 이하 달러)를 베트남 돈(VND, 이하 동)으로 환전해 택시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 하이퐁 캇바이 공항에는 환전소도 코인락커도 심카드를 판매하는 통신사 부스도 없었다. 심지어 공항 직원에게 이를 물어보려 해도 영어조차 잘 통하지 않았다. 겨우 알아낸 것은 ATM이 공항 밖에 있다는 것 정도.


(있으면 뭣하나 쓰지를 못 허는데)


하지만 무슨 문제에서였는지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심카드를 못 사 인터넷도 안 되는 와중에 이것저것 씨름하다 공항 왼쪽편에 있는 잡화점에서 100달러를 200만 동으로 바꾼 다음 캐리어를 질질 끌고 하이퐁 시내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참고로 2017년 1월 21일 기준 100달러는 220만 동 정도와 바꿀 수 있었고, 우리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독점기업(....)에서 그리밖에는 못바꿔주겠다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베트남 택시 기사에게 DOWNTOWN이라는 말을 설명하는 데 계속 실패하는 와중에 써먹었던 사진 한 장.


(귀인의_도움.jpg)


인천공항에서 대기하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베트남 분을 한 명 만났었다. 그 분을 통해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됐는데. 1. 베트남은 지금 설날 연휴 기간이라는 것 2. 하이퐁에는 그다지 볼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하이퐁 맛집을 하나 추천 받았는데, 하이퐁 공항에 가서 심카드를 살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대충 이름만 알아두려는 나에게 한사코 사진을 찍어두라고 했던 귀인. 결국 이 사진을 택시기사에게 보여주고서야 택시를 탈 수 있었으니 그 귀인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어쨌을 뻔 했나! 감사합니다 귀인님 ㅜㅜ


결국 마침내 도착한 하이퐁 시내. 택시비로 15만 동이라는 바가지(하이퐁 캇바이 공항에서 시내까지 택시비는 정상적이라면 10만 동이 넘을 수가 없다. 이후 몇 번의 왕복에서 우리가 낸 최고 비용은 10만 5천 동 정도. 절대 처음 택시를 탈 때 얼마를 내야하냐 묻지 말고 나중에 미터기 나온 것 보고 내시길)를 쓴 줄도 모르고 즐겁게 도착한 우리의 첫 목적지는 Bánh Đa Cua Bể Bà Cụ(반 다 꾸어 베 바 꾸)라는 이름의 게국수 전문점이었다.


음식점에서도 역시나 말은 전혀 통하지 않았고, 다행히 옆자리에 앉은 베트남 귀인 시즌 2를 통해 겨우겨우 게국수를 주문한 우리. 그리고 너무나 지친 나머지 별 기대 없이 먹었던 게국수는..........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진심으로 핵꿀맛이었다!!!! 오오오 이것이 베트남의 국수구나 싶을 정도. 국수 두 그릇에 앞에 놓인 꿀맛 빵까지 필요이상으로 집어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낸 돈은 9천 원 정도(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것도 베트남 물가 치고는 비싼 것이었다.) 순식간에 게국수를 클리어 했지만 이곳의 명물 게튀김을 몰라 먹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 이것이 다 인터넷이 안 돼서였다ㅜㅜ 눙무리.... 엇. 그러고보니 지금와서 드는 생각인데 저 가게에서는 와이파이 되지 않았을까..?!


+ 정말 맛있었지만 베트남의 모든 음식이 그러하듯 게국수에도 고수가 들어간다. 이를 원치 않은 사람이 있다면 아래의 짤방을 꼭 보여주시라


(카피라잇 불명. 여행 동안 정말 잘 썼는데 혹시 누가 만든지 알려주시면 추가하겠습니다ㅜ)


아무튼 후다닥 국수를 먹고 당장 필요한 심카드를 위해 길을 떠났는데 쉽게 발견되지 않는 심카드 취급점. 가뜩이나 탁한 오토바이 매연과 횡단보도도 없이 어찌 건널 줄 모르는 길 덕에 멘붕에 빠져 있던 우리는 더더욱 멘붕의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심카드 파는 곳은 없고 온통 오토바이 뿐이유ㅠㅠㅠ)


결국 급한대로 겨우 판매점을 찾은 뿌&꾸. 원래 잘 터진다고 해서 우선적으로 고려했던 vinaphone 대신 급한대로 mobifone이라는 브랜드의 심카드를 둘이 합쳐 20만 동에 샀다. 20동이 1원이니 1인당 5000원에 산 셈!이지만.....


(애증의 모비폰)


요놈의 녀석은 결국 우리에게 큰 짐이 되고 말았으니.. 그것은 투 비 컨티뉴드.. 아무튼 심카드 까지 해결한 우리는 무거운 캐리어를 질질 끌고  베트남의 명물 커피집으로 향했다. 그것은 바로...


(이곳이 바로!)


(하이랜드 커피!)


베트남의 명물 하이랜드 커피(Highlands Coffee)! 카페에 도착해서 겨우 한숨을 돌리고, 맛 좋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의 여유도 즐긴 우리. 감사하게도 하이랜드 커피 종업원이 우리 짐을 잠깐 맡아주기로까지해서 남은 하이퐁 여정을 편안히 즐길 수 있게 됐다.


잠시의 여유를 즐긴 이후 근처 금은방에서 환전까지 완료한 뿌&꾸. 베트남은 은행 뿐 아니라 금은방에서도 환전을 잘 해주더라. 우리의 경우 주말 도착이라 은행에서 환전을 할 수 없었기에 유일한 선택지였다. 그런데도 거의 쌩 날강도에 가까웠던 하이퐁 공항 잡화점과 달리 100달러->226만 동으로 환전할 수 있었다. 총 환전한 돈은 앞서 환전한 돈을 합쳐 400달러 정도. 여행 끝까지 모자라지 않게 썼다.(다만 1달러 권의 경우 2만 동으로 교환. 고액권이 귀해서 환전이 더 잘 된다고 한다)


겨우겨우 여행의 필수요소(?)를 모두 갖춘 우리. 그런데 계속해서 내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출국하기 전 미처 자르지 못하고 온 머리였다. 아까 심카드를 사러 헤매다 슬쩍 봐두었던 거리의 미용실에 가려는 나를 꾸럭 여사가 다소 말렸지만, 모험심으로 가득한 나는 비엣남 헤어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 (왠지 토니 앤 가이에 좀 끌렸던 것 같다. 대통령님 헤어스타일 생각도 나고 먼산)


(이 너저분한 머리 좀 잘 잘라주세요 형님)


베트남의 미용기술은 놀라웠다. 일단 샴푸부터 매우 정성스러웠달까... 내가 머리를 자르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손님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 것이, 알고보니 이 근처의 유명한 가게였나보다. 머리를 자르는 동안 꾸벅꾸벅 졸며 부족한 잠도 좀 보충하니..드라이기로 정성껏 고데기까지 해주신 형님 덕분에 헤어스타일 완벽 재탄생!


(그리고 배쉬퍼피는 전설이 되었다)


머리도 잘랐겠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뿌&꾸. 다음 행선지는 꾸럭 여사가 사랑해 마지 않는 마트! COOP이었다.


(저는 마트를 사랑합니다. 먹을 게 많기 때문이죠)


(먹을 것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하이퐁의 중심지 공원. 미친듯이 많은 오토바이 덕에 목에 연기가 끼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긴 했지만, 선선한 날씨에 뛰노는 아이들을 구경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 프랑스 식민지 시절 지어졌을 오페라 극장은 인상적인 호치민 초상화를 제외하고도 참 볼만했다.


(꽃밭과의 어색한 콜라보)


(그리고 오페라 극장)


또 공원에서 왜인지 이승기를 닮은 베트남 청년을 만나 한국어로 한참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20살 대학생이라는 그는 나중에 한국으로 유학을 오고 싶다고 했다. 영어는 정말이지 지독하게도 통하지 않았던 베트남인데.. 한류가 참 대단하긴 대단하다 싶었다.


한참 공원을 산책하다보니 금방 배가 고파졌다는 꾸럭 여사. ("밥 먹은지 3~4시간 밖에 안 됐는데?" "^^....배고파") 결국 우리는 다시 맛집 검색에 열을 올렸고, 정말 몇 안 되는 하이퐁 관련 블로그글을 열심히 찾은 결과 공원에서 머지 않은 맛집을 찾을 수 있었다.


(나름 고급 음식점이라능)


그렇게 입장한 음식점은 Quán Ăn Ngon 3 Miền(꽌 안 응온 바 미옌). 굉장히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음식점이었는데 무작정 시킨 반쎄오, 분짜 등 세트와 볶음밥도 굉장히 맛있었고, 양이 너무 많아 다 먹지 못할 정도였다........


(음식도 맛있고)


(맥주도 맛있고)


맥주를 포함해서 우리가 낸 돈은 1만 원 언저리. 고 고급 음식점 맞냐능....


+ 비엣젯에서 인천<->하이퐁행 티켓이 저렴하게 나오는 상황에서 하이퐁을 들르는 선택을 하는 분들이 꽤 있을 거 같은데, 앞서 게국수집 반 다이 꾸어 바꾸와 꽌 안 응온 바 미옌은 꼭 한 번 가볼만 한 듯.

반 다 꾸어 베 바꾸는 여기




꽌 안 응온 바 미옌은 여기에 있다.



배가 부를 대로 부른 뿌&꾸는 감사하게도 짐을 맡겨둔 하이랜드 커피로 다시 출발. 너무 많이 걸어 다리가 아픈 꾸럭 여사를 설득해 부른 배를 꺼트리려 걸어가기로 했다. 덕분에 지나가는 길에 놀이공원(?)도 구경할 수 있었다.


(여기를 못 가본 게 아쉽. 놀이공원 마니아 길 모 씨랑 가야하나?)


금방 도착한 하이랜드 커피에서 짐을 찾고 다시 하이퐁 공항으로 출발! 아무 택시나 잡아타고 하이퐁 공항에 도착했는데, 공항으로 들어가는 입장료(?) 1만 동까지 포함해 9만 동이 나온 택시 요금을 보고 우리는 그제서야 처음 택시를 탔을 때 2배의 바가지를 썼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침울. 사실 그래봐야 한국 돈으로 따지면 몇 천 원 정도인데, 베트남 동 단위가 크다보니 작게 바가지를 써도 크게 느껴진다.


원래 8시 40분 출발 비행기라 두 시간은 일찍 도착한 하이퐁 공항. 그런데 이놈의 보딩 시간은 왜 이렇게 기약이 없지...?


(비행기가 안 와요)


결국 거의 10시가 다 돼서야 호치민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Jetstar 타시는 분들은 꼭 조심하세요...


(우리는 뭐다? 만신창이다)


간신히 호치민에 도착해 하이퐁과는 또다른 무더위를 후끈 느끼며 정신 없이 호텔을 찾아 간 우리. 호텔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내일 아침 바로 무이네로 향하는 버스를 타야했기에 최소 새벽 5시반 (....)에는 도착해야 했기에 대충 씻자마자 너나할 것 없이 뻗어버렸다.


(도착)


(그리고 꾸절)


누가 일정을 대체 이렇게 짠 거지?! ......음 그래 나네. 내가 문제였어..........

Posted by
여행2017. 1. 29. 17:52

여행을 가기는 가야겠고. 어디로 갈지를 한참 고민하던 뿌&꾸 커플. 주말을 붙여봐야 겨우 4박 5일이 나오는 상황에서 멀리 여행을 가기는 어렵고. 결국 아시아권 내에서 쇼부를 봐야하는데... 먼저 일본은 지진이 두려운 꾸럭 여사에게 KILL. 중국도 중국 유학파 꾸럭 여사의 한 마디("다시 중국을 돈 내고 가는 일은 없을 거야")에 KILL. 결국 남은 것은 동남아 정도인데.. 이곳저곳을 알아보다 떠오른 여행지는 바로 베트남이었다.


(ⓒ VietJet Air)


문제는 베트남에 가서 무엇을 할지 도통 정할 수가 없었다는 것. 베트남이 남북으로 기다란 나라이다보니 북쪽(하노이)로 가든 남쪽(호치민)으로 가든 하나를 정해야 했는데, 하노이의 호안끼엠 호수에도, 하이퐁 인근 하롱베이의 기암괴석에도, 호치민의 데탐거리에도 그닥 관심이 안 간다는 게 문제였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선택한 것은 하이퐁. 왜냐하면........ 그냥 제일 쌌으니까(..........)




(호치민이나 하노이 가는 가격의 반 값이었다)


행선지는 결정하였으되 도저히 무엇을 할 지 알 수 없었던 우리. 결국 베트남 및 동남아 전문가 우 모 씨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저기.. 베트남은 어디로 가야 좋을까요?


(무이네! 무이네로 가랏!!)


그리고 그의 강력한 추천에 마침내 무이네를 포함한 베트남 남부를 여행하기로 결정했..는데. 우리가 들어가는 건 베트남 북부 하이퐁인데 어쩌지?.

(어쩌긴 매우 뺑이를 치는 거지)


그렇게 별 선택의 여지 없이 하이퐁->호치민->무이네->나짱->하이퐁을 4박 6일만에 오가는 여행(이라 쓰고 극기훈련이라 읽는) 계획이 세워졌다. 이제 남은 건 세부적인 일정을 짜서 출발하는 것 뿐!


Posted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