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9. 9. 26. 23:49

시작부터 시간이 촉박했다.

 

목요일부터 휴가가 시작이지만 비행기 시간이 새벽 1시라 수요일 칼퇴와 함께 곧장 집으로 향했다.

 

지난 주말 대충 챙겨둔 짐을 제대로 체크할 시간도 없이 바로 인천공항으로 출발.

 

가방도 바지도 마음만은 이미 아프리카

 공항버스를 타고 출발 2시간 반 전쯤 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간 여유가 있었다.

 

대부분의 면세점이 문을 닫은 상태였기 때문에 뭘 할래야 할 수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

 

 

 

몇년 전 아프리카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대유행했을 때

 

대한항공의 인천-나이로비 편을 비롯해

 

한국과 아프리카를 잇는 직항편 한국 국적기는 모두 소멸했다. 바이러스가 창궐했던 건 서아프리칸데 왜 동아프리카 항공편이

 

따라서 동아프리카로 떠나는 한국 여행자들에게 선택지는 보통 크게 3가지.

 

동남아에서 경유하거나, 중동에서 경유하거나, 에티오피아 직항편을 타거나다.

 

우리의 선택지는 에티오피아 직항편이었다.

 

 

 

에티오피아 항공은 아프리카 대표 국적기 답게 기내식도 나쁘지 않고 서비스도 괜찮았다.

 

심지어 인천-에티오피아 구간을 왕복시켜준 건 인수된지 얼마 안 돼 보이는 최신식 보잉 787 드림라이너였다.

 

하지만, 막상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걱정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찍지말라는데 뭐가 좋다고 찍고 있다

걱정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올해(2019년) 초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와 케냐 나이로비 간을 운항하던

 

보잉 737max 기종이 추락하는 대형 사고가 있었다는 것.

 

하지만 비행기가 문제지 항공사가 문제일까 싶어서 고민 끝에 예약을 했고, 결과적으로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었다.

 

물론 에티오피아 항공에 문제가 아예 없었느냐고 묻는다면 절대 그건 아니지만....... (또르르 자세한 얘기는 후술)

 

 

두번째는 아디스아바바에서의 환승 시간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짧다는 거였다.

 

스케줄 상 아디스아바바 볼레 국제공항 도착은 현지시각으로 오전 7시 45분.

 

나이로비 조모 케냐타 국제공항으로 출발하는 시간은 8시 15분이었다. 아니 이게 가능합니까 선생님

 

심지어 원래 예약할 때는 출발이 8시 반쯤이었는데, 스케줄 변경이 돼 더 당겨져버린 것. 이때 메일 확인의 중요성을 알아야 했다

 

에티오피아 항공 한국 사무실에 문의를 해봐도 "많은 승객들이 그렇게 환승을 한다"며 문제가 없다는 태도였고,

 

최악의 경우 다음 비행기는 태워주겠지(.....) 싶어서 환승에 성공할 때까지 반신반의했더랬다.

 

혹시나 환승편 놓칠까 부랴부랴 비행기에 내려 버스로 달렸다

막상 가보니 별 문제는 없었다.

 

이동경로마저 무척 짧아 쫄깃(?) 환승에 최적화돼 있는 듯한 모습.

 

버스에 내려 직원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 조금 걸어 올라갔더니

 

바로 다음 비행기를 타는 게이트 쪽으로 갈 수 있었다.

 

숨쉴 틈도 없이 비행기를 갈아타고 케냐로 출발. 2시간을 더 날아서야 우리는 비로소

 

아프리카 대륙에 제대로된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공항 밖으로 나가 가장 먼저한 건 물론 심카드 구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인 십 년 전에는 어떻게 여행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심카드 없이는 아무것도 할수 없게 돼 버렸다.

 

우리 부부가 선택한 건 사파리콤. 비교적 마사이마라에서도 잘 터진다는 평을 듣고서 한 선택이었다.

 

실제 사파리 중 마라강 유역으로 깊게 들어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통신 사용에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나름 인지도가 제일 높은 통신사인지, 사파리콤에만 줄이 제법 서 있어서

 

대략 10여분 정도는 대기를 해야했다.

 

뭔가 아래 심카드 쓰는 방법이 잔뜩 써 있지만.. 그냥 직원이 알아서 다 해준다

5GB짜리 두 개를 구매했고, 가격은 개통비(?) 1달러를 포함한 듯 11달러씩이었다.

 

공항 출구로 나가자마자 통신사 매장들이 주르륵 늘어서 있으니 찾기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슬쩍 보이는 마계 입구

나이로비에서 1년을 넘게 살다온 지인이 말해준 게 있었다.

 

공항 나가자마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실제로 관광객들을 호객하겠다는 일념으로 무장한 삐끼들이 공항 앞에 줄줄이 서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후에 모시와 잔지바르를 겪으며 각양각색의 삐끼들을 만나며 다소 익숙해져버렸지만,

 

당시는 처음이라 대책 없이 갔으면 어찌할 바를 몰랐겠다 싶다.

 

다행히 우리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 숙박을 하게될 이주열 게스트하우스에 추가금(아마 30달러)을 내고 픽업 서비스를 신청해놨던 터라

 

안전히 숙소로 향할 수 있었다.

 

흔한 나이로비의 거리 풍경. 케냐의 축구 인기는 상당했다

공항에서 이주열 게스트하우스까지는 넉넉잡아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후에 제대로 알게 됐지만 게스트하우스는 굉장한 부촌에 자리잡고 있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따로 경비가 있고,

 

우버 기사들이 올 때마다 보고 놀라워하는 정도.

 

다소 피곤해 보이는 브이. 우리는 3층에 방을 배정 받았다.

고오급 주택의 향취를 충분히 느낄 시간도, 긴 이동 시간으로 인한 여독을 풀 시간도 없이

 

우리는 허겁지겁 여정을 풀고 나이로비 시내로 나갔다.

 

환전도 해야했고, 사파리에서 돌아온 후 나이로비에서 탄자니아 모시로 가는 버스 티켓도 구매해야했기 때문.

 

이동 수단은 역시 우버였다. 케냐에서는 정말이지 우버가 짱이다.

 

가장 퀄리티가 좋은(?) 우버X를 타도 웬만큼 가까운 거리는 3000원~5000원 사이로 갈 수 있었고,

 

우리의 여정이 인터넷에 기록이 남는다는 점도 안전하게 느껴졌다.

 

다만 우버에서 내리면..마계가 펼쳐진다.

 

 

 

나이로비 체류 경험자에게 들었던 또 다른 조언 중 하나는, 거리에서 핸드폰을 꺼내놓고 다니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도둑 맞기가 십상이라고)

 

막상 시내 한복판에 내려서도 환전소가 어딘지, 버스 티켓을 끊어야 곳은 어딘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길거리를 헤매다 아무데나 경비가 있는 은행에 들어가서 구글맵을 확인하다.. 빙글빙글 방황을 하던 우리는

 

귀인(?)을 만나 겨우  방황을 멈출 수 있었다.

 

누군가 다가와서 자기를 따라오길래 흔한 삐끼인줄 알고 지나치려 했는데,

 

알고보니 우리가 찾던 여행사의 직원이었던 것.

 

여기예요 여기. 뭘 그렇게 헤맸대요

모시로 가는 버스는 둘이 합쳐 50달러를 냈다.

 

한국인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빅타임 사파리에서 샀는데, 다른 여행사에서 사면 가격이 다를지도?

(후에 우리가 탔던 버스의 컨디션이 몹시 극악했고, 정류장에 있는 버스 뒤에 바로 모시로 가는 다른 버스가 있었던 걸로 봐서 분명 다른 가격 or 등급의 버스가 있는 것 같다)

 

여행사 직원의 인도 하에 무사히 환전까지 마치고

 

초행이라 어쩌면 더 긴장했던 나이로비 시내를 스치듯 지나 다시 우버를 타고 시 외곽에 있는 기린센터로 향했다.

 

 

 

아프리카 여행을 택한 여러 이유 중 어쩌면 가장 컸던 것은 동물을 실컷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그리고 아프리카 여행 중 처음으로 기린센터에서 동물을 만났다.

 

기린이야 뭐, 어릴적 동물원에서도 많이 봤는데 신기할 게 있을까 싶었는데, 희한하게 또 느낌이 달랐다.

 

입장료는 인당 1500케냐실링.

 

기린 센터 옆에는 작은 카페 겸 편의점도 딸려 있다.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현금은 에누리 없이 사용 불가
길긴 참 길구나 기린놈. 심지어 혀도 길다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

나중에 사파리에서 보게 된 기린은 느낌이 또 완전히 달랐지만,

 

기린센터도 우리 부부의 아프리카 첫날을 기념하기에 충분히 신기한 경험이었다.

 

저렇게 기나긴 동물이 자유롭게 걸어다니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다니...

 

다소 아쉬웠던 건 운영시간이 오후 5시까지로 다소 짧다는 것. 하긴 근처에 있는 코끼리 고아원은 점심에만 개방해 가보지도 못했으니(....)

 

 

 

기린센터에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는 시간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오래 걸렸다.

 

원래 같으면 30분 좀 넘게만에 올 거리를 1시간 반 만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우버 비용도 한국돈으로 거의 2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

 

점점 차가 늘어나는 데 비해 도로 인프라는 그에 따라가질 못하면서

 

나이로비에는 상습적인 교통체증이 있다고 한다.

 

꽉막힌 도로에서 만난 국민의 방송(......) 케냐 버스 시스템..?이겠지

 

나중에 민박집 사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매달 첫째날이 월급날이라, 외식을 하러 나간 사람들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막혔을 거라고 한다.

 

그야말로 기진맥진.

 

 

 

하지만, 돌아오니 딱 맞춰 저녁시간이었고, 삼겹살과 수육에 다른 일행들이 사온 맥주 한 잔을 얻어마시며 수다를 떠느라

 

수고로움은 금방 잊혀졌다.

 

사실 둘이서 떠난 여행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에 묵은 건 처음이었는데,

 

바로 이런 부분이 한인민박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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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9. 25. 02:46

왜 하필 많고 많은 곳 중에 아프리카였을까.

 

생각해보면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1) 지난 3년간 유럽만 세차례 다녀왔다. 또 유럽에서 건물 보는 거 지겹지 않느냐.

2) 그렇다면 뭔가 색다른 건 없을까.

 

정도?

 

물론 SNS에 올라온 박모 변호사님의 아프리카 여행(특히 사파리) 사진이 뽐뿌의 직접적인 계기이긴 했다.

 

저 고고한 기린의 자태와 탁 트인 초원의 풍경에 끌리지 않을 자 누군가

잠깐 둘이서 고민을 하다 비행편을 알아보니 생각보다(어디까지나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고,

 

사파리를 케냐(마사이마라)에서 할지, 탄자니아(세렝게티)에서 할지를 끝까지 고민한 끝에

 

8월에 마라강을 넘는 누떼를 봐야하지 않겠느냐며 마사이마라를 택했다. 그리고 마라강에서는 파리만 만났다

 

나이로비 인, 잔지바르 아웃(에티오피아 항공, 아디스아바바 경유) 항공권부터 질러버렸다.

 

근데 진정한 문제는 그곳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게 함정.

 

 

 

아무래도 아프리카가 아직 한국인들에게 여행지로써는 친숙하지 않다보니

 

한글로 된 정보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아프리카 여행책도 얼마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동아프리카로 한정된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전체를 통째로 묶은 식이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전 정보는 네이버 카페 고고아프리카(https://cafe.naver.com/gotoafrica)와

열혈 웹서핑으로 얻은 것이었다. 그마저도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사파리 예약은 사파리부킹닷컴(safaribooking.com)을 몇날며칠을 뒤져서 결정했다.

 

사파리 선택에 있어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했던 건 숙소였다.

 

그래도 나름 30대 부부여행자가 떠나는 여행인데,

 

잠자리가 불편하고 씻기가 힘든 건 참기가 힘들 것 같았다.

 

가격적인 부분을 감안해 프라이빗 투어나 랜드크루저 옵션은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의 선택은 무파사 투어 with 잠보 마라 사파리 롯지(jambo mara safari lodge).

 

5점 만점에 4.9점이 포인트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쁘지 않았다.

 

일단 사파리부킹닷컴에서 여행사의 투어를 몇 가지 고르면,

 

연락(보통 왓츠앱을 통해)을 한 뒤 가격을 흥정하고 조건을 결정하는

 

지~~~~루하고도 답답한 줄다리기를 해야한다. 영어에 능숙하지 않아서인지 그 과정도 참 쉽지가 않았다.

 

나의 경우 상대방이 얼마나 진실되어 보이느냐가 값을 얼마나 더 깎아주느냐보다 중요했는데

 

무파사의 Joseph(왓츠앱 +324 701 302035)은 그런 의미에서 괜찮은 상대였다.

 

 

 

사파리 예약과 함께 나머지 숙소도 예약했다.

 

우리 부부의 대략적인 일정은 이랬다.

 

나이로비 1박 - 마사이마라 2박 - 나이로비 1박 (이상 케냐) - 모시 3박 - 잔지바르 2박 (이상 탄자니아)

 

첫 아프리카 여행인데다 나이로비의 엄혹함에 대한 명성을 자자히 들은지라

 

나이로비 1박 + 1박은 한인민박(이주열 게스트하우스)으로 잡았다.

 

킬리만자로 트래킹에 쳄쳄온천까지 가려다보니 3박이나 하게 된 모시에서는

 

가격경쟁력 있는 위 트래블 호스텔을 택했고, 잔지바르에서는 마루마루 호텔에 묵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서 숙소 선택은 모두 좋았다. 사실상 숙소 전부를 고른 윷긩에게 박수를

 

모시의 위 트래블 호스텔. 이곳은 그저 가격만 괜찮은 곳이 아니었더랬다

도시와 도시 사이를 어떻게 이동할지도 문제였는데

 

나이로비 - 모시는 버스로, 모시-잔지바르는 비행기로 이동하기로 했다.

 

나이로비 - 모시는 국경에서 밟는 수속 시간을 포함해 8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겪어보니 돈을 좀 더 쓰더라도 비행기를 이용하는 걸 권하고 싶다(..........) 진심으로

 

 

 

여행 마지막에 겪은 작지않은 위기를 제외하면

 

신기하고도 잊을 수 없는 열흘 남짓이었다.

 

전체 일정 가운데 언제가 제일 좋았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주저 없이 잔지바르를 꼽을 것 같지만,

 

마사이마라와 쳄쳄온천, 킬리만자로를 거치지 않고 간 잔지바르에서

 

그정도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

 

쳄쳄온천 가는 길에 만난 꼬마 아가씨. 너무 예뻐서 어머니에게 허락을 받고 찍었다.

밤새는 와중에 짬짬이 어거지로나마 여행기의 운을 떼는 건.

 

그 모든 것을 잊히게 놔두기 싫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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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7. 4. 23. 22:06

드디어 밝은 베트남에서 맞는 마지막 날. 날씨도 좋고 다 좋았다. 우리가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빼놓고는..


(조식은 역시나 와구와구)


(나짱 뉴선 호텔은 딴 건 다 별론데 뷰는 좋았다)


조식을 배부르게 먹은 뿌&꾸는 호텔에서 나와 바로 택시를 잡았다. 우리의 목표는 근처에 있는 롯데마트. 난 사실 별로 살 것이 없었지만 꾸럭 여사는 커피에 라면에 잔뜩 살 것을 사둔 상태였기 때문에 마트 개장 시간에 맞춰 바로 출발한 것.


(나짱 롯데마트 둘러보기)


(여키 한쿡인카요우?)


롯데마트는 마치 한국 같았다. 롯데 상품들이 가득가득 쌓여있는 것은 물론이고, 첫날 하이퐁에서 들렀던 COOP과는 달리 한국적인 시스템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뿌유와 꾸럭 여사는 신나게 롯데마트를 돌았고, 커피와 베트남식 인스턴트 라면, 베트남 맥주까지 쓸어담았다.


(뭐 한 요정도만 사볼까?)


쇼핑을 실컷 하고 나니 배가 고파지는 것이 인지상정. 롯데마트 답게(?) 마트 안에는 한국 음식점까지 입점해 있었고, 출출해진 우리는 조식을 먹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과식을 하기 시작했다(....) 메뉴는 바로 소고기!


(이름이 무려 고기)


(고기는 이렇게 먹는거죠오)


한국 고기집과는 다르다면 다를 수 있었지만, 쌈에 마늘까지 나오는 고기집에서 폭풍같은 한국의 향기를 느낀 우리는 와구와구 많이도 먹었다. 특히 아침을 먹은지 얼마 안 돼 배가 덜 고팠던 꾸럭여사의 모자란 식욕에 .. 사실상 내가 다 먹었다. 실컷 시키고 먹고 보니 그동안 베트남에 와서 한 끼 먹는 데 쓴 돈의 8배쯤을 썼다. 이렇게 현지 물가에 비해 비싼 식당임에도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이곳에서 밥을 먹고 있는 것을 보면 한류가 참 무섭기는 무섭다 싶었다.


이제 밥도 다 먹었겠다, 나짱 깜란 공항으로 갈 일만 남았다. 그런데 정말 밖에는 미친듯이 비가 오고 있었다. 어찌저찌 택시를 잡아서 탄 것까지는 좋았는데, 아뿔싸 고프로를 마트에 놔두고 온 것이 아닌가.


진짜 미친 듯이 택시를 세워놓고 다시 롯데 마트로 뛰어가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었는데... 다행히도 내가 짐을 정리하며 놔뒀다가 잊어버린 위치에 정확히 있었다. 고마워요 아무도 가져가지 않아서 흑흑.. 아무튼 택시를 다시 잡아타고 파란만장하게 공항버스 정류장에 도착!


(뭔가 을씨년스러운 버스 정류장)


(하얗게 불태웠다)


잠시 숨 돌리고 있으니 금방 버스를 탈 시간이 왔다.


(이제 공항으로 갑니다)


그리고 한 30여분 만에 공항에 도착. 롯데 마트에서 버스 정류장으로 갈 때 택시 기사가 왜 택시 타고 공항 가지 않느냐고 한참을 꼬셨는데, 다시 생각해봐도 버스를 이용하길 잘한 것 같다.


(나짱 공항은 하이퐁 공항보다는 훨씬 나았다)


하이퐁행을 대비해서 옷도 조금 두껍게 갈아입고, 남은 시간을 버거킹에서 떼우려고 뭔가를 사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에게 새치기를 당하는 짜증이 솟아나는 경험도 한 다음에야 마침내 우리의 첫 경유지 하이퐁으로 떠날 시간이 됐다.


역시나 베트남의 저가 항공이란 믿을 것이 못됐다. 한참의 시간을 나짱 공항에서 기다려야 했다. 물론 덕분에 선물용 젓가락 등을 득템할 수는 있었지만..... 나짱 공항을 떠날 때는 이미 해질 무렵이 다 돼서였다. 원래 제 시간에 하이퐁에 도착하면 뭐라도 해보려 했건만... 헛된 희망이었다.


(아름다운 일몰, 그리고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소리)


그리고 비행기에서도 또 하나의 문제가 터졌다.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올 때 우리를 괴롭혔던 아이의_습격.avi 이 계속된 것. 부부는 아이 둘을 컨트롤 하기 위해 무려 비행기 6좌석 한 줄 모두를 예약하는 위엄을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있는 승객들(like us)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우리가 하이퐁을 떠나 있는 사이, 그곳에서는 본격적인 설 연휴 맞이가 시작돼 있었다. 원래 첫날 들렀던 게국수집에 다시 가려는 게 목표였는데, (영어가 통하지 않는) 택시 기사들은 무슨 말인지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시내 진입은 어렵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구하면 길이 열린다 했던가, 결국 한 택시 기사를 설득해 겨우 택시를 탔고, 덕분에 하이퐁 시내의 설 맞이 풍경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흔한 하이퐁 시내의 설 맞이 풍경.avi)


하지만 아득하게 예쁜 설 풍경을 뚫고 지나온 마지막 목적지에, 우리의 게국수 섭취는 없었다. 가게 문은 열려 있었으되, 설이라 장사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 가뜩이나 공항에 짐 맡길 곳조차 없어 캐리어를 모두 끌고 온 참인데, 이걸 끌고 어디까지 가야한단 말인가... 배는 고프고 답이 없었지만, 일단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근처 아무 곳으로나 걷기로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베트남에서 먹어본 넘버2 맛집을 만났다.

(그래 이 맛이지 이 맛!)


게국수처럼 쌀국수 만을 파는 집이었고, 국수 외에 다른 메뉴도 없었다. 그런데 정말 맛있었고, 잠깐이지만 피로를 모두 날려버리는 듯한 맛이었다. 안타깝게도 정확한 위치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현지인들 사이에서 이름난 맛집인지 끊임없이 사람들로 붐볐다.


(위치는 이쯤이었고, 노란 간판의 집이었다)


좀 더 가는 길에 꾸럭 여사를 위해 신또도 하나 사먹고, 마지막으로 아마 다음 먹을 날이 언제일지 모를 하이랜드 커피도 하나 사먹은 다음, 잠시만 쉬다가 바로 공항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캐리어를 계속 끌고 다니는 것도 문제였고, 사실 더 이상 할 일도 없는 상태에서 하이퐁의 오토바이 매연을 마시는 것은 꽤나 고역이었으므로...


문제는 택시였다. 택시가 엄청 안 잡혀서 결국 어렵게 어렵게 택시를 잡아탔는데, 타고 보니 택시에 미터가 없었다. 왠지 밀려오는 불길한 기분을 잠시 접어놓고는 설마설마 했는데, 이게 웬일. 이 양xx 기사 양반이 택시비로 25만 동(한화로 1만 2천 원)을 내놓으라는 게 아닌가. 우리가 하이퐁 공항에 처음 오는 것도 아니고, 벌써 왔다갔다가 4번째라 아무리 많이 나와도 10만 동 정도라는 걸 알고 있고, 심지어 7만 동에도 온 적이 있는데 이게 무슨...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장난질 치지말라고 했더니 막무가내다.


진짜 간만에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돈 못주겠다고 배째라고 하고 갈려고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말리며 그러지 말고 주라는 듯한 시늉을 내비쳐서 더 화가 났었던 것 같다.... 어찌저찌 결국 15만 동에 합의를 봤는데, 그것도 사실은 바가지라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15만 동만 넘겨주며 "Don't do this again!" 를 외치고 공항으로 들어가버렸다. 나름 화가 나서 아무 말이나 한 건데... 음 알아듣지도 못했겠지 어차피.


공항에 들어와서 화를 삭히다보니 시간이 금방.. 갔어야 하는데 너무 시간이 많이 남았다. 남은 돈을 모두 긁어 망고니 지갑이니 하는 것들을 잔뜩 사고, 셀카도 찍고 하며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우리 얼굴은 엉망인데 왜 이렇게 사진은 잘 나올까)

그리고 마침내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


(소중했던 내 베트남 이젠 안녕~)


기나긴 기다림이 끝나고 그래도 국제선은 제 시간에 출발하는 것에 감사하며 비행기에 탄 뿌&꾸. 이번에는 근처에 아이가 타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맛이 없는 기내식을 다시 한 번 체험하니 금방 한국에 도착했다. 


(한국은 너무 추웡)


아직 쉬는 중인 꾸럭 여사는 집으로 향했지만, 나는 얄짤없이 바로 출근을 해야했다. 후.... 그날 하루는 유독 힘이 들었고 한참을 여행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이렇게 우리의 베트남 4박 6일 여행은 끝났다. 


마지막으로, 진작에 정리를 했어야 할 여행기를 다녀온지 3개월이 지나 쓰려니 아쉽기 그지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 추억도 많을 것이고, 좀 더 애를 썼다면 충실하게 쓸 수 있지 않았을까도 싶다. 하지만 어쨌든 오래오래 기억으로 남을 꾸럭 여사와의 베트남 여행을 끝까지 써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언젠간 또 그곳에 가서 맛있는 게국수를 먹고 실컷 수영을 즐길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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