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20. 1. 1. 16:29

여행의 끝자락을 맞아 다시 시작된 짐싸기

 

길다면 길었을 동아프리카 여행의 끝이 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때까지는 그 날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아무런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뭐부터 챙겨야 하나..

이날은 돌고래 구경을 위해 스킵했던 마루마루 호텔의 조식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어보는

 

날이기도 했다.

 

대충 짐을 챙겨놓고 일단 배부터 든든하게.

마루마루 호텔 조식 뷔페는 수영장 옆 식당에서 제공된다
모두 먹어 해치운다

마루마루 호텔의 조식은 꽤나 훌륭한 수준이다.

 

일단 아침에 부담없이(?) 먹을만한 것들이 많고 (잘 구워진 베이컨 포함)

 

팬케이크와 와플도 얘기하면 적당하게 익혀서 가져다 준다.

 

쥬스도 꽤나 일품이었던 것 같고, 커피도 전체 아프리카 여행 중에서 먹었던 것 가운데

 

여기서 먹었던 게 제일 무난하고 괜찮았던 것 같다(....)

 

안녕 마루마루 호텔

밥을 여유있게 먹고는

 

싸둔 짐을 들고 로비로 나왔다.

 

마지막 일정인 프리즌 아일랜드 투어를 가기 위해서였다.

 

다른 호텔도 마찬가지겠지만, 마루마루 호텔도

 

체크아웃 이후 숙박객의 짐을 잠시 동안은 맡아준다.

 

윷긩 여사? 가시죠

신밧드 투어에 가서 잠깐 기다리니

 

가이드가 와서 우리와 함께 갈 영국인 일행(?) 한 명과 함께 스톤타운 앞 해변으로 안내했다.

 

잔지바르에 온 첫날부터 해변에서 지겹도록 보았던

 

그늘막 달린 목선 중 하나가 바로 우리가 탈 배였다.

바다 색깔이 참 예쁘다

 

배를 타고 30분 쯤 섬 북쪽으로 올라가면 마침내 프리즌 아일랜드라 불리는 작은 섬이 나온다.

 

흑인 노예 무역이 한창이던 시절 감옥으로 쓰였다는데..

 

겉보기에는 너무 아름다웠다.

 

잔지바르 본섬과는 묘하게 다른 분위기의 섬 그리고 윷긩 여사
마지막 날인데 왠지 신이 나서 엣헴엣헴

프리즌 아일랜드를 찾는 관광객들이 대부분 들르는 곳은

 

바로 대형 거북이들의 보호시설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동물원에 가야 겨우 한 마리 볼 수 있을까말까한 진짜 나이가 100살은 된

 

할아버지 거북이들을 실컷 볼 수 있다.

 

시설 입장료는 인당 4달러. 현지 여행사에 지불한 프리즌 아일랜드 투어 비용과는 별개다.

거북이떼(?)가 신기한 윷긩의 기념샷
먹고 사진 좀 같이 찍어주세요 할아버지

입장할 때 거북이 먹이용 풀떼기(?)를 나눠주는데, 직접 거북이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까지

 

할 수 있다.

 

별로 사납거나 하지 않아서 근처에서 쓰다듬으면서 사진을 찍는 것도 ok.

왠지 나한테는 공격적인 것 같지만 신이 났다

옆에 사육사(?) 겸 가이드들이 여럿 펼쳐져 있으면서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한다든가 하면 주의를 주기도 하고,

 

이 시설의 역사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기도 하는데

 

영어가 짧아서 잘은 못 알아 들었다는 게 함정(....)

새끼 거북이님 들어보고 놀란 윷긩 여사

거북이 보호시설(?)을

 

다 보고 나서는 옆에 남아 있는 잔지바르의 노예무역항 시절 유적을 보러 갔다.

 

이미 여행 전에 본 다큐를 통해서 본 곳이긴 했지만,

 

확실히 현지 가이드가 없으니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거북이 체험(?)에 힘을 모두 쏟은 윷긩 여사와 사진만 열심히 찍었다.

옆에 난 길을 따라가면, 노예무역상의 바(?)가 나옵니다
..는 모르겠고 왠지 모르게 유럽풍 분위기가 나는 뒤뜰에서 휴식 

그렇게 흐느적 대다보니 어느새

 

프리즌 아일랜드에서 주어진 1시간 반 정도가 모두 지나가버렸다.

 

뿌윷 부부는 해변으로 나와 사진을 몇장 찍어보고는

 

그대로 다시 본섬으로 돌아갔다.

 

프리즌 아일랜드도 안녕

프리즌 아일랜드로 향하는 길에, 또 돌아오는 길에도

 

우리는 영국인 일행과 함께였는데, 짧은 영어로 (..) 어거지 대화를 몇마디 나누었다.

 

그 일행도 교사라 방학을 틈타 아프리카 여행을 와 마지막 행선지로 잔지바르에 왔다고 했다.

 

그는 비행기 시간이 촉박해서 프리즌 아일랜드 투어를 마치고 바로 공항으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때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어야 하는데..

왜 그땐 아무런 생각도 못했을까
날씨가 많이 더워도 테라스 자리는 그럭저럭 괜찮다

본섬으로 돌아와 맨 먼저 들른 곳은 다시 한 번 스톤타운 카페.

 

어제 먹었던 음식이 맛은 있었지만 너무 크리미해서 유당 불내증인 내게 비행을 앞두고는

 

좋지 않은 음식일 것 같은 마음에 치킨 버거를 시켰다.

 

윷긩의 선택은 문어 구이 요리.

 

역시 나쁘지 않았지만, 버거보다는 새우나 문어 요리가 훨씬 낫다 싶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비행기 시간은 저녁 7시 30분.

 

점심을 먹고 있었을 당시가 1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고,

 

공항으로 데려다주기로 한 노샤드와 만나기로 한 시간은 5시쯤이었다.

 

그러니까 아직 4시간의 여유가 남아있었던 거다... 아니 그렇게 생각을 했었던 거다.

켄야타 로드 한 가운데 있는 기념품점. 여기 말고도 근처에 기념품 가게가 아주 많다

각각 여행지에서 냉장고 자석과 티셔츠를 모으는 윷긩 여사와 나는

 

꼭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기 위해서 스톤타운 시내를 한참 누비고 다녔다.

 

그런데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골목을 돌아다니다 만난 잔지바르 꼬맹이 친구들

그래서 더운날 하염없이 거리를 걷다 열이 올라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하고

정말 아무데나 들어갔는데 나름 핫했던 아이스크림집
포로다니 공원 대낮 전경

야시장이 열리는 포로다니 공원에 가서 괜히 대포나 둘러보며 더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런데도 참 시간이 안 갔다.

 

"뿌유 우리 언제 가"

그렇게 하릴없이 돌아다니다 새삼스레(?) 우연히 발견한 게

 

돌성, 그러니까 올드 포트(Old Fort) 내부였다.

 

이 안엔 뭐가 있는 거지?
어랍쇼...?

올드 포트.

 

이름 그대로 오래된 요새? 성?이란 의미다.

 

안에 뭐가 대단한 게 있는 건 아니지만, 말그대로 '스톤타운'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여행 다큐멘터리에 보니까 여기 어디에 흑인 노예들을 가둬두던 감옥(?) 비슷한 곳도 있는 모양이던데

 

우리 부부는 끝내 찾지는 못했다.

 

그나저나 올드포트는 바로 마루마루호텔 옆에 있는데, 왜 우린 마지막날까지 들어가볼 생각을 못했을까..

우리가 갔을 무렵 뮤직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던 무대와 관심 없는 윷긩 여사

그렇게 올드포트에서 어영부영하다보니 드디어 노샤드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됐다.

탄자니아의 최고 인기 스포츠는 뭐라해도 축구였다

호텔 앞 가게 외부에 걸려 있는 TV에선 또 축구 중계가 한창이었다.

 

탄자니아 본토든, 잔지바르든 축구가 정말 인기가 많구나 싶었다.

 

노샤드가 원래 약속시간 보다 10분 정도 늦는다는 소식에 마루마루 호텔 로비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던 뿌윷 부부.

 

5시 10분쯤 드디어 다시 노샤드를 만났다.

노샤드는 대체 언제 오나..
자 가십시다 공항으로

시원한 에어컨이 빵빵 나오는 노샤드의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길.

 

우리는 잔지바르 공항에서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공항으로,

 

또 그곳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고 한국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왜였을까. 그때 문득 여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

 

항공권 예약에 사용했던 개인 메일을 그때 문득 열어보았다.

 

그리고 충격적인..... 정말로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갱님의 비행기 시간이 7시 반에서 5시로 변경되었음을 긴급히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5시 50분으로 미뤄졌음을 알려드립니다 고갱님

원래 비행기를 예약할 때는 저녁 7시 반이었던 비행기 시간이

 

오후 5시로 한 번, 5시 50분으로 한 번 두 번이 바뀌어 있었던 거다.

 

.... OMG

 

메일이 온 날짜를 확인해보니 첫번째 변경은 여행 시작 열흘 전,

 

두번째 변경은 전날인 9일 이었다.

 

그래.. 여행 전에 알려줬으니 체크를 안 한 내 잘못이기는 한데.. 근데 이게 원래 메일로 툭 던져놓고

 

우리는 알려줬다 하면 되는 성질의 것인가?......하..하...하

 

 

 

프리즌 아일랜드 투어 같이 갔던 영국인 동행이 비행기 시간이 촉박하다고 했을 때 일정을 다시 한 번 봤더라면,

 

아까 스톤타운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죽이고 있을 때 메일을 한 번 체크해봤더라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순간이었지만

 

일단 운전 중인 노샤드에게 우리 상황을 알리고 최대한 빨리 공항으로 가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샤드는 우리를 걱정하며 빛의 속도로 운전했다.

 

하지만..

고갱님 이미 보딩 시간이 끝나셔서 못 들어가십니다

심지어 공항 내부로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당연하게도 우리가 공항에 도착한 5시 반쯤 이미 아디스 아바바행 비행기의 보딩 시간은 끝이 난 상황이었고

 

잔지바르 공항은 보딩이 예약된 고객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여긴 누구.. 나는 어디..

그 작은 공항에 다음 아디스 아바바로 가는 비행기가 있을 턱이 없었다.

 

당장 내가 회사에 내놓은 휴가는 내일까지.

 

윷긩의 경우는 며칠 더 여유가 있었지만, 당장 한국으로 언제 어떻게 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직 아디스 아바바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안 탔으니까 금전적인 손해라도

 

막아보고자 한국 에티오피아 항공 지사에 전화를 해보고 별 쇼를 다 해봤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까 최악의 경우 돈은 돈대로 손해보고 무단결근(?)까지 할 상황에 놓이게 된 거였다.

 

꼭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해외여행시에는 메일을 수시로(!) 확인합시다.... 또르르

 

 

 

그때 만약에 노샤드가 우리 곁에 있어주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득해진다.

 

노샤드는 공항 직원에게 물어 에티오피아 항공 담당자와 우리가 얘기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한참을 기다리긴 했지만, 그날 항공권을 추가 수수료를 내고

 

다음날 항공권으로 바꾸어주겠다는 확답까지 들을 수 있었다.

 

모두다 우리의 은인 노샤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노샤드는 당장 우리가 잘 곳이 없어 급히 예약한 호텔까지도 우리와 함께 동행해주었고,

 

그 호텔에서도 방이 사실은 없는 상황이었기에 급히 다른 호텔로 옮기게 된 상황에도

 

우리와 계속 함께했다.

 

노샤드, 그는 정말 우리의 천사인 동시에 현자였다.

몹시 쭈굴하지만 한 고비 넘긴 뿌윷 부부와 노샤드

의도치 않은 잔지바르에서의 마지막 밤+1을 보내게 된 뿌윷 부부가 머문 곳은

 

스톤타운 시내에서도 제법 떨어진 아일랜드 파라다이스 인.

 

1박에 1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한 것 치고는 퀘퀘한 냄새가 방 내부에서 진동을 하고

 

샤워를 하면서 바퀴벌레와(....) 첫 대면을 하는 등 최악의 컨디션이었지만,

 

노샤드가 베풀어준 따뜻한 호의 덕분에

 

우리는 단잠을 이룰 수 있었다.

 

 

 

잔지바르에서의 +1박이 믿기지 않는 윷긩 여사

그렇게 우리의 '진짜' 잔지바르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어거지로 먹은 호텔 조식은 정말 최악이었지만, 호텔 식당 테라스에서 내다본 뷰는 참 좋았다.

 

대충 끼니만 해결하고 정말 마지막으로 짐을 챙겨 호텔 로비로 나왔다.

꿈인지 생신지 모르겠지만 일단 챙길 건 챙겨봅시다

에티오피아 항공 직원과 12시에 공항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었다.

 

마음이 급했다. 어제와 같은 상황이 또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때문이었다(....)

 

하지만, 노샤드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노샤드의 부탁으로

 

어제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관광객을 노샤드와 다시 접선시켜주려다 실패해주는 과정까지 거쳐

 

무사히 약속 시간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진짜 당시 너무 마음이 급했는데, 우리의 은인 노샤드가 아니었다면 반드시 승질(..)을 냈을 거다.

무사히 도착한 공항에서 또 해결사 역할을 해주는 노샤드

노샤드의 인도 끝에 우리는 어제 만났던 에티오피아 공항 직원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공항 티켓을 최종적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 건 12시 20분쯤. 수수료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300달러 정도였다.

 

드디어, 뿌윷 부부의 한국행이 확실히 결정된 거다.

 

어제 남아있는 휴가 하나를 급히 땡겨와서 붙여놓았기에

 

무단 결근 사태(..)도 아슬아슬하게 피한 상황이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보기만 해도 눈물이 뚝뚝떨어질 것만큼 고마웠던 노샤드와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My friend, Don't worry."

 

우리 부부는 스스럼 없이 우리를 친구라고 말하며 도와준 노샤드를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다.

 

 

 

노샤드와 작별 인사를 하고 공항 옆 식당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웠다.

 

메뉴는 무난한 햄버거와 피자.

문제도 다 해결됐으니 금강산도 식후경

맛은 무난했지만 누가 공항 옆 식당 아니랄까봐 가격은 정말 사악했다(..)

 

스프라이트 하나를 포함하니 36000실링. 이건 뭐 거의 스톤타운 카페 급이잖아..

 

그래도 배를 채웠으니 됐다.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이 시작될 참이었다.

어젠 저 앞을 못 넘어 들어왔었는데..

이미 잔지바르에 들어올 때 대충 봐두긴 했지만

 

역시 잔지바르 공항도 여타 소도시의 공항들처럼 버스터미널(..)스러웠다.

 

그래도 기념품 가게 등 있을 건 다 있었다.

작은 공항이지만, 기념품 가게도 두 개나 있다

남은 탄자니아 실링을 모두 털어 기념품 인형과 탄자니아 특산 소주(?)까지 구입하니

 

드디어 보딩 시간.

보고 싶었다! 타고 싶었다! 에티오피안 에어라인! feat. 린둥이 치둥이

비행기 시간을 바꾸면서 우리 여행 일정은 조금 변경됐다.

 

원래는 잔지바르에서 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로 가는 직항편을 탈 예정이었는데,

 

그게 우리가 잔지바르에 올 때 들렀던 킬리만자로 공항을 거쳐(..) 아디스 아바바에 가는 일정으로

 

바뀐 거였다.

 

사실 킬리만자로 공항에서 내렸다 타야하는 건 아니라서 번거롭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원래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기내식도 야무지게 먹고
덕분에 킬리만자로 산 꼭대기 봉우리는 실감나게 다시 봤다

아디스 아바바 공항에 도착한 건 출발한 지 5시간여 만.

 

한국에서 올때는 스쳐지나가듯 와서 제대로 몰랐는데,

 

아프리카 최대 항공사인 에티오피아 항공의 허브 공항인만큼 규모가 상당했다.

나름 기념품 가게도 많다. 케냐와 잔지바르에서 커피 원두를 하나씩 샀었는데, 에티오피아 원두는 어떤가 싶어 여기서도 원두를 하나 샀다
근데 발 씻는 세면대는 대체 왜.. 있는 거죠?

 

환승을 위해서 거쳐야할 추가 절차도 있어 꽤 시간을 잡아먹었는데...

 

분명 올 때는 검색 절차라든가가 별 게 없었는데.....?

환승 짐검색을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슬슬 지쳐가는 윷긩
아프리카 대표 허브 공항의 위엄. 시카고부터 홍콩까지 행선지도 다양하다

공항에서 대기하는 두 시간여 동안 뭐라도 주전부리를 먹으며 있으려 했는데,

 

대기하는 게이트 앞에는 상점이 없고 자판기만 있는데다

 

우리는 당연히도 에티오피아 화폐가 한푼도 없으니 멍 때리며 시간을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곳곳에 비치된 정수기 물이 다 동이 나기까지 했는데..

 

나중에 공항 직원이 생수병을 들고 와 대기하는 승객들에게 나눠주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나는 몹시 피곤하다
787 드림라이너에 무사 탑승. 드디어 한국으로 갑니다

너무 피곤해서인지 기내식을 어떻게 먹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화를 보거나 할 체력도 남아있지 않아서 내내 졸다 깨다를 반복했던 것 같다.

 

그래도 별탈없이 무사히 11시간여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결국 여행 전 걱정했던 에티오피아의 안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셈이다.

 

다른 문제(?)가 크리티컬 하긴 했지만.

 

한국생환 실화냐
실화다 with 12일째 안 깎은 내시 수염

그렇게 우리의 동아프리카 여행은 끝을 맺었다.

 

생각한 건 이상으로 경이롭고, 행복했던 여행이었다.

 

잔지바르에서의 마지막 고난(?)을 겪은 이후 "아프리카는 다시 절대로 안 간다"던 윷긩 여사는

 

이제와서는 그때를 추억하며 "다음엔 이집트를 가볼까?"를 속삭이고 있다.

 

 

 

너무 겁먹지 않고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아시아의 한쪽 끝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상상도 못한 생경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곳.

 

언젠가는 또다시 갈 수 있을까?

 

 

 

마사이마라 드넓은 초원이,

 

쳄쳄온천 에메랄드 빛 물 색이,

 

잔지바르의 새파란 하늘이

 

문득 또 그립다.

 

---------

 

 

우리 부부의 은인. 잔지바르 여행 가이드 노샤드를 다시 한 번 소개합니다.

 

 

 

노샤드는 영어도 제법 능숙하고 친절하며,  가이드 비용도 꽤 합리적인 선에서 제시한다.

 

혹시 잔지바르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 중 가이드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페이스북 : Naushad Tourism

트립 어드바이저 :  @naushad Kassam

왓츠앱(전화번호) : +255 715 282 108

 

노샤드에게 연락해보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실 이 여행기를 해가 바뀐 지금에서도 꾸역꾸역 써낸 이유 중 하나는

 

이 글을 통해 노샤드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뿌윷 부부와 노샤드

 

Posted by
여행2019. 12. 30. 01:14

유일한 잔지바르에서의 하루종일 일정.

 

우리의 선택은 키짐카지 돌고래 투어였다.

 

전날 돌고래 투어를 예약하러 갔더니 신밧드 투어의 주인장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블루 사파리 투어를 권했다.

 

볼거리도 많은 데다 스노클링도 할 수 있고, 시간도 길며 점심까지 포함이 돼 있다는 거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지난해 가을 보라보라에서 실컷 스노클링을 해본 데다

 

이번엔 좀 색다른 경험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결국 꼬임에 넘어가지 않고 원래 생각대로

 

돌고래 투어를 선택했다. 값도 훨씬 싸기도 했고, 오후 일정을 잠식당하지 않아 다른 볼거리들을

 

구경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여행사마다 돌고래 투어의 시작 시간도 많이 달랐는데,

 

신밧드 투어에서는 비교적 일찍, 그러니까 7시에서 7시반쯤 돌고래 투어를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해뜰녘에 돌고래를 보기 가장 좋다는 말을 들었기에

 

만족스러운 일정이었다. 가격은 14만1천실링.

웰컴 투 키짐카지

새벽같이 일어나 스톤타운에서 1시간을 달려

 

잔지바르 남쪽 키짐카지 해변에 도착한 건 7시 반쯤.

 

우리가 늑장을 부렸기에 예상보다 시간이 좀 늦어졌다.

동화나라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키짐카지.

우리 가이드를 맡은 노샤드(Naushad)의 안내를 따라

 

모터보트를 타고 인도양의 돌고래가 지나간다는 길목으로 이동하기를 십여분.

 

우리는 그곳에서 드디어 돌고래느님을 영접할 수 있었다.

돌고래님 어디 계신가요
요깄다 닝겐들아

우리처럼 돌고래님 한 번 영접하겠다고 나온 여행객들의 배 사이로

 

돌고래 여러마리가 순식간에 나타났다.

 

 

 

돌고래 투어의 원래 목적은

 

돌고래를 이렇게 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함께 수영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나는 해변에서 빌린 오리발까지 신고 당장 바다로 뛰어들었다.

 

숨은 돌고래 (꼬리) 찾기

그런데 이분들이 원체 빠른지라..

 

일천한 내 수영실력으로는 도저히 물속에서 따라잡을 수가 없었고,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첫 텀을 넘겨버렸다.

 

 

 

몇 번인가 스팟을 옮긴 후,

 

노샤드에게 재빨리 바다에 뛰어들어서 따라붙어야 하는 조언까지 듣고 나서

 

두 번째 찬스가 왔다.

돌고래느님들의 유려한 단체 잠영씬

딱 봐도 10마리는 돼 보이는 돌고래 떼가

 

내 앞으로 헤엄쳐 가는 모습을 본 거였다.

 

정말 장관이었다.

 

아쉬운 건 내 수영 실력의 부족으로 돌고래떼를 따라 수영할 생각은 엄두도 못 냈다는 것(....)

 

그나마 나는 보기라도 봤지

 

당시 수영 Lv.1 핵쪼렙 수린이였던 윷긩 여사(현재 절치부심, 평영 배우는 수소년)는

 

깊은 수심에 겁먹어 낀 구명조끼 탓에 아예 이 장관을 보지도 못했다.

이거 물이 너무 깊은 거 아니요 노샤드 선생

한 번 더 이 장관을 보겠다며 물에 뛰어들었던 나는

 

뛰어들자마자 해파리에 쏘여버려서 "아 따가!!"를 연발하다 재입수는 포기... 또르르

눈 앞에 돌고래가 있는데 왜 들어가질 못하니..

엄청 오래 난리법석을 피웠던 것 같은데,

 

겨우 30분 만에 우리의 키짐카지 돌고래 투어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눈물)

 

돌고래투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라면 잠영 정도는 익혀서 와야할 거 같다.

 

아, 물론 긴팔 긴바지도 필수(....)

다시 돌아온 키짐카지 해변. 그러고보면 우리가 여행 중에 만난 가장 예쁜 해변이었다
해파리에 쏘인 남편과 별 관심 없는 윷긩 여사

해변에 돌아와서는 간이 레스토랑(?)으로 안내 받는데,

 

그곳에서 난과 계란, 커피 or 차로 구성된 간단한 아침을 제공 받는다. 물론 투어비에 포함된 것.

 

커피도 가루커피었고, 식사 구성도 별 것 없었지만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와서 따뜻한 커피에 조식을 먹으니 조촐하지만 좋다 싶었다.

 

정말 예뻤는데.. 왜케 수평을 못 맞춘 걸까 또르르..

밥을 다 먹고 잠깐 해변 구경을 하고 있노라니 어느덧 떠날 시간.

 

아름다운 키짐카지를 뒤로 하고 다시 스톤타운으로 향했다.

안녕 키짐카지. 수영 배워서 다시 올게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하기로 한 건 마지막 날 아침 프리즌 아일랜드 투어를 예약하는 거였다.

 

그런데 오늘 당장 오후에 능귀 해변을 가보려는 참이었기에 그것도 물어볼까 하고 있었는데..

 

가이드 노샤드에게 별 생각 없이 "우리 능귀갈 건데 어떻게 해?"

 

물어본 게 결국 우리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노샤드가 능귀 해변으로 자신이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나선 거였다.

 

마침 영어에 꽤 능숙한 데다

 

탄자니아 본토와 잔지바르를 통틀어 보기 힘든 에어컨이 빵빵 나오는 차를 끌고 다니는

 

노샤드에게 신뢰감이 꽤 형성돼 있는 터였다.

 

가격도 터무니 없지 않았기에 우리는 노샤드와 오후 일정을 함께 하기로 했다.

 

그렇게 후술할 우리 여행의 은인(..) 노샤드의 와의 인연이 진짜 첫걸음을 뗀 것이었다.

 

분명 10~15달러라고 돼 있는데..

1시간 반 만에 도착한 스톤타운에서 일단 신밧드 투어로 가 프리즌 아일랜드 투어를 예약했다.

 

노샤드와의 능귀행 비밀 약속(..)은 당연히 발설 금지.

 

노샤드는 신밧드 투어의 직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키짐카지 돌고래 투어행은 일청의 여행사와 여행사 사이의 하청이었던 셈(..)

 

가격은 얄짤없이 둘이 합쳐 30달러었는데.. 생각해보니 이것도 그냥 노샤드한테 부탁할 걸 그랬다..

 

"돌고래 투어도 갔는데 좀 깎아달라" 해봤지만 먹히지도 않더라.

 

사장이 없다고 해서 일단 예약만 하고, 돈은 이따 오후에 치르기로 한 다음 일단 호텔로 돌아왔다.

 

능귀로는, 석양이 지는 시간에 맞춰 3시쯤 출발하기로 약속하고 노샤드와 헤어졌다.

 

그때까지 남은 시간은 수영하며 밥먹으며 떼울 생각이었다.

수영장 뭐.. 제법 괜찮군

그때부터 이미 수영욕에 불타고 있었던 윷긩 여사는 지체 없이 옷을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몸을 던졌다.

 

마루마루 호텔 수영장은 아침시간이라 그런지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거의 우리가 독점하듯하며 놀 수 있었다.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둘이 놀기엔 충분했다.

 

쓰읍 하아
아.. 하얗게 불태웠다

지금와서 찾아보니 신나서 수영을 한 시간이나 했다.. 잠도 얼마 못잤는데 체력도 좋다(....)

 

마루마루 호텔 수영장에 비치타올(?)은 옆에 쌓여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씻을 수 있는 시설은 따로 없어 방에 가서 씻어야 한다.

 

뭐 어차피 수영장 바로 앞에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큰 걱정이 없긴 하다.

 

수린이 윷긩 여사는 마루마루 호텔의 수영장 시설에 대만족을 했고,

 

그러고 보면 이미 이때, 홍콩 수영 여행(....)이 이미 예비되어 있었던 것 같다..

 

스톤타운 중심가. 프레디 머큐리 생가 바로 옆 메인 골목이다.

수영으로 열도 식혔으니 이제 다시 밖으로 돌아다닐 시간.

 

참고로 8월의 잔지바르는 내내 30도 가까이 되는 더위가 지속될만큼 더웠다.

 

오랜 시간 돌아다닐 거라면 반드시 시원한 상점에 들어가 중간중간 쉬어줘야 할 정도(..)

 

더울 땐 모다? 한 잔 하고 드십시다

1시가 넘어서야 근처 은행에서 환전도 하고 배도 채웠다.

 

우리가 간 식당은 스톤타운 카페(Stone Town Cafe). 메인 골목인 켄야타 로드 한가운 데 있다.

 

새우 요리와 커리를 시켰는데.. 둘 모두 아주 맛있었다!

 

음료수와 커피 등을 합쳐 가격은 4만8천실링. 사실 현지 물가를 감안하면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합리적이라 느껴질 정도였다.

 

스톤타운 전경. 참 묘한 매력이 있다

배를 채우니 어느덧 능귀로 떠날 시간.

 

스톤타운에서 능귀까지는 차로 2시간 가까이 걸린다.

 

능귀로 가는 길 일부가 공사중인 덕에 더 오래 걸리기도 했다.

차가... 안 움직여요 선생님

우리에게 노샤드는 능귀보다 그 바로 아래에 있는 켄드와 비치를 추천했는데,

 

해변도 켄드와 비치 쪽이 더 예쁜 데다 능귀쪽 퍼블릭 비치의 상태(?)가 영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리는 그래도 능귀에 가보고 싶었기에 먼저 능귀에 들렀다가 다시 석양 시간에 맞춰 켄드와 비치로 이동하기로 했는데,

 

능귀에 도착해서야 왜 노샤드가 우리에게 켄드와 비치를 추천했는지 바로 알 수가 있었다..

 

 

 

목이 말라 능귀에 도착하자마자 음료수를 사러 슈퍼마켓에 들어갔는데

 

웬 뭔가에 잔뜩 취한 듯한 청년이 코에 손을 갖다대면서 말을 거는데

 

"두유 원 잇?" 하는 게 아닌가..

 

아니 여기.. 술도 안 마시는 무슬림 사는 데 아니었음요...?

이곳이 능귀 해변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대충 암 오케 암 오케를 외치며 나왔다.

 

해변을 구경하고 다시 켄드와 비치로 가는 길에 노샤드에게 들은 건데,

 

능귀 쪽에 놀러오는 이탈리아인들이 마약을 잔뜩 들고 와서 현지인 청소년들까지 마약에 쩔어

 

거의 난리라고  한다(..)

 

물론 능귀 리조트 쪽은 따로 해변이 있으니 그런 분들을 전혀 마주칠 일이 없겠지만,

 

퍼블릭 비치 쪽은 밤이 되면 치안도 썩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처럼 보였다.

 

그래도 해변은 예뻤다

다소 찝찝한 마음을 얼른 지워버리고 다시 켄드와 비치로 이동.

노샤드와 서두르는 윷긩 여사

켄드와 비치는 능귀 살짝 남쪽편 해변인데, 우리가 간 곳은 켄드와 락스 비치 리조트라는 사설 리조트에 딸린 해변이었다.

 

해변에 들르는 사람들은 따로 입장료 없이 해변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그것 참 예쁜 해변이로구만

해는 어느새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윷긩 여사 in 켄드와 비치

해외에서 보는 석양은 언제나 느낌이 묘하다.

 

스웨덴 카타리나 엘리베이터에서 본 석양도, 빈 도나우 강변에서 본 석양도

 

묘하게 여행이 끝난 후에도 머릿속에 반복 재생되는 장면이다.

 

 

 

켄드와 비치에서의 석양도 그랬다.

 

여행의 끝자락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봐서 그랬을까.

 

아쉬운 마음에 타임랩스로 해가 지는 모습도 담아봤다.

 

해질녘의 태양과 구름 그리고 바다. 언제 봐도 예쁘다
윷긩 석양 화보 시리즈 잔지바르 켄드와 비치 편

해가 진 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해변에 테라스를 펴고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양식 최고 by 윷긩

피자와 파스타를 시켜 먹었는데,

 

맛은.... 짰다.

 

모기가 왱왱 거리며 날아다니는 게 제법 신경 거슬리긴 했지만, 분위기가 좋으니 참아줄만 했다.

 

다만 해변에서 멋지고 맛있는 식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추천하진 못할 듯..

 

 

 

우리가 해변을 구경할 동안 기다려 준 노샤드와 조우하고,

 

다시 마루마루 호텔로 돌아오니 밤 10시였다.

 

노샤드와는 내일 공항으로 가는 길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팁까지 듬뿍 얹어 가이드비를 정산했다. 8만2천실링.

아 지친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잔지바르에서의 반나절.

 

그때까지는 그 남은 반나절을 보람차게 보낼 생각 뿐,

 

다음 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

 

 

노샤드가 왜 우리 부부의 은인이 되었는지는 마지막날 여행기에서 상세하게 다루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믿고 다른 여행객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최고의 잔지바르 가이드라는 점은

 

먼저 한번 강조하고 싶다.

 

영어도 제법 능숙하고 친절하며, 비용도 꽤 합리적인 선에서 안내해준다.

 

혹시 잔지바르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 중 가이드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페이스북 : Naushad Tourism

트립 어드바이저 :  @naushad Kassam

왓츠앱(전화번호) : +255 715 282 108

 

노샤드에게 연락해보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사실 이 여행기를 굳이 4개월이나 지난 지금에서도 꾸역꾸역 쓰고 있는 건

 

이 글을 통해 노샤드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뿌윷 부부와 노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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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12. 25. 21:03

짐 싸기는 끝났다

아침 일찍이라기보다는 자는 둥 마는 둥에 가깝게 잠깐 눈을 붙이고는

 

바로 일어나 짐부터 쌌다.

 

일어나서도 확신이 가지 않는 모시의 밤 중 치안 문제(..) 때문에 함께 택시를 타고 가기로 한

 

영국인 동행과 테라스에서 기다리다

 

택시가 왔다는 말을 듣고 후다닥 호스텔 앞으로 내려갔다.

 

그야 말로 아무도 없는 거리

택시비로 지출한 돈은 56400실링 정도.

 

사실 시간적으로 택시를 타지 않으면 다른 방법으로 모시 인근 킬리만자로 공항에 갈 방법이 없었으므로..

 

그 나름(?) 큰 지출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영국인 동행 1명 덕에 돈을 조금 아끼기도 했고..

 

새벽녘 썰렁한 킬리만자로 공항

공항에 도착한 건 5시 20분쯤이었다.

 

비행기가 7시 반 출발이었는데, 5시 반쯤 수속을 밟고 바로 들어가서 두 시간 쯤 멍때리며

 

공항 안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을 감안하면,

 

30분 정도는 더 늦게 왔어도 별 문제가 없었을 뻔했다.

 

여기 앉으면 되나? & 쿨
킬리만자로 인터내셔널 에어포트. 나름 국제공항이다

매점도 열리지 않은 공항에서 한참을 기다려서야 우리는 잔지바르 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신혼여행 이후 처음 타보는 프로펠러기.

 

2x2 배열로 내부는 좁았지만, 특별히 불편하지 않을만큼 아늑했다.

 

나름 기내간식(?)으로 빵이랑 쥬스도 나오고, 킬리만자로 산도 볼 수 있다

킬리만자로에 올라가서도 못봤던 봉우리 구경도 하고,

 

비행기가 뜬지 한 시간 만에 뿌윷 부부는 마지막 목적지 잔지바르에 도착했다.

 

공항에서부터 물씬 풍겨오는 휴양지 느낌

복잡하게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택시를 잡는 게 더 귀찮을 거 같아서,

 

우리가 묵을 마루마루 호텔에 미리 픽업을 요청해둔 상태였다.(19달러)

 

헤매실 필요 없습니다. 따라오기만 하세요 고갱님

캐리어도 다 끌어주고, 넘치는 인파 속에서 흥정에 흥정을 했을 생각을 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공항에서 잔지바르의 중심지 스톤타운에 있는 마루마루호텔까지는 15분 정도가 걸렸다.

 

이곳이 마루마루 호텔인가

사실 처음 잔지바르에 숙소를 잡을 당시 고민이 많았다.

 

윷긩이 잔지바르에서 가보고 싶었던 능귀, 키짐카지, 파제를 모두 가기 위해서는 스톤타운이 괜찮은 입지였지만,

 

아무래도 대부분은 괜찮은 리조트들은 능귀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혼여행객들은 능귀에 있는 리조트로 많이 간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마루마루 호텔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숙소였다.

 

위치는 정말 완벽해서 스톤타운 어디로 이동하든지 편하게 걸어서 갈 수 있었고,

 

호텔 내부 시설, 조식, 수영장, 직원들의 서비스 등등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물론 더 비싼 돈을 들여서 갈 수 있는 더 좋은 호텔이 있겠지만, 합리적인 가격대로 스톤타운 내에서 숙소를 정해야 한다면

 

마루마루 호텔은 꽤 좋은 선택지다.

 

한국인 관광객? 그런 거 모르겠고 난 졸리다옹

정해져 있는 체크인 시간보다 다소 이르게 도착했기에,

 

먼저 수영장과 식당이 있는 루프탑에 올라가서 스톤타운 전체를 둘러봤다.

 

고풍스러운 잔지바르 스톤타운 전경

지금껏 케냐와 탄자니아의 다른 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고풍스러움이 눈에 들어왔다.

 

잘 짜여진 도시 같달까. 여타 유럽 도시에서 느꼈던 것처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느낌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구경하다가

 

체크인 시간까지 이대로 죽치고 있을 순 없다 싶어, 밖으로 나가서 스톤타운 구경도 좀 하고,

 

오늘과 내일 투어 일정도 조율해보기로 했다.

 

여기가 스톤타운인가

스톤타운이라 불리는 구시가지는 좁은 골목들이 빽빽하게 이어져 있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길 잃기 딱 좋은 모양새였다.

 

나중에 좀 다니다보니 한 방향으로 쭉 나가다보면 출구가 나온다는 사실을 깨닫기는 했지만(....) 처음엔 좀 헤맸던 것 같다.

 

그동안 거쳐온 나이로비, 모시와 비교했을 때 그 어느 곳보다도 관광객(특히 서양인)이 많았다.

 

아무래도 유럽인들에게는 우리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는 휴양지겠구나 싶었다.

 

 

 

잔지바르는 탄자니아에 속해있긴 역사적인 이유에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어서인지

 

모시의 풍경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이슬람교를 믿는 인구가 절대 다수이다보니, 그동안 자주 볼 수 없었던 이슬람풍 복장 등을 한 현지인들과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냥이다옹 냥이다옹 냥이다옹

그리고 왜인지 고양이가 유독 많았다(....)

 

스톤타운의 상징인 돌성, 그리고 스톤타운 앞 해변

돌 건물로 지어진 스톤타운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어

 

유명한 곳이다.

 

그리고 최근, 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하면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출생지로 다시금 한국인들에게 알려졌다.

김윷긩(32세, 보헤미안 랩소디 다회 관람자)

스톤타운 중심지, 그러니까 사람들이 모이는 한 가운데에 프레디 머큐리의 생가가 있다.

 

지금은 호텔로 이용되고 있는 모양인데, 그래서 내부에는 호텔 숙박객만 들어가볼 수 있다고 한다.

 

건물 앞에 사진이 붙어 있고, 호텔 간판에도 이름이 써 있어서 관광객들이 항상 앞에 북적이긴 한데,

 

그 외 휘황찬란한 장식물은 없다.

 

어쩌면 그의 성적 지향과 약물 복용 전력이 보수적인 무슬림들이 보기에 썩 좋지 않아서였을까.

 

본인 역시 자신이 잔지바르 출생이라는 것을 말하기 꺼려했다는데,

 

그러면서도 프레디 머큐리 생가를 보러 오는 관광객들이 잔지바르 경제의 한 부분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니

 

참 아이러니컬 하기도 하다.

 

왜 이 돌성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안했을까..

먼저, 거리를 돌아다니며 투어 가격을 비교하다

 

신밧드 투어라는 곳에서 다음날 할 키짐카지 돌고래 투어를 30달러에 예약한 다음

 

잠깐 호텔에 다시 가서 맡겨둔 짐을 호텔방으로 올려두고 파제로 가기 위해

 

택시 헌팅에 나섰다.

 

 

 

택시 기사들은 항상 프레디 머큐리 생가 근처에 가득 모여있는데,

 

탄자니아에 온 후 언제나 그랬듯 관광객 비슷한 사람만 지나가도 각자 "웨어 아 유 프롬? 능귀? 파제?" 등을 외친다.

 

택시 흥정하는 것도 나름 스트레스라 처음엔 버스를 타고 가볼까 했는데,

 

그러면 또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고 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바닷가다보니 날씨도 덥고 습한 터라

 

택시를 타기로 결정한 거였다.

 

 

처음 흥정한 가격은 편도 30. 그러니까 30,000실링을 부른 거였다.

 

이거보다 더 싸게 가는 사람도 있던데 + 왕복이 아니라 편도인데 더 싸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억누르고 ok를 한 거였는데.. 택시를 타고 가다가야 뒤늦게

 

화폐 단위를 정확히 얘기 안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3만 실링인 거 알죠?" 했더니

 

자기는 당연히 30달러인줄 알고 있었다는 게 아닌가. 실링으로는 4만은 줘야 한다며..

이것 참 도중에 내려버릴 수도 없고..

이 사람이 일부러 이러는 건지.. 아님 정말 우리 사이에 서로 오해가 있었던 건지(?)

 

도대체가 알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정확히 체크를 안 한 우리 잘못이기도 하니 무조건 4만은 받아야 한다는 걸 결국 3만5천에 하기로 했다.

 

혹시 잔지바르 등 탄자니아에서 흥정할 때는, 1천을 떼면 달러와 단위가 비슷해진다는 점에서

 

꼭 화폐단위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하시길 추천한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파제 해변

스톤타운은 잔지바르섬 서단, 파제는 동단에 있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가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그래도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을만큼 파제는 예뻤다.

 

점심을 한참 늦게 먹게 된 우리의 첫 목적지는 그곳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냉국수집(Paradise Beach Bungalows 내부 식당)이었는데,

 

 

음식점 뷰가 이래도 되나 모르겠다

볶음밥과 냉국수, 모두 평타 이상의 맛. 냉국수는 그야말로 김치말이국수(?) 맛이다.

 

다만 너무 기대를 크게 갖는 건 옳지 않지 싶다.

 

물론, 음식점 뷰가 그렇지 않아도 괜찮은 음식 맛을 배 이상 끌어올려주기는 한다.

 

다만, 사실상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두 음식이 나오는데 30분이 걸렸다는 건 주의해야 할 점...

 

 

 

밥을 다 먹고 나서는 여유롭게 파제 해변을 돌아봤다.

 

백사장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었고, 사람도 많지 않아서 그야말로 여유가 느껴지는 장소였다.

잠시 넋을 놓은 윷긩 더 경치 감상자
(아마도) 미역을 캐는 어민들

나중에 알고보니 잔지바르 동쪽 해변이 미역 산지로 유명하다고 한다.

 

에머랄드 빛 해변 한켠에 무슨 수초가 저렇게 잔뜩 있나 했더니..

 

해변에서 물장구도 치고 셀카도 찍고

아프리카 여행에서 처음으로

 

휴양지에 왔다는 것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베트남 무이네와 타히티 보라보라를 거치며 느꼈던 거지만, 우리 부부는 아무래도 휴양지 여행 체질이다(..)

 

 

 

아 그리고 우리는 미처 가보지 못했는데,

 

파제 아래쪽에 있는 잠비아니가 해변만 보면 더 예쁘다고도 하더라...

 

해변은 끝도 없이 길다. 저 멀리 카이트 서핑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식당 앞부터 파제 메인 해변까지가 꽤 거리가 있다보니

 

해변을 걸으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싶었는데..

 

역시나 이곳도 탄자니아다보니 어김없이 형들이 계속 찾아와 붙었다. "웨어 아 유 프롬"

 

처음에는 생각 없다 괜찮다.. 얘기를 하다가 아예 영어를 못하는 척(....)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러야 했는데,

 

아니 형들, 제가 이렇게까지 해야겠습니까..

공놀이하는 소년과 바다, 해변

오후 4시쯤 돼서 더 늦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버스를 타는 곳을 찾아 해변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근데 나가는 해변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정해져 있는 데다가

 

해변 바로 뒤에 위치한 마을을 뚫고 지나가야

 

큰 길이 나오는 구조라 생각보다 한참을 더 걸어야 했다.

 

전통(?) 주택도 왠지 석조 건물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아무래도 버스가 택시보다 느린 데다

 

러시아워 시간까지 겹쳐서인지 스톤타운으로 돌아오는 데는 1시간 반 가까이가 걸렸다.

 

아프리카 여행 8일차면 에어컨 안 나오는 버스에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또 그게 그렇지가 않았다.

 

또, 버스는 마루마루 호텔 근처가 아닌 스톤타운 외곽에 우리를 내려주는 탓에(..) 한참을 걸었다.

 

스톤타운 외곽에는 이런 아파트(?)도 있다

예쁘게 지는 석양은 서쪽에 바다를 둔 장소 어디든 볼만한 구경거리가 아닐까.

 

우리가 다시 스톤타운 앞 해변에 도착한 게 딱 해질녘 쯤이라 마침맞게 해가 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해변에서 뛰노는 잔지바르 소년들과 석양

참 희한한게 나름 스톤타운을 돌아다닐 때는 한 번도 못봤던 일군의 한국인 대학생(?)들이

 

석양보러 우리 옆에 모여 있었다는 것.

 

대체 이 사람들이 어디에 있다 다 나왔지 싶을 정도로 수가 많았다.

 

참 한국사람들 이곳저곳 다니는 거 좋아하는구나.... (= 뿌윷 부부도 한국사람)

 

한국말 크게 쓰면 저렇게 꾀죄죄한 한국사람도 있구나 할까봐 괜히 윷긩에게 소곤소곤 말을 걸었던 것 같다(....)

 

 

 

석양을 조용히 감상한 다음,

 

윷긩이 괜히 좀 걱정을 하긴 했지만, 우리는 원래의 계획대로 해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야시장에 가서

 

저녁 끼니를 해결하기로 했다.

 

피자, 꼬치, 사탕수수 쥬스.. 없는 게 없는 스톤타운 야시장

모시에서 완, Um과 함께 밤거리를 나가본 적은 있었지만,

 

아프리카 여행 중에 뿌윷 둘이서 어두운 밤 거리를 걸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잔지바르는 워낙에 여행객들이 많다보니, 치안 문제가 불거질 건덕지는 없어보였다.

 

실제로 여행에서 만난 복수의 세계여행자들에 따르면,

 

잔지바르는 아프리카에서 몇 안 되는 밤거리 산책(..)이 가능한 곳이라고 한다.

 

 

 

북적이는 야시장에서 꼬치구이와 감자튀김(도합 8500실링)을 먹었는데

 

맛은 있었지만 제법 짰다. 스프라이트는 필수재이자 보완재..

 

호기심이 동한 윷긩 여사는 사탕수수 쥬스까지 따로 구입해 맛있게 드셨다.

 

아 아이폰X 야간 사진 쒯.. 핸드폰 구입 뽐뿌가 온다
고양이는 어디에나 있다.

돌성쪽에서 락페스티벌을 하고 있는 듯해서

 

나는 그것까지 보고 가자고 윷긩(여전히 불안)에게 제안했지만 가열차게 까였고

 

붐비는 야시장을 뒤로 하고 다시 호텔로 향했다.

 

사실, 내일 새벽 일찍 나갈 돌고래 투어를 위해서라도 일찍 자야하긴 했다.

Posted by
여행2019. 12. 25. 19:19

킬리만자로를 무조건 가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다만 어차피 모시를 가고, 하루만 있다오기는 애매하니 이왕 근처까지 간 거

 

탐방이라도 좀 하고 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던 거다.

 

알프스에서처럼 산 위에서 보는 경치도 즐길 수 있으면 좋을 것도 같았고..

 

더군다나 본격 산행도 아닌 원데이 트래킹이었다.

 

 

 

그러니까 애초의 계획에

내 저질화 된 체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는 건 숨을 헐떡이면서야 깨달았다..

 

얼른 먹고 킬리만자로 ㄱㄱ

일어나 조식을 먹다보니 우리 가이드 아이작이 와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아이작은 주섬주섬 물과 호스텔에서 싸준 런치 박스를 챙겼고, 그대로 우린 킬리만자로로 떠났다.

 

나름 안락했던 도요타 해치백. 대부분 케냐-탄자니아 차들은 일본에서 넘어와서인지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다

지도로 볼 때는 모시가 킬리만자로 산 기슭에 있는 것만 같은데,

 

막상 가보니까 꽤 멀었다. 킬리만자로 초입까지 거의 1시간을 차로 달려가야 했다.

 

웰컴 투 킬리만자로. 입산 서류를 쓰는 아이작과 멍 때리는 윷긩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 최고봉의 위엄에 걸맞게 나름 복잡한 입산 절차를 가지고 있었다.

 

입산료만 1인당 83달러. 만약 산에서 숙박을 한다면 매일 83달러씩이 더 해진다.

 

그리고 외국인이 등산을 하려 할 경우, 반드시 현지인 포터나 가이드가 동행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북한산 마냥(..) 마음대로 올라갈 수는 없다는 거다.

 

우리의 경우 숙박이 없는 원데이 트래킹이어서, 사실상 혼자서 포터이자 가이드 노릇을 하는 아이작과 함께했고,

 

운전을 해주는 운전기사도 따로 있었다.

 

자 갑시다

얼마 만에 해보는 등산이었을까.

 

제대로 해본 건 아마 10년 전 의무소방으로 복무하던 시절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끊임없이 이어지는 회식으로 간과 몸을 동시에 살찌운 나에게

 

마음과는 달리 트래킹은 꽤 버거웠다.

독특한 분위기의 킬리만자로 산행.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다
곧잘 아이작을 따라 올라가는 윷긩. 하지만 내 상태는...

잠깐의 휴식시간을 포함해 우리가 닿을 포인트까지 가는 시간은 대략 4시간 정도.

 

조금이라도 빨리 가야 킬리만자로 꼭대기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아이작의 말에

 

최대한 덜 쉬고 올라가려고 노력했는데, 거의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쯤.. 나는 햄스트링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아 이 저질 체력.

 

쾌활한 윷모 씨와 초점을 잃은 뿌모 씨. 1차 기착지인 만다라 헛 높이가 거의 백두산 높이였다.

아마 킬리만자로 산을 오르내리면서

 

전체의 여행기간 동안 만난 한국 사람의 대부분을 다 만난 거 같다.

 

"한국에서 오셨어요?"

대부분 수일 일정으로 포터, 가이드들과 함께 킬리만자로 산 정상에 다녀오시는 중년 등산객들이었는데,

 

"한국에서 오셨어요?"라며 반갑게 인사해주셔서 처음엔 신기했는데,

 

나중엔 진짜 이곳이 북한산인가(..) 싶을 정도로 한국 사람이 너무너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나저나 저 분들도 쉬이 다니시는 걸 십수년은 젊은 내가 그렇게 힘들었다니..또르르

 

빨리 와 뿌유. 여유 넘치는 윷긩

내가 참 힘들어보였는지 아이작이 페이스를 조절하며

 

신기한 동물도 구경시켜주는 사이 우리의 목적지 부근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이 된 거였다.

런치박스를 야무지게 먹어보아요

햄버거와 과자, 쥬스 등으로 구성된 런치박스 구성은 단촐했지만, 제법 맛있었다.

 

격한(?) 운동을 한 뒤라서 그런가..

 

 

 

아쉬웠던 건 우리 나름대로 꽤 높이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안개와 구름에 갇혀 주변 풍경(특히 킬리만자로산 정상 등)이랄만한 게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는 것.

 

이것만 봐서는 여기가 킬리만자로인지 뭔지..
이봐 저질 체력 친구. 그냥 즐기라구

아쉬운 경치에 조금 허무하긴 했지만, 그래도 쾌활한 아이작 덕분에 괜찮았던 것 같다.

 

더듬 더듬(=나, 아이작은 영어 잘하니까ㅜㅜ) 영어로 아이작에게 탄자니아 얘기를 물으며

 

또 아이작이 모시에서 만나 결국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호주인 여자친구 이야기도 들으며,

 

킬리만자로 트래킹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물 만난 고기처럼 날아다녔던 윷긩(32세, 수영애호가). 평소 운동이 이렇게 중요하다
아이작과 함께 쓰리샷

내려오는 길에 아이작은 원래 알던 친구(?)로 보이는 인물을 만나 한참 수다를 떨었다.

 

덕분에 나와 윷긩은 좀 더 하산에 집중하며(....)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던 것도 같다.

 

등산 끄읕

올라가는 데 4시간 내려오는 데 3시간.

 

우리의 킬리만자로 트래킹은 그렇게 끝났다. 킬리만자로 꼭대기를 못본 게 유일한 흠이었지만,

 

아이작은 그곳이 보이는 장소가 있다며, 그쪽으로 우리를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모형산 꼭대기라도 정벅

어른들의 사정상(..) 반드시 일정에 포함되어야 하는 듯한 기념품샵 투어를 먼저 들렀는데,

 

혹시나 살 게 있어 둘러봤지만 별다르게 건질 건 없었다.

 

괜히 거기서 화장실 찾다가 알 수 없는 오물통(..)에 발이 빠지고 팔꿈치가 까지는 참사만 났다...

 

 

 

킬리만자로를 오가는 길에 아이작과 운전 기사 형님이 계속 레게 음악을 틀어두었었는데,

 

레게가 탄자니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르냐 물어보니 맞다고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하(..)와 스컬의 음악을 틀며 이게 코리안 레게다 했더니

 

묘하게 웃으며 그게 레게가 맞냐고 비웃음을 샀다(....)

 

바오밥나무는 참 큽니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아이작이 알고 있다는 포인트에서도 킬리만자로산 꼭대기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엄청나게 큰 바오밥 나무를 바로 옆에서 본 것만으로도 꽤 신기한 경험이었다.

 

킬리만자로산 꼭대기는, 나중에 생각지도 않은 방법으로 보기도 했고(..)

 

 

 

쾌활한 아이작은 곧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게 되면 모시를 떠나며 가이드를 그만 둘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혹시나 급하게 킬리만자로 가이드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아이작에게 연락하세요

아이작에게 연락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해질녘 한산한 모습의 모시 거리

다시 돌아온 모시에서 이제 뭘 좀 먹어야 했는데,

 

뿌윷 부부 모두 어딜 움직여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알고보니 나만큼(..) 윷긩의 체력도 거의 방전상태였던 것.

 

 

 

폭포를 구경하고 왔다는 완과 Um은 그곳에서 만난 다른 외국인 친구와 함께

 

외식을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지만,

 

우리 둘은 결국 정중히 거절하고 호스텔 안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전에 맡겨두었던 빨래를 찾고, 내일 새벽 타야할 택시를 잡아야 하기도 했었다.

아이고 죽겠다

원래 계획은 첫날 검증했던 호스텔 식사를 다시 먹는 거였는데,

 

이게 또 그날 따라 식당이 쉬는 날이었다.

 

그래서 로비에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호텔 직원에게 끓는 물과 햇반 데우기를 부탁한 다음, 라면에 참치까지 얹어 후루룩후루룩 맛있게 먹었다.

 

어쩔 수 없는 한식(?)이긴 했지만, 또 오랜만에 맵싹한 음식을 먹으니 피로가 좀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호텔 직원의 도움으로 시크한 영국인 여행객과 함께 타는 것으로 택시를 예약하고,

 

아쉬운 밤을 저녁 먹고 돌아온 완, Um과 함께 가벼운 수다로 시간을 떼우다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었다.

 

잔지바르로 넘어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새벽 4시 반에는 출발해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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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12. 25. 14:41

애초에 아프리카로 가기로 결정했을 때

 

사파리 구경을 제외하고는 별 뜻이 없었던 내가

 

윷긩에게 탄자니아 모시를 들러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쳄쳄온천(chemka hotspring, chem chem)이라고 알려진 파아란 호수에 몸을 담궈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쳄쳄온천으로 가는 날이 밝았다.

 

조식은 싹 다 비우는 게 정석

깔끔하게 나오는 위트래블 호스텔의 조식을 흡입하고, 우선 정확하게 쳄쳄온천으로 가는 길을 알아보려는 참이었다.

 

또 우리는 모시에서 하루 더 머무는 동안 킬리만자로 원데이 트래킹도 예약해야했다.

 

전날부터 블로그나 여행사를 통해 좀 더 싸게 트래킹 가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던 게 뜻대로 풀리지 않아 마음이 더 조급했다.

 

그러던 와중에 웬 허름하게 차려입은 동양계 청년 한 명이 나에게 와서 말을 걸었다.

 

"한국 분이세요?"

 

이미 몇달 째 세계 여행 중이라는 완 씨였다. 아프리카에서, 그것도 한인민박도 아닌 곳에서 만난 한국인이라니..

 

반가운 마음에 우리는 이것저것 인사를 나누다 오늘 어디를 갈 계획이느냐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우리 부부가 쳄쳄온천에 갈 계획이라는 말을 건네자 교통비도 아낄겸 자신이 일정을 바꿀테니 같이 가면 어떠느냐고 제안을 해왔다. 우리는 당연히 콜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시간과 비용을 따져 그냥 호스텔 건물 2층에 입점한 여행사에서 킬리만자로 트래킹부터 예약했다.

 

가격은 인당 1백 35달러. 그나마 처음 부른 가격에서 5달러 깎은 게 이정도다.

 

킬리만자로 입장료 83달러 포함 금액이긴 한데, 발품 팔면 더 싸게 할 수 있을 테..지만 당시 우리 부부에겐 신뢰성이 더 먼저였던 것 같다.

 

 

 

완 씨와 함께 움직이고 있던 태국인 여행객 Um까지 셋이서 호스텔 근처 은행에서 환전부터 서둘러 한 다음

(환전할 때 여권은 필수. 모시에서 환전을 할 계획이 있는 분은 꼭 50달러 이상 권종으로 준비해가길 권한다. 그 미만 권종과 환율이 아예 다르다. 달러당 200~300실링 차이날 정도..)

 

정오가 넘기 전 서둘러 쳄쳄온천으로 향했다.

완, Um & 윷. 그리고 우리에게 말을 거는 수많은 모시 형들.

첫날 밖에 나갔을 때처럼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형들이 누가봐도 동양인 여행객 무리인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고,

 

영어가 능수능란한 완이 이것저것 농담까지 다 받아쳐주니 더 딱붙어서 떨어지질 않았다.

 

특히 윷긩 여사는 당시 상황이 다소 무서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

 

 

 

위트래블 호스텔에서 한 10분 정도 걸어가면

 

쳄쳄온천으로 가는 중간 기착지, 보마 응옴베로 갈 수 있는 버스(달라달라)가 잔뜩 서 있는 정류장이 나온다.

 

문제라면 이 곳이 한국에서 흔히 보는 버스 정류장과는 굉장히 다르다는 것 정도.

 

 

 

정류장이 건물을 사이에 두고 두 곳으로 갈라져 있는데,

 

그에 따라 행선지가 달라지는 것은 전혀 아닌 것 같고..

 

수많은 곳으로 가는 수많은 버스가 수많은 승객들을 향해 호객행위와 흥정을 반복하는 시스템에 가깝다.

 

처음에는 우리도 정해진 버스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정류장을 헤맸지만,

 

결국 인당 1500실링으로 해주겠다는 호객꾼에게 낚이어 달라달라에 타게 됐다.

 

그 호객꾼이 버스 기사거나 적어도 직원인줄 알았건만.. 우리를 소개해주고는 버스 기사에게 커미션(..)을 받고 다른 곳으로 떠나더라.

 

여행객들에게 끊임없이 달려드는 호객꾼들을 피해 기사와 직접 쇼부(?)를 보는 것이 바가지를 피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돌아올 때야 겨우 알게됐지만, 모시와 보마 응옴베를 오가는 달라달라의 적정 가격은 1000실링이었다.

 

고생 끝에 타게 된 달라달라. 버스 내부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내 상태가 나빴다.....
심지어 길을 가는 중인 사람도 호객해서 태운다.. 오른쪽은 먹을 거리를 파는 상인들
엄마 이 아저씨 못생겼어

달라달라로 한 시간 남짓 달리면 보마 응옴베에 도착한다.

 

그리고 잠시 잊고 있던 호객 러쉬(?)가 좀 더 강력한 강도로 재개된다.

 

쳄쳄온천이 꽤 깊숙한 곳에 외따로 떨어져있으므로 보통 삼륜차 기사 하나가 왕복길에 동행해서

 

기다려준 뒤 다시 돌아오는 시스템으로 진행되는데,

 

호갱님(?)을 붙잡기 위한 전쟁이 달라달라에서 내리자마자 벌어지기 시작하는 때문이다.

 

삼륜차 기자들이 서로 우리를 붙잡고 끌어당기기까지 하는 통에 윷긩은 거의 넋이 나갈 지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난리버거지(?) 속에서도 능숙한 여행객 완의 중심잡기로 우리는 비교적 싼 가격인 15000실링에

 

심지어 쳄쳄온천에 가서도 3시간을 기다려주는 조건으로 삼륜차 기사와 계약을 했다.

 

그러니까 4시간을 통째로 우리에게 내어주는 데 4명이서 한국 돈으로 7500원을 낸 셈이다.

 

 

 

극도로 번잡한 호객행위를 피하고 싶다면 모시에서 아예 택시를 타고 쳄쳄으로 가거나,

 

모시 달라달라 정류장에서 쳄쳄 가는 버스를 찾는 방법도 있긴 할텐데, 가격이 훨씬 더 비싼 것으로 알고 있다.

 

구두쇠 한국 사람들 나빠요

원래 3명이 타는 게 최대인 삼륜차에 4명이 끼어 타고서는

 

30분 정도 비포장 길을 달리며 탄자니아의 자연에 조금 익숙해질 때쯤.

 

드디어 우리는 쳄쳄온천에 도착했다. 입장료는 별도로 인당 1만 실링.

 

웰컴 투 헤븐

이미 지난해 라오스에서 비슷한 류(블루라군)를 경험해본지라 별 감흥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것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훨씬 더 자연에 가깝고 여유롭달까.

물장구 치는 윷긩(32세, 컨디션 난조)

온천이라는 이름과는 걸맞지 않은 수온이지만, 실제 용출되는 온수이긴 한 모양인지, 물이 차지는 않다.

 

정신없이 수영을 한참 해도 체온이 그다지 떨어지지 않을 정도.

 

수심이 꽤 깊은 편이라 풍덩 빠져 한참 물장구 치고 노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것 같다.

 

당연히 물은 시릴 정도로 맑다.

인어와 족발, 그리고 족발 탐닉 중인 물고기님들

쳄쳄온천에는 닥터피쉬라고 부르기엔 덩치가 너무 크고,

 

왠지 내 발을 아예 뜯어 잡수시겠다는 것만 같은 물고기가 있다.

 

뭐 발에 피가 안 났던걸 보면 그저 내 발에 각질이 많았던 것일 수도.... 실제로 윷긩의 발에는 별로 물고기가 모이지 않았다(..)

줄 잡고 물에 풍덩(?)도 가능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윷긩이 결국 컨디션 난조로 쳄쳄온천에 입수(?)를 못했다는 것.

 

구명조끼가 없다는 말에 한국에서 수영까지 배워왔던 그녀였는데....

 

그런데 갑자기 그녀는 그것을 계기로 갑자기 수영덕후로 변해 현재까지 수영강습과 자유수영을 즐기고 있다는 후문..

 

냐마초마에 닭 튀김...? 나 줄 건 뭐 없소 by 견공
쳄쳄온천 옆에 간이식당 겸 물놀이기구(?) 대여 시설이 있다. 돗자리 등도 (유료로) 빌려 준다.

한참 놀고보니 점심도 제대로 먹지 않은 터라 쳄쳄 온천 옆에 있는 간이식당에서

 

간단하게 음식까지 챙겨 먹으니 어느덧 처음 삼륜차 기사와 약속한 3시간이 다 흘러 있었다.

 

그쯔음 설마 쳄쳄온천에서 마주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도착한 대규모의 한국인 무리를 신기한 눈으로 구경하다

 

우리는 다시 삼륜차에 끼어끼어 타고 보마 응옴베로 향했다.

 

바오밥 나무는 마다가스카르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쳄쳄 온천으로 오는 길엔 설레는 마음 때문이었는지 보지 못했던 바오밥 나무도 살짝 구경하고,

 

싸게 모시까지 데려다주겠다는 삼륜차 기사의 솔깃한 제안을 뿌리친 다음

 

달라달라로 갈아타고 모시로 돌아왔다.

그새 한산해진 삼륜차 정류장

잠깐 몸을 추스린 우리는

 

용감한 완과 Um의 행동력에 힘입어 이날 저녁 무려(?) 해가 진 뒤 모시 길거리에 있는 임팔라 고기집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동아프리카 여행에서 처음으로 깜깜한 밤에 감행한 외출이었다.

 

사실 그 전날 완과 Um이 늦은밤까지 외출했다가 허리춤에 총을 찬 사람들이 자기를 쫓아와 가까스로 도망쳤다는 에피소드까지 들은 마당이었는데.. 초저녁 사람이 많을 때까지는 괜찮다는 완의 말에 우리 나름의 도전(?) 감행했던 거다.

 

 

 

각각 탄자니아와 잠비아 소속으로 추정되는 팀들의 클럽대항전 축구가 한창이었는데, 덕분에 사람들이 모두 그곳에 정신이 팔려

 

우리 일행에겐 별 관심도 없었건만,

 

겁이 많았던 뿌윷 부부는 혹시나 해서 핸드폰도 밖에 갖고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사진 한장 남지 않았다.. 또르르)

 

 

 

임팔라 고기는 제법 질겼지만, 생각보다 짭짤하니 맛있었다. 혹시나 했던 뒤탈(?)까지 아무 문제 없었던 걸 보니

 

역시 고기는 만고불변의 진리.

 

 

 

왠일로 우리에게 아무도 안 붙나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임팔라 고기 한 점 달라는 사람이 있질 않나. 완의 단짝(?) 형이 끊임없이 따라오며 말을 걸지 않나..

 

다소 정신 없었던 저녁이었지만,

 

다시 한 번 능수능란한 완의 지도력과 함께 우리는 무사히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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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12. 25. 12:28

드디어 케냐 일정을 마치고 탄자니아로 가는 날.

 

짧은 시간 정들었던 게스트하우스를 등지고, 케냐 도착 첫날 끊어두었던

 

나이로비 - 모시 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일찍 Parkside Hotel 근처 Monrovia street로 향했다.

 

고급 주택 단지는 이제 안녕 게-바

우리가 첫날 티켓을 끊을 때 확실하게 들어두지 않아서 다시 찾아가물어봤던 건데,

 

버스 티켓을 끊는 곳과 버스를 타는 곳은 확실히 다르다. 혹시 여행사 측에서 먼저 알려주지 않는다면 다시 한 번 확인해보는 게 좋다.

 

우리의 경우 구글 지도로 검색해서 나오는 Crown Bus Booking Office 근처가 버스 탑승장이었다.

 

 

국경을 버스로 넘어가는 것.

 

나름 여행을 꽤 다녀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순진하게 '비행기까지는 (당연히) 아니겠지만, 45인승 버스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러니까.. 이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서 8시간을 간다는 거죠....?

자칫 좀 늦게 갔으면 제대로된 자리에 못 앉을 뻔했다.

 

25인승 정도 돼 보이는 미니버스 내부엔 사람들이, 위에는 짐들이 가득가득 채워졌다.

 

자리는 성인용으로 설계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좁았고,

 

우리 부부 둘이서 나란히 앉아갈 만큼의 여유도 없어서 나란히 앞뒤로 앉아서 가야했다.

하지만 또 금방 익숙해져서 김치즈

다행인 건 생각보다 도로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는 것.

 

중간에 잠깐 휴게소(라고 쓰고 호객 판매점이라고 읽는다)에도 들렀다가

 

어영부영 에어팟으로 나오는 노래와 팟캐스트들을 벗삼아 달리다보니 3시간쯤만에

 

케냐와 탄자니아의 국경 검문소 냐망가(Namanga Border Crossing)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단 실었던 짐은 다 본인이 가지고 가야 한다

차타고 국경을 넘는 건데 절차가 뭐가 그리 복잡할까 싶었는데,

 

생각보다는 꽤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었다.

 

어디부터 가야하지..

일단, 맨 오른쪽 창구에서 출입국 서류(?)를 받아서 작성하고,

 

케냐쪽 창구에 가서 출국수속, 탄자니아쪽 창구에 가서 입국수속을 차례로 밟는 식인데

 

우리의 경우는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출국수속 창구쪽에 줄부터 섰다가, 서류를 다시 갖고 오라는 통보를 받고 근 몇십 분을 날려먹었다.

 

당연히 짐작하시겠지만, 수속 작업을 해주는 속도라는 것이 한국인에게는 답답증(?)를 불러일으킬 만큼 느긋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탄자니아의 경우 황열병 예방 접종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입국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발급받은 노란색 예방접종 증명서도 이곳에서 내보여야 한다.

 

막상 줬더니 보는둥마는둥 하긴 하던데....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버스와 다른 승객들이 여유롭게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웨어 아 유 프롬? 차이나, 재팬?

 

잠깐 다시 짐을 싣는 동안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검문소 너머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파는 상인들이 우리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남은 케냐 돈은 400실링 남짓. 어차피 가져가봐야 별 쓸모도 없고.. 물가를 감안하면 썩 싸다고 할 수는 없는 금액이었지만 좀 깎아서 과자 몇개와 음료수로 바꾸어 버렸다.

 

그리고 다시 버스는 출발.

여기서부터는 탄자니아 되시겠습니다

국경을 넘어와서도 별다른 건 없었다.

 

다만 확실히 케냐가 탄자니아보다 잘 사는 나라이긴 하구나 싶었던 건, 도로 주변의 풍경이 더 시골(?)스럽게 바뀌었다는 것 정도.

 

이때부터는 혹시나 킬리만자로 산이 보이지 않을까 해서 창밖을 유심히 쳐다봤는데,

 

결국 보지는 못했다.

 

※ 그러니까 이 산은 킬리만자로가 아닙니다

알고보니 킬리만자로 산은 왜인지 케냐쪽에서 더 잘보인다고 한다.

 

킬리만자로 산을 오르고 싶은 게 아니라,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암보셀리 국립공원으로 가시는 걸 추천한다.

 

 

 

중간 기착지인 아루샤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리고도 한참을 더 달려서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인 모시에 입성했다.

 

모시로 온 건 우리를 포함해 3그룹 정도의 관광객이었는데, 버스 기사분이 각각 어느 호텔로 가는지 물어보더니

 

친절하게 목적지까지 태워주셨다. 어떻게 가야하나 했는데 감사합니다....

 

 

 

버스에 내려서 일단 짐부터 호텔에 내려놓자 싶어서 입구가 어딘지 찾고 있는데,

 

웬 형들이 와서 관광객이냐 어디서 왔느냐, 뭘 먹을거냐 끊임없이 말을 걸기 시작했다.

 

당장 낯선 곳에 도착해서 이게 뭔일인가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씹고(....) 주섬주섬 호텔 문을 찾아 들어갔다.

 

이때 뿐인가 싶었는데, 낯선 이들의 러쉬(....)는 탄자니아에 있는 내내 계속됐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한 건 모시 시내 중앙에 있는 위트래블 호스텔. (건물 왼쪽 구석에 철제 쪽문처럼 나 있는 곳이 정문이다)

 

8시간 만에 모시 도착 감격샷. 위트래블 호스텔은 로비가 테라스처럼 뚫려 있어서 모시 전경 감상이 언제든 가능하다.

친절하고 우리보다 훨씬 (당연히) 영어도 잘하는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짐을 방에 둔 다음, 웰컴 드링크를 한잔씩 마셨다.

 

급격히 8시간 버스 여행의 피로가 몰려왔지만, 일단 당장 급한 일부터 처리를 해야했다.

 

탄자니아에 들어오고부터 벽돌덩어리로 변해버린 핸드폰을 살리기 위한 심카드 수혈(...) 이었다.

 

 

 

여러 통신사 중에 속도 등등에서 그나마 제일 낫고, 우리가 후에 이동할 잔지바르에서도 잘 터진다는 평을 믿고

 

호텔 바로 건너편에 있는 할로텔(halotel)로 가서 심카드 2개를 샀다.

 

역시나 몹시 친절했던 직원들

직원들도 물론이고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이라고 하기엔 조악해보이는 바(Bar)형 핸드폰을 사용하는데,

 

모시 자체가 여행지라서 그런지 심카드를 사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도착 시간이 늦어 환전 타이밍을 놓친 관계로 일단은 달러로 결제를 했다.

 

나가면 누가 또 달라붙나? 마계(?)에 다소 겁먹은 윷긩

 

애초의 계획은 저녁을 밖에서 먹는 것이었는데, 일단 윷긩 여사가 모시 거리를 너무 무서워하기도 했고(....) 해질녘이 되어버려서 첫날 저녁은 호스텔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호스텔 로비 식당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우리 기준(?)으로 가격도 많이 비싸지 않은 데다(둘이 합쳐 2만 실링 = 1만 원) 맛도 괜찮았다. 냐마초마를 호스텔에서 처음 먹는다는 게 좀 슬프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 시작으로는 이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달까.

 

냐마초마와 햄버거, 그리고 킬리만자로 맥주

아쉬운 마음으로 식사에 맥주 한 잔까지 걸친 뿌윷 부부는

 

콸콸 잘 나오는 따뜻한 온수로 씻고 포근한 침대에 누워 단잠을 청했다.

 

탄자니아에서의 첫날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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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12. 1. 23:00

게임 드라이브 없이 바로 떠나기로 약속했던 터라 일어나자마자 짐을 쌌다.

 

지금 생각하면 한 번 정도 드넓은 초원과 동물들을 한 번 더 봤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그때는 연이은 강행군에 몸이 꽤 지쳐있었던 것 같다.

 

아흐메드 형제들이 그다지 탐탁지 않아 했다는 것도 문제였고..

 

 

 

짐을 싸다 핸드폰 하나를 같이 싸버린 탓에 리조트 로비에서 한바탕 난리를 치르긴 했지만..

 

그나마 석식보다는 훨씬 나았던 조식을 얼른 챙겨먹고 우리 일행은 다시 나이로비로 향했다.

 

안녕 마사이 마라

우리의 가이드 폴은 갑자기 어딘가에 내려서 물을 사고,

 

부족한 기름을 채우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긴 했지만

 

안정감 있게 우리를 다시 나이로비로 데려갔다.

 

사파리 내내 함께했던 아프리칸 맛사지도 익숙해지니 그때쯤엔 그저 그러려니 했던 것 같다.

 

 

 

다만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면 중간에 껴있는 점심이었다.

 

나이로비 외곽에 다소 못 미쳐 왔을 때쯤 우리는 도로 옆 휴게소처럼 생긴 식당 앞에 멈춰섰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케냐에 돌아가 동아프리카 음식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바베큐 - 냐마초마를 먹는 것이었다.

 

그런데 폴의 설명에 의하면 이 식당에서 이왕 점심을 먹는 김에 질 좋은 냐마초마를 싼 값에 같이 먹을 수

 

있다는 거였다. 어차피 우리가 예약할 때 돌아오는 날 중식은 포함되는 것으로 선택했을 터였다.

 

 

 

아흐메드 형제는 슬쩍 분위기를 보더니 점심을 먹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폴을 통해서 그곳에서 냐마초마에 처음 도전해보기로 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러니까 여기서 .. 냐마초마를 먹는다는 거죠?

아무리 좋게 봐줘도 허름한 휴게소 건물 안에 식탁 몇 개 가져다 놓은 것처럼 생긴 곳이었다.

 

뷔페식으로 음식을 떠다 먹는 식이었는데.. 그 음식의 상태라는 것도 영 좋지 않아 보였다.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도 뭔가 속은 듯한 표정으로 허탈하게 음식을 먹는 관광객들 뿐(....)

 

이왕 들어왔으니 그냥 나갈 수도 없고.. 여기서 냐마초마를 처음 먹는 건 도저히 아니다 싶어 급히 취소하고

 

먹는 둥 마는 둥 대충 입에 털어넣고 윷긩과 함께 바로 식당 밖으로 나왔다.

 

휴게소 앞 테라스에 앉아 있던 아흐메드 형제가 "역시 영 아니지?"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반겼다.

 

어쩐지.. 이게 여행비에 포함만 안 돼 있었으면 우리도 안 먹었을텐데 어쩔 수 없지

 

라고 자위하고 있었던 그 순간.

 

 

 

직원이 뛰쳐나와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먹은 밥값을 내야한다는 게 아닌가. 인당 500실링씩 1000실링.

 

그러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1만 원을 말이다.

 

근처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폴을 찾아 우리 밥값이 애초 결제한 여행비에 포함돼있지 않았느냐고 다시 물었지만,

 

그건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오마이

 

분명 식당에 들어가기 전에 돈을 추가로 내야하는 거냐고 폴에게 물어보고 아니라는 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한 입 정도 먹은 값으로 인당 5천 원을 내고, 쓰린 속을 탄산음료로 달래는 것 뿐이었다.

 

내 쓰린 속을 달래준 krest. 레몬 맛이 강한 스프라이트 느낌이다

7시간 가까이를 달리고 달려 다시 우리 숙소에 도착한 건 오후 3시쯤.

 

3층에서 2층으로 바뀐 방에 일단 우리 짐을 풀고,

바로 우버를 잡아타고 나이로비 시내에 있는 쇼핑센터에 가보기로 했다.

 

슈퍼마켓에서 먹을 것도 좀 사고, 제대로 점심을 먹지 못한 터라

 

가능하면 근처에서 냐마초마도 시도해볼 요량이었다.

 

있을 것 없을 것 다 있는 쇼핑몰. 야야센터

 

우리가 도착한 곳은 나이로비 시내에 있는 야야센터. 꽤 유명한 쇼핑몰이라고 했다.

 

슈퍼마켓은 물론이고 애플매장부터 잡화점까지 제법 많은 게 갖춰져 있었고,

 

무려 콜스스톤 크리머리도 있어서 아이스크림까지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야야센터에 도착한 직후부터

 

갑자기 윷긩의 컨디션이 급전직하했다. 어쩐 이유에서였는지 속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커피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괴로운 윷긩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슈퍼마켓에서 먹을 거리와 맥주만 사서 다시 숙소로 가기로 했다.

 

냐마초마를 못 먹었다는 게 아쉬웠지만.. 일단 윷긩의 컨디션이 먼저였다.

 

얼른얼른 장을 봅시다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아 마지막으로 야야센터를 한 바퀴 둘러봤는데, 나이로비에서 잘 보기 힘든 한국인 커플이

 

직물 가게(?)에서 뭔가를 고르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한국인 어디에나 있구나.. 싶었는데

 

돌아온 숙소에서 우연히도(?) 그들 커플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암보셀리와 잔지바르로 신혼여행을 온 한국인 부부였다.

 

역시 나이로비에서 한국인들이 묵는 숙소란 게 참 한정적이다 싶었다.

 

 

 

첫날 숙소에서 만났던 세계 여행중인 형님까지 합류해 다섯 명이서 우리가 사온 맥주와 함께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나이로비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겼다.

 

내일 아침 바로 잔지바르로 간다는 부부와는 연이 된다면 잔지바르에서 한 번 다시 만나기로 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윷긩의 컨디션은 회복됐고,

 

나는 언제나 낯선 사람을 만나면 그러한 것처럼 그날 밤도 참 신이 나서 수다를 떨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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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10. 24. 00:00

아침 일찍부터 게임드라이브를 하기로 한 우리는 일찌감치 눈을 떴다.

 

전날 아프리칸 마사지(?)를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인지 잠은 포근히 잘 잤던 것 같다.

 

다소 쌀쌀한 마사이마라의 아침 공기를 뚫고 우리는 일단 조식부터 먹었다.

 

뭐 대충 먹을만 하군

스크램블드 에그에 베이컨, 햄은 물론이고 중국식 지단까지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날 먹은 중식이나 석식보다 조식의 퀄리티가 훨씬 좋았다.

 

 

 

얼른 짐을 챙겨 7시도 되기 전에 바로 게임드라이브를 하러 출발.

 

특히 육식동물들은 새벽 해뜰녘에 많이 볼 수 있다는 말을 먼저 들었기에 우리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얼룩말님들 하이. 톰슨가젤님도 하이..

온통 초식 동물들의 천국이었다.. 아마 어제부터 질리도록 본 '누'님들은

 

아예 찍지도 않게 되는 시점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드디어..

 

왔는가 닝겐

게임드라이브를 나선지 1시간 가까이 됐을 무렵 어제 멀리서 형체를 겨우 볼 정도로 영접했던 치타를 다시 만났다.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안 되지만 왠지 표정이라도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가까운 거리였다.

 

우리가 보고 있건 말건 유유자적 누워서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내시던 치타님들은

 

한참만에 귀찮은 듯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근처에 누떼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오오 흔하게 보기 힘들다는 치타의 사냥장면을 볼 수 있는 건가하는 기대감이 우리 일행을 들뜨게 하는 순간이었다.

 

어흥(?). 아 근데 귀찮다 닝겐

갑자기 누떼로 돌진하는 치타.!

 

오오 본격적으로 사냥에 나서는 건가!

 

했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더 이상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어영부영 재미삼아(?) 누떼를 이리저리 몰기만 하는 듯했다.

 

가이드 폴의 말에 의하면 이미 어제쯤 사냥을 해서 배를 불린 것 같다고 했다. 아 눙무리...

 

다시 마라강을 향해 서쪽으로 서쪽으로.

 

 

 

게임드라이브를 하며 폴이 처음 얘기했던 게 있다.

 

"빅5(버팔로, 표범, 코끼리, 사자, 코뿔소)를 다 보지 못할 수는 있다. 특히 표범과 코뿔소는 못 볼 수도 있다.

 

다만 마사이마라는 '사자의 땅'이다. 사자는 실컷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말처럼 우리 일행은 사파리가 끝날 때까지 결국 표범과 코뿔소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마사이마라가 '백수의 왕' 사자의 땅이라는 그의 호언장담은 거짓이 아니었다.

사자의 땅 마사이마라

응달에 누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하는 듯한 숫사자를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서 만난 거였다.

 

아니 저렇게 게으르게 늘어져 있는 게 백수의 왕이라고..?

 

온갖 게임드라이브 차량들이 모여 들어 자신들을 보고 있는 것에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렇다. 그들의 심드렁함만큼은 확실히 왕의 위엄(?)에 가까워 보였다.

 

 

 

 

출발한지 세 시간여 만에 우리는 마사이마라 한복판에 발을 디뎠다.

 

자 없는 거 빼고 다 있습니다

마사이마라 한복판에 있는 커다란 장에서였다.

 

늘어선 물건은 주로 나무로 만든 동물인형이나 그릇따위였는데,

 

만듦새가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사파리 투어를 즐기는 여행객들의 눈길을 끌기에는 충분한 것들이었다.

 

마사이마라 방문 기념품을 이곳에서 사리라 마음먹었던 윷긩은 이곳에서 기린 두 마리와 그릇 하나를 업어왔다.

 

구입한 것들을 여행 메이트 아흐메드 형제에게 보여주며, 이거 두 개 합해서 2200실링에 샀다고 하니

 

그거 자기들 고향 몸바사에 가면 반값에 살 수 있다며 핀잔 아닌 핀잔을 줬다(....)

 

아무렴 어떤가.

 

드넓은 평원과 윷긩

날씨는 눈이 시릴만큼 좋았고, 어느쪽으로 봐도 그림이었다.

 

한국에서는 쉬이 볼 수 없을 그 풍경에 우리 부부는 모두 압도가 돼 버렸다.

 

다시 한 번 우리가 아프리카 대륙에 와 있다는 걸 실감케하는 순간이었다.

 

 

빅5 치고는 자주 만나는 버팔로와 사자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버팔로와 외로운 암사자를 지나쳐 계속 마라강으로 향했다.

 

여전히 길은 몹시 험했지만, 가이드 폴의 환상적인(?) 드라이빙 덕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아니,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 차가 갑자기 왜 이래..

얕은 웅덩이를 지나 오르막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는데,

 

나름 사륜구동(?) 마개조를 자랑하던 우리 차가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퍼져버린 거였다.

 

폴이 차 아래로 들어가 조치를 취하고,

 

우리 일행이 모두 차를 밀어 올려보겠다며 달라붙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폴이 근처를 지나던 차에게 SOS콜을 쳤고

 

랜드크루저가 견인해준 덕에야 거의 몇십 분 만에 트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고보면 게임 드라이브를 하는 내내 중간에 퍼져버린 차들을 보며 저 차는 왜 저럴까 안타까워했었는데..

 

그래도 이 한 번 외에는 차가 크게 말썽을 부린 일이 없었으니 우리는 운이 좋은 편이었던 것 같다.

 

랜드크루저.. 차 차 찬양

슬슬 배가 고파질 무렵. 우린 마라강 유역에 도착해 준비해온 런치박스로 끼니를 해결했다.

 

쥬스에 빵, 닭고기 등으로 구성된 간단한 식사였는데, 시장이 반찬인지 꽤 먹을만 했다.

 

다만, 미친듯이 꼬여드는 파리떼가 문제였을 뿐..

 

정말이지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파리떼가 꼬여들어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치워야 했다.

 

그래도 배에 뭐가 들어가니 좋다고 웃어본다
이분으로 말할 거 같으면 탄자니아-케냐 국경선 역할을 하는 돌덩어리 되시겠다

출발한지 여섯시간 만에

 

우리는 오늘의 반환점이라 할 수 있는 마라강에 도착했다.

 

마라강은 마사이마라 인근을 흐르는 강으로

 

8월쯤 누떼가 강을 가로질러 세렝게티에서 마사이마라로 이동하는 장관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우리 부부가 세렝게티 대신 마사이마라를 선택했던 것은

 

가격적인 차이도 있었지만(대체로 세렝게티 투어가 더 비싸다) 8월 마사이마라 성수기를 상징하는

 

누떼의 이동을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현실은..

마라강, 그곳은 하마님의 나와바리

누떼가 이동하는 모습은 눈곱만큼도 볼 수가 없었다.

 

폴에게 물어보니 요즘들어 누떼가 이동하는 시즌이 7월로 당겨졌다고 한다.

 

어쩐지 마사이마라에 누떼가 이미 차고 넘친다 했다..

 

대신 악어와 하마는 꽤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마라강 투어(?)는 원래의 가이드가 아닌 마라강 유역을 지키는 군인(투어 후 팁을 인당 1달러 정도 줘야 한다)에게 받는데,

 

그에 따르면 마라강의 지배자는 하마 가족들이라고 했다.

 

이들은 강에 저마다의 경계선을 그어놓고 구역을 설정하는데, 가끔 이 구역을 확장하고 축소시키기 위한

 

싸움도 일어난단다.

 

아래 사진 돌무더기에 퍼져 있는 하마는 그 싸움의 패배자가 되시겠다.

 

뭔가를 호시탐탐 노리는 듯한 악어와 패배자 하마

근데 우리에겐 하마가 참 신기하다며 눈을 반짝일 새도 마땅치 않았는데..

 

점심 먹을 무렵부터 계속된 그놈의 파리 어택 때문이었다.

 

이 잎사귀엔 슬픈 전설이 있어(feat. 파리 퇴치기)

쫓아내면 달려들고, 쫓아내면 달려들고

 

정말이지 쉴새 없이 날아오는 파리떼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 지경이었다.

 

파리 퇴치용 잎사귀를 흔들어봐도 잠시 그때뿐.

 

날씨는 미친 듯이 덥지 파리떼는 미친듯이 꼬이지..

 

지금 생각해보면 사진이라도 몇장 찍은 게 용하다 싶다.

 

파리... 파리 놈들.. (안경 더러움 주의)

괴로움의 화룡점정은 화장실에서였다.

 

마라강 투어 시작때부터 참아왔던 화장실행을 끝날 때쯤 겨우 감행할 수 있었는데

 

문도 엉성하게 달려있는 푸세식 화장실에 응아(?)가 철푸덕 내려앉아 있는 게 아닌가.

 

아무래도 급했던 누군가가 조준(?)을 잘못한 모양인데...... 아이고 내 눈아..

 

무사히 볼일(작은일이었다!!)을 마치고 나왔지만 그 일은 트라우마로 남았고,

 

훗날 조준이 잘못된 누군가의 대변은 우리 부부에게 '마라강의 응아' 사건으로 남았다.

 

버팔로 뼈가 인상적. 마라강 인근 곳곳에 널부러져 있기도 하다

마라강을 찍고 돌아오는 길도 오늘 하루종일과 마찬가지였다.

 

슬슬 이때부터는 경이로운 풍경보다 몸의 피곤함이 앞서기 시작했던 것 같다.

 

드넓은 마사이마라가 어느새 익숙해져버린 거였다.

 

어디 뭐 색다른 것 없나..
심바와 품바

그런 풍경을, 그 동물들을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하지만 당시에는 연이은 일정에 지쳐서인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두 달이 넘게 지난 지금에 와서는 덜그덕덜그덕 거리는 아프리칸 마사지마저 그립지만.

 

 

 

롯지에 돌아오면서 10시간여 넘게 이어진 사파리 일정을 마친 우리는

 

오자마자 전기주전자를 공수해 라면으로 주린 배를 채우기 바빴고,

 

두 시간 뒤에 저녁도 또 먹었는데

 

사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을 적당히 즐기며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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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9. 30. 00:35

앞선 글에서 각 나라의 환율에 대한 얘기를 빼먹었다 (....)

 

1케냐실링은 대충 한국돈으로 11원쯤 된다. 1000kes(케냐실링)이 한국돈 11000원쯤 되는 셈.

 

여행을 할 때는 대충 케냐실링에 10을 곱해서 어림잡아 계산했던 것 같다.

 

환전은 한국에서 바꿔간 달러를 나이로비 시내에 있는 환전소에서 케냐실링으로 바꾸는 식으로 했는데

 

혹시 빅타임사파리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직원이 환전소 위치를 친절히 알려줄 것이다.

 

탄자니아실링 실물. 누가 사파리국 아니랄까봐..

반면 1탄자니아실링은 0.5원쯤 된다. 1000tshs(탄자니아실링)이 한국돈 500원인 셈.

 

대충 나누기 2를 해서 생각하면 맞다.

 

고로 케냐에서 탄자니아로 옮겨가면 생각하는 단위가 완전히 바뀌어버리기 때문에 모시에서는 좀 헷갈리기도 했었던 것 같다.

 

환전은 모시 위 트래블 게스트하우스 근처의 은행에서 했는데

 

100달러권, 50달러권을 바꿀 때랑 그 이하 권종을 바꿀 때는 아예 환율이 다르게 적용된다(....)

 

100달러를 23500실링으로 바꿔주는데, 10달러 10장은 21000실링으로 바꿔주는 식. 돈 갖고 장난하냐 너네

 

되도록이면 달러를 고액권 위주로 가져가서 환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이로비에서 첫밤을 보낸 우리 부부는 마사이마라행 준비를 위해 후다닥 짐부터 쌌다.

 

타고 가는 차가 캐리어를 싣고 가기에는 용량이 부족하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

 

그래서 캐리어 두 개는 한인민박에 맡겨두고, 배낭에 필요한 옷과 짐만 챙겨 사파리로 가기로 했다.

 

(미리 Mufasa tour의 Joseph에게 물어봤을 때 캐리어도 충분히 실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듣긴 했지만.. 왠지 미덥지 않았다)

 

이주열 게스트하우스의 터줏대감. 유혹하는 눈빛에 넘어간 집사(후보생)

일어나자마자 후딱 아침부터 먹었다. 게스트하우스의 아침은 베이컨과 빵이 나오는 서양식. 괜찮았다.

 

솔직히 웬만한 호텔 조식보다 나았던 거 같다.

 

하지만 충분히 음미할 시간은 없었다. 집 앞으로 픽업을 오긴 하지만 출발 시간은 아침 8시.

 

짧은 식사와 짧은 집사 역할(....)을 끝내고 바로 봉고차에 올라탔다.

 

얼핏 보이는 여행메이트 아흐메드 형제와 가이드 폴. 케냐 국기 모양 손잡이가 인상적

운이 좋았다.

 

한 차에 최대 6~7명이 탈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 차에는 우리 부부를 포함해 모두 4명 뿐이었다.

 

뭄바사에 서 온 아랍계 케냐인 아흐메드 형제가 바로 우리 동행. 케냐 사람 동행이니 사기는 안 맞겠다 싶었다.

 

형은 중동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동생이 나이로비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어 시간을 맞춰 같이 여행가는 거라고 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빈약한 영어실력으로 인해 그러지 못한 게 다소 아쉽다.

 

하지만, 적절히 서로를 배려하고 신경쓰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좋은 동행자들이었다.

 

 

 

한 한 시간 좀 넘게 달렸을까.

 

복잡한 나이로비 시내를 지나 처음으로 멈춰 쉬는 곳은 이른바 대지구대(The Great Rift Valley)의 뷰포인트였다.

 

북쪽으로는 서아시아의 요르단부터 남쪽으로는 아프리카 대륙의 모잠비크까지 이어지는 일종의 협곡이다.

 

이 협곡은 판구조론과 대륙이동설의 산 증거인데 (....) 수백~수천만 년 지나면 동아프리카 일부가

 

현재의 아프리카 대륙에서 떨어져나갈 것을 보여주는 예시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보기에는

판구조론의 생생 현장에서 부부샷.jpg

그냥 길따란 분지다 (.......)

 

앞이 탁 트여서 보기는 좋은데.. 그게 다라는 게 함정.

 

바로 옆에 화장실을 겸한 기념품 상점도 있는데 호갱님 어서오세요 별다르게 끌리는 건 없었다.

 

다시 마사이 마라로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본격적인 아프리칸 마사지의 세계가 열린다.

 

 

 

가이드인 폴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아프리칸 마사지가 시작된다"고 했을 땐 에이 뭐 그렇게 까지야 싶었는데..

 

진짜 장난이 아니었다.

 

비포장도로에 들어선 후 4시간여(?) 동안 내내 격렬한 마사지가 계속됐다.

 

너무 흔들리니까 멀미도 안 나더라는 슬픈 진실..

 

전날인지 전전날인지 비가 와서 도로 상태가 정말이지 엉망진창이었는데

 

우리의 가이드 폴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핸들을 자기 수족마냥 다루며 능숙하게 난관을 헤쳐나갔다.

 

심지어 롯지로 가는 중에 퍼져버린(...) 다른 차 승객들을 태워주는 여유까지.

 

우여곡절 끝에 숙소인 롯지에 도착한 건 오후 2시가 넘어서였다.

 

숙소는 거 참 번듯하게 잘 지어놨구만
이리로 가면 됩니까. 거 일단 배부터 좀 채웁시다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마사이족을 보고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 것도 잠시.

 

일단 방에 짐을 풀고 밥부터 먹었다. 식당은 그럴듯한 식당건물에서 뷔페식으로 먹게 돼 있는데.. 의외로 그저 그랬다.

 

그때까지만 해도 늦게 먹는 점심이라 제대로 준비가 안 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잠깐 수영장도 둘러보고.. 근데 저 기름때 같은 건 뭐지?

잠보 마라 사파리 롯지의 편의시설은 굉장히 양호했다. 탁구대부터 당구대까지 로비 건물에는 나름 놀 거리도 많았고

 

미리 알아보고 온대로 수영장도 딸려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수영을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유물이

 

수영장 위에 항상 떠있었기 때문. 서양애들은 별로 신경도 안 쓰고 수영 잘만 하더라

 

 

 

잠깐의 휴식 시간을 뒤로 하고 우리는 바로 대망의 첫 게임드라이브에 나섰다.

 

사파리 둘째날 하루종일 게임드라이브를 했던지라

 

동물도 실컷 보고 초원도 실컷 보고 볼거리는 훨씬 더 많았었던 거 같은데,

 

희한하게 우리 부부에겐 첫 게임드라이브가 더 좋고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후에 지겹게 보았던 얼룩말과 누우떼도 경이로웠고

 

드넓은 평원을 걷는 코끼리 가족과 기린, 치타의 모습도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감탄으로 다가왔다.

 

전날 기린 센터에서 실감했던 동아프리카 여행의 설렘을 처음 제대로 목도했달까.

 

해가 지면서 이제 돌아가야할 시간이 되고 보니

 

두 시간 정도의 첫 게임드라이브가 스치듯 지나가버렸다.

 

애초에 우리 부부가 아프리카 대륙으로 날아온 건 바로 이런 풍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롯지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버팔로와 코끼리. 코끼리 상아가 유독 짧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여행이 끝난 후 두 달 가까이가 지난 후이다 보니

 

게임드라이브가 끝난 후 롯지로 돌아와서

 

밥은 제대로 먹었는지, 언제쯤 잠들었는지 정확히는 잘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마사이마라 초원과 그곳에 사는 동물들은 기억 어느 한 구석에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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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9. 26. 23:49

시작부터 시간이 촉박했다.

 

목요일부터 휴가가 시작이지만 비행기 시간이 새벽 1시라 수요일 칼퇴와 함께 곧장 집으로 향했다.

 

지난 주말 대충 챙겨둔 짐을 제대로 체크할 시간도 없이 바로 인천공항으로 출발.

 

가방도 바지도 마음만은 이미 아프리카

 공항버스를 타고 출발 2시간 반 전쯤 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간 여유가 있었다.

 

대부분의 면세점이 문을 닫은 상태였기 때문에 뭘 할래야 할 수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

 

 

 

몇년 전 아프리카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대유행했을 때

 

대한항공의 인천-나이로비 편을 비롯해

 

한국과 아프리카를 잇는 직항편 한국 국적기는 모두 소멸했다. 바이러스가 창궐했던 건 서아프리칸데 왜 동아프리카 항공편이

 

따라서 동아프리카로 떠나는 한국 여행자들에게 선택지는 보통 크게 3가지.

 

동남아에서 경유하거나, 중동에서 경유하거나, 에티오피아 직항편을 타거나다.

 

우리의 선택지는 에티오피아 직항편이었다.

 

 

 

에티오피아 항공은 아프리카 대표 국적기 답게 기내식도 나쁘지 않고 서비스도 괜찮았다.

 

심지어 인천-에티오피아 구간을 왕복시켜준 건 인수된지 얼마 안 돼 보이는 최신식 보잉 787 드림라이너였다.

 

하지만, 막상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걱정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찍지말라는데 뭐가 좋다고 찍고 있다

걱정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올해(2019년) 초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와 케냐 나이로비 간을 운항하던

 

보잉 737max 기종이 추락하는 대형 사고가 있었다는 것.

 

하지만 비행기가 문제지 항공사가 문제일까 싶어서 고민 끝에 예약을 했고, 결과적으로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었다.

 

물론 에티오피아 항공에 문제가 아예 없었느냐고 묻는다면 절대 그건 아니지만....... (또르르 자세한 얘기는 후술)

 

 

두번째는 아디스아바바에서의 환승 시간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짧다는 거였다.

 

스케줄 상 아디스아바바 볼레 국제공항 도착은 현지시각으로 오전 7시 45분.

 

나이로비 조모 케냐타 국제공항으로 출발하는 시간은 8시 15분이었다. 아니 이게 가능합니까 선생님

 

심지어 원래 예약할 때는 출발이 8시 반쯤이었는데, 스케줄 변경이 돼 더 당겨져버린 것. 이때 메일 확인의 중요성을 알아야 했다

 

에티오피아 항공 한국 사무실에 문의를 해봐도 "많은 승객들이 그렇게 환승을 한다"며 문제가 없다는 태도였고,

 

최악의 경우 다음 비행기는 태워주겠지(.....) 싶어서 환승에 성공할 때까지 반신반의했더랬다.

 

혹시나 환승편 놓칠까 부랴부랴 비행기에 내려 버스로 달렸다

막상 가보니 별 문제는 없었다.

 

이동경로마저 무척 짧아 쫄깃(?) 환승에 최적화돼 있는 듯한 모습.

 

버스에 내려 직원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 조금 걸어 올라갔더니

 

바로 다음 비행기를 타는 게이트 쪽으로 갈 수 있었다.

 

숨쉴 틈도 없이 비행기를 갈아타고 케냐로 출발. 2시간을 더 날아서야 우리는 비로소

 

아프리카 대륙에 제대로된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공항 밖으로 나가 가장 먼저한 건 물론 심카드 구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인 십 년 전에는 어떻게 여행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심카드 없이는 아무것도 할수 없게 돼 버렸다.

 

우리 부부가 선택한 건 사파리콤. 비교적 마사이마라에서도 잘 터진다는 평을 듣고서 한 선택이었다.

 

실제 사파리 중 마라강 유역으로 깊게 들어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통신 사용에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나름 인지도가 제일 높은 통신사인지, 사파리콤에만 줄이 제법 서 있어서

 

대략 10여분 정도는 대기를 해야했다.

 

뭔가 아래 심카드 쓰는 방법이 잔뜩 써 있지만.. 그냥 직원이 알아서 다 해준다

5GB짜리 두 개를 구매했고, 가격은 개통비(?) 1달러를 포함한 듯 11달러씩이었다.

 

공항 출구로 나가자마자 통신사 매장들이 주르륵 늘어서 있으니 찾기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슬쩍 보이는 마계 입구

나이로비에서 1년을 넘게 살다온 지인이 말해준 게 있었다.

 

공항 나가자마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실제로 관광객들을 호객하겠다는 일념으로 무장한 삐끼들이 공항 앞에 줄줄이 서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후에 모시와 잔지바르를 겪으며 각양각색의 삐끼들을 만나며 다소 익숙해져버렸지만,

 

당시는 처음이라 대책 없이 갔으면 어찌할 바를 몰랐겠다 싶다.

 

다행히 우리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 숙박을 하게될 이주열 게스트하우스에 추가금(아마 30달러)을 내고 픽업 서비스를 신청해놨던 터라

 

안전히 숙소로 향할 수 있었다.

 

흔한 나이로비의 거리 풍경. 케냐의 축구 인기는 상당했다

공항에서 이주열 게스트하우스까지는 넉넉잡아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후에 제대로 알게 됐지만 게스트하우스는 굉장한 부촌에 자리잡고 있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따로 경비가 있고,

 

우버 기사들이 올 때마다 보고 놀라워하는 정도.

 

다소 피곤해 보이는 브이. 우리는 3층에 방을 배정 받았다.

고오급 주택의 향취를 충분히 느낄 시간도, 긴 이동 시간으로 인한 여독을 풀 시간도 없이

 

우리는 허겁지겁 여정을 풀고 나이로비 시내로 나갔다.

 

환전도 해야했고, 사파리에서 돌아온 후 나이로비에서 탄자니아 모시로 가는 버스 티켓도 구매해야했기 때문.

 

이동 수단은 역시 우버였다. 케냐에서는 정말이지 우버가 짱이다.

 

가장 퀄리티가 좋은(?) 우버X를 타도 웬만큼 가까운 거리는 3000원~5000원 사이로 갈 수 있었고,

 

우리의 여정이 인터넷에 기록이 남는다는 점도 안전하게 느껴졌다.

 

다만 우버에서 내리면..마계가 펼쳐진다.

 

 

 

나이로비 체류 경험자에게 들었던 또 다른 조언 중 하나는, 거리에서 핸드폰을 꺼내놓고 다니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도둑 맞기가 십상이라고)

 

막상 시내 한복판에 내려서도 환전소가 어딘지, 버스 티켓을 끊어야 곳은 어딘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길거리를 헤매다 아무데나 경비가 있는 은행에 들어가서 구글맵을 확인하다.. 빙글빙글 방황을 하던 우리는

 

귀인(?)을 만나 겨우  방황을 멈출 수 있었다.

 

누군가 다가와서 자기를 따라오길래 흔한 삐끼인줄 알고 지나치려 했는데,

 

알고보니 우리가 찾던 여행사의 직원이었던 것.

 

여기예요 여기. 뭘 그렇게 헤맸대요

모시로 가는 버스는 둘이 합쳐 50달러를 냈다.

 

한국인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빅타임 사파리에서 샀는데, 다른 여행사에서 사면 가격이 다를지도?

(후에 우리가 탔던 버스의 컨디션이 몹시 극악했고, 정류장에 있는 버스 뒤에 바로 모시로 가는 다른 버스가 있었던 걸로 봐서 분명 다른 가격 or 등급의 버스가 있는 것 같다)

 

여행사 직원의 인도 하에 무사히 환전까지 마치고

 

초행이라 어쩌면 더 긴장했던 나이로비 시내를 스치듯 지나 다시 우버를 타고 시 외곽에 있는 기린센터로 향했다.

 

 

 

아프리카 여행을 택한 여러 이유 중 어쩌면 가장 컸던 것은 동물을 실컷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그리고 아프리카 여행 중 처음으로 기린센터에서 동물을 만났다.

 

기린이야 뭐, 어릴적 동물원에서도 많이 봤는데 신기할 게 있을까 싶었는데, 희한하게 또 느낌이 달랐다.

 

입장료는 인당 1500케냐실링.

 

기린 센터 옆에는 작은 카페 겸 편의점도 딸려 있다.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현금은 에누리 없이 사용 불가
길긴 참 길구나 기린놈. 심지어 혀도 길다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

나중에 사파리에서 보게 된 기린은 느낌이 또 완전히 달랐지만,

 

기린센터도 우리 부부의 아프리카 첫날을 기념하기에 충분히 신기한 경험이었다.

 

저렇게 기나긴 동물이 자유롭게 걸어다니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다니...

 

다소 아쉬웠던 건 운영시간이 오후 5시까지로 다소 짧다는 것. 하긴 근처에 있는 코끼리 고아원은 점심에만 개방해 가보지도 못했으니(....)

 

 

 

기린센터에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는 시간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오래 걸렸다.

 

원래 같으면 30분 좀 넘게만에 올 거리를 1시간 반 만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우버 비용도 한국돈으로 거의 2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

 

점점 차가 늘어나는 데 비해 도로 인프라는 그에 따라가질 못하면서

 

나이로비에는 상습적인 교통체증이 있다고 한다.

 

꽉막힌 도로에서 만난 국민의 방송(......) 케냐 버스 시스템..?이겠지

 

나중에 민박집 사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매달 첫째날이 월급날이라, 외식을 하러 나간 사람들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막혔을 거라고 한다.

 

그야말로 기진맥진.

 

 

 

하지만, 돌아오니 딱 맞춰 저녁시간이었고, 삼겹살과 수육에 다른 일행들이 사온 맥주 한 잔을 얻어마시며 수다를 떠느라

 

수고로움은 금방 잊혀졌다.

 

사실 둘이서 떠난 여행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에 묵은 건 처음이었는데,

 

바로 이런 부분이 한인민박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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