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9. 12. 25. 14:41

애초에 아프리카로 가기로 결정했을 때

 

사파리 구경을 제외하고는 별 뜻이 없었던 내가

 

윷긩에게 탄자니아 모시를 들러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쳄쳄온천(chemka hotspring, chem chem)이라고 알려진 파아란 호수에 몸을 담궈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쳄쳄온천으로 가는 날이 밝았다.

 

조식은 싹 다 비우는 게 정석

깔끔하게 나오는 위트래블 호스텔의 조식을 흡입하고, 우선 정확하게 쳄쳄온천으로 가는 길을 알아보려는 참이었다.

 

또 우리는 모시에서 하루 더 머무는 동안 킬리만자로 원데이 트래킹도 예약해야했다.

 

전날부터 블로그나 여행사를 통해 좀 더 싸게 트래킹 가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던 게 뜻대로 풀리지 않아 마음이 더 조급했다.

 

그러던 와중에 웬 허름하게 차려입은 동양계 청년 한 명이 나에게 와서 말을 걸었다.

 

"한국 분이세요?"

 

이미 몇달 째 세계 여행 중이라는 완 씨였다. 아프리카에서, 그것도 한인민박도 아닌 곳에서 만난 한국인이라니..

 

반가운 마음에 우리는 이것저것 인사를 나누다 오늘 어디를 갈 계획이느냐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우리 부부가 쳄쳄온천에 갈 계획이라는 말을 건네자 교통비도 아낄겸 자신이 일정을 바꿀테니 같이 가면 어떠느냐고 제안을 해왔다. 우리는 당연히 콜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시간과 비용을 따져 그냥 호스텔 건물 2층에 입점한 여행사에서 킬리만자로 트래킹부터 예약했다.

 

가격은 인당 1백 35달러. 그나마 처음 부른 가격에서 5달러 깎은 게 이정도다.

 

킬리만자로 입장료 83달러 포함 금액이긴 한데, 발품 팔면 더 싸게 할 수 있을 테..지만 당시 우리 부부에겐 신뢰성이 더 먼저였던 것 같다.

 

 

 

완 씨와 함께 움직이고 있던 태국인 여행객 Um까지 셋이서 호스텔 근처 은행에서 환전부터 서둘러 한 다음

(환전할 때 여권은 필수. 모시에서 환전을 할 계획이 있는 분은 꼭 50달러 이상 권종으로 준비해가길 권한다. 그 미만 권종과 환율이 아예 다르다. 달러당 200~300실링 차이날 정도..)

 

정오가 넘기 전 서둘러 쳄쳄온천으로 향했다.

완, Um & 윷. 그리고 우리에게 말을 거는 수많은 모시 형들.

첫날 밖에 나갔을 때처럼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형들이 누가봐도 동양인 여행객 무리인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고,

 

영어가 능수능란한 완이 이것저것 농담까지 다 받아쳐주니 더 딱붙어서 떨어지질 않았다.

 

특히 윷긩 여사는 당시 상황이 다소 무서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

 

 

 

위트래블 호스텔에서 한 10분 정도 걸어가면

 

쳄쳄온천으로 가는 중간 기착지, 보마 응옴베로 갈 수 있는 버스(달라달라)가 잔뜩 서 있는 정류장이 나온다.

 

문제라면 이 곳이 한국에서 흔히 보는 버스 정류장과는 굉장히 다르다는 것 정도.

 

 

 

정류장이 건물을 사이에 두고 두 곳으로 갈라져 있는데,

 

그에 따라 행선지가 달라지는 것은 전혀 아닌 것 같고..

 

수많은 곳으로 가는 수많은 버스가 수많은 승객들을 향해 호객행위와 흥정을 반복하는 시스템에 가깝다.

 

처음에는 우리도 정해진 버스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정류장을 헤맸지만,

 

결국 인당 1500실링으로 해주겠다는 호객꾼에게 낚이어 달라달라에 타게 됐다.

 

그 호객꾼이 버스 기사거나 적어도 직원인줄 알았건만.. 우리를 소개해주고는 버스 기사에게 커미션(..)을 받고 다른 곳으로 떠나더라.

 

여행객들에게 끊임없이 달려드는 호객꾼들을 피해 기사와 직접 쇼부(?)를 보는 것이 바가지를 피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돌아올 때야 겨우 알게됐지만, 모시와 보마 응옴베를 오가는 달라달라의 적정 가격은 1000실링이었다.

 

고생 끝에 타게 된 달라달라. 버스 내부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내 상태가 나빴다.....
심지어 길을 가는 중인 사람도 호객해서 태운다.. 오른쪽은 먹을 거리를 파는 상인들
엄마 이 아저씨 못생겼어

달라달라로 한 시간 남짓 달리면 보마 응옴베에 도착한다.

 

그리고 잠시 잊고 있던 호객 러쉬(?)가 좀 더 강력한 강도로 재개된다.

 

쳄쳄온천이 꽤 깊숙한 곳에 외따로 떨어져있으므로 보통 삼륜차 기사 하나가 왕복길에 동행해서

 

기다려준 뒤 다시 돌아오는 시스템으로 진행되는데,

 

호갱님(?)을 붙잡기 위한 전쟁이 달라달라에서 내리자마자 벌어지기 시작하는 때문이다.

 

삼륜차 기자들이 서로 우리를 붙잡고 끌어당기기까지 하는 통에 윷긩은 거의 넋이 나갈 지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난리버거지(?) 속에서도 능숙한 여행객 완의 중심잡기로 우리는 비교적 싼 가격인 15000실링에

 

심지어 쳄쳄온천에 가서도 3시간을 기다려주는 조건으로 삼륜차 기사와 계약을 했다.

 

그러니까 4시간을 통째로 우리에게 내어주는 데 4명이서 한국 돈으로 7500원을 낸 셈이다.

 

 

 

극도로 번잡한 호객행위를 피하고 싶다면 모시에서 아예 택시를 타고 쳄쳄으로 가거나,

 

모시 달라달라 정류장에서 쳄쳄 가는 버스를 찾는 방법도 있긴 할텐데, 가격이 훨씬 더 비싼 것으로 알고 있다.

 

구두쇠 한국 사람들 나빠요

원래 3명이 타는 게 최대인 삼륜차에 4명이 끼어 타고서는

 

30분 정도 비포장 길을 달리며 탄자니아의 자연에 조금 익숙해질 때쯤.

 

드디어 우리는 쳄쳄온천에 도착했다. 입장료는 별도로 인당 1만 실링.

 

웰컴 투 헤븐

이미 지난해 라오스에서 비슷한 류(블루라군)를 경험해본지라 별 감흥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것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훨씬 더 자연에 가깝고 여유롭달까.

물장구 치는 윷긩(32세, 컨디션 난조)

온천이라는 이름과는 걸맞지 않은 수온이지만, 실제 용출되는 온수이긴 한 모양인지, 물이 차지는 않다.

 

정신없이 수영을 한참 해도 체온이 그다지 떨어지지 않을 정도.

 

수심이 꽤 깊은 편이라 풍덩 빠져 한참 물장구 치고 노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것 같다.

 

당연히 물은 시릴 정도로 맑다.

인어와 족발, 그리고 족발 탐닉 중인 물고기님들

쳄쳄온천에는 닥터피쉬라고 부르기엔 덩치가 너무 크고,

 

왠지 내 발을 아예 뜯어 잡수시겠다는 것만 같은 물고기가 있다.

 

뭐 발에 피가 안 났던걸 보면 그저 내 발에 각질이 많았던 것일 수도.... 실제로 윷긩의 발에는 별로 물고기가 모이지 않았다(..)

줄 잡고 물에 풍덩(?)도 가능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윷긩이 결국 컨디션 난조로 쳄쳄온천에 입수(?)를 못했다는 것.

 

구명조끼가 없다는 말에 한국에서 수영까지 배워왔던 그녀였는데....

 

그런데 갑자기 그녀는 그것을 계기로 갑자기 수영덕후로 변해 현재까지 수영강습과 자유수영을 즐기고 있다는 후문..

 

냐마초마에 닭 튀김...? 나 줄 건 뭐 없소 by 견공
쳄쳄온천 옆에 간이식당 겸 물놀이기구(?) 대여 시설이 있다. 돗자리 등도 (유료로) 빌려 준다.

한참 놀고보니 점심도 제대로 먹지 않은 터라 쳄쳄 온천 옆에 있는 간이식당에서

 

간단하게 음식까지 챙겨 먹으니 어느덧 처음 삼륜차 기사와 약속한 3시간이 다 흘러 있었다.

 

그쯔음 설마 쳄쳄온천에서 마주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도착한 대규모의 한국인 무리를 신기한 눈으로 구경하다

 

우리는 다시 삼륜차에 끼어끼어 타고 보마 응옴베로 향했다.

 

바오밥 나무는 마다가스카르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쳄쳄 온천으로 오는 길엔 설레는 마음 때문이었는지 보지 못했던 바오밥 나무도 살짝 구경하고,

 

싸게 모시까지 데려다주겠다는 삼륜차 기사의 솔깃한 제안을 뿌리친 다음

 

달라달라로 갈아타고 모시로 돌아왔다.

그새 한산해진 삼륜차 정류장

잠깐 몸을 추스린 우리는

 

용감한 완과 Um의 행동력에 힘입어 이날 저녁 무려(?) 해가 진 뒤 모시 길거리에 있는 임팔라 고기집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동아프리카 여행에서 처음으로 깜깜한 밤에 감행한 외출이었다.

 

사실 그 전날 완과 Um이 늦은밤까지 외출했다가 허리춤에 총을 찬 사람들이 자기를 쫓아와 가까스로 도망쳤다는 에피소드까지 들은 마당이었는데.. 초저녁 사람이 많을 때까지는 괜찮다는 완의 말에 우리 나름의 도전(?) 감행했던 거다.

 

 

 

각각 탄자니아와 잠비아 소속으로 추정되는 팀들의 클럽대항전 축구가 한창이었는데, 덕분에 사람들이 모두 그곳에 정신이 팔려

 

우리 일행에겐 별 관심도 없었건만,

 

겁이 많았던 뿌윷 부부는 혹시나 해서 핸드폰도 밖에 갖고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사진 한장 남지 않았다.. 또르르)

 

 

 

임팔라 고기는 제법 질겼지만, 생각보다 짭짤하니 맛있었다. 혹시나 했던 뒤탈(?)까지 아무 문제 없었던 걸 보니

 

역시 고기는 만고불변의 진리.

 

 

 

왠일로 우리에게 아무도 안 붙나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임팔라 고기 한 점 달라는 사람이 있질 않나. 완의 단짝(?) 형이 끊임없이 따라오며 말을 걸지 않나..

 

다소 정신 없었던 저녁이었지만,

 

다시 한 번 능수능란한 완의 지도력과 함께 우리는 무사히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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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9. 25. 02:46

왜 하필 많고 많은 곳 중에 아프리카였을까.

 

생각해보면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1) 지난 3년간 유럽만 세차례 다녀왔다. 또 유럽에서 건물 보는 거 지겹지 않느냐.

2) 그렇다면 뭔가 색다른 건 없을까.

 

정도?

 

물론 SNS에 올라온 박모 변호사님의 아프리카 여행(특히 사파리) 사진이 뽐뿌의 직접적인 계기이긴 했다.

 

저 고고한 기린의 자태와 탁 트인 초원의 풍경에 끌리지 않을 자 누군가

잠깐 둘이서 고민을 하다 비행편을 알아보니 생각보다(어디까지나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고,

 

사파리를 케냐(마사이마라)에서 할지, 탄자니아(세렝게티)에서 할지를 끝까지 고민한 끝에

 

8월에 마라강을 넘는 누떼를 봐야하지 않겠느냐며 마사이마라를 택했다. 그리고 마라강에서는 파리만 만났다

 

나이로비 인, 잔지바르 아웃(에티오피아 항공, 아디스아바바 경유) 항공권부터 질러버렸다.

 

근데 진정한 문제는 그곳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게 함정.

 

 

 

아무래도 아프리카가 아직 한국인들에게 여행지로써는 친숙하지 않다보니

 

한글로 된 정보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아프리카 여행책도 얼마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동아프리카로 한정된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전체를 통째로 묶은 식이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전 정보는 네이버 카페 고고아프리카(https://cafe.naver.com/gotoafrica)와

열혈 웹서핑으로 얻은 것이었다. 그마저도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사파리 예약은 사파리부킹닷컴(safaribooking.com)을 몇날며칠을 뒤져서 결정했다.

 

사파리 선택에 있어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했던 건 숙소였다.

 

그래도 나름 30대 부부여행자가 떠나는 여행인데,

 

잠자리가 불편하고 씻기가 힘든 건 참기가 힘들 것 같았다.

 

가격적인 부분을 감안해 프라이빗 투어나 랜드크루저 옵션은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의 선택은 무파사 투어 with 잠보 마라 사파리 롯지(jambo mara safari lodge).

 

5점 만점에 4.9점이 포인트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쁘지 않았다.

 

일단 사파리부킹닷컴에서 여행사의 투어를 몇 가지 고르면,

 

연락(보통 왓츠앱을 통해)을 한 뒤 가격을 흥정하고 조건을 결정하는

 

지~~~~루하고도 답답한 줄다리기를 해야한다. 영어에 능숙하지 않아서인지 그 과정도 참 쉽지가 않았다.

 

나의 경우 상대방이 얼마나 진실되어 보이느냐가 값을 얼마나 더 깎아주느냐보다 중요했는데

 

무파사의 Joseph(왓츠앱 +324 701 302035)은 그런 의미에서 괜찮은 상대였다.

 

 

 

사파리 예약과 함께 나머지 숙소도 예약했다.

 

우리 부부의 대략적인 일정은 이랬다.

 

나이로비 1박 - 마사이마라 2박 - 나이로비 1박 (이상 케냐) - 모시 3박 - 잔지바르 2박 (이상 탄자니아)

 

첫 아프리카 여행인데다 나이로비의 엄혹함에 대한 명성을 자자히 들은지라

 

나이로비 1박 + 1박은 한인민박(이주열 게스트하우스)으로 잡았다.

 

킬리만자로 트래킹에 쳄쳄온천까지 가려다보니 3박이나 하게 된 모시에서는

 

가격경쟁력 있는 위 트래블 호스텔을 택했고, 잔지바르에서는 마루마루 호텔에 묵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서 숙소 선택은 모두 좋았다. 사실상 숙소 전부를 고른 윷긩에게 박수를

 

모시의 위 트래블 호스텔. 이곳은 그저 가격만 괜찮은 곳이 아니었더랬다

도시와 도시 사이를 어떻게 이동할지도 문제였는데

 

나이로비 - 모시는 버스로, 모시-잔지바르는 비행기로 이동하기로 했다.

 

나이로비 - 모시는 국경에서 밟는 수속 시간을 포함해 8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겪어보니 돈을 좀 더 쓰더라도 비행기를 이용하는 걸 권하고 싶다(..........) 진심으로

 

 

 

여행 마지막에 겪은 작지않은 위기를 제외하면

 

신기하고도 잊을 수 없는 열흘 남짓이었다.

 

전체 일정 가운데 언제가 제일 좋았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주저 없이 잔지바르를 꼽을 것 같지만,

 

마사이마라와 쳄쳄온천, 킬리만자로를 거치지 않고 간 잔지바르에서

 

그정도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

 

쳄쳄온천 가는 길에 만난 꼬마 아가씨. 너무 예뻐서 어머니에게 허락을 받고 찍었다.

밤새는 와중에 짬짬이 어거지로나마 여행기의 운을 떼는 건.

 

그 모든 것을 잊히게 놔두기 싫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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