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9. 12. 1. 23:00

게임 드라이브 없이 바로 떠나기로 약속했던 터라 일어나자마자 짐을 쌌다.

 

지금 생각하면 한 번 정도 드넓은 초원과 동물들을 한 번 더 봤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그때는 연이은 강행군에 몸이 꽤 지쳐있었던 것 같다.

 

아흐메드 형제들이 그다지 탐탁지 않아 했다는 것도 문제였고..

 

 

 

짐을 싸다 핸드폰 하나를 같이 싸버린 탓에 리조트 로비에서 한바탕 난리를 치르긴 했지만..

 

그나마 석식보다는 훨씬 나았던 조식을 얼른 챙겨먹고 우리 일행은 다시 나이로비로 향했다.

 

안녕 마사이 마라

우리의 가이드 폴은 갑자기 어딘가에 내려서 물을 사고,

 

부족한 기름을 채우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긴 했지만

 

안정감 있게 우리를 다시 나이로비로 데려갔다.

 

사파리 내내 함께했던 아프리칸 맛사지도 익숙해지니 그때쯤엔 그저 그러려니 했던 것 같다.

 

 

 

다만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면 중간에 껴있는 점심이었다.

 

나이로비 외곽에 다소 못 미쳐 왔을 때쯤 우리는 도로 옆 휴게소처럼 생긴 식당 앞에 멈춰섰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케냐에 돌아가 동아프리카 음식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바베큐 - 냐마초마를 먹는 것이었다.

 

그런데 폴의 설명에 의하면 이 식당에서 이왕 점심을 먹는 김에 질 좋은 냐마초마를 싼 값에 같이 먹을 수

 

있다는 거였다. 어차피 우리가 예약할 때 돌아오는 날 중식은 포함되는 것으로 선택했을 터였다.

 

 

 

아흐메드 형제는 슬쩍 분위기를 보더니 점심을 먹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폴을 통해서 그곳에서 냐마초마에 처음 도전해보기로 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러니까 여기서 .. 냐마초마를 먹는다는 거죠?

아무리 좋게 봐줘도 허름한 휴게소 건물 안에 식탁 몇 개 가져다 놓은 것처럼 생긴 곳이었다.

 

뷔페식으로 음식을 떠다 먹는 식이었는데.. 그 음식의 상태라는 것도 영 좋지 않아 보였다.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도 뭔가 속은 듯한 표정으로 허탈하게 음식을 먹는 관광객들 뿐(....)

 

이왕 들어왔으니 그냥 나갈 수도 없고.. 여기서 냐마초마를 처음 먹는 건 도저히 아니다 싶어 급히 취소하고

 

먹는 둥 마는 둥 대충 입에 털어넣고 윷긩과 함께 바로 식당 밖으로 나왔다.

 

휴게소 앞 테라스에 앉아 있던 아흐메드 형제가 "역시 영 아니지?"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반겼다.

 

어쩐지.. 이게 여행비에 포함만 안 돼 있었으면 우리도 안 먹었을텐데 어쩔 수 없지

 

라고 자위하고 있었던 그 순간.

 

 

 

직원이 뛰쳐나와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먹은 밥값을 내야한다는 게 아닌가. 인당 500실링씩 1000실링.

 

그러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1만 원을 말이다.

 

근처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폴을 찾아 우리 밥값이 애초 결제한 여행비에 포함돼있지 않았느냐고 다시 물었지만,

 

그건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오마이

 

분명 식당에 들어가기 전에 돈을 추가로 내야하는 거냐고 폴에게 물어보고 아니라는 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한 입 정도 먹은 값으로 인당 5천 원을 내고, 쓰린 속을 탄산음료로 달래는 것 뿐이었다.

 

내 쓰린 속을 달래준 krest. 레몬 맛이 강한 스프라이트 느낌이다

7시간 가까이를 달리고 달려 다시 우리 숙소에 도착한 건 오후 3시쯤.

 

3층에서 2층으로 바뀐 방에 일단 우리 짐을 풀고,

바로 우버를 잡아타고 나이로비 시내에 있는 쇼핑센터에 가보기로 했다.

 

슈퍼마켓에서 먹을 것도 좀 사고, 제대로 점심을 먹지 못한 터라

 

가능하면 근처에서 냐마초마도 시도해볼 요량이었다.

 

있을 것 없을 것 다 있는 쇼핑몰. 야야센터

 

우리가 도착한 곳은 나이로비 시내에 있는 야야센터. 꽤 유명한 쇼핑몰이라고 했다.

 

슈퍼마켓은 물론이고 애플매장부터 잡화점까지 제법 많은 게 갖춰져 있었고,

 

무려 콜스스톤 크리머리도 있어서 아이스크림까지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야야센터에 도착한 직후부터

 

갑자기 윷긩의 컨디션이 급전직하했다. 어쩐 이유에서였는지 속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커피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괴로운 윷긩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슈퍼마켓에서 먹을 거리와 맥주만 사서 다시 숙소로 가기로 했다.

 

냐마초마를 못 먹었다는 게 아쉬웠지만.. 일단 윷긩의 컨디션이 먼저였다.

 

얼른얼른 장을 봅시다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아 마지막으로 야야센터를 한 바퀴 둘러봤는데, 나이로비에서 잘 보기 힘든 한국인 커플이

 

직물 가게(?)에서 뭔가를 고르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한국인 어디에나 있구나.. 싶었는데

 

돌아온 숙소에서 우연히도(?) 그들 커플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암보셀리와 잔지바르로 신혼여행을 온 한국인 부부였다.

 

역시 나이로비에서 한국인들이 묵는 숙소란 게 참 한정적이다 싶었다.

 

 

 

첫날 숙소에서 만났던 세계 여행중인 형님까지 합류해 다섯 명이서 우리가 사온 맥주와 함께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나이로비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겼다.

 

내일 아침 바로 잔지바르로 간다는 부부와는 연이 된다면 잔지바르에서 한 번 다시 만나기로 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윷긩의 컨디션은 회복됐고,

 

나는 언제나 낯선 사람을 만나면 그러한 것처럼 그날 밤도 참 신이 나서 수다를 떨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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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9. 26. 23:49

시작부터 시간이 촉박했다.

 

목요일부터 휴가가 시작이지만 비행기 시간이 새벽 1시라 수요일 칼퇴와 함께 곧장 집으로 향했다.

 

지난 주말 대충 챙겨둔 짐을 제대로 체크할 시간도 없이 바로 인천공항으로 출발.

 

가방도 바지도 마음만은 이미 아프리카

 공항버스를 타고 출발 2시간 반 전쯤 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간 여유가 있었다.

 

대부분의 면세점이 문을 닫은 상태였기 때문에 뭘 할래야 할 수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

 

 

 

몇년 전 아프리카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대유행했을 때

 

대한항공의 인천-나이로비 편을 비롯해

 

한국과 아프리카를 잇는 직항편 한국 국적기는 모두 소멸했다. 바이러스가 창궐했던 건 서아프리칸데 왜 동아프리카 항공편이

 

따라서 동아프리카로 떠나는 한국 여행자들에게 선택지는 보통 크게 3가지.

 

동남아에서 경유하거나, 중동에서 경유하거나, 에티오피아 직항편을 타거나다.

 

우리의 선택지는 에티오피아 직항편이었다.

 

 

 

에티오피아 항공은 아프리카 대표 국적기 답게 기내식도 나쁘지 않고 서비스도 괜찮았다.

 

심지어 인천-에티오피아 구간을 왕복시켜준 건 인수된지 얼마 안 돼 보이는 최신식 보잉 787 드림라이너였다.

 

하지만, 막상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걱정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찍지말라는데 뭐가 좋다고 찍고 있다

걱정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올해(2019년) 초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와 케냐 나이로비 간을 운항하던

 

보잉 737max 기종이 추락하는 대형 사고가 있었다는 것.

 

하지만 비행기가 문제지 항공사가 문제일까 싶어서 고민 끝에 예약을 했고, 결과적으로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었다.

 

물론 에티오피아 항공에 문제가 아예 없었느냐고 묻는다면 절대 그건 아니지만....... (또르르 자세한 얘기는 후술)

 

 

두번째는 아디스아바바에서의 환승 시간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짧다는 거였다.

 

스케줄 상 아디스아바바 볼레 국제공항 도착은 현지시각으로 오전 7시 45분.

 

나이로비 조모 케냐타 국제공항으로 출발하는 시간은 8시 15분이었다. 아니 이게 가능합니까 선생님

 

심지어 원래 예약할 때는 출발이 8시 반쯤이었는데, 스케줄 변경이 돼 더 당겨져버린 것. 이때 메일 확인의 중요성을 알아야 했다

 

에티오피아 항공 한국 사무실에 문의를 해봐도 "많은 승객들이 그렇게 환승을 한다"며 문제가 없다는 태도였고,

 

최악의 경우 다음 비행기는 태워주겠지(.....) 싶어서 환승에 성공할 때까지 반신반의했더랬다.

 

혹시나 환승편 놓칠까 부랴부랴 비행기에 내려 버스로 달렸다

막상 가보니 별 문제는 없었다.

 

이동경로마저 무척 짧아 쫄깃(?) 환승에 최적화돼 있는 듯한 모습.

 

버스에 내려 직원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 조금 걸어 올라갔더니

 

바로 다음 비행기를 타는 게이트 쪽으로 갈 수 있었다.

 

숨쉴 틈도 없이 비행기를 갈아타고 케냐로 출발. 2시간을 더 날아서야 우리는 비로소

 

아프리카 대륙에 제대로된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공항 밖으로 나가 가장 먼저한 건 물론 심카드 구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인 십 년 전에는 어떻게 여행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심카드 없이는 아무것도 할수 없게 돼 버렸다.

 

우리 부부가 선택한 건 사파리콤. 비교적 마사이마라에서도 잘 터진다는 평을 듣고서 한 선택이었다.

 

실제 사파리 중 마라강 유역으로 깊게 들어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통신 사용에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나름 인지도가 제일 높은 통신사인지, 사파리콤에만 줄이 제법 서 있어서

 

대략 10여분 정도는 대기를 해야했다.

 

뭔가 아래 심카드 쓰는 방법이 잔뜩 써 있지만.. 그냥 직원이 알아서 다 해준다

5GB짜리 두 개를 구매했고, 가격은 개통비(?) 1달러를 포함한 듯 11달러씩이었다.

 

공항 출구로 나가자마자 통신사 매장들이 주르륵 늘어서 있으니 찾기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슬쩍 보이는 마계 입구

나이로비에서 1년을 넘게 살다온 지인이 말해준 게 있었다.

 

공항 나가자마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실제로 관광객들을 호객하겠다는 일념으로 무장한 삐끼들이 공항 앞에 줄줄이 서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후에 모시와 잔지바르를 겪으며 각양각색의 삐끼들을 만나며 다소 익숙해져버렸지만,

 

당시는 처음이라 대책 없이 갔으면 어찌할 바를 몰랐겠다 싶다.

 

다행히 우리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 숙박을 하게될 이주열 게스트하우스에 추가금(아마 30달러)을 내고 픽업 서비스를 신청해놨던 터라

 

안전히 숙소로 향할 수 있었다.

 

흔한 나이로비의 거리 풍경. 케냐의 축구 인기는 상당했다

공항에서 이주열 게스트하우스까지는 넉넉잡아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후에 제대로 알게 됐지만 게스트하우스는 굉장한 부촌에 자리잡고 있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따로 경비가 있고,

 

우버 기사들이 올 때마다 보고 놀라워하는 정도.

 

다소 피곤해 보이는 브이. 우리는 3층에 방을 배정 받았다.

고오급 주택의 향취를 충분히 느낄 시간도, 긴 이동 시간으로 인한 여독을 풀 시간도 없이

 

우리는 허겁지겁 여정을 풀고 나이로비 시내로 나갔다.

 

환전도 해야했고, 사파리에서 돌아온 후 나이로비에서 탄자니아 모시로 가는 버스 티켓도 구매해야했기 때문.

 

이동 수단은 역시 우버였다. 케냐에서는 정말이지 우버가 짱이다.

 

가장 퀄리티가 좋은(?) 우버X를 타도 웬만큼 가까운 거리는 3000원~5000원 사이로 갈 수 있었고,

 

우리의 여정이 인터넷에 기록이 남는다는 점도 안전하게 느껴졌다.

 

다만 우버에서 내리면..마계가 펼쳐진다.

 

 

 

나이로비 체류 경험자에게 들었던 또 다른 조언 중 하나는, 거리에서 핸드폰을 꺼내놓고 다니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도둑 맞기가 십상이라고)

 

막상 시내 한복판에 내려서도 환전소가 어딘지, 버스 티켓을 끊어야 곳은 어딘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길거리를 헤매다 아무데나 경비가 있는 은행에 들어가서 구글맵을 확인하다.. 빙글빙글 방황을 하던 우리는

 

귀인(?)을 만나 겨우  방황을 멈출 수 있었다.

 

누군가 다가와서 자기를 따라오길래 흔한 삐끼인줄 알고 지나치려 했는데,

 

알고보니 우리가 찾던 여행사의 직원이었던 것.

 

여기예요 여기. 뭘 그렇게 헤맸대요

모시로 가는 버스는 둘이 합쳐 50달러를 냈다.

 

한국인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빅타임 사파리에서 샀는데, 다른 여행사에서 사면 가격이 다를지도?

(후에 우리가 탔던 버스의 컨디션이 몹시 극악했고, 정류장에 있는 버스 뒤에 바로 모시로 가는 다른 버스가 있었던 걸로 봐서 분명 다른 가격 or 등급의 버스가 있는 것 같다)

 

여행사 직원의 인도 하에 무사히 환전까지 마치고

 

초행이라 어쩌면 더 긴장했던 나이로비 시내를 스치듯 지나 다시 우버를 타고 시 외곽에 있는 기린센터로 향했다.

 

 

 

아프리카 여행을 택한 여러 이유 중 어쩌면 가장 컸던 것은 동물을 실컷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그리고 아프리카 여행 중 처음으로 기린센터에서 동물을 만났다.

 

기린이야 뭐, 어릴적 동물원에서도 많이 봤는데 신기할 게 있을까 싶었는데, 희한하게 또 느낌이 달랐다.

 

입장료는 인당 1500케냐실링.

 

기린 센터 옆에는 작은 카페 겸 편의점도 딸려 있다.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현금은 에누리 없이 사용 불가
길긴 참 길구나 기린놈. 심지어 혀도 길다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

나중에 사파리에서 보게 된 기린은 느낌이 또 완전히 달랐지만,

 

기린센터도 우리 부부의 아프리카 첫날을 기념하기에 충분히 신기한 경험이었다.

 

저렇게 기나긴 동물이 자유롭게 걸어다니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다니...

 

다소 아쉬웠던 건 운영시간이 오후 5시까지로 다소 짧다는 것. 하긴 근처에 있는 코끼리 고아원은 점심에만 개방해 가보지도 못했으니(....)

 

 

 

기린센터에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는 시간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오래 걸렸다.

 

원래 같으면 30분 좀 넘게만에 올 거리를 1시간 반 만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우버 비용도 한국돈으로 거의 2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

 

점점 차가 늘어나는 데 비해 도로 인프라는 그에 따라가질 못하면서

 

나이로비에는 상습적인 교통체증이 있다고 한다.

 

꽉막힌 도로에서 만난 국민의 방송(......) 케냐 버스 시스템..?이겠지

 

나중에 민박집 사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매달 첫째날이 월급날이라, 외식을 하러 나간 사람들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막혔을 거라고 한다.

 

그야말로 기진맥진.

 

 

 

하지만, 돌아오니 딱 맞춰 저녁시간이었고, 삼겹살과 수육에 다른 일행들이 사온 맥주 한 잔을 얻어마시며 수다를 떠느라

 

수고로움은 금방 잊혀졌다.

 

사실 둘이서 떠난 여행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에 묵은 건 처음이었는데,

 

바로 이런 부분이 한인민박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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