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9. 9. 30. 00:35

앞선 글에서 각 나라의 환율에 대한 얘기를 빼먹었다 (....)

 

1케냐실링은 대충 한국돈으로 11원쯤 된다. 1000kes(케냐실링)이 한국돈 11000원쯤 되는 셈.

 

여행을 할 때는 대충 케냐실링에 10을 곱해서 어림잡아 계산했던 것 같다.

 

환전은 한국에서 바꿔간 달러를 나이로비 시내에 있는 환전소에서 케냐실링으로 바꾸는 식으로 했는데

 

혹시 빅타임사파리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직원이 환전소 위치를 친절히 알려줄 것이다.

 

탄자니아실링 실물. 누가 사파리국 아니랄까봐..

반면 1탄자니아실링은 0.5원쯤 된다. 1000tshs(탄자니아실링)이 한국돈 500원인 셈.

 

대충 나누기 2를 해서 생각하면 맞다.

 

고로 케냐에서 탄자니아로 옮겨가면 생각하는 단위가 완전히 바뀌어버리기 때문에 모시에서는 좀 헷갈리기도 했었던 것 같다.

 

환전은 모시 위 트래블 게스트하우스 근처의 은행에서 했는데

 

100달러권, 50달러권을 바꿀 때랑 그 이하 권종을 바꿀 때는 아예 환율이 다르게 적용된다(....)

 

100달러를 23500실링으로 바꿔주는데, 10달러 10장은 21000실링으로 바꿔주는 식. 돈 갖고 장난하냐 너네

 

되도록이면 달러를 고액권 위주로 가져가서 환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이로비에서 첫밤을 보낸 우리 부부는 마사이마라행 준비를 위해 후다닥 짐부터 쌌다.

 

타고 가는 차가 캐리어를 싣고 가기에는 용량이 부족하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

 

그래서 캐리어 두 개는 한인민박에 맡겨두고, 배낭에 필요한 옷과 짐만 챙겨 사파리로 가기로 했다.

 

(미리 Mufasa tour의 Joseph에게 물어봤을 때 캐리어도 충분히 실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듣긴 했지만.. 왠지 미덥지 않았다)

 

이주열 게스트하우스의 터줏대감. 유혹하는 눈빛에 넘어간 집사(후보생)

일어나자마자 후딱 아침부터 먹었다. 게스트하우스의 아침은 베이컨과 빵이 나오는 서양식. 괜찮았다.

 

솔직히 웬만한 호텔 조식보다 나았던 거 같다.

 

하지만 충분히 음미할 시간은 없었다. 집 앞으로 픽업을 오긴 하지만 출발 시간은 아침 8시.

 

짧은 식사와 짧은 집사 역할(....)을 끝내고 바로 봉고차에 올라탔다.

 

얼핏 보이는 여행메이트 아흐메드 형제와 가이드 폴. 케냐 국기 모양 손잡이가 인상적

운이 좋았다.

 

한 차에 최대 6~7명이 탈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 차에는 우리 부부를 포함해 모두 4명 뿐이었다.

 

뭄바사에 서 온 아랍계 케냐인 아흐메드 형제가 바로 우리 동행. 케냐 사람 동행이니 사기는 안 맞겠다 싶었다.

 

형은 중동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동생이 나이로비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어 시간을 맞춰 같이 여행가는 거라고 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빈약한 영어실력으로 인해 그러지 못한 게 다소 아쉽다.

 

하지만, 적절히 서로를 배려하고 신경쓰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좋은 동행자들이었다.

 

 

 

한 한 시간 좀 넘게 달렸을까.

 

복잡한 나이로비 시내를 지나 처음으로 멈춰 쉬는 곳은 이른바 대지구대(The Great Rift Valley)의 뷰포인트였다.

 

북쪽으로는 서아시아의 요르단부터 남쪽으로는 아프리카 대륙의 모잠비크까지 이어지는 일종의 협곡이다.

 

이 협곡은 판구조론과 대륙이동설의 산 증거인데 (....) 수백~수천만 년 지나면 동아프리카 일부가

 

현재의 아프리카 대륙에서 떨어져나갈 것을 보여주는 예시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보기에는

판구조론의 생생 현장에서 부부샷.jpg

그냥 길따란 분지다 (.......)

 

앞이 탁 트여서 보기는 좋은데.. 그게 다라는 게 함정.

 

바로 옆에 화장실을 겸한 기념품 상점도 있는데 호갱님 어서오세요 별다르게 끌리는 건 없었다.

 

다시 마사이 마라로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본격적인 아프리칸 마사지의 세계가 열린다.

 

 

 

가이드인 폴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아프리칸 마사지가 시작된다"고 했을 땐 에이 뭐 그렇게 까지야 싶었는데..

 

진짜 장난이 아니었다.

 

비포장도로에 들어선 후 4시간여(?) 동안 내내 격렬한 마사지가 계속됐다.

 

너무 흔들리니까 멀미도 안 나더라는 슬픈 진실..

 

전날인지 전전날인지 비가 와서 도로 상태가 정말이지 엉망진창이었는데

 

우리의 가이드 폴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핸들을 자기 수족마냥 다루며 능숙하게 난관을 헤쳐나갔다.

 

심지어 롯지로 가는 중에 퍼져버린(...) 다른 차 승객들을 태워주는 여유까지.

 

우여곡절 끝에 숙소인 롯지에 도착한 건 오후 2시가 넘어서였다.

 

숙소는 거 참 번듯하게 잘 지어놨구만
이리로 가면 됩니까. 거 일단 배부터 좀 채웁시다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마사이족을 보고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 것도 잠시.

 

일단 방에 짐을 풀고 밥부터 먹었다. 식당은 그럴듯한 식당건물에서 뷔페식으로 먹게 돼 있는데.. 의외로 그저 그랬다.

 

그때까지만 해도 늦게 먹는 점심이라 제대로 준비가 안 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잠깐 수영장도 둘러보고.. 근데 저 기름때 같은 건 뭐지?

잠보 마라 사파리 롯지의 편의시설은 굉장히 양호했다. 탁구대부터 당구대까지 로비 건물에는 나름 놀 거리도 많았고

 

미리 알아보고 온대로 수영장도 딸려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수영을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유물이

 

수영장 위에 항상 떠있었기 때문. 서양애들은 별로 신경도 안 쓰고 수영 잘만 하더라

 

 

 

잠깐의 휴식 시간을 뒤로 하고 우리는 바로 대망의 첫 게임드라이브에 나섰다.

 

사파리 둘째날 하루종일 게임드라이브를 했던지라

 

동물도 실컷 보고 초원도 실컷 보고 볼거리는 훨씬 더 많았었던 거 같은데,

 

희한하게 우리 부부에겐 첫 게임드라이브가 더 좋고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후에 지겹게 보았던 얼룩말과 누우떼도 경이로웠고

 

드넓은 평원을 걷는 코끼리 가족과 기린, 치타의 모습도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감탄으로 다가왔다.

 

전날 기린 센터에서 실감했던 동아프리카 여행의 설렘을 처음 제대로 목도했달까.

 

해가 지면서 이제 돌아가야할 시간이 되고 보니

 

두 시간 정도의 첫 게임드라이브가 스치듯 지나가버렸다.

 

애초에 우리 부부가 아프리카 대륙으로 날아온 건 바로 이런 풍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롯지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버팔로와 코끼리. 코끼리 상아가 유독 짧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여행이 끝난 후 두 달 가까이가 지난 후이다 보니

 

게임드라이브가 끝난 후 롯지로 돌아와서

 

밥은 제대로 먹었는지, 언제쯤 잠들었는지 정확히는 잘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마사이마라 초원과 그곳에 사는 동물들은 기억 어느 한 구석에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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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9. 25. 02:46

왜 하필 많고 많은 곳 중에 아프리카였을까.

 

생각해보면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1) 지난 3년간 유럽만 세차례 다녀왔다. 또 유럽에서 건물 보는 거 지겹지 않느냐.

2) 그렇다면 뭔가 색다른 건 없을까.

 

정도?

 

물론 SNS에 올라온 박모 변호사님의 아프리카 여행(특히 사파리) 사진이 뽐뿌의 직접적인 계기이긴 했다.

 

저 고고한 기린의 자태와 탁 트인 초원의 풍경에 끌리지 않을 자 누군가

잠깐 둘이서 고민을 하다 비행편을 알아보니 생각보다(어디까지나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고,

 

사파리를 케냐(마사이마라)에서 할지, 탄자니아(세렝게티)에서 할지를 끝까지 고민한 끝에

 

8월에 마라강을 넘는 누떼를 봐야하지 않겠느냐며 마사이마라를 택했다. 그리고 마라강에서는 파리만 만났다

 

나이로비 인, 잔지바르 아웃(에티오피아 항공, 아디스아바바 경유) 항공권부터 질러버렸다.

 

근데 진정한 문제는 그곳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게 함정.

 

 

 

아무래도 아프리카가 아직 한국인들에게 여행지로써는 친숙하지 않다보니

 

한글로 된 정보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아프리카 여행책도 얼마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동아프리카로 한정된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전체를 통째로 묶은 식이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전 정보는 네이버 카페 고고아프리카(https://cafe.naver.com/gotoafrica)와

열혈 웹서핑으로 얻은 것이었다. 그마저도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사파리 예약은 사파리부킹닷컴(safaribooking.com)을 몇날며칠을 뒤져서 결정했다.

 

사파리 선택에 있어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했던 건 숙소였다.

 

그래도 나름 30대 부부여행자가 떠나는 여행인데,

 

잠자리가 불편하고 씻기가 힘든 건 참기가 힘들 것 같았다.

 

가격적인 부분을 감안해 프라이빗 투어나 랜드크루저 옵션은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의 선택은 무파사 투어 with 잠보 마라 사파리 롯지(jambo mara safari lodge).

 

5점 만점에 4.9점이 포인트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쁘지 않았다.

 

일단 사파리부킹닷컴에서 여행사의 투어를 몇 가지 고르면,

 

연락(보통 왓츠앱을 통해)을 한 뒤 가격을 흥정하고 조건을 결정하는

 

지~~~~루하고도 답답한 줄다리기를 해야한다. 영어에 능숙하지 않아서인지 그 과정도 참 쉽지가 않았다.

 

나의 경우 상대방이 얼마나 진실되어 보이느냐가 값을 얼마나 더 깎아주느냐보다 중요했는데

 

무파사의 Joseph(왓츠앱 +324 701 302035)은 그런 의미에서 괜찮은 상대였다.

 

 

 

사파리 예약과 함께 나머지 숙소도 예약했다.

 

우리 부부의 대략적인 일정은 이랬다.

 

나이로비 1박 - 마사이마라 2박 - 나이로비 1박 (이상 케냐) - 모시 3박 - 잔지바르 2박 (이상 탄자니아)

 

첫 아프리카 여행인데다 나이로비의 엄혹함에 대한 명성을 자자히 들은지라

 

나이로비 1박 + 1박은 한인민박(이주열 게스트하우스)으로 잡았다.

 

킬리만자로 트래킹에 쳄쳄온천까지 가려다보니 3박이나 하게 된 모시에서는

 

가격경쟁력 있는 위 트래블 호스텔을 택했고, 잔지바르에서는 마루마루 호텔에 묵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서 숙소 선택은 모두 좋았다. 사실상 숙소 전부를 고른 윷긩에게 박수를

 

모시의 위 트래블 호스텔. 이곳은 그저 가격만 괜찮은 곳이 아니었더랬다

도시와 도시 사이를 어떻게 이동할지도 문제였는데

 

나이로비 - 모시는 버스로, 모시-잔지바르는 비행기로 이동하기로 했다.

 

나이로비 - 모시는 국경에서 밟는 수속 시간을 포함해 8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겪어보니 돈을 좀 더 쓰더라도 비행기를 이용하는 걸 권하고 싶다(..........) 진심으로

 

 

 

여행 마지막에 겪은 작지않은 위기를 제외하면

 

신기하고도 잊을 수 없는 열흘 남짓이었다.

 

전체 일정 가운데 언제가 제일 좋았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주저 없이 잔지바르를 꼽을 것 같지만,

 

마사이마라와 쳄쳄온천, 킬리만자로를 거치지 않고 간 잔지바르에서

 

그정도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

 

쳄쳄온천 가는 길에 만난 꼬마 아가씨. 너무 예뻐서 어머니에게 허락을 받고 찍었다.

밤새는 와중에 짬짬이 어거지로나마 여행기의 운을 떼는 건.

 

그 모든 것을 잊히게 놔두기 싫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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