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3. 7. 13. 21:29

여행 4일차 (7월 4일 목요일)


일어나기는 일찍 일어났다. 하지만 어제 마신 술에... 지금까지의 일정에..... 몸이 제대로 움직여질 리가 없었다. 한참을


꾸물꾸물거리다 아침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일어나 경천대 모텔을 나섰다.


자전거를 끌고 나가는데 모텔 주인분이 어제 술을 같이 마신 그 분이 우리를 기다리다 가셨다며 전해주었다.


우리는 멘붕....... "우리가 만나기로 했었나?" "아니... 아닌 거 같은데?"


뭔가 사소한 오해가 있었던 것 같지만...... 아무튼 어젯밤 흉금을 터놓고 마음껏 얘기할 수 있었던 길동무 한 명을 허무하게


보낸 것같아 아쉽기도 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단 우리는 배를 채우기로 하고, 경천대 유원지 내부에 위치한 슈퍼(?)로 향했다.


나는 튀김우동, 후땡이는 짜파게티(아침부터 짜파게티니..... 돼지!? 라고 돼지가 외칩니다)를 선택하고 물을 부어놓은


사이 건강한 이후땡은 또 여지없이 모닝똥을 때리고 왔다.


나는 그 사이 귀여운 고양이들과 놀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튀김 하나 주면 안 잡아 머억지이


사실 별로 빡빡한 일정이 아니었기에, 나와 후땡이는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정이 빡빡하지 않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출발 시에는 미칠듯한 습도로 금방 피로가 밀려왔다. 상주보까지의 얼마 되지 않는


거리도 한 번에 가기 벅찰 정도였다. 상주보에서 새재 자전거길 인증 스티커를 받으면서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 그래도 일정이 안 빡세니까 괜찮겠지.....?' 라는 헛된 생각은 바로 뒷통수를 맞았다.


애초에 우리 자전거 여행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아버지의 자라양식장이 위치한 군위로 이동해 마지막으로 한우를


섭취(?)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낙단보에 도달할 무렵부터 뭔가 낌새가 이상했고, 결국 최종적으로 군위행은 무산됐다.


(거리 문제도 있었고, 부모님의 일정도 맞지 않아 아쉽지만 불가피했다. 이후땡... 형이 취직하면 소고기 사줄게)


소고기를 먹을 수 없다는 절망감과 앞선 사흘동안 누적된 피로로 페달을 밟는 다리에 힘을 잃어갈 때쯤.......


드디어 최종보스가 등장하고야 말았다.


폭우. Heavy rain.


......................


구미보로 가는 길에 만난 폭우는 정말 심각했다. 이틀째 강천보에서 만난 비는 시야를 다소 가리는 정도였는데, (아 내 모자만


안 날아갔으면 좀 나았을텐데.........) 이번 비는 앞이 안 보이다못해 맞으면 아플 정도였다. OTL 뭐 이런 비가 다 있지.


다행히 비가 쏟아져내리기 직전에 다시 종량제봉투를 꺼낸 덕에 짐이 젖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구미보에 도착할 때까지


다리밑에서 비를 피해가며, 고생고생을 거듭해야했다. 구미보에 도착해 허술한 인증센터 옆 쉼터에서 비를 피하며, 최종적으로


군위행 포기와 여행종료(그날까지만해도 내 경우, 하루 더해서 대구집까지 갈지말지 고민하고 있었다.), 


구미 시내에 들어가 점심겸 저녁을 먹고 버스를 탈 것을 결정하고, 다시 쏟아지는 비를 초음속으로 피하며 맞으며 


구미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하지만 그것마저 끝까지 순탄치 않았으니...... 바로 내 무릎이 끝내 말썽이었던 탓이다. 


구미시의 초입에 도착할 때쯤, 내 무릎은 더이상 자전거를 탈 수 없을만큼 망가져 있었다.


(애초에 무릎이 아팠을 때는 신기하게도 자전거 페달링은 가능했다. 걷기가 다소


불편했을 뿐) 다행히 구미 시내코스는 초입의 언덕을 제외하고는 평지 혹은 내리막의 연속이었고,


오후 5시경 마침내, 구미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아.......



You know 디지털 구미?



Of course I know!!!!


험난한 여정의 끝...... 감격의 순간을 맘껏 즐긴 우리는 터미널에 들어가 울산행 버스 시간을 확인했다. (내 경우에는


경북 왜관으로 가야할 상황이었는데, 거리가 가까워 시내버스밖에 없었다. 시내버스에는 자전거를 실을 수 없고....


그렇다고 이 무릎으로 자전거를 탈 수도 없고..... 결국 부모님에게 SOS를 치고 구미역까지 데리러와주십사 부탁을


드릴 수밖에 없었다)


오후 7시차를 끊고, 우리는 근처 삼겹살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미친 듯이 먹고 또 먹고 또 먹고 또 먹었다.


기분 탓인지, 아니면 고기의 질이 더 좋아서였는지, 여주에서 먹었던 9000원짜리 삼겹살보다 이곳의 7000원짜리


삼겹살이 훨씬 맛있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참소주도 참 달았다. 캬


(하지만 그 술취한 와중에 나는 여행기간 유용하게 썼던 아쿠아슈즈의 한쪽 깔창을 잃어버리고 말았다는 슬픈 전설.....)


술이 거나하게 취한 우리 둘은 정류장으로가 버스를 기다리며 마지막 구름과자를 나눠 맛보고,


여행의 종료를 고했다. 아. 정말..... 끝이구나.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떠난 이후땡은 나에게 쿨하게 안녕을 외쳤고, 나 또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우리 짱 쿨하긔)


후땡이 떠나고 30분여를 기다려 우리 부모님은 날 태우러 구미로 오셨고, 그렇게 우리의 3박 4일은 끝이 났다.




+ α (7월 6일 토요일)


목요일 도착 후 3일동안 경북 군위의 아버지 농장에서 머물렀다. (사실 대구 집에서 쉬고픈 마음이 간절했지만..... 요즘 일손이


바쁜 시기라 아버지 어머니는 아예 군위에서 지내신다고 했다.)


 서울로는 토요일 아침에 떠날 작정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아버지의 농장에 새로 들여온 뱀장어가 집단 폐사(.....)하는 


바람에 아버지 어머니 작업을 도와드리느라 도저히 아침에 떠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군위 근교 탑리역에서 서울 청량리까지


자전거를 싣고갈 수 있는 열차가 하루에 두 대 뿐이라는 사실. 결국 탑리에서 안동까지는 대충 어떻게 우겨 싣고 가고, 안동에서


자전거 탑승 가능한 무궁화호로 갈아타고 서울로 가기로 결정했다.


떠나기 직전까지 아버지 어머니 일손을 돕다 (효자 코스프레) 어머니가 바래다주시는 차로 탑리역에 도착. 어머니의 배웅을


뒤로하고 안동으로 향하는 무궁화호에 몸을 실었다. 사실 차장이나 책임자에게 사정을 해야 겨우 태워줄거라 생각했는데,


중앙선 승객이 많지 않은 턱에 흔쾌히 양해를 구할 수 있었고, 객실 사이 공간에서 더운 바람을 맘껏(?) 쐬긴 했지만 30여분간


안정적으로 자전거를 싣고 안동으로 올 수 있었다. 



얌전히 콕 박혀 있긔


문제는 안동으로 가는 와중에 엉뚱한 생각이 든 것. 안동에 체류하는 1시간


정도 동안 안동댐 인증센터에 들렀다 갈까하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었다. 다행히 안동역에서 안동댐까지는 불과 3km 정도 거리.


무릎도 무릎이고 시간도 시간이고 좀 미친 짓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단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안동역에 내리자마자 최선을 다해 몸을 빨리 움직여 최대한 빨리 자전거를 안동역 밖으로 빼냈다. 그러자 보이는 안동댐 방향을


표시하는 반가운 표지판. 냅다 표지판이 일러준 방향으로 자전거를 달리기 시작했다. 한 500m 정도 지났을까, 낙동강과 함께


익숙한 자전거길 표지판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때부터는 정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페달을 힘껏 밟았다. 댐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충주댐........ 충주댐......... 충주댐.........) 안동댐으로 향하는 길은 매우 평탄했다. (알고보니 안동댐 인증센터는


안동댐 진입로에 위치하고 있었다) 출발한 지 불과 15분여만에 나는 마침내 낙동강 자전거길의 출발점, 안동댐 인증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이 안동댐 인증센터!


부럽냐 이후땡. 음호하하하


기뻐하는 것도 잠시, 나는 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다시 헐레벌떡 안동역으로 돌아갔다. 서두르는 와중에도 느껴지는...


미친짓을 성공했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결국 나는 열차출발 시간에 적절하게 맞춰 안동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열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나는 자전거 거치대 예약을 해두었기에 (무궁화호 특정 기차의 경우 가능하다. 경부선은 아직 불가)


먼저 열차 카페에 있는 자전거 거치대로 향했다. 직원의 지시에 따라 안전하게 자전거를 매어놓고, 내가 3시간여를 기댈 곳을


찾아 갔다. 아. 확실히 좌석만은 KTX < 무궁화호다. 중간중간 지겨워서 깨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꿀잠자며 잘 왔다.


밤 11시가 다 된 시간. 나와 자전거는 마침내 서울로 돌아왔다.



청량리역 도착 인증. 짜잔


자전거를 꾸역꾸역 끌고나와 힘겹게 인증샷을 찍고. 애초에 생각한대로 청량리역에서 청량리588의 화려한 불빛을 지나,


어두컴컴한 청계천을 따라, 성북천을 넘어 집에 도착했다.




소감


모든 것을 잊어버리려는 작정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확실히 힘도 들고 몸이 일부 상하기도(?) 했다.


(내 무릎은....... 내 저린 손은 언제쯤 제대로 돌아오는 걸까 OTL)


하지만 애초에 생각했던 목적만큼은 확실히 초과달성할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너 정말 괜찮냐?할 정도로 멘탈도 많이 회복됐고, 좋은 친구와 이런저런 추억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1년 6개월만에 블로그 업데이트 거리 생긴 건 덤.


혹시나 힘든 일로 머리가 복잡한 사람이 있다면, 한 번 권해보고 싶다. 한강 따라 낙동강 따라 자전거 여행 한 번 떠나보라고.


최근에 4대강 사업이 결국 대운하 사업을 염두한 것이었음이 밝혀지며 논란이 일고 있지만,


뻘짓한 사람을 미워해야지, 그 뻘짓에 얻어걸린 제법 쓸만한 결과물까지 외면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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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3. 7. 13. 20:23

여행 3일차 (7월 3일 수요일)


드디어 그 날이 밝았다. 여행 첫날부터 꾸준히 우리의 입에 오르내렸던 최대의 난적 '이화령'을 넘기로 한 날이.....


느지막히 일어난 우리는 어제 사둔 라면과 소세지로 아침 식사를 간단히 성대하게 치르고


갈 때도 자전거를 타고 가시냐는 프론트 직원의 안쓰러운 따스한 웃음을 뒤로 한 채 자전거에 올랐다.


수안보 온천지구를 벗어나자마자 심상치 않은 업힐이 우리를 덮쳤다. 미리 검색을 통해 확인한


이화령 동생(.....) 소조령이 시작된 것. 업힐을 할 때마다 내 자전거의 7단 기어는 참 야속했다. 분명히 1단 밑에


0.5단쯤은 하나 더 있어야 할 거 같은데........ 하지만 한 번의 웬일로 이후땡이 허락한(이 때 알아챘어야 하는데....)


짧은 휴식과 함께 생각보다 가뿐하게 소조령을 넘을 수 있었고, 이후로 이어지는 신나는 다운힐 또한 즐길 수 있었다.


(검색을 통해 알아봤을 때는 이화령 가기 전 비포장길이 나온다고 했었는데.. 우리는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우리 앞에 펼쳐진 끝없는 오르막길. 이화령의 초입임을 직감한 우리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짧은 휴식과


정비의 시간을 보냈다.



이화령을 앞두고.. 그의 요염한 스트레칭


(알고보니 이후땡의 고관절 및 무릎 통증은 잘못된 안장 위치에 기인한 것이었다. 이화령 초입에 안장 위치를 수정한


후 그는 더 이상 고통에 시달리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좀 나았다고 한다)


여행 3일째에서야 비로소 맞이하는 쏟아져내리는 미친 햇살을 맞으며


아마도 커플끼리 함께온 듯한 여행객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우리는 (다음에는 꼭 여자친구랑 와야지..... 되뇌이며)


이화령을 정복하는 길을 마침내 나섰다.


사실 무릎이 거의 아작(....)이 난 상황이었기에, 나는 급한 경사가 펼쳐지면 포기하고 끌고 올라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화령느님...... 의 경사가 별로 가파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말 더도말고 덜도 말고 내 한계치인


10도 정도의 경사였다. 하지만 완만한(?) 경사도 계속되면 미칠 듯이 힘든 법. 5km 정도 되는 이화령 업힐을 반쯤


소화했을 때 이제는 한계다 싶어서 나는 후땡이에게


"잠깐만 쉬었다 가자........"고 애원을 한다. 하지만 그는........ 그는.......


한 번 해보자며 그 때부터 "하나 둘 하나 둘" "다 왔다 다 왔다"를 외치기 시작했다.


오...... 하느님 OTL


분명 한계치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기에.. 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오기와 깡으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오기에는 정상에서 싸다구를 한 대 날리게 해주는 다는 후땡이의 약속이 큰 영향을


결국 40여분만에, 이화령을 논스톱으로 정복하고야 말았다. 아싸 싸다구!!!!!!




환희의 이후땡



나자빠진 나



명박느님이 대운하를 뚫다 말아 햄볶아요



정말 다른 이들이 말했던 이화령 정복의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아..... 이 맛에 업힐 하는구나 싶은?


물론 두 번은 못하겠더라. 인증하고 사진찍고 음료수 마시고 정자에서 한량짓을 하며 한참을 여운에 잠겨 있었다.


자.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는 법. 앞으로 이어질 신나는 다운힐에 환희하며 우리는 여행 3일 만에 마침내


경상북도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내리막이 너무 급하니까 브레이크를 잡아대느라 손만 얼얼하고....


다운힐의 쾌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OTL. 오히려 내리막이 끝나고 나서 신나했을 정도.


그리고 우리는 거의 한강변에 버금가는 편안한 길을 마음껏 달리며.. 쏟아지는 햇살에 거의 익을 뻔했다. OTL


문경 불정역 인증센터에 도착했을 즈음(오후 1시경)에는 거의 살이 다 녹아내릴 듯한 더위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중간중간 부지런히 쉬며 몸을 추스르고, 그늘 쪽을 골라 다니며 자전거를 달린 결과 오후 4시가 돼서야


문경 점촌역 인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난 내 무릎이 완전히 박살이 났음을 직감했다OTL


자전거를 탈 때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자전거에 내리면 절뚝절뚝 다리를 저는 지경이 된 것.


아무튼 문경 시내쪽에서 밥을 먹을 곳을 찾았으나,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우리는, 문경에 위치한 미스터피자!!를


운명처럼 만났다. 물론 평소에 피자덕후인 내가 피자에 끌린 탓도 있었지만, 쏟아져내리는 폭염에 몇 시간을 내려쬐인


우리가 마음껏 에어컨을 쐴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 완전히 꽂혔다. (사실 예산 문제도 있고 좀 저어할 부분이 있어서


이후땡은 별로 끌리지 않았던 것 같지만....) 정말 시끄러웠던 문경 꼬마 숙녀들의 수다에도 불구하고 피자를 폭풍 흡입하며


몇 시간 만에 맛보는 에어컨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미스터피자 사랑해요



음.... 이맛이야


다시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길로 복귀한 것은 오후 5시가 넘어서였다. 해가 지기 전에 최소한 새재길을 벗어나야 하는


우리는 빠듯한 일정을 극복하기 위해 미친듯이 페달을 밟아야 했다. 그런데.... 문경 시내를 벗어나자 거짓말처럼


여태 잘 보이지 않던 업힐 구간이 우리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봐 내 무릎은 맛이 갔다구


마지막 힘을 다 짜내 겨우 새재길의 마지막 인증센터인 상주 상풍교에 도착했을 무렵. 나는 아예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무릎 통증을 느껴야했다. (이후땡의 걱정스러운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군(.........))


하지만, 당장 잘 곳을 찾으려면 수 km 떨어진 경천대 부근까지 가야하는 상황. 잠깐의 휴식 뒤에 우리는 또다시


길을 나섰고, 그곳에서 이후땡을 좌절시킨 역대 최악의 업힐을 만나게 된다.


사실 충주댐이고, 이화령이고 힘들지 않았을 리는 없지만, 지금까지 이후땡은 단 한 번도 업힐 와중에 포기하고


자전거에서 내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경천대로 가는 길은........ 상상을 초월하는 그 무엇이었고


18단 기어 미니벨로형 자전거의 소유자 이후땡은 마침내 자전거에서 내려야만 했다.


"ㅅㅂ.... ㅅㅂ...... ㅅㅂ......"


그의 입에선 특정 초성으로 시작되는 말이 난무했고, 애초에 포기하고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던 나조차도 힘에 부칠 만큼


경천대 초입의 경사는 그야말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겨우겨우 고난을 극복하고 상풍교에서 봐둔 경천대 모텔을 찾아가는 와중에 경천대 유원지에 잘못 들어갔다 나오는


뻘짓을 한 이후에야, 해가 다 넘어가 라이트 없이는 주행을 하기 힘들어질 저녁 8시가 넘어 우리는 경천대 모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는 방을 잡고 나와 안내에 따라 자전거를 실내에 넣어두고 모텔에 딸린 식당에 가서 저녁을 해결했다.


백반부터 시작해서 훈제오리까지 주문할 수 있는 모양이던데, 미스터 피자를 다녀온 덕에


지갑이 얇은 우리의 선택지는 6000원짜리 백반 두 개....


거기 더해 경주법주 막걸리 한 병과 빈대떡 정도였다. 돼지들 아니랄까봐


우리는 한참 밥을 먹으며 술 한 잔 기울이던 도중, 혼자 온 듯한 자전거 여행객을 만났다.


어찌어찌해서 우리는 술을 한 병 더 시켜 그와 함께 이야기꽃을 피웠다. 알고보니 그는 나보다 한 살 많은 형이었고,


3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을숙도까지 여행 중이라고 했다. (나랑 한 살 차인데 직장 경력이 3년차라니 OTL


날 백수는 웁니다.) 첫날 일정이 차질이 빚어져 충주에서 하루만에 이곳까지 당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와 이후땡은


경탄의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대애바악......


여행에서의 우연한 만남에 신이 난 우리는, 결국 방으로 옮겨 맥주 5병을 나눠마시고야 그날 밤을 끝냈다.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여행자들끼리의 즐거운 만남은 아쉬운 술상에도 불구하고 모두를 얼큰하게 취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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