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20. 1. 1. 16:29

여행의 끝자락을 맞아 다시 시작된 짐싸기

 

길다면 길었을 동아프리카 여행의 끝이 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때까지는 그 날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아무런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뭐부터 챙겨야 하나..

이날은 돌고래 구경을 위해 스킵했던 마루마루 호텔의 조식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어보는

 

날이기도 했다.

 

대충 짐을 챙겨놓고 일단 배부터 든든하게.

마루마루 호텔 조식 뷔페는 수영장 옆 식당에서 제공된다
모두 먹어 해치운다

마루마루 호텔의 조식은 꽤나 훌륭한 수준이다.

 

일단 아침에 부담없이(?) 먹을만한 것들이 많고 (잘 구워진 베이컨 포함)

 

팬케이크와 와플도 얘기하면 적당하게 익혀서 가져다 준다.

 

쥬스도 꽤나 일품이었던 것 같고, 커피도 전체 아프리카 여행 중에서 먹었던 것 가운데

 

여기서 먹었던 게 제일 무난하고 괜찮았던 것 같다(....)

 

안녕 마루마루 호텔

밥을 여유있게 먹고는

 

싸둔 짐을 들고 로비로 나왔다.

 

마지막 일정인 프리즌 아일랜드 투어를 가기 위해서였다.

 

다른 호텔도 마찬가지겠지만, 마루마루 호텔도

 

체크아웃 이후 숙박객의 짐을 잠시 동안은 맡아준다.

 

윷긩 여사? 가시죠

신밧드 투어에 가서 잠깐 기다리니

 

가이드가 와서 우리와 함께 갈 영국인 일행(?) 한 명과 함께 스톤타운 앞 해변으로 안내했다.

 

잔지바르에 온 첫날부터 해변에서 지겹도록 보았던

 

그늘막 달린 목선 중 하나가 바로 우리가 탈 배였다.

바다 색깔이 참 예쁘다

 

배를 타고 30분 쯤 섬 북쪽으로 올라가면 마침내 프리즌 아일랜드라 불리는 작은 섬이 나온다.

 

흑인 노예 무역이 한창이던 시절 감옥으로 쓰였다는데..

 

겉보기에는 너무 아름다웠다.

 

잔지바르 본섬과는 묘하게 다른 분위기의 섬 그리고 윷긩 여사
마지막 날인데 왠지 신이 나서 엣헴엣헴

프리즌 아일랜드를 찾는 관광객들이 대부분 들르는 곳은

 

바로 대형 거북이들의 보호시설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동물원에 가야 겨우 한 마리 볼 수 있을까말까한 진짜 나이가 100살은 된

 

할아버지 거북이들을 실컷 볼 수 있다.

 

시설 입장료는 인당 4달러. 현지 여행사에 지불한 프리즌 아일랜드 투어 비용과는 별개다.

거북이떼(?)가 신기한 윷긩의 기념샷
먹고 사진 좀 같이 찍어주세요 할아버지

입장할 때 거북이 먹이용 풀떼기(?)를 나눠주는데, 직접 거북이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까지

 

할 수 있다.

 

별로 사납거나 하지 않아서 근처에서 쓰다듬으면서 사진을 찍는 것도 ok.

왠지 나한테는 공격적인 것 같지만 신이 났다

옆에 사육사(?) 겸 가이드들이 여럿 펼쳐져 있으면서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한다든가 하면 주의를 주기도 하고,

 

이 시설의 역사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기도 하는데

 

영어가 짧아서 잘은 못 알아 들었다는 게 함정(....)

새끼 거북이님 들어보고 놀란 윷긩 여사

거북이 보호시설(?)을

 

다 보고 나서는 옆에 남아 있는 잔지바르의 노예무역항 시절 유적을 보러 갔다.

 

이미 여행 전에 본 다큐를 통해서 본 곳이긴 했지만,

 

확실히 현지 가이드가 없으니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거북이 체험(?)에 힘을 모두 쏟은 윷긩 여사와 사진만 열심히 찍었다.

옆에 난 길을 따라가면, 노예무역상의 바(?)가 나옵니다
..는 모르겠고 왠지 모르게 유럽풍 분위기가 나는 뒤뜰에서 휴식 

그렇게 흐느적 대다보니 어느새

 

프리즌 아일랜드에서 주어진 1시간 반 정도가 모두 지나가버렸다.

 

뿌윷 부부는 해변으로 나와 사진을 몇장 찍어보고는

 

그대로 다시 본섬으로 돌아갔다.

 

프리즌 아일랜드도 안녕

프리즌 아일랜드로 향하는 길에, 또 돌아오는 길에도

 

우리는 영국인 일행과 함께였는데, 짧은 영어로 (..) 어거지 대화를 몇마디 나누었다.

 

그 일행도 교사라 방학을 틈타 아프리카 여행을 와 마지막 행선지로 잔지바르에 왔다고 했다.

 

그는 비행기 시간이 촉박해서 프리즌 아일랜드 투어를 마치고 바로 공항으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때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어야 하는데..

왜 그땐 아무런 생각도 못했을까
날씨가 많이 더워도 테라스 자리는 그럭저럭 괜찮다

본섬으로 돌아와 맨 먼저 들른 곳은 다시 한 번 스톤타운 카페.

 

어제 먹었던 음식이 맛은 있었지만 너무 크리미해서 유당 불내증인 내게 비행을 앞두고는

 

좋지 않은 음식일 것 같은 마음에 치킨 버거를 시켰다.

 

윷긩의 선택은 문어 구이 요리.

 

역시 나쁘지 않았지만, 버거보다는 새우나 문어 요리가 훨씬 낫다 싶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비행기 시간은 저녁 7시 30분.

 

점심을 먹고 있었을 당시가 1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고,

 

공항으로 데려다주기로 한 노샤드와 만나기로 한 시간은 5시쯤이었다.

 

그러니까 아직 4시간의 여유가 남아있었던 거다... 아니 그렇게 생각을 했었던 거다.

켄야타 로드 한 가운데 있는 기념품점. 여기 말고도 근처에 기념품 가게가 아주 많다

각각 여행지에서 냉장고 자석과 티셔츠를 모으는 윷긩 여사와 나는

 

꼭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기 위해서 스톤타운 시내를 한참 누비고 다녔다.

 

그런데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골목을 돌아다니다 만난 잔지바르 꼬맹이 친구들

그래서 더운날 하염없이 거리를 걷다 열이 올라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하고

정말 아무데나 들어갔는데 나름 핫했던 아이스크림집
포로다니 공원 대낮 전경

야시장이 열리는 포로다니 공원에 가서 괜히 대포나 둘러보며 더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런데도 참 시간이 안 갔다.

 

"뿌유 우리 언제 가"

그렇게 하릴없이 돌아다니다 새삼스레(?) 우연히 발견한 게

 

돌성, 그러니까 올드 포트(Old Fort) 내부였다.

 

이 안엔 뭐가 있는 거지?
어랍쇼...?

올드 포트.

 

이름 그대로 오래된 요새? 성?이란 의미다.

 

안에 뭐가 대단한 게 있는 건 아니지만, 말그대로 '스톤타운'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여행 다큐멘터리에 보니까 여기 어디에 흑인 노예들을 가둬두던 감옥(?) 비슷한 곳도 있는 모양이던데

 

우리 부부는 끝내 찾지는 못했다.

 

그나저나 올드포트는 바로 마루마루호텔 옆에 있는데, 왜 우린 마지막날까지 들어가볼 생각을 못했을까..

우리가 갔을 무렵 뮤직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던 무대와 관심 없는 윷긩 여사

그렇게 올드포트에서 어영부영하다보니 드디어 노샤드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됐다.

탄자니아의 최고 인기 스포츠는 뭐라해도 축구였다

호텔 앞 가게 외부에 걸려 있는 TV에선 또 축구 중계가 한창이었다.

 

탄자니아 본토든, 잔지바르든 축구가 정말 인기가 많구나 싶었다.

 

노샤드가 원래 약속시간 보다 10분 정도 늦는다는 소식에 마루마루 호텔 로비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던 뿌윷 부부.

 

5시 10분쯤 드디어 다시 노샤드를 만났다.

노샤드는 대체 언제 오나..
자 가십시다 공항으로

시원한 에어컨이 빵빵 나오는 노샤드의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길.

 

우리는 잔지바르 공항에서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공항으로,

 

또 그곳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고 한국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왜였을까. 그때 문득 여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

 

항공권 예약에 사용했던 개인 메일을 그때 문득 열어보았다.

 

그리고 충격적인..... 정말로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갱님의 비행기 시간이 7시 반에서 5시로 변경되었음을 긴급히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5시 50분으로 미뤄졌음을 알려드립니다 고갱님

원래 비행기를 예약할 때는 저녁 7시 반이었던 비행기 시간이

 

오후 5시로 한 번, 5시 50분으로 한 번 두 번이 바뀌어 있었던 거다.

 

.... OMG

 

메일이 온 날짜를 확인해보니 첫번째 변경은 여행 시작 열흘 전,

 

두번째 변경은 전날인 9일 이었다.

 

그래.. 여행 전에 알려줬으니 체크를 안 한 내 잘못이기는 한데.. 근데 이게 원래 메일로 툭 던져놓고

 

우리는 알려줬다 하면 되는 성질의 것인가?......하..하...하

 

 

 

프리즌 아일랜드 투어 같이 갔던 영국인 동행이 비행기 시간이 촉박하다고 했을 때 일정을 다시 한 번 봤더라면,

 

아까 스톤타운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죽이고 있을 때 메일을 한 번 체크해봤더라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순간이었지만

 

일단 운전 중인 노샤드에게 우리 상황을 알리고 최대한 빨리 공항으로 가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샤드는 우리를 걱정하며 빛의 속도로 운전했다.

 

하지만..

고갱님 이미 보딩 시간이 끝나셔서 못 들어가십니다

심지어 공항 내부로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당연하게도 우리가 공항에 도착한 5시 반쯤 이미 아디스 아바바행 비행기의 보딩 시간은 끝이 난 상황이었고

 

잔지바르 공항은 보딩이 예약된 고객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여긴 누구.. 나는 어디..

그 작은 공항에 다음 아디스 아바바로 가는 비행기가 있을 턱이 없었다.

 

당장 내가 회사에 내놓은 휴가는 내일까지.

 

윷긩의 경우는 며칠 더 여유가 있었지만, 당장 한국으로 언제 어떻게 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직 아디스 아바바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안 탔으니까 금전적인 손해라도

 

막아보고자 한국 에티오피아 항공 지사에 전화를 해보고 별 쇼를 다 해봤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까 최악의 경우 돈은 돈대로 손해보고 무단결근(?)까지 할 상황에 놓이게 된 거였다.

 

꼭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해외여행시에는 메일을 수시로(!) 확인합시다.... 또르르

 

 

 

그때 만약에 노샤드가 우리 곁에 있어주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득해진다.

 

노샤드는 공항 직원에게 물어 에티오피아 항공 담당자와 우리가 얘기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한참을 기다리긴 했지만, 그날 항공권을 추가 수수료를 내고

 

다음날 항공권으로 바꾸어주겠다는 확답까지 들을 수 있었다.

 

모두다 우리의 은인 노샤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노샤드는 당장 우리가 잘 곳이 없어 급히 예약한 호텔까지도 우리와 함께 동행해주었고,

 

그 호텔에서도 방이 사실은 없는 상황이었기에 급히 다른 호텔로 옮기게 된 상황에도

 

우리와 계속 함께했다.

 

노샤드, 그는 정말 우리의 천사인 동시에 현자였다.

몹시 쭈굴하지만 한 고비 넘긴 뿌윷 부부와 노샤드

의도치 않은 잔지바르에서의 마지막 밤+1을 보내게 된 뿌윷 부부가 머문 곳은

 

스톤타운 시내에서도 제법 떨어진 아일랜드 파라다이스 인.

 

1박에 1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한 것 치고는 퀘퀘한 냄새가 방 내부에서 진동을 하고

 

샤워를 하면서 바퀴벌레와(....) 첫 대면을 하는 등 최악의 컨디션이었지만,

 

노샤드가 베풀어준 따뜻한 호의 덕분에

 

우리는 단잠을 이룰 수 있었다.

 

 

 

잔지바르에서의 +1박이 믿기지 않는 윷긩 여사

그렇게 우리의 '진짜' 잔지바르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어거지로 먹은 호텔 조식은 정말 최악이었지만, 호텔 식당 테라스에서 내다본 뷰는 참 좋았다.

 

대충 끼니만 해결하고 정말 마지막으로 짐을 챙겨 호텔 로비로 나왔다.

꿈인지 생신지 모르겠지만 일단 챙길 건 챙겨봅시다

에티오피아 항공 직원과 12시에 공항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었다.

 

마음이 급했다. 어제와 같은 상황이 또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때문이었다(....)

 

하지만, 노샤드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노샤드의 부탁으로

 

어제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관광객을 노샤드와 다시 접선시켜주려다 실패해주는 과정까지 거쳐

 

무사히 약속 시간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진짜 당시 너무 마음이 급했는데, 우리의 은인 노샤드가 아니었다면 반드시 승질(..)을 냈을 거다.

무사히 도착한 공항에서 또 해결사 역할을 해주는 노샤드

노샤드의 인도 끝에 우리는 어제 만났던 에티오피아 공항 직원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공항 티켓을 최종적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 건 12시 20분쯤. 수수료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300달러 정도였다.

 

드디어, 뿌윷 부부의 한국행이 확실히 결정된 거다.

 

어제 남아있는 휴가 하나를 급히 땡겨와서 붙여놓았기에

 

무단 결근 사태(..)도 아슬아슬하게 피한 상황이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보기만 해도 눈물이 뚝뚝떨어질 것만큼 고마웠던 노샤드와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My friend, Don't worry."

 

우리 부부는 스스럼 없이 우리를 친구라고 말하며 도와준 노샤드를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다.

 

 

 

노샤드와 작별 인사를 하고 공항 옆 식당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웠다.

 

메뉴는 무난한 햄버거와 피자.

문제도 다 해결됐으니 금강산도 식후경

맛은 무난했지만 누가 공항 옆 식당 아니랄까봐 가격은 정말 사악했다(..)

 

스프라이트 하나를 포함하니 36000실링. 이건 뭐 거의 스톤타운 카페 급이잖아..

 

그래도 배를 채웠으니 됐다.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이 시작될 참이었다.

어젠 저 앞을 못 넘어 들어왔었는데..

이미 잔지바르에 들어올 때 대충 봐두긴 했지만

 

역시 잔지바르 공항도 여타 소도시의 공항들처럼 버스터미널(..)스러웠다.

 

그래도 기념품 가게 등 있을 건 다 있었다.

작은 공항이지만, 기념품 가게도 두 개나 있다

남은 탄자니아 실링을 모두 털어 기념품 인형과 탄자니아 특산 소주(?)까지 구입하니

 

드디어 보딩 시간.

보고 싶었다! 타고 싶었다! 에티오피안 에어라인! feat. 린둥이 치둥이

비행기 시간을 바꾸면서 우리 여행 일정은 조금 변경됐다.

 

원래는 잔지바르에서 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로 가는 직항편을 탈 예정이었는데,

 

그게 우리가 잔지바르에 올 때 들렀던 킬리만자로 공항을 거쳐(..) 아디스 아바바에 가는 일정으로

 

바뀐 거였다.

 

사실 킬리만자로 공항에서 내렸다 타야하는 건 아니라서 번거롭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원래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기내식도 야무지게 먹고
덕분에 킬리만자로 산 꼭대기 봉우리는 실감나게 다시 봤다

아디스 아바바 공항에 도착한 건 출발한 지 5시간여 만.

 

한국에서 올때는 스쳐지나가듯 와서 제대로 몰랐는데,

 

아프리카 최대 항공사인 에티오피아 항공의 허브 공항인만큼 규모가 상당했다.

나름 기념품 가게도 많다. 케냐와 잔지바르에서 커피 원두를 하나씩 샀었는데, 에티오피아 원두는 어떤가 싶어 여기서도 원두를 하나 샀다
근데 발 씻는 세면대는 대체 왜.. 있는 거죠?

 

환승을 위해서 거쳐야할 추가 절차도 있어 꽤 시간을 잡아먹었는데...

 

분명 올 때는 검색 절차라든가가 별 게 없었는데.....?

환승 짐검색을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슬슬 지쳐가는 윷긩
아프리카 대표 허브 공항의 위엄. 시카고부터 홍콩까지 행선지도 다양하다

공항에서 대기하는 두 시간여 동안 뭐라도 주전부리를 먹으며 있으려 했는데,

 

대기하는 게이트 앞에는 상점이 없고 자판기만 있는데다

 

우리는 당연히도 에티오피아 화폐가 한푼도 없으니 멍 때리며 시간을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곳곳에 비치된 정수기 물이 다 동이 나기까지 했는데..

 

나중에 공항 직원이 생수병을 들고 와 대기하는 승객들에게 나눠주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나는 몹시 피곤하다
787 드림라이너에 무사 탑승. 드디어 한국으로 갑니다

너무 피곤해서인지 기내식을 어떻게 먹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화를 보거나 할 체력도 남아있지 않아서 내내 졸다 깨다를 반복했던 것 같다.

 

그래도 별탈없이 무사히 11시간여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결국 여행 전 걱정했던 에티오피아의 안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셈이다.

 

다른 문제(?)가 크리티컬 하긴 했지만.

 

한국생환 실화냐
실화다 with 12일째 안 깎은 내시 수염

그렇게 우리의 동아프리카 여행은 끝을 맺었다.

 

생각한 건 이상으로 경이롭고, 행복했던 여행이었다.

 

잔지바르에서의 마지막 고난(?)을 겪은 이후 "아프리카는 다시 절대로 안 간다"던 윷긩 여사는

 

이제와서는 그때를 추억하며 "다음엔 이집트를 가볼까?"를 속삭이고 있다.

 

 

 

너무 겁먹지 않고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아시아의 한쪽 끝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상상도 못한 생경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곳.

 

언젠가는 또다시 갈 수 있을까?

 

 

 

마사이마라 드넓은 초원이,

 

쳄쳄온천 에메랄드 빛 물 색이,

 

잔지바르의 새파란 하늘이

 

문득 또 그립다.

 

---------

 

 

우리 부부의 은인. 잔지바르 여행 가이드 노샤드를 다시 한 번 소개합니다.

 

 

 

노샤드는 영어도 제법 능숙하고 친절하며,  가이드 비용도 꽤 합리적인 선에서 제시한다.

 

혹시 잔지바르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 중 가이드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페이스북 : Naushad Tourism

트립 어드바이저 :  @naushad Kassam

왓츠앱(전화번호) : +255 715 282 108

 

노샤드에게 연락해보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실 이 여행기를 해가 바뀐 지금에서도 꾸역꾸역 써낸 이유 중 하나는

 

이 글을 통해 노샤드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뿌윷 부부와 노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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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9. 26. 23:49

시작부터 시간이 촉박했다.

 

목요일부터 휴가가 시작이지만 비행기 시간이 새벽 1시라 수요일 칼퇴와 함께 곧장 집으로 향했다.

 

지난 주말 대충 챙겨둔 짐을 제대로 체크할 시간도 없이 바로 인천공항으로 출발.

 

가방도 바지도 마음만은 이미 아프리카

 공항버스를 타고 출발 2시간 반 전쯤 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간 여유가 있었다.

 

대부분의 면세점이 문을 닫은 상태였기 때문에 뭘 할래야 할 수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

 

 

 

몇년 전 아프리카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대유행했을 때

 

대한항공의 인천-나이로비 편을 비롯해

 

한국과 아프리카를 잇는 직항편 한국 국적기는 모두 소멸했다. 바이러스가 창궐했던 건 서아프리칸데 왜 동아프리카 항공편이

 

따라서 동아프리카로 떠나는 한국 여행자들에게 선택지는 보통 크게 3가지.

 

동남아에서 경유하거나, 중동에서 경유하거나, 에티오피아 직항편을 타거나다.

 

우리의 선택지는 에티오피아 직항편이었다.

 

 

 

에티오피아 항공은 아프리카 대표 국적기 답게 기내식도 나쁘지 않고 서비스도 괜찮았다.

 

심지어 인천-에티오피아 구간을 왕복시켜준 건 인수된지 얼마 안 돼 보이는 최신식 보잉 787 드림라이너였다.

 

하지만, 막상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걱정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찍지말라는데 뭐가 좋다고 찍고 있다

걱정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올해(2019년) 초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와 케냐 나이로비 간을 운항하던

 

보잉 737max 기종이 추락하는 대형 사고가 있었다는 것.

 

하지만 비행기가 문제지 항공사가 문제일까 싶어서 고민 끝에 예약을 했고, 결과적으로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었다.

 

물론 에티오피아 항공에 문제가 아예 없었느냐고 묻는다면 절대 그건 아니지만....... (또르르 자세한 얘기는 후술)

 

 

두번째는 아디스아바바에서의 환승 시간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짧다는 거였다.

 

스케줄 상 아디스아바바 볼레 국제공항 도착은 현지시각으로 오전 7시 45분.

 

나이로비 조모 케냐타 국제공항으로 출발하는 시간은 8시 15분이었다. 아니 이게 가능합니까 선생님

 

심지어 원래 예약할 때는 출발이 8시 반쯤이었는데, 스케줄 변경이 돼 더 당겨져버린 것. 이때 메일 확인의 중요성을 알아야 했다

 

에티오피아 항공 한국 사무실에 문의를 해봐도 "많은 승객들이 그렇게 환승을 한다"며 문제가 없다는 태도였고,

 

최악의 경우 다음 비행기는 태워주겠지(.....) 싶어서 환승에 성공할 때까지 반신반의했더랬다.

 

혹시나 환승편 놓칠까 부랴부랴 비행기에 내려 버스로 달렸다

막상 가보니 별 문제는 없었다.

 

이동경로마저 무척 짧아 쫄깃(?) 환승에 최적화돼 있는 듯한 모습.

 

버스에 내려 직원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 조금 걸어 올라갔더니

 

바로 다음 비행기를 타는 게이트 쪽으로 갈 수 있었다.

 

숨쉴 틈도 없이 비행기를 갈아타고 케냐로 출발. 2시간을 더 날아서야 우리는 비로소

 

아프리카 대륙에 제대로된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공항 밖으로 나가 가장 먼저한 건 물론 심카드 구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인 십 년 전에는 어떻게 여행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심카드 없이는 아무것도 할수 없게 돼 버렸다.

 

우리 부부가 선택한 건 사파리콤. 비교적 마사이마라에서도 잘 터진다는 평을 듣고서 한 선택이었다.

 

실제 사파리 중 마라강 유역으로 깊게 들어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통신 사용에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나름 인지도가 제일 높은 통신사인지, 사파리콤에만 줄이 제법 서 있어서

 

대략 10여분 정도는 대기를 해야했다.

 

뭔가 아래 심카드 쓰는 방법이 잔뜩 써 있지만.. 그냥 직원이 알아서 다 해준다

5GB짜리 두 개를 구매했고, 가격은 개통비(?) 1달러를 포함한 듯 11달러씩이었다.

 

공항 출구로 나가자마자 통신사 매장들이 주르륵 늘어서 있으니 찾기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슬쩍 보이는 마계 입구

나이로비에서 1년을 넘게 살다온 지인이 말해준 게 있었다.

 

공항 나가자마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실제로 관광객들을 호객하겠다는 일념으로 무장한 삐끼들이 공항 앞에 줄줄이 서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후에 모시와 잔지바르를 겪으며 각양각색의 삐끼들을 만나며 다소 익숙해져버렸지만,

 

당시는 처음이라 대책 없이 갔으면 어찌할 바를 몰랐겠다 싶다.

 

다행히 우리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 숙박을 하게될 이주열 게스트하우스에 추가금(아마 30달러)을 내고 픽업 서비스를 신청해놨던 터라

 

안전히 숙소로 향할 수 있었다.

 

흔한 나이로비의 거리 풍경. 케냐의 축구 인기는 상당했다

공항에서 이주열 게스트하우스까지는 넉넉잡아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후에 제대로 알게 됐지만 게스트하우스는 굉장한 부촌에 자리잡고 있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따로 경비가 있고,

 

우버 기사들이 올 때마다 보고 놀라워하는 정도.

 

다소 피곤해 보이는 브이. 우리는 3층에 방을 배정 받았다.

고오급 주택의 향취를 충분히 느낄 시간도, 긴 이동 시간으로 인한 여독을 풀 시간도 없이

 

우리는 허겁지겁 여정을 풀고 나이로비 시내로 나갔다.

 

환전도 해야했고, 사파리에서 돌아온 후 나이로비에서 탄자니아 모시로 가는 버스 티켓도 구매해야했기 때문.

 

이동 수단은 역시 우버였다. 케냐에서는 정말이지 우버가 짱이다.

 

가장 퀄리티가 좋은(?) 우버X를 타도 웬만큼 가까운 거리는 3000원~5000원 사이로 갈 수 있었고,

 

우리의 여정이 인터넷에 기록이 남는다는 점도 안전하게 느껴졌다.

 

다만 우버에서 내리면..마계가 펼쳐진다.

 

 

 

나이로비 체류 경험자에게 들었던 또 다른 조언 중 하나는, 거리에서 핸드폰을 꺼내놓고 다니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도둑 맞기가 십상이라고)

 

막상 시내 한복판에 내려서도 환전소가 어딘지, 버스 티켓을 끊어야 곳은 어딘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길거리를 헤매다 아무데나 경비가 있는 은행에 들어가서 구글맵을 확인하다.. 빙글빙글 방황을 하던 우리는

 

귀인(?)을 만나 겨우  방황을 멈출 수 있었다.

 

누군가 다가와서 자기를 따라오길래 흔한 삐끼인줄 알고 지나치려 했는데,

 

알고보니 우리가 찾던 여행사의 직원이었던 것.

 

여기예요 여기. 뭘 그렇게 헤맸대요

모시로 가는 버스는 둘이 합쳐 50달러를 냈다.

 

한국인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빅타임 사파리에서 샀는데, 다른 여행사에서 사면 가격이 다를지도?

(후에 우리가 탔던 버스의 컨디션이 몹시 극악했고, 정류장에 있는 버스 뒤에 바로 모시로 가는 다른 버스가 있었던 걸로 봐서 분명 다른 가격 or 등급의 버스가 있는 것 같다)

 

여행사 직원의 인도 하에 무사히 환전까지 마치고

 

초행이라 어쩌면 더 긴장했던 나이로비 시내를 스치듯 지나 다시 우버를 타고 시 외곽에 있는 기린센터로 향했다.

 

 

 

아프리카 여행을 택한 여러 이유 중 어쩌면 가장 컸던 것은 동물을 실컷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그리고 아프리카 여행 중 처음으로 기린센터에서 동물을 만났다.

 

기린이야 뭐, 어릴적 동물원에서도 많이 봤는데 신기할 게 있을까 싶었는데, 희한하게 또 느낌이 달랐다.

 

입장료는 인당 1500케냐실링.

 

기린 센터 옆에는 작은 카페 겸 편의점도 딸려 있다.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현금은 에누리 없이 사용 불가
길긴 참 길구나 기린놈. 심지어 혀도 길다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

나중에 사파리에서 보게 된 기린은 느낌이 또 완전히 달랐지만,

 

기린센터도 우리 부부의 아프리카 첫날을 기념하기에 충분히 신기한 경험이었다.

 

저렇게 기나긴 동물이 자유롭게 걸어다니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다니...

 

다소 아쉬웠던 건 운영시간이 오후 5시까지로 다소 짧다는 것. 하긴 근처에 있는 코끼리 고아원은 점심에만 개방해 가보지도 못했으니(....)

 

 

 

기린센터에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는 시간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오래 걸렸다.

 

원래 같으면 30분 좀 넘게만에 올 거리를 1시간 반 만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우버 비용도 한국돈으로 거의 2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

 

점점 차가 늘어나는 데 비해 도로 인프라는 그에 따라가질 못하면서

 

나이로비에는 상습적인 교통체증이 있다고 한다.

 

꽉막힌 도로에서 만난 국민의 방송(......) 케냐 버스 시스템..?이겠지

 

나중에 민박집 사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매달 첫째날이 월급날이라, 외식을 하러 나간 사람들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막혔을 거라고 한다.

 

그야말로 기진맥진.

 

 

 

하지만, 돌아오니 딱 맞춰 저녁시간이었고, 삼겹살과 수육에 다른 일행들이 사온 맥주 한 잔을 얻어마시며 수다를 떠느라

 

수고로움은 금방 잊혀졌다.

 

사실 둘이서 떠난 여행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에 묵은 건 처음이었는데,

 

바로 이런 부분이 한인민박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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