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20. 1. 1. 16:29

여행의 끝자락을 맞아 다시 시작된 짐싸기

 

길다면 길었을 동아프리카 여행의 끝이 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때까지는 그 날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아무런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뭐부터 챙겨야 하나..

이날은 돌고래 구경을 위해 스킵했던 마루마루 호텔의 조식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어보는

 

날이기도 했다.

 

대충 짐을 챙겨놓고 일단 배부터 든든하게.

마루마루 호텔 조식 뷔페는 수영장 옆 식당에서 제공된다
모두 먹어 해치운다

마루마루 호텔의 조식은 꽤나 훌륭한 수준이다.

 

일단 아침에 부담없이(?) 먹을만한 것들이 많고 (잘 구워진 베이컨 포함)

 

팬케이크와 와플도 얘기하면 적당하게 익혀서 가져다 준다.

 

쥬스도 꽤나 일품이었던 것 같고, 커피도 전체 아프리카 여행 중에서 먹었던 것 가운데

 

여기서 먹었던 게 제일 무난하고 괜찮았던 것 같다(....)

 

안녕 마루마루 호텔

밥을 여유있게 먹고는

 

싸둔 짐을 들고 로비로 나왔다.

 

마지막 일정인 프리즌 아일랜드 투어를 가기 위해서였다.

 

다른 호텔도 마찬가지겠지만, 마루마루 호텔도

 

체크아웃 이후 숙박객의 짐을 잠시 동안은 맡아준다.

 

윷긩 여사? 가시죠

신밧드 투어에 가서 잠깐 기다리니

 

가이드가 와서 우리와 함께 갈 영국인 일행(?) 한 명과 함께 스톤타운 앞 해변으로 안내했다.

 

잔지바르에 온 첫날부터 해변에서 지겹도록 보았던

 

그늘막 달린 목선 중 하나가 바로 우리가 탈 배였다.

바다 색깔이 참 예쁘다

 

배를 타고 30분 쯤 섬 북쪽으로 올라가면 마침내 프리즌 아일랜드라 불리는 작은 섬이 나온다.

 

흑인 노예 무역이 한창이던 시절 감옥으로 쓰였다는데..

 

겉보기에는 너무 아름다웠다.

 

잔지바르 본섬과는 묘하게 다른 분위기의 섬 그리고 윷긩 여사
마지막 날인데 왠지 신이 나서 엣헴엣헴

프리즌 아일랜드를 찾는 관광객들이 대부분 들르는 곳은

 

바로 대형 거북이들의 보호시설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동물원에 가야 겨우 한 마리 볼 수 있을까말까한 진짜 나이가 100살은 된

 

할아버지 거북이들을 실컷 볼 수 있다.

 

시설 입장료는 인당 4달러. 현지 여행사에 지불한 프리즌 아일랜드 투어 비용과는 별개다.

거북이떼(?)가 신기한 윷긩의 기념샷
먹고 사진 좀 같이 찍어주세요 할아버지

입장할 때 거북이 먹이용 풀떼기(?)를 나눠주는데, 직접 거북이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까지

 

할 수 있다.

 

별로 사납거나 하지 않아서 근처에서 쓰다듬으면서 사진을 찍는 것도 ok.

왠지 나한테는 공격적인 것 같지만 신이 났다

옆에 사육사(?) 겸 가이드들이 여럿 펼쳐져 있으면서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한다든가 하면 주의를 주기도 하고,

 

이 시설의 역사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기도 하는데

 

영어가 짧아서 잘은 못 알아 들었다는 게 함정(....)

새끼 거북이님 들어보고 놀란 윷긩 여사

거북이 보호시설(?)을

 

다 보고 나서는 옆에 남아 있는 잔지바르의 노예무역항 시절 유적을 보러 갔다.

 

이미 여행 전에 본 다큐를 통해서 본 곳이긴 했지만,

 

확실히 현지 가이드가 없으니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거북이 체험(?)에 힘을 모두 쏟은 윷긩 여사와 사진만 열심히 찍었다.

옆에 난 길을 따라가면, 노예무역상의 바(?)가 나옵니다
..는 모르겠고 왠지 모르게 유럽풍 분위기가 나는 뒤뜰에서 휴식 

그렇게 흐느적 대다보니 어느새

 

프리즌 아일랜드에서 주어진 1시간 반 정도가 모두 지나가버렸다.

 

뿌윷 부부는 해변으로 나와 사진을 몇장 찍어보고는

 

그대로 다시 본섬으로 돌아갔다.

 

프리즌 아일랜드도 안녕

프리즌 아일랜드로 향하는 길에, 또 돌아오는 길에도

 

우리는 영국인 일행과 함께였는데, 짧은 영어로 (..) 어거지 대화를 몇마디 나누었다.

 

그 일행도 교사라 방학을 틈타 아프리카 여행을 와 마지막 행선지로 잔지바르에 왔다고 했다.

 

그는 비행기 시간이 촉박해서 프리즌 아일랜드 투어를 마치고 바로 공항으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때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어야 하는데..

왜 그땐 아무런 생각도 못했을까
날씨가 많이 더워도 테라스 자리는 그럭저럭 괜찮다

본섬으로 돌아와 맨 먼저 들른 곳은 다시 한 번 스톤타운 카페.

 

어제 먹었던 음식이 맛은 있었지만 너무 크리미해서 유당 불내증인 내게 비행을 앞두고는

 

좋지 않은 음식일 것 같은 마음에 치킨 버거를 시켰다.

 

윷긩의 선택은 문어 구이 요리.

 

역시 나쁘지 않았지만, 버거보다는 새우나 문어 요리가 훨씬 낫다 싶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비행기 시간은 저녁 7시 30분.

 

점심을 먹고 있었을 당시가 1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고,

 

공항으로 데려다주기로 한 노샤드와 만나기로 한 시간은 5시쯤이었다.

 

그러니까 아직 4시간의 여유가 남아있었던 거다... 아니 그렇게 생각을 했었던 거다.

켄야타 로드 한 가운데 있는 기념품점. 여기 말고도 근처에 기념품 가게가 아주 많다

각각 여행지에서 냉장고 자석과 티셔츠를 모으는 윷긩 여사와 나는

 

꼭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기 위해서 스톤타운 시내를 한참 누비고 다녔다.

 

그런데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골목을 돌아다니다 만난 잔지바르 꼬맹이 친구들

그래서 더운날 하염없이 거리를 걷다 열이 올라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하고

정말 아무데나 들어갔는데 나름 핫했던 아이스크림집
포로다니 공원 대낮 전경

야시장이 열리는 포로다니 공원에 가서 괜히 대포나 둘러보며 더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런데도 참 시간이 안 갔다.

 

"뿌유 우리 언제 가"

그렇게 하릴없이 돌아다니다 새삼스레(?) 우연히 발견한 게

 

돌성, 그러니까 올드 포트(Old Fort) 내부였다.

 

이 안엔 뭐가 있는 거지?
어랍쇼...?

올드 포트.

 

이름 그대로 오래된 요새? 성?이란 의미다.

 

안에 뭐가 대단한 게 있는 건 아니지만, 말그대로 '스톤타운'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여행 다큐멘터리에 보니까 여기 어디에 흑인 노예들을 가둬두던 감옥(?) 비슷한 곳도 있는 모양이던데

 

우리 부부는 끝내 찾지는 못했다.

 

그나저나 올드포트는 바로 마루마루호텔 옆에 있는데, 왜 우린 마지막날까지 들어가볼 생각을 못했을까..

우리가 갔을 무렵 뮤직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던 무대와 관심 없는 윷긩 여사

그렇게 올드포트에서 어영부영하다보니 드디어 노샤드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됐다.

탄자니아의 최고 인기 스포츠는 뭐라해도 축구였다

호텔 앞 가게 외부에 걸려 있는 TV에선 또 축구 중계가 한창이었다.

 

탄자니아 본토든, 잔지바르든 축구가 정말 인기가 많구나 싶었다.

 

노샤드가 원래 약속시간 보다 10분 정도 늦는다는 소식에 마루마루 호텔 로비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던 뿌윷 부부.

 

5시 10분쯤 드디어 다시 노샤드를 만났다.

노샤드는 대체 언제 오나..
자 가십시다 공항으로

시원한 에어컨이 빵빵 나오는 노샤드의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길.

 

우리는 잔지바르 공항에서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공항으로,

 

또 그곳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고 한국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왜였을까. 그때 문득 여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

 

항공권 예약에 사용했던 개인 메일을 그때 문득 열어보았다.

 

그리고 충격적인..... 정말로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갱님의 비행기 시간이 7시 반에서 5시로 변경되었음을 긴급히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5시 50분으로 미뤄졌음을 알려드립니다 고갱님

원래 비행기를 예약할 때는 저녁 7시 반이었던 비행기 시간이

 

오후 5시로 한 번, 5시 50분으로 한 번 두 번이 바뀌어 있었던 거다.

 

.... OMG

 

메일이 온 날짜를 확인해보니 첫번째 변경은 여행 시작 열흘 전,

 

두번째 변경은 전날인 9일 이었다.

 

그래.. 여행 전에 알려줬으니 체크를 안 한 내 잘못이기는 한데.. 근데 이게 원래 메일로 툭 던져놓고

 

우리는 알려줬다 하면 되는 성질의 것인가?......하..하...하

 

 

 

프리즌 아일랜드 투어 같이 갔던 영국인 동행이 비행기 시간이 촉박하다고 했을 때 일정을 다시 한 번 봤더라면,

 

아까 스톤타운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죽이고 있을 때 메일을 한 번 체크해봤더라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순간이었지만

 

일단 운전 중인 노샤드에게 우리 상황을 알리고 최대한 빨리 공항으로 가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샤드는 우리를 걱정하며 빛의 속도로 운전했다.

 

하지만..

고갱님 이미 보딩 시간이 끝나셔서 못 들어가십니다

심지어 공항 내부로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당연하게도 우리가 공항에 도착한 5시 반쯤 이미 아디스 아바바행 비행기의 보딩 시간은 끝이 난 상황이었고

 

잔지바르 공항은 보딩이 예약된 고객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여긴 누구.. 나는 어디..

그 작은 공항에 다음 아디스 아바바로 가는 비행기가 있을 턱이 없었다.

 

당장 내가 회사에 내놓은 휴가는 내일까지.

 

윷긩의 경우는 며칠 더 여유가 있었지만, 당장 한국으로 언제 어떻게 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직 아디스 아바바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안 탔으니까 금전적인 손해라도

 

막아보고자 한국 에티오피아 항공 지사에 전화를 해보고 별 쇼를 다 해봤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까 최악의 경우 돈은 돈대로 손해보고 무단결근(?)까지 할 상황에 놓이게 된 거였다.

 

꼭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해외여행시에는 메일을 수시로(!) 확인합시다.... 또르르

 

 

 

그때 만약에 노샤드가 우리 곁에 있어주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득해진다.

 

노샤드는 공항 직원에게 물어 에티오피아 항공 담당자와 우리가 얘기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한참을 기다리긴 했지만, 그날 항공권을 추가 수수료를 내고

 

다음날 항공권으로 바꾸어주겠다는 확답까지 들을 수 있었다.

 

모두다 우리의 은인 노샤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노샤드는 당장 우리가 잘 곳이 없어 급히 예약한 호텔까지도 우리와 함께 동행해주었고,

 

그 호텔에서도 방이 사실은 없는 상황이었기에 급히 다른 호텔로 옮기게 된 상황에도

 

우리와 계속 함께했다.

 

노샤드, 그는 정말 우리의 천사인 동시에 현자였다.

몹시 쭈굴하지만 한 고비 넘긴 뿌윷 부부와 노샤드

의도치 않은 잔지바르에서의 마지막 밤+1을 보내게 된 뿌윷 부부가 머문 곳은

 

스톤타운 시내에서도 제법 떨어진 아일랜드 파라다이스 인.

 

1박에 1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한 것 치고는 퀘퀘한 냄새가 방 내부에서 진동을 하고

 

샤워를 하면서 바퀴벌레와(....) 첫 대면을 하는 등 최악의 컨디션이었지만,

 

노샤드가 베풀어준 따뜻한 호의 덕분에

 

우리는 단잠을 이룰 수 있었다.

 

 

 

잔지바르에서의 +1박이 믿기지 않는 윷긩 여사

그렇게 우리의 '진짜' 잔지바르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어거지로 먹은 호텔 조식은 정말 최악이었지만, 호텔 식당 테라스에서 내다본 뷰는 참 좋았다.

 

대충 끼니만 해결하고 정말 마지막으로 짐을 챙겨 호텔 로비로 나왔다.

꿈인지 생신지 모르겠지만 일단 챙길 건 챙겨봅시다

에티오피아 항공 직원과 12시에 공항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었다.

 

마음이 급했다. 어제와 같은 상황이 또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때문이었다(....)

 

하지만, 노샤드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노샤드의 부탁으로

 

어제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관광객을 노샤드와 다시 접선시켜주려다 실패해주는 과정까지 거쳐

 

무사히 약속 시간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진짜 당시 너무 마음이 급했는데, 우리의 은인 노샤드가 아니었다면 반드시 승질(..)을 냈을 거다.

무사히 도착한 공항에서 또 해결사 역할을 해주는 노샤드

노샤드의 인도 끝에 우리는 어제 만났던 에티오피아 공항 직원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공항 티켓을 최종적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 건 12시 20분쯤. 수수료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300달러 정도였다.

 

드디어, 뿌윷 부부의 한국행이 확실히 결정된 거다.

 

어제 남아있는 휴가 하나를 급히 땡겨와서 붙여놓았기에

 

무단 결근 사태(..)도 아슬아슬하게 피한 상황이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보기만 해도 눈물이 뚝뚝떨어질 것만큼 고마웠던 노샤드와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My friend, Don't worry."

 

우리 부부는 스스럼 없이 우리를 친구라고 말하며 도와준 노샤드를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다.

 

 

 

노샤드와 작별 인사를 하고 공항 옆 식당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웠다.

 

메뉴는 무난한 햄버거와 피자.

문제도 다 해결됐으니 금강산도 식후경

맛은 무난했지만 누가 공항 옆 식당 아니랄까봐 가격은 정말 사악했다(..)

 

스프라이트 하나를 포함하니 36000실링. 이건 뭐 거의 스톤타운 카페 급이잖아..

 

그래도 배를 채웠으니 됐다.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이 시작될 참이었다.

어젠 저 앞을 못 넘어 들어왔었는데..

이미 잔지바르에 들어올 때 대충 봐두긴 했지만

 

역시 잔지바르 공항도 여타 소도시의 공항들처럼 버스터미널(..)스러웠다.

 

그래도 기념품 가게 등 있을 건 다 있었다.

작은 공항이지만, 기념품 가게도 두 개나 있다

남은 탄자니아 실링을 모두 털어 기념품 인형과 탄자니아 특산 소주(?)까지 구입하니

 

드디어 보딩 시간.

보고 싶었다! 타고 싶었다! 에티오피안 에어라인! feat. 린둥이 치둥이

비행기 시간을 바꾸면서 우리 여행 일정은 조금 변경됐다.

 

원래는 잔지바르에서 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로 가는 직항편을 탈 예정이었는데,

 

그게 우리가 잔지바르에 올 때 들렀던 킬리만자로 공항을 거쳐(..) 아디스 아바바에 가는 일정으로

 

바뀐 거였다.

 

사실 킬리만자로 공항에서 내렸다 타야하는 건 아니라서 번거롭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원래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기내식도 야무지게 먹고
덕분에 킬리만자로 산 꼭대기 봉우리는 실감나게 다시 봤다

아디스 아바바 공항에 도착한 건 출발한 지 5시간여 만.

 

한국에서 올때는 스쳐지나가듯 와서 제대로 몰랐는데,

 

아프리카 최대 항공사인 에티오피아 항공의 허브 공항인만큼 규모가 상당했다.

나름 기념품 가게도 많다. 케냐와 잔지바르에서 커피 원두를 하나씩 샀었는데, 에티오피아 원두는 어떤가 싶어 여기서도 원두를 하나 샀다
근데 발 씻는 세면대는 대체 왜.. 있는 거죠?

 

환승을 위해서 거쳐야할 추가 절차도 있어 꽤 시간을 잡아먹었는데...

 

분명 올 때는 검색 절차라든가가 별 게 없었는데.....?

환승 짐검색을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슬슬 지쳐가는 윷긩
아프리카 대표 허브 공항의 위엄. 시카고부터 홍콩까지 행선지도 다양하다

공항에서 대기하는 두 시간여 동안 뭐라도 주전부리를 먹으며 있으려 했는데,

 

대기하는 게이트 앞에는 상점이 없고 자판기만 있는데다

 

우리는 당연히도 에티오피아 화폐가 한푼도 없으니 멍 때리며 시간을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곳곳에 비치된 정수기 물이 다 동이 나기까지 했는데..

 

나중에 공항 직원이 생수병을 들고 와 대기하는 승객들에게 나눠주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나는 몹시 피곤하다
787 드림라이너에 무사 탑승. 드디어 한국으로 갑니다

너무 피곤해서인지 기내식을 어떻게 먹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화를 보거나 할 체력도 남아있지 않아서 내내 졸다 깨다를 반복했던 것 같다.

 

그래도 별탈없이 무사히 11시간여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결국 여행 전 걱정했던 에티오피아의 안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셈이다.

 

다른 문제(?)가 크리티컬 하긴 했지만.

 

한국생환 실화냐
실화다 with 12일째 안 깎은 내시 수염

그렇게 우리의 동아프리카 여행은 끝을 맺었다.

 

생각한 건 이상으로 경이롭고, 행복했던 여행이었다.

 

잔지바르에서의 마지막 고난(?)을 겪은 이후 "아프리카는 다시 절대로 안 간다"던 윷긩 여사는

 

이제와서는 그때를 추억하며 "다음엔 이집트를 가볼까?"를 속삭이고 있다.

 

 

 

너무 겁먹지 않고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아시아의 한쪽 끝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상상도 못한 생경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곳.

 

언젠가는 또다시 갈 수 있을까?

 

 

 

마사이마라 드넓은 초원이,

 

쳄쳄온천 에메랄드 빛 물 색이,

 

잔지바르의 새파란 하늘이

 

문득 또 그립다.

 

---------

 

 

우리 부부의 은인. 잔지바르 여행 가이드 노샤드를 다시 한 번 소개합니다.

 

 

 

노샤드는 영어도 제법 능숙하고 친절하며,  가이드 비용도 꽤 합리적인 선에서 제시한다.

 

혹시 잔지바르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 중 가이드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페이스북 : Naushad Tourism

트립 어드바이저 :  @naushad Kassam

왓츠앱(전화번호) : +255 715 282 108

 

노샤드에게 연락해보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실 이 여행기를 해가 바뀐 지금에서도 꾸역꾸역 써낸 이유 중 하나는

 

이 글을 통해 노샤드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뿌윷 부부와 노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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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12. 25. 19:19

킬리만자로를 무조건 가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다만 어차피 모시를 가고, 하루만 있다오기는 애매하니 이왕 근처까지 간 거

 

탐방이라도 좀 하고 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던 거다.

 

알프스에서처럼 산 위에서 보는 경치도 즐길 수 있으면 좋을 것도 같았고..

 

더군다나 본격 산행도 아닌 원데이 트래킹이었다.

 

 

 

그러니까 애초의 계획에

내 저질화 된 체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는 건 숨을 헐떡이면서야 깨달았다..

 

얼른 먹고 킬리만자로 ㄱㄱ

일어나 조식을 먹다보니 우리 가이드 아이작이 와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아이작은 주섬주섬 물과 호스텔에서 싸준 런치 박스를 챙겼고, 그대로 우린 킬리만자로로 떠났다.

 

나름 안락했던 도요타 해치백. 대부분 케냐-탄자니아 차들은 일본에서 넘어와서인지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다

지도로 볼 때는 모시가 킬리만자로 산 기슭에 있는 것만 같은데,

 

막상 가보니까 꽤 멀었다. 킬리만자로 초입까지 거의 1시간을 차로 달려가야 했다.

 

웰컴 투 킬리만자로. 입산 서류를 쓰는 아이작과 멍 때리는 윷긩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 최고봉의 위엄에 걸맞게 나름 복잡한 입산 절차를 가지고 있었다.

 

입산료만 1인당 83달러. 만약 산에서 숙박을 한다면 매일 83달러씩이 더 해진다.

 

그리고 외국인이 등산을 하려 할 경우, 반드시 현지인 포터나 가이드가 동행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북한산 마냥(..) 마음대로 올라갈 수는 없다는 거다.

 

우리의 경우 숙박이 없는 원데이 트래킹이어서, 사실상 혼자서 포터이자 가이드 노릇을 하는 아이작과 함께했고,

 

운전을 해주는 운전기사도 따로 있었다.

 

자 갑시다

얼마 만에 해보는 등산이었을까.

 

제대로 해본 건 아마 10년 전 의무소방으로 복무하던 시절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끊임없이 이어지는 회식으로 간과 몸을 동시에 살찌운 나에게

 

마음과는 달리 트래킹은 꽤 버거웠다.

독특한 분위기의 킬리만자로 산행.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다
곧잘 아이작을 따라 올라가는 윷긩. 하지만 내 상태는...

잠깐의 휴식시간을 포함해 우리가 닿을 포인트까지 가는 시간은 대략 4시간 정도.

 

조금이라도 빨리 가야 킬리만자로 꼭대기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아이작의 말에

 

최대한 덜 쉬고 올라가려고 노력했는데, 거의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쯤.. 나는 햄스트링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아 이 저질 체력.

 

쾌활한 윷모 씨와 초점을 잃은 뿌모 씨. 1차 기착지인 만다라 헛 높이가 거의 백두산 높이였다.

아마 킬리만자로 산을 오르내리면서

 

전체의 여행기간 동안 만난 한국 사람의 대부분을 다 만난 거 같다.

 

"한국에서 오셨어요?"

대부분 수일 일정으로 포터, 가이드들과 함께 킬리만자로 산 정상에 다녀오시는 중년 등산객들이었는데,

 

"한국에서 오셨어요?"라며 반갑게 인사해주셔서 처음엔 신기했는데,

 

나중엔 진짜 이곳이 북한산인가(..) 싶을 정도로 한국 사람이 너무너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나저나 저 분들도 쉬이 다니시는 걸 십수년은 젊은 내가 그렇게 힘들었다니..또르르

 

빨리 와 뿌유. 여유 넘치는 윷긩

내가 참 힘들어보였는지 아이작이 페이스를 조절하며

 

신기한 동물도 구경시켜주는 사이 우리의 목적지 부근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이 된 거였다.

런치박스를 야무지게 먹어보아요

햄버거와 과자, 쥬스 등으로 구성된 런치박스 구성은 단촐했지만, 제법 맛있었다.

 

격한(?) 운동을 한 뒤라서 그런가..

 

 

 

아쉬웠던 건 우리 나름대로 꽤 높이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안개와 구름에 갇혀 주변 풍경(특히 킬리만자로산 정상 등)이랄만한 게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는 것.

 

이것만 봐서는 여기가 킬리만자로인지 뭔지..
이봐 저질 체력 친구. 그냥 즐기라구

아쉬운 경치에 조금 허무하긴 했지만, 그래도 쾌활한 아이작 덕분에 괜찮았던 것 같다.

 

더듬 더듬(=나, 아이작은 영어 잘하니까ㅜㅜ) 영어로 아이작에게 탄자니아 얘기를 물으며

 

또 아이작이 모시에서 만나 결국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호주인 여자친구 이야기도 들으며,

 

킬리만자로 트래킹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물 만난 고기처럼 날아다녔던 윷긩(32세, 수영애호가). 평소 운동이 이렇게 중요하다
아이작과 함께 쓰리샷

내려오는 길에 아이작은 원래 알던 친구(?)로 보이는 인물을 만나 한참 수다를 떨었다.

 

덕분에 나와 윷긩은 좀 더 하산에 집중하며(....)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던 것도 같다.

 

등산 끄읕

올라가는 데 4시간 내려오는 데 3시간.

 

우리의 킬리만자로 트래킹은 그렇게 끝났다. 킬리만자로 꼭대기를 못본 게 유일한 흠이었지만,

 

아이작은 그곳이 보이는 장소가 있다며, 그쪽으로 우리를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모형산 꼭대기라도 정벅

어른들의 사정상(..) 반드시 일정에 포함되어야 하는 듯한 기념품샵 투어를 먼저 들렀는데,

 

혹시나 살 게 있어 둘러봤지만 별다르게 건질 건 없었다.

 

괜히 거기서 화장실 찾다가 알 수 없는 오물통(..)에 발이 빠지고 팔꿈치가 까지는 참사만 났다...

 

 

 

킬리만자로를 오가는 길에 아이작과 운전 기사 형님이 계속 레게 음악을 틀어두었었는데,

 

레게가 탄자니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르냐 물어보니 맞다고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하(..)와 스컬의 음악을 틀며 이게 코리안 레게다 했더니

 

묘하게 웃으며 그게 레게가 맞냐고 비웃음을 샀다(....)

 

바오밥나무는 참 큽니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아이작이 알고 있다는 포인트에서도 킬리만자로산 꼭대기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엄청나게 큰 바오밥 나무를 바로 옆에서 본 것만으로도 꽤 신기한 경험이었다.

 

킬리만자로산 꼭대기는, 나중에 생각지도 않은 방법으로 보기도 했고(..)

 

 

 

쾌활한 아이작은 곧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게 되면 모시를 떠나며 가이드를 그만 둘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혹시나 급하게 킬리만자로 가이드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아이작에게 연락하세요

아이작에게 연락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해질녘 한산한 모습의 모시 거리

다시 돌아온 모시에서 이제 뭘 좀 먹어야 했는데,

 

뿌윷 부부 모두 어딜 움직여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알고보니 나만큼(..) 윷긩의 체력도 거의 방전상태였던 것.

 

 

 

폭포를 구경하고 왔다는 완과 Um은 그곳에서 만난 다른 외국인 친구와 함께

 

외식을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지만,

 

우리 둘은 결국 정중히 거절하고 호스텔 안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전에 맡겨두었던 빨래를 찾고, 내일 새벽 타야할 택시를 잡아야 하기도 했었다.

아이고 죽겠다

원래 계획은 첫날 검증했던 호스텔 식사를 다시 먹는 거였는데,

 

이게 또 그날 따라 식당이 쉬는 날이었다.

 

그래서 로비에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호텔 직원에게 끓는 물과 햇반 데우기를 부탁한 다음, 라면에 참치까지 얹어 후루룩후루룩 맛있게 먹었다.

 

어쩔 수 없는 한식(?)이긴 했지만, 또 오랜만에 맵싹한 음식을 먹으니 피로가 좀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호텔 직원의 도움으로 시크한 영국인 여행객과 함께 타는 것으로 택시를 예약하고,

 

아쉬운 밤을 저녁 먹고 돌아온 완, Um과 함께 가벼운 수다로 시간을 떼우다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었다.

 

잔지바르로 넘어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새벽 4시 반에는 출발해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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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9. 25. 02:46

왜 하필 많고 많은 곳 중에 아프리카였을까.

 

생각해보면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1) 지난 3년간 유럽만 세차례 다녀왔다. 또 유럽에서 건물 보는 거 지겹지 않느냐.

2) 그렇다면 뭔가 색다른 건 없을까.

 

정도?

 

물론 SNS에 올라온 박모 변호사님의 아프리카 여행(특히 사파리) 사진이 뽐뿌의 직접적인 계기이긴 했다.

 

저 고고한 기린의 자태와 탁 트인 초원의 풍경에 끌리지 않을 자 누군가

잠깐 둘이서 고민을 하다 비행편을 알아보니 생각보다(어디까지나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고,

 

사파리를 케냐(마사이마라)에서 할지, 탄자니아(세렝게티)에서 할지를 끝까지 고민한 끝에

 

8월에 마라강을 넘는 누떼를 봐야하지 않겠느냐며 마사이마라를 택했다. 그리고 마라강에서는 파리만 만났다

 

나이로비 인, 잔지바르 아웃(에티오피아 항공, 아디스아바바 경유) 항공권부터 질러버렸다.

 

근데 진정한 문제는 그곳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게 함정.

 

 

 

아무래도 아프리카가 아직 한국인들에게 여행지로써는 친숙하지 않다보니

 

한글로 된 정보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아프리카 여행책도 얼마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동아프리카로 한정된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전체를 통째로 묶은 식이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전 정보는 네이버 카페 고고아프리카(https://cafe.naver.com/gotoafrica)와

열혈 웹서핑으로 얻은 것이었다. 그마저도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사파리 예약은 사파리부킹닷컴(safaribooking.com)을 몇날며칠을 뒤져서 결정했다.

 

사파리 선택에 있어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했던 건 숙소였다.

 

그래도 나름 30대 부부여행자가 떠나는 여행인데,

 

잠자리가 불편하고 씻기가 힘든 건 참기가 힘들 것 같았다.

 

가격적인 부분을 감안해 프라이빗 투어나 랜드크루저 옵션은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의 선택은 무파사 투어 with 잠보 마라 사파리 롯지(jambo mara safari lodge).

 

5점 만점에 4.9점이 포인트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쁘지 않았다.

 

일단 사파리부킹닷컴에서 여행사의 투어를 몇 가지 고르면,

 

연락(보통 왓츠앱을 통해)을 한 뒤 가격을 흥정하고 조건을 결정하는

 

지~~~~루하고도 답답한 줄다리기를 해야한다. 영어에 능숙하지 않아서인지 그 과정도 참 쉽지가 않았다.

 

나의 경우 상대방이 얼마나 진실되어 보이느냐가 값을 얼마나 더 깎아주느냐보다 중요했는데

 

무파사의 Joseph(왓츠앱 +324 701 302035)은 그런 의미에서 괜찮은 상대였다.

 

 

 

사파리 예약과 함께 나머지 숙소도 예약했다.

 

우리 부부의 대략적인 일정은 이랬다.

 

나이로비 1박 - 마사이마라 2박 - 나이로비 1박 (이상 케냐) - 모시 3박 - 잔지바르 2박 (이상 탄자니아)

 

첫 아프리카 여행인데다 나이로비의 엄혹함에 대한 명성을 자자히 들은지라

 

나이로비 1박 + 1박은 한인민박(이주열 게스트하우스)으로 잡았다.

 

킬리만자로 트래킹에 쳄쳄온천까지 가려다보니 3박이나 하게 된 모시에서는

 

가격경쟁력 있는 위 트래블 호스텔을 택했고, 잔지바르에서는 마루마루 호텔에 묵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서 숙소 선택은 모두 좋았다. 사실상 숙소 전부를 고른 윷긩에게 박수를

 

모시의 위 트래블 호스텔. 이곳은 그저 가격만 괜찮은 곳이 아니었더랬다

도시와 도시 사이를 어떻게 이동할지도 문제였는데

 

나이로비 - 모시는 버스로, 모시-잔지바르는 비행기로 이동하기로 했다.

 

나이로비 - 모시는 국경에서 밟는 수속 시간을 포함해 8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겪어보니 돈을 좀 더 쓰더라도 비행기를 이용하는 걸 권하고 싶다(..........) 진심으로

 

 

 

여행 마지막에 겪은 작지않은 위기를 제외하면

 

신기하고도 잊을 수 없는 열흘 남짓이었다.

 

전체 일정 가운데 언제가 제일 좋았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주저 없이 잔지바르를 꼽을 것 같지만,

 

마사이마라와 쳄쳄온천, 킬리만자로를 거치지 않고 간 잔지바르에서

 

그정도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

 

쳄쳄온천 가는 길에 만난 꼬마 아가씨. 너무 예뻐서 어머니에게 허락을 받고 찍었다.

밤새는 와중에 짬짬이 어거지로나마 여행기의 운을 떼는 건.

 

그 모든 것을 잊히게 놔두기 싫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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