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9. 12. 25. 21:03

짐 싸기는 끝났다

아침 일찍이라기보다는 자는 둥 마는 둥에 가깝게 잠깐 눈을 붙이고는

 

바로 일어나 짐부터 쌌다.

 

일어나서도 확신이 가지 않는 모시의 밤 중 치안 문제(..) 때문에 함께 택시를 타고 가기로 한

 

영국인 동행과 테라스에서 기다리다

 

택시가 왔다는 말을 듣고 후다닥 호스텔 앞으로 내려갔다.

 

그야 말로 아무도 없는 거리

택시비로 지출한 돈은 56400실링 정도.

 

사실 시간적으로 택시를 타지 않으면 다른 방법으로 모시 인근 킬리만자로 공항에 갈 방법이 없었으므로..

 

그 나름(?) 큰 지출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영국인 동행 1명 덕에 돈을 조금 아끼기도 했고..

 

새벽녘 썰렁한 킬리만자로 공항

공항에 도착한 건 5시 20분쯤이었다.

 

비행기가 7시 반 출발이었는데, 5시 반쯤 수속을 밟고 바로 들어가서 두 시간 쯤 멍때리며

 

공항 안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을 감안하면,

 

30분 정도는 더 늦게 왔어도 별 문제가 없었을 뻔했다.

 

여기 앉으면 되나? & 쿨
킬리만자로 인터내셔널 에어포트. 나름 국제공항이다

매점도 열리지 않은 공항에서 한참을 기다려서야 우리는 잔지바르 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신혼여행 이후 처음 타보는 프로펠러기.

 

2x2 배열로 내부는 좁았지만, 특별히 불편하지 않을만큼 아늑했다.

 

나름 기내간식(?)으로 빵이랑 쥬스도 나오고, 킬리만자로 산도 볼 수 있다

킬리만자로에 올라가서도 못봤던 봉우리 구경도 하고,

 

비행기가 뜬지 한 시간 만에 뿌윷 부부는 마지막 목적지 잔지바르에 도착했다.

 

공항에서부터 물씬 풍겨오는 휴양지 느낌

복잡하게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택시를 잡는 게 더 귀찮을 거 같아서,

 

우리가 묵을 마루마루 호텔에 미리 픽업을 요청해둔 상태였다.(19달러)

 

헤매실 필요 없습니다. 따라오기만 하세요 고갱님

캐리어도 다 끌어주고, 넘치는 인파 속에서 흥정에 흥정을 했을 생각을 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공항에서 잔지바르의 중심지 스톤타운에 있는 마루마루호텔까지는 15분 정도가 걸렸다.

 

이곳이 마루마루 호텔인가

사실 처음 잔지바르에 숙소를 잡을 당시 고민이 많았다.

 

윷긩이 잔지바르에서 가보고 싶었던 능귀, 키짐카지, 파제를 모두 가기 위해서는 스톤타운이 괜찮은 입지였지만,

 

아무래도 대부분은 괜찮은 리조트들은 능귀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혼여행객들은 능귀에 있는 리조트로 많이 간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마루마루 호텔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숙소였다.

 

위치는 정말 완벽해서 스톤타운 어디로 이동하든지 편하게 걸어서 갈 수 있었고,

 

호텔 내부 시설, 조식, 수영장, 직원들의 서비스 등등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물론 더 비싼 돈을 들여서 갈 수 있는 더 좋은 호텔이 있겠지만, 합리적인 가격대로 스톤타운 내에서 숙소를 정해야 한다면

 

마루마루 호텔은 꽤 좋은 선택지다.

 

한국인 관광객? 그런 거 모르겠고 난 졸리다옹

정해져 있는 체크인 시간보다 다소 이르게 도착했기에,

 

먼저 수영장과 식당이 있는 루프탑에 올라가서 스톤타운 전체를 둘러봤다.

 

고풍스러운 잔지바르 스톤타운 전경

지금껏 케냐와 탄자니아의 다른 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고풍스러움이 눈에 들어왔다.

 

잘 짜여진 도시 같달까. 여타 유럽 도시에서 느꼈던 것처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느낌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구경하다가

 

체크인 시간까지 이대로 죽치고 있을 순 없다 싶어, 밖으로 나가서 스톤타운 구경도 좀 하고,

 

오늘과 내일 투어 일정도 조율해보기로 했다.

 

여기가 스톤타운인가

스톤타운이라 불리는 구시가지는 좁은 골목들이 빽빽하게 이어져 있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길 잃기 딱 좋은 모양새였다.

 

나중에 좀 다니다보니 한 방향으로 쭉 나가다보면 출구가 나온다는 사실을 깨닫기는 했지만(....) 처음엔 좀 헤맸던 것 같다.

 

그동안 거쳐온 나이로비, 모시와 비교했을 때 그 어느 곳보다도 관광객(특히 서양인)이 많았다.

 

아무래도 유럽인들에게는 우리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는 휴양지겠구나 싶었다.

 

 

 

잔지바르는 탄자니아에 속해있긴 역사적인 이유에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어서인지

 

모시의 풍경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이슬람교를 믿는 인구가 절대 다수이다보니, 그동안 자주 볼 수 없었던 이슬람풍 복장 등을 한 현지인들과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냥이다옹 냥이다옹 냥이다옹

그리고 왜인지 고양이가 유독 많았다(....)

 

스톤타운의 상징인 돌성, 그리고 스톤타운 앞 해변

돌 건물로 지어진 스톤타운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어

 

유명한 곳이다.

 

그리고 최근, 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하면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출생지로 다시금 한국인들에게 알려졌다.

김윷긩(32세, 보헤미안 랩소디 다회 관람자)

스톤타운 중심지, 그러니까 사람들이 모이는 한 가운데에 프레디 머큐리의 생가가 있다.

 

지금은 호텔로 이용되고 있는 모양인데, 그래서 내부에는 호텔 숙박객만 들어가볼 수 있다고 한다.

 

건물 앞에 사진이 붙어 있고, 호텔 간판에도 이름이 써 있어서 관광객들이 항상 앞에 북적이긴 한데,

 

그 외 휘황찬란한 장식물은 없다.

 

어쩌면 그의 성적 지향과 약물 복용 전력이 보수적인 무슬림들이 보기에 썩 좋지 않아서였을까.

 

본인 역시 자신이 잔지바르 출생이라는 것을 말하기 꺼려했다는데,

 

그러면서도 프레디 머큐리 생가를 보러 오는 관광객들이 잔지바르 경제의 한 부분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니

 

참 아이러니컬 하기도 하다.

 

왜 이 돌성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안했을까..

먼저, 거리를 돌아다니며 투어 가격을 비교하다

 

신밧드 투어라는 곳에서 다음날 할 키짐카지 돌고래 투어를 30달러에 예약한 다음

 

잠깐 호텔에 다시 가서 맡겨둔 짐을 호텔방으로 올려두고 파제로 가기 위해

 

택시 헌팅에 나섰다.

 

 

 

택시 기사들은 항상 프레디 머큐리 생가 근처에 가득 모여있는데,

 

탄자니아에 온 후 언제나 그랬듯 관광객 비슷한 사람만 지나가도 각자 "웨어 아 유 프롬? 능귀? 파제?" 등을 외친다.

 

택시 흥정하는 것도 나름 스트레스라 처음엔 버스를 타고 가볼까 했는데,

 

그러면 또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고 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바닷가다보니 날씨도 덥고 습한 터라

 

택시를 타기로 결정한 거였다.

 

 

처음 흥정한 가격은 편도 30. 그러니까 30,000실링을 부른 거였다.

 

이거보다 더 싸게 가는 사람도 있던데 + 왕복이 아니라 편도인데 더 싸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억누르고 ok를 한 거였는데.. 택시를 타고 가다가야 뒤늦게

 

화폐 단위를 정확히 얘기 안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3만 실링인 거 알죠?" 했더니

 

자기는 당연히 30달러인줄 알고 있었다는 게 아닌가. 실링으로는 4만은 줘야 한다며..

이것 참 도중에 내려버릴 수도 없고..

이 사람이 일부러 이러는 건지.. 아님 정말 우리 사이에 서로 오해가 있었던 건지(?)

 

도대체가 알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정확히 체크를 안 한 우리 잘못이기도 하니 무조건 4만은 받아야 한다는 걸 결국 3만5천에 하기로 했다.

 

혹시 잔지바르 등 탄자니아에서 흥정할 때는, 1천을 떼면 달러와 단위가 비슷해진다는 점에서

 

꼭 화폐단위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하시길 추천한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파제 해변

스톤타운은 잔지바르섬 서단, 파제는 동단에 있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가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그래도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을만큼 파제는 예뻤다.

 

점심을 한참 늦게 먹게 된 우리의 첫 목적지는 그곳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냉국수집(Paradise Beach Bungalows 내부 식당)이었는데,

 

 

음식점 뷰가 이래도 되나 모르겠다

볶음밥과 냉국수, 모두 평타 이상의 맛. 냉국수는 그야말로 김치말이국수(?) 맛이다.

 

다만 너무 기대를 크게 갖는 건 옳지 않지 싶다.

 

물론, 음식점 뷰가 그렇지 않아도 괜찮은 음식 맛을 배 이상 끌어올려주기는 한다.

 

다만, 사실상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두 음식이 나오는데 30분이 걸렸다는 건 주의해야 할 점...

 

 

 

밥을 다 먹고 나서는 여유롭게 파제 해변을 돌아봤다.

 

백사장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었고, 사람도 많지 않아서 그야말로 여유가 느껴지는 장소였다.

잠시 넋을 놓은 윷긩 더 경치 감상자
(아마도) 미역을 캐는 어민들

나중에 알고보니 잔지바르 동쪽 해변이 미역 산지로 유명하다고 한다.

 

에머랄드 빛 해변 한켠에 무슨 수초가 저렇게 잔뜩 있나 했더니..

 

해변에서 물장구도 치고 셀카도 찍고

아프리카 여행에서 처음으로

 

휴양지에 왔다는 것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베트남 무이네와 타히티 보라보라를 거치며 느꼈던 거지만, 우리 부부는 아무래도 휴양지 여행 체질이다(..)

 

 

 

아 그리고 우리는 미처 가보지 못했는데,

 

파제 아래쪽에 있는 잠비아니가 해변만 보면 더 예쁘다고도 하더라...

 

해변은 끝도 없이 길다. 저 멀리 카이트 서핑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식당 앞부터 파제 메인 해변까지가 꽤 거리가 있다보니

 

해변을 걸으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싶었는데..

 

역시나 이곳도 탄자니아다보니 어김없이 형들이 계속 찾아와 붙었다. "웨어 아 유 프롬"

 

처음에는 생각 없다 괜찮다.. 얘기를 하다가 아예 영어를 못하는 척(....)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러야 했는데,

 

아니 형들, 제가 이렇게까지 해야겠습니까..

공놀이하는 소년과 바다, 해변

오후 4시쯤 돼서 더 늦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버스를 타는 곳을 찾아 해변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근데 나가는 해변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정해져 있는 데다가

 

해변 바로 뒤에 위치한 마을을 뚫고 지나가야

 

큰 길이 나오는 구조라 생각보다 한참을 더 걸어야 했다.

 

전통(?) 주택도 왠지 석조 건물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아무래도 버스가 택시보다 느린 데다

 

러시아워 시간까지 겹쳐서인지 스톤타운으로 돌아오는 데는 1시간 반 가까이가 걸렸다.

 

아프리카 여행 8일차면 에어컨 안 나오는 버스에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또 그게 그렇지가 않았다.

 

또, 버스는 마루마루 호텔 근처가 아닌 스톤타운 외곽에 우리를 내려주는 탓에(..) 한참을 걸었다.

 

스톤타운 외곽에는 이런 아파트(?)도 있다

예쁘게 지는 석양은 서쪽에 바다를 둔 장소 어디든 볼만한 구경거리가 아닐까.

 

우리가 다시 스톤타운 앞 해변에 도착한 게 딱 해질녘 쯤이라 마침맞게 해가 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해변에서 뛰노는 잔지바르 소년들과 석양

참 희한한게 나름 스톤타운을 돌아다닐 때는 한 번도 못봤던 일군의 한국인 대학생(?)들이

 

석양보러 우리 옆에 모여 있었다는 것.

 

대체 이 사람들이 어디에 있다 다 나왔지 싶을 정도로 수가 많았다.

 

참 한국사람들 이곳저곳 다니는 거 좋아하는구나.... (= 뿌윷 부부도 한국사람)

 

한국말 크게 쓰면 저렇게 꾀죄죄한 한국사람도 있구나 할까봐 괜히 윷긩에게 소곤소곤 말을 걸었던 것 같다(....)

 

 

 

석양을 조용히 감상한 다음,

 

윷긩이 괜히 좀 걱정을 하긴 했지만, 우리는 원래의 계획대로 해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야시장에 가서

 

저녁 끼니를 해결하기로 했다.

 

피자, 꼬치, 사탕수수 쥬스.. 없는 게 없는 스톤타운 야시장

모시에서 완, Um과 함께 밤거리를 나가본 적은 있었지만,

 

아프리카 여행 중에 뿌윷 둘이서 어두운 밤 거리를 걸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잔지바르는 워낙에 여행객들이 많다보니, 치안 문제가 불거질 건덕지는 없어보였다.

 

실제로 여행에서 만난 복수의 세계여행자들에 따르면,

 

잔지바르는 아프리카에서 몇 안 되는 밤거리 산책(..)이 가능한 곳이라고 한다.

 

 

 

북적이는 야시장에서 꼬치구이와 감자튀김(도합 8500실링)을 먹었는데

 

맛은 있었지만 제법 짰다. 스프라이트는 필수재이자 보완재..

 

호기심이 동한 윷긩 여사는 사탕수수 쥬스까지 따로 구입해 맛있게 드셨다.

 

아 아이폰X 야간 사진 쒯.. 핸드폰 구입 뽐뿌가 온다
고양이는 어디에나 있다.

돌성쪽에서 락페스티벌을 하고 있는 듯해서

 

나는 그것까지 보고 가자고 윷긩(여전히 불안)에게 제안했지만 가열차게 까였고

 

붐비는 야시장을 뒤로 하고 다시 호텔로 향했다.

 

사실, 내일 새벽 일찍 나갈 돌고래 투어를 위해서라도 일찍 자야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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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12. 25. 12:28

드디어 케냐 일정을 마치고 탄자니아로 가는 날.

 

짧은 시간 정들었던 게스트하우스를 등지고, 케냐 도착 첫날 끊어두었던

 

나이로비 - 모시 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일찍 Parkside Hotel 근처 Monrovia street로 향했다.

 

고급 주택 단지는 이제 안녕 게-바

우리가 첫날 티켓을 끊을 때 확실하게 들어두지 않아서 다시 찾아가물어봤던 건데,

 

버스 티켓을 끊는 곳과 버스를 타는 곳은 확실히 다르다. 혹시 여행사 측에서 먼저 알려주지 않는다면 다시 한 번 확인해보는 게 좋다.

 

우리의 경우 구글 지도로 검색해서 나오는 Crown Bus Booking Office 근처가 버스 탑승장이었다.

 

 

국경을 버스로 넘어가는 것.

 

나름 여행을 꽤 다녀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순진하게 '비행기까지는 (당연히) 아니겠지만, 45인승 버스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러니까.. 이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서 8시간을 간다는 거죠....?

자칫 좀 늦게 갔으면 제대로된 자리에 못 앉을 뻔했다.

 

25인승 정도 돼 보이는 미니버스 내부엔 사람들이, 위에는 짐들이 가득가득 채워졌다.

 

자리는 성인용으로 설계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좁았고,

 

우리 부부 둘이서 나란히 앉아갈 만큼의 여유도 없어서 나란히 앞뒤로 앉아서 가야했다.

하지만 또 금방 익숙해져서 김치즈

다행인 건 생각보다 도로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는 것.

 

중간에 잠깐 휴게소(라고 쓰고 호객 판매점이라고 읽는다)에도 들렀다가

 

어영부영 에어팟으로 나오는 노래와 팟캐스트들을 벗삼아 달리다보니 3시간쯤만에

 

케냐와 탄자니아의 국경 검문소 냐망가(Namanga Border Crossing)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단 실었던 짐은 다 본인이 가지고 가야 한다

차타고 국경을 넘는 건데 절차가 뭐가 그리 복잡할까 싶었는데,

 

생각보다는 꽤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었다.

 

어디부터 가야하지..

일단, 맨 오른쪽 창구에서 출입국 서류(?)를 받아서 작성하고,

 

케냐쪽 창구에 가서 출국수속, 탄자니아쪽 창구에 가서 입국수속을 차례로 밟는 식인데

 

우리의 경우는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출국수속 창구쪽에 줄부터 섰다가, 서류를 다시 갖고 오라는 통보를 받고 근 몇십 분을 날려먹었다.

 

당연히 짐작하시겠지만, 수속 작업을 해주는 속도라는 것이 한국인에게는 답답증(?)를 불러일으킬 만큼 느긋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탄자니아의 경우 황열병 예방 접종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입국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발급받은 노란색 예방접종 증명서도 이곳에서 내보여야 한다.

 

막상 줬더니 보는둥마는둥 하긴 하던데....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버스와 다른 승객들이 여유롭게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웨어 아 유 프롬? 차이나, 재팬?

 

잠깐 다시 짐을 싣는 동안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검문소 너머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파는 상인들이 우리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남은 케냐 돈은 400실링 남짓. 어차피 가져가봐야 별 쓸모도 없고.. 물가를 감안하면 썩 싸다고 할 수는 없는 금액이었지만 좀 깎아서 과자 몇개와 음료수로 바꾸어 버렸다.

 

그리고 다시 버스는 출발.

여기서부터는 탄자니아 되시겠습니다

국경을 넘어와서도 별다른 건 없었다.

 

다만 확실히 케냐가 탄자니아보다 잘 사는 나라이긴 하구나 싶었던 건, 도로 주변의 풍경이 더 시골(?)스럽게 바뀌었다는 것 정도.

 

이때부터는 혹시나 킬리만자로 산이 보이지 않을까 해서 창밖을 유심히 쳐다봤는데,

 

결국 보지는 못했다.

 

※ 그러니까 이 산은 킬리만자로가 아닙니다

알고보니 킬리만자로 산은 왜인지 케냐쪽에서 더 잘보인다고 한다.

 

킬리만자로 산을 오르고 싶은 게 아니라,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암보셀리 국립공원으로 가시는 걸 추천한다.

 

 

 

중간 기착지인 아루샤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리고도 한참을 더 달려서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인 모시에 입성했다.

 

모시로 온 건 우리를 포함해 3그룹 정도의 관광객이었는데, 버스 기사분이 각각 어느 호텔로 가는지 물어보더니

 

친절하게 목적지까지 태워주셨다. 어떻게 가야하나 했는데 감사합니다....

 

 

 

버스에 내려서 일단 짐부터 호텔에 내려놓자 싶어서 입구가 어딘지 찾고 있는데,

 

웬 형들이 와서 관광객이냐 어디서 왔느냐, 뭘 먹을거냐 끊임없이 말을 걸기 시작했다.

 

당장 낯선 곳에 도착해서 이게 뭔일인가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씹고(....) 주섬주섬 호텔 문을 찾아 들어갔다.

 

이때 뿐인가 싶었는데, 낯선 이들의 러쉬(....)는 탄자니아에 있는 내내 계속됐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한 건 모시 시내 중앙에 있는 위트래블 호스텔. (건물 왼쪽 구석에 철제 쪽문처럼 나 있는 곳이 정문이다)

 

8시간 만에 모시 도착 감격샷. 위트래블 호스텔은 로비가 테라스처럼 뚫려 있어서 모시 전경 감상이 언제든 가능하다.

친절하고 우리보다 훨씬 (당연히) 영어도 잘하는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짐을 방에 둔 다음, 웰컴 드링크를 한잔씩 마셨다.

 

급격히 8시간 버스 여행의 피로가 몰려왔지만, 일단 당장 급한 일부터 처리를 해야했다.

 

탄자니아에 들어오고부터 벽돌덩어리로 변해버린 핸드폰을 살리기 위한 심카드 수혈(...) 이었다.

 

 

 

여러 통신사 중에 속도 등등에서 그나마 제일 낫고, 우리가 후에 이동할 잔지바르에서도 잘 터진다는 평을 믿고

 

호텔 바로 건너편에 있는 할로텔(halotel)로 가서 심카드 2개를 샀다.

 

역시나 몹시 친절했던 직원들

직원들도 물론이고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이라고 하기엔 조악해보이는 바(Bar)형 핸드폰을 사용하는데,

 

모시 자체가 여행지라서 그런지 심카드를 사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도착 시간이 늦어 환전 타이밍을 놓친 관계로 일단은 달러로 결제를 했다.

 

나가면 누가 또 달라붙나? 마계(?)에 다소 겁먹은 윷긩

 

애초의 계획은 저녁을 밖에서 먹는 것이었는데, 일단 윷긩 여사가 모시 거리를 너무 무서워하기도 했고(....) 해질녘이 되어버려서 첫날 저녁은 호스텔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호스텔 로비 식당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우리 기준(?)으로 가격도 많이 비싸지 않은 데다(둘이 합쳐 2만 실링 = 1만 원) 맛도 괜찮았다. 냐마초마를 호스텔에서 처음 먹는다는 게 좀 슬프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 시작으로는 이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달까.

 

냐마초마와 햄버거, 그리고 킬리만자로 맥주

아쉬운 마음으로 식사에 맥주 한 잔까지 걸친 뿌윷 부부는

 

콸콸 잘 나오는 따뜻한 온수로 씻고 포근한 침대에 누워 단잠을 청했다.

 

탄자니아에서의 첫날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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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9. 25. 02:46

왜 하필 많고 많은 곳 중에 아프리카였을까.

 

생각해보면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1) 지난 3년간 유럽만 세차례 다녀왔다. 또 유럽에서 건물 보는 거 지겹지 않느냐.

2) 그렇다면 뭔가 색다른 건 없을까.

 

정도?

 

물론 SNS에 올라온 박모 변호사님의 아프리카 여행(특히 사파리) 사진이 뽐뿌의 직접적인 계기이긴 했다.

 

저 고고한 기린의 자태와 탁 트인 초원의 풍경에 끌리지 않을 자 누군가

잠깐 둘이서 고민을 하다 비행편을 알아보니 생각보다(어디까지나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고,

 

사파리를 케냐(마사이마라)에서 할지, 탄자니아(세렝게티)에서 할지를 끝까지 고민한 끝에

 

8월에 마라강을 넘는 누떼를 봐야하지 않겠느냐며 마사이마라를 택했다. 그리고 마라강에서는 파리만 만났다

 

나이로비 인, 잔지바르 아웃(에티오피아 항공, 아디스아바바 경유) 항공권부터 질러버렸다.

 

근데 진정한 문제는 그곳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게 함정.

 

 

 

아무래도 아프리카가 아직 한국인들에게 여행지로써는 친숙하지 않다보니

 

한글로 된 정보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아프리카 여행책도 얼마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동아프리카로 한정된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전체를 통째로 묶은 식이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전 정보는 네이버 카페 고고아프리카(https://cafe.naver.com/gotoafrica)와

열혈 웹서핑으로 얻은 것이었다. 그마저도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사파리 예약은 사파리부킹닷컴(safaribooking.com)을 몇날며칠을 뒤져서 결정했다.

 

사파리 선택에 있어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했던 건 숙소였다.

 

그래도 나름 30대 부부여행자가 떠나는 여행인데,

 

잠자리가 불편하고 씻기가 힘든 건 참기가 힘들 것 같았다.

 

가격적인 부분을 감안해 프라이빗 투어나 랜드크루저 옵션은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의 선택은 무파사 투어 with 잠보 마라 사파리 롯지(jambo mara safari lodge).

 

5점 만점에 4.9점이 포인트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쁘지 않았다.

 

일단 사파리부킹닷컴에서 여행사의 투어를 몇 가지 고르면,

 

연락(보통 왓츠앱을 통해)을 한 뒤 가격을 흥정하고 조건을 결정하는

 

지~~~~루하고도 답답한 줄다리기를 해야한다. 영어에 능숙하지 않아서인지 그 과정도 참 쉽지가 않았다.

 

나의 경우 상대방이 얼마나 진실되어 보이느냐가 값을 얼마나 더 깎아주느냐보다 중요했는데

 

무파사의 Joseph(왓츠앱 +324 701 302035)은 그런 의미에서 괜찮은 상대였다.

 

 

 

사파리 예약과 함께 나머지 숙소도 예약했다.

 

우리 부부의 대략적인 일정은 이랬다.

 

나이로비 1박 - 마사이마라 2박 - 나이로비 1박 (이상 케냐) - 모시 3박 - 잔지바르 2박 (이상 탄자니아)

 

첫 아프리카 여행인데다 나이로비의 엄혹함에 대한 명성을 자자히 들은지라

 

나이로비 1박 + 1박은 한인민박(이주열 게스트하우스)으로 잡았다.

 

킬리만자로 트래킹에 쳄쳄온천까지 가려다보니 3박이나 하게 된 모시에서는

 

가격경쟁력 있는 위 트래블 호스텔을 택했고, 잔지바르에서는 마루마루 호텔에 묵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서 숙소 선택은 모두 좋았다. 사실상 숙소 전부를 고른 윷긩에게 박수를

 

모시의 위 트래블 호스텔. 이곳은 그저 가격만 괜찮은 곳이 아니었더랬다

도시와 도시 사이를 어떻게 이동할지도 문제였는데

 

나이로비 - 모시는 버스로, 모시-잔지바르는 비행기로 이동하기로 했다.

 

나이로비 - 모시는 국경에서 밟는 수속 시간을 포함해 8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겪어보니 돈을 좀 더 쓰더라도 비행기를 이용하는 걸 권하고 싶다(..........) 진심으로

 

 

 

여행 마지막에 겪은 작지않은 위기를 제외하면

 

신기하고도 잊을 수 없는 열흘 남짓이었다.

 

전체 일정 가운데 언제가 제일 좋았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주저 없이 잔지바르를 꼽을 것 같지만,

 

마사이마라와 쳄쳄온천, 킬리만자로를 거치지 않고 간 잔지바르에서

 

그정도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

 

쳄쳄온천 가는 길에 만난 꼬마 아가씨. 너무 예뻐서 어머니에게 허락을 받고 찍었다.

밤새는 와중에 짬짬이 어거지로나마 여행기의 운을 떼는 건.

 

그 모든 것을 잊히게 놔두기 싫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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