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9. 9. 30. 00:35

앞선 글에서 각 나라의 환율에 대한 얘기를 빼먹었다 (....)

 

1케냐실링은 대충 한국돈으로 11원쯤 된다. 1000kes(케냐실링)이 한국돈 11000원쯤 되는 셈.

 

여행을 할 때는 대충 케냐실링에 10을 곱해서 어림잡아 계산했던 것 같다.

 

환전은 한국에서 바꿔간 달러를 나이로비 시내에 있는 환전소에서 케냐실링으로 바꾸는 식으로 했는데

 

혹시 빅타임사파리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직원이 환전소 위치를 친절히 알려줄 것이다.

 

탄자니아실링 실물. 누가 사파리국 아니랄까봐..

반면 1탄자니아실링은 0.5원쯤 된다. 1000tshs(탄자니아실링)이 한국돈 500원인 셈.

 

대충 나누기 2를 해서 생각하면 맞다.

 

고로 케냐에서 탄자니아로 옮겨가면 생각하는 단위가 완전히 바뀌어버리기 때문에 모시에서는 좀 헷갈리기도 했었던 것 같다.

 

환전은 모시 위 트래블 게스트하우스 근처의 은행에서 했는데

 

100달러권, 50달러권을 바꿀 때랑 그 이하 권종을 바꿀 때는 아예 환율이 다르게 적용된다(....)

 

100달러를 23500실링으로 바꿔주는데, 10달러 10장은 21000실링으로 바꿔주는 식. 돈 갖고 장난하냐 너네

 

되도록이면 달러를 고액권 위주로 가져가서 환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이로비에서 첫밤을 보낸 우리 부부는 마사이마라행 준비를 위해 후다닥 짐부터 쌌다.

 

타고 가는 차가 캐리어를 싣고 가기에는 용량이 부족하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

 

그래서 캐리어 두 개는 한인민박에 맡겨두고, 배낭에 필요한 옷과 짐만 챙겨 사파리로 가기로 했다.

 

(미리 Mufasa tour의 Joseph에게 물어봤을 때 캐리어도 충분히 실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듣긴 했지만.. 왠지 미덥지 않았다)

 

이주열 게스트하우스의 터줏대감. 유혹하는 눈빛에 넘어간 집사(후보생)

일어나자마자 후딱 아침부터 먹었다. 게스트하우스의 아침은 베이컨과 빵이 나오는 서양식. 괜찮았다.

 

솔직히 웬만한 호텔 조식보다 나았던 거 같다.

 

하지만 충분히 음미할 시간은 없었다. 집 앞으로 픽업을 오긴 하지만 출발 시간은 아침 8시.

 

짧은 식사와 짧은 집사 역할(....)을 끝내고 바로 봉고차에 올라탔다.

 

얼핏 보이는 여행메이트 아흐메드 형제와 가이드 폴. 케냐 국기 모양 손잡이가 인상적

운이 좋았다.

 

한 차에 최대 6~7명이 탈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 차에는 우리 부부를 포함해 모두 4명 뿐이었다.

 

뭄바사에 서 온 아랍계 케냐인 아흐메드 형제가 바로 우리 동행. 케냐 사람 동행이니 사기는 안 맞겠다 싶었다.

 

형은 중동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동생이 나이로비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어 시간을 맞춰 같이 여행가는 거라고 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빈약한 영어실력으로 인해 그러지 못한 게 다소 아쉽다.

 

하지만, 적절히 서로를 배려하고 신경쓰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좋은 동행자들이었다.

 

 

 

한 한 시간 좀 넘게 달렸을까.

 

복잡한 나이로비 시내를 지나 처음으로 멈춰 쉬는 곳은 이른바 대지구대(The Great Rift Valley)의 뷰포인트였다.

 

북쪽으로는 서아시아의 요르단부터 남쪽으로는 아프리카 대륙의 모잠비크까지 이어지는 일종의 협곡이다.

 

이 협곡은 판구조론과 대륙이동설의 산 증거인데 (....) 수백~수천만 년 지나면 동아프리카 일부가

 

현재의 아프리카 대륙에서 떨어져나갈 것을 보여주는 예시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보기에는

판구조론의 생생 현장에서 부부샷.jpg

그냥 길따란 분지다 (.......)

 

앞이 탁 트여서 보기는 좋은데.. 그게 다라는 게 함정.

 

바로 옆에 화장실을 겸한 기념품 상점도 있는데 호갱님 어서오세요 별다르게 끌리는 건 없었다.

 

다시 마사이 마라로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본격적인 아프리칸 마사지의 세계가 열린다.

 

 

 

가이드인 폴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아프리칸 마사지가 시작된다"고 했을 땐 에이 뭐 그렇게 까지야 싶었는데..

 

진짜 장난이 아니었다.

 

비포장도로에 들어선 후 4시간여(?) 동안 내내 격렬한 마사지가 계속됐다.

 

너무 흔들리니까 멀미도 안 나더라는 슬픈 진실..

 

전날인지 전전날인지 비가 와서 도로 상태가 정말이지 엉망진창이었는데

 

우리의 가이드 폴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핸들을 자기 수족마냥 다루며 능숙하게 난관을 헤쳐나갔다.

 

심지어 롯지로 가는 중에 퍼져버린(...) 다른 차 승객들을 태워주는 여유까지.

 

우여곡절 끝에 숙소인 롯지에 도착한 건 오후 2시가 넘어서였다.

 

숙소는 거 참 번듯하게 잘 지어놨구만
이리로 가면 됩니까. 거 일단 배부터 좀 채웁시다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마사이족을 보고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 것도 잠시.

 

일단 방에 짐을 풀고 밥부터 먹었다. 식당은 그럴듯한 식당건물에서 뷔페식으로 먹게 돼 있는데.. 의외로 그저 그랬다.

 

그때까지만 해도 늦게 먹는 점심이라 제대로 준비가 안 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잠깐 수영장도 둘러보고.. 근데 저 기름때 같은 건 뭐지?

잠보 마라 사파리 롯지의 편의시설은 굉장히 양호했다. 탁구대부터 당구대까지 로비 건물에는 나름 놀 거리도 많았고

 

미리 알아보고 온대로 수영장도 딸려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수영을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유물이

 

수영장 위에 항상 떠있었기 때문. 서양애들은 별로 신경도 안 쓰고 수영 잘만 하더라

 

 

 

잠깐의 휴식 시간을 뒤로 하고 우리는 바로 대망의 첫 게임드라이브에 나섰다.

 

사파리 둘째날 하루종일 게임드라이브를 했던지라

 

동물도 실컷 보고 초원도 실컷 보고 볼거리는 훨씬 더 많았었던 거 같은데,

 

희한하게 우리 부부에겐 첫 게임드라이브가 더 좋고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후에 지겹게 보았던 얼룩말과 누우떼도 경이로웠고

 

드넓은 평원을 걷는 코끼리 가족과 기린, 치타의 모습도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감탄으로 다가왔다.

 

전날 기린 센터에서 실감했던 동아프리카 여행의 설렘을 처음 제대로 목도했달까.

 

해가 지면서 이제 돌아가야할 시간이 되고 보니

 

두 시간 정도의 첫 게임드라이브가 스치듯 지나가버렸다.

 

애초에 우리 부부가 아프리카 대륙으로 날아온 건 바로 이런 풍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롯지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버팔로와 코끼리. 코끼리 상아가 유독 짧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여행이 끝난 후 두 달 가까이가 지난 후이다 보니

 

게임드라이브가 끝난 후 롯지로 돌아와서

 

밥은 제대로 먹었는지, 언제쯤 잠들었는지 정확히는 잘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마사이마라 초원과 그곳에 사는 동물들은 기억 어느 한 구석에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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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9. 26. 23:49

시작부터 시간이 촉박했다.

 

목요일부터 휴가가 시작이지만 비행기 시간이 새벽 1시라 수요일 칼퇴와 함께 곧장 집으로 향했다.

 

지난 주말 대충 챙겨둔 짐을 제대로 체크할 시간도 없이 바로 인천공항으로 출발.

 

가방도 바지도 마음만은 이미 아프리카

 공항버스를 타고 출발 2시간 반 전쯤 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간 여유가 있었다.

 

대부분의 면세점이 문을 닫은 상태였기 때문에 뭘 할래야 할 수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

 

 

 

몇년 전 아프리카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대유행했을 때

 

대한항공의 인천-나이로비 편을 비롯해

 

한국과 아프리카를 잇는 직항편 한국 국적기는 모두 소멸했다. 바이러스가 창궐했던 건 서아프리칸데 왜 동아프리카 항공편이

 

따라서 동아프리카로 떠나는 한국 여행자들에게 선택지는 보통 크게 3가지.

 

동남아에서 경유하거나, 중동에서 경유하거나, 에티오피아 직항편을 타거나다.

 

우리의 선택지는 에티오피아 직항편이었다.

 

 

 

에티오피아 항공은 아프리카 대표 국적기 답게 기내식도 나쁘지 않고 서비스도 괜찮았다.

 

심지어 인천-에티오피아 구간을 왕복시켜준 건 인수된지 얼마 안 돼 보이는 최신식 보잉 787 드림라이너였다.

 

하지만, 막상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걱정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찍지말라는데 뭐가 좋다고 찍고 있다

걱정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올해(2019년) 초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와 케냐 나이로비 간을 운항하던

 

보잉 737max 기종이 추락하는 대형 사고가 있었다는 것.

 

하지만 비행기가 문제지 항공사가 문제일까 싶어서 고민 끝에 예약을 했고, 결과적으로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었다.

 

물론 에티오피아 항공에 문제가 아예 없었느냐고 묻는다면 절대 그건 아니지만....... (또르르 자세한 얘기는 후술)

 

 

두번째는 아디스아바바에서의 환승 시간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짧다는 거였다.

 

스케줄 상 아디스아바바 볼레 국제공항 도착은 현지시각으로 오전 7시 45분.

 

나이로비 조모 케냐타 국제공항으로 출발하는 시간은 8시 15분이었다. 아니 이게 가능합니까 선생님

 

심지어 원래 예약할 때는 출발이 8시 반쯤이었는데, 스케줄 변경이 돼 더 당겨져버린 것. 이때 메일 확인의 중요성을 알아야 했다

 

에티오피아 항공 한국 사무실에 문의를 해봐도 "많은 승객들이 그렇게 환승을 한다"며 문제가 없다는 태도였고,

 

최악의 경우 다음 비행기는 태워주겠지(.....) 싶어서 환승에 성공할 때까지 반신반의했더랬다.

 

혹시나 환승편 놓칠까 부랴부랴 비행기에 내려 버스로 달렸다

막상 가보니 별 문제는 없었다.

 

이동경로마저 무척 짧아 쫄깃(?) 환승에 최적화돼 있는 듯한 모습.

 

버스에 내려 직원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 조금 걸어 올라갔더니

 

바로 다음 비행기를 타는 게이트 쪽으로 갈 수 있었다.

 

숨쉴 틈도 없이 비행기를 갈아타고 케냐로 출발. 2시간을 더 날아서야 우리는 비로소

 

아프리카 대륙에 제대로된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공항 밖으로 나가 가장 먼저한 건 물론 심카드 구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인 십 년 전에는 어떻게 여행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심카드 없이는 아무것도 할수 없게 돼 버렸다.

 

우리 부부가 선택한 건 사파리콤. 비교적 마사이마라에서도 잘 터진다는 평을 듣고서 한 선택이었다.

 

실제 사파리 중 마라강 유역으로 깊게 들어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통신 사용에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나름 인지도가 제일 높은 통신사인지, 사파리콤에만 줄이 제법 서 있어서

 

대략 10여분 정도는 대기를 해야했다.

 

뭔가 아래 심카드 쓰는 방법이 잔뜩 써 있지만.. 그냥 직원이 알아서 다 해준다

5GB짜리 두 개를 구매했고, 가격은 개통비(?) 1달러를 포함한 듯 11달러씩이었다.

 

공항 출구로 나가자마자 통신사 매장들이 주르륵 늘어서 있으니 찾기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슬쩍 보이는 마계 입구

나이로비에서 1년을 넘게 살다온 지인이 말해준 게 있었다.

 

공항 나가자마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실제로 관광객들을 호객하겠다는 일념으로 무장한 삐끼들이 공항 앞에 줄줄이 서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후에 모시와 잔지바르를 겪으며 각양각색의 삐끼들을 만나며 다소 익숙해져버렸지만,

 

당시는 처음이라 대책 없이 갔으면 어찌할 바를 몰랐겠다 싶다.

 

다행히 우리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 숙박을 하게될 이주열 게스트하우스에 추가금(아마 30달러)을 내고 픽업 서비스를 신청해놨던 터라

 

안전히 숙소로 향할 수 있었다.

 

흔한 나이로비의 거리 풍경. 케냐의 축구 인기는 상당했다

공항에서 이주열 게스트하우스까지는 넉넉잡아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후에 제대로 알게 됐지만 게스트하우스는 굉장한 부촌에 자리잡고 있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따로 경비가 있고,

 

우버 기사들이 올 때마다 보고 놀라워하는 정도.

 

다소 피곤해 보이는 브이. 우리는 3층에 방을 배정 받았다.

고오급 주택의 향취를 충분히 느낄 시간도, 긴 이동 시간으로 인한 여독을 풀 시간도 없이

 

우리는 허겁지겁 여정을 풀고 나이로비 시내로 나갔다.

 

환전도 해야했고, 사파리에서 돌아온 후 나이로비에서 탄자니아 모시로 가는 버스 티켓도 구매해야했기 때문.

 

이동 수단은 역시 우버였다. 케냐에서는 정말이지 우버가 짱이다.

 

가장 퀄리티가 좋은(?) 우버X를 타도 웬만큼 가까운 거리는 3000원~5000원 사이로 갈 수 있었고,

 

우리의 여정이 인터넷에 기록이 남는다는 점도 안전하게 느껴졌다.

 

다만 우버에서 내리면..마계가 펼쳐진다.

 

 

 

나이로비 체류 경험자에게 들었던 또 다른 조언 중 하나는, 거리에서 핸드폰을 꺼내놓고 다니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도둑 맞기가 십상이라고)

 

막상 시내 한복판에 내려서도 환전소가 어딘지, 버스 티켓을 끊어야 곳은 어딘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길거리를 헤매다 아무데나 경비가 있는 은행에 들어가서 구글맵을 확인하다.. 빙글빙글 방황을 하던 우리는

 

귀인(?)을 만나 겨우  방황을 멈출 수 있었다.

 

누군가 다가와서 자기를 따라오길래 흔한 삐끼인줄 알고 지나치려 했는데,

 

알고보니 우리가 찾던 여행사의 직원이었던 것.

 

여기예요 여기. 뭘 그렇게 헤맸대요

모시로 가는 버스는 둘이 합쳐 50달러를 냈다.

 

한국인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빅타임 사파리에서 샀는데, 다른 여행사에서 사면 가격이 다를지도?

(후에 우리가 탔던 버스의 컨디션이 몹시 극악했고, 정류장에 있는 버스 뒤에 바로 모시로 가는 다른 버스가 있었던 걸로 봐서 분명 다른 가격 or 등급의 버스가 있는 것 같다)

 

여행사 직원의 인도 하에 무사히 환전까지 마치고

 

초행이라 어쩌면 더 긴장했던 나이로비 시내를 스치듯 지나 다시 우버를 타고 시 외곽에 있는 기린센터로 향했다.

 

 

 

아프리카 여행을 택한 여러 이유 중 어쩌면 가장 컸던 것은 동물을 실컷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그리고 아프리카 여행 중 처음으로 기린센터에서 동물을 만났다.

 

기린이야 뭐, 어릴적 동물원에서도 많이 봤는데 신기할 게 있을까 싶었는데, 희한하게 또 느낌이 달랐다.

 

입장료는 인당 1500케냐실링.

 

기린 센터 옆에는 작은 카페 겸 편의점도 딸려 있다.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현금은 에누리 없이 사용 불가
길긴 참 길구나 기린놈. 심지어 혀도 길다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

나중에 사파리에서 보게 된 기린은 느낌이 또 완전히 달랐지만,

 

기린센터도 우리 부부의 아프리카 첫날을 기념하기에 충분히 신기한 경험이었다.

 

저렇게 기나긴 동물이 자유롭게 걸어다니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다니...

 

다소 아쉬웠던 건 운영시간이 오후 5시까지로 다소 짧다는 것. 하긴 근처에 있는 코끼리 고아원은 점심에만 개방해 가보지도 못했으니(....)

 

 

 

기린센터에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는 시간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오래 걸렸다.

 

원래 같으면 30분 좀 넘게만에 올 거리를 1시간 반 만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우버 비용도 한국돈으로 거의 2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

 

점점 차가 늘어나는 데 비해 도로 인프라는 그에 따라가질 못하면서

 

나이로비에는 상습적인 교통체증이 있다고 한다.

 

꽉막힌 도로에서 만난 국민의 방송(......) 케냐 버스 시스템..?이겠지

 

나중에 민박집 사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매달 첫째날이 월급날이라, 외식을 하러 나간 사람들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막혔을 거라고 한다.

 

그야말로 기진맥진.

 

 

 

하지만, 돌아오니 딱 맞춰 저녁시간이었고, 삼겹살과 수육에 다른 일행들이 사온 맥주 한 잔을 얻어마시며 수다를 떠느라

 

수고로움은 금방 잊혀졌다.

 

사실 둘이서 떠난 여행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에 묵은 건 처음이었는데,

 

바로 이런 부분이 한인민박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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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9. 25. 02:46

왜 하필 많고 많은 곳 중에 아프리카였을까.

 

생각해보면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1) 지난 3년간 유럽만 세차례 다녀왔다. 또 유럽에서 건물 보는 거 지겹지 않느냐.

2) 그렇다면 뭔가 색다른 건 없을까.

 

정도?

 

물론 SNS에 올라온 박모 변호사님의 아프리카 여행(특히 사파리) 사진이 뽐뿌의 직접적인 계기이긴 했다.

 

저 고고한 기린의 자태와 탁 트인 초원의 풍경에 끌리지 않을 자 누군가

잠깐 둘이서 고민을 하다 비행편을 알아보니 생각보다(어디까지나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고,

 

사파리를 케냐(마사이마라)에서 할지, 탄자니아(세렝게티)에서 할지를 끝까지 고민한 끝에

 

8월에 마라강을 넘는 누떼를 봐야하지 않겠느냐며 마사이마라를 택했다. 그리고 마라강에서는 파리만 만났다

 

나이로비 인, 잔지바르 아웃(에티오피아 항공, 아디스아바바 경유) 항공권부터 질러버렸다.

 

근데 진정한 문제는 그곳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게 함정.

 

 

 

아무래도 아프리카가 아직 한국인들에게 여행지로써는 친숙하지 않다보니

 

한글로 된 정보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아프리카 여행책도 얼마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동아프리카로 한정된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전체를 통째로 묶은 식이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전 정보는 네이버 카페 고고아프리카(https://cafe.naver.com/gotoafrica)와

열혈 웹서핑으로 얻은 것이었다. 그마저도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사파리 예약은 사파리부킹닷컴(safaribooking.com)을 몇날며칠을 뒤져서 결정했다.

 

사파리 선택에 있어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했던 건 숙소였다.

 

그래도 나름 30대 부부여행자가 떠나는 여행인데,

 

잠자리가 불편하고 씻기가 힘든 건 참기가 힘들 것 같았다.

 

가격적인 부분을 감안해 프라이빗 투어나 랜드크루저 옵션은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의 선택은 무파사 투어 with 잠보 마라 사파리 롯지(jambo mara safari lodge).

 

5점 만점에 4.9점이 포인트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쁘지 않았다.

 

일단 사파리부킹닷컴에서 여행사의 투어를 몇 가지 고르면,

 

연락(보통 왓츠앱을 통해)을 한 뒤 가격을 흥정하고 조건을 결정하는

 

지~~~~루하고도 답답한 줄다리기를 해야한다. 영어에 능숙하지 않아서인지 그 과정도 참 쉽지가 않았다.

 

나의 경우 상대방이 얼마나 진실되어 보이느냐가 값을 얼마나 더 깎아주느냐보다 중요했는데

 

무파사의 Joseph(왓츠앱 +324 701 302035)은 그런 의미에서 괜찮은 상대였다.

 

 

 

사파리 예약과 함께 나머지 숙소도 예약했다.

 

우리 부부의 대략적인 일정은 이랬다.

 

나이로비 1박 - 마사이마라 2박 - 나이로비 1박 (이상 케냐) - 모시 3박 - 잔지바르 2박 (이상 탄자니아)

 

첫 아프리카 여행인데다 나이로비의 엄혹함에 대한 명성을 자자히 들은지라

 

나이로비 1박 + 1박은 한인민박(이주열 게스트하우스)으로 잡았다.

 

킬리만자로 트래킹에 쳄쳄온천까지 가려다보니 3박이나 하게 된 모시에서는

 

가격경쟁력 있는 위 트래블 호스텔을 택했고, 잔지바르에서는 마루마루 호텔에 묵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서 숙소 선택은 모두 좋았다. 사실상 숙소 전부를 고른 윷긩에게 박수를

 

모시의 위 트래블 호스텔. 이곳은 그저 가격만 괜찮은 곳이 아니었더랬다

도시와 도시 사이를 어떻게 이동할지도 문제였는데

 

나이로비 - 모시는 버스로, 모시-잔지바르는 비행기로 이동하기로 했다.

 

나이로비 - 모시는 국경에서 밟는 수속 시간을 포함해 8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겪어보니 돈을 좀 더 쓰더라도 비행기를 이용하는 걸 권하고 싶다(..........) 진심으로

 

 

 

여행 마지막에 겪은 작지않은 위기를 제외하면

 

신기하고도 잊을 수 없는 열흘 남짓이었다.

 

전체 일정 가운데 언제가 제일 좋았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주저 없이 잔지바르를 꼽을 것 같지만,

 

마사이마라와 쳄쳄온천, 킬리만자로를 거치지 않고 간 잔지바르에서

 

그정도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

 

쳄쳄온천 가는 길에 만난 꼬마 아가씨. 너무 예뻐서 어머니에게 허락을 받고 찍었다.

밤새는 와중에 짬짬이 어거지로나마 여행기의 운을 떼는 건.

 

그 모든 것을 잊히게 놔두기 싫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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