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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4.23 어서와 동남아는 처음이지? 4박 6일 베트남 여행 마지막날
여행2017. 4. 23. 22:06

드디어 밝은 베트남에서 맞는 마지막 날. 날씨도 좋고 다 좋았다. 우리가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빼놓고는..


(조식은 역시나 와구와구)


(나짱 뉴선 호텔은 딴 건 다 별론데 뷰는 좋았다)


조식을 배부르게 먹은 뿌&꾸는 호텔에서 나와 바로 택시를 잡았다. 우리의 목표는 근처에 있는 롯데마트. 난 사실 별로 살 것이 없었지만 꾸럭 여사는 커피에 라면에 잔뜩 살 것을 사둔 상태였기 때문에 마트 개장 시간에 맞춰 바로 출발한 것.


(나짱 롯데마트 둘러보기)


(여키 한쿡인카요우?)


롯데마트는 마치 한국 같았다. 롯데 상품들이 가득가득 쌓여있는 것은 물론이고, 첫날 하이퐁에서 들렀던 COOP과는 달리 한국적인 시스템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뿌유와 꾸럭 여사는 신나게 롯데마트를 돌았고, 커피와 베트남식 인스턴트 라면, 베트남 맥주까지 쓸어담았다.


(뭐 한 요정도만 사볼까?)


쇼핑을 실컷 하고 나니 배가 고파지는 것이 인지상정. 롯데마트 답게(?) 마트 안에는 한국 음식점까지 입점해 있었고, 출출해진 우리는 조식을 먹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과식을 하기 시작했다(....) 메뉴는 바로 소고기!


(이름이 무려 고기)


(고기는 이렇게 먹는거죠오)


한국 고기집과는 다르다면 다를 수 있었지만, 쌈에 마늘까지 나오는 고기집에서 폭풍같은 한국의 향기를 느낀 우리는 와구와구 많이도 먹었다. 특히 아침을 먹은지 얼마 안 돼 배가 덜 고팠던 꾸럭여사의 모자란 식욕에 .. 사실상 내가 다 먹었다. 실컷 시키고 먹고 보니 그동안 베트남에 와서 한 끼 먹는 데 쓴 돈의 8배쯤을 썼다. 이렇게 현지 물가에 비해 비싼 식당임에도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이곳에서 밥을 먹고 있는 것을 보면 한류가 참 무섭기는 무섭다 싶었다.


이제 밥도 다 먹었겠다, 나짱 깜란 공항으로 갈 일만 남았다. 그런데 정말 밖에는 미친듯이 비가 오고 있었다. 어찌저찌 택시를 잡아서 탄 것까지는 좋았는데, 아뿔싸 고프로를 마트에 놔두고 온 것이 아닌가.


진짜 미친 듯이 택시를 세워놓고 다시 롯데 마트로 뛰어가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었는데... 다행히도 내가 짐을 정리하며 놔뒀다가 잊어버린 위치에 정확히 있었다. 고마워요 아무도 가져가지 않아서 흑흑.. 아무튼 택시를 다시 잡아타고 파란만장하게 공항버스 정류장에 도착!


(뭔가 을씨년스러운 버스 정류장)


(하얗게 불태웠다)


잠시 숨 돌리고 있으니 금방 버스를 탈 시간이 왔다.


(이제 공항으로 갑니다)


그리고 한 30여분 만에 공항에 도착. 롯데 마트에서 버스 정류장으로 갈 때 택시 기사가 왜 택시 타고 공항 가지 않느냐고 한참을 꼬셨는데, 다시 생각해봐도 버스를 이용하길 잘한 것 같다.


(나짱 공항은 하이퐁 공항보다는 훨씬 나았다)


하이퐁행을 대비해서 옷도 조금 두껍게 갈아입고, 남은 시간을 버거킹에서 떼우려고 뭔가를 사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에게 새치기를 당하는 짜증이 솟아나는 경험도 한 다음에야 마침내 우리의 첫 경유지 하이퐁으로 떠날 시간이 됐다.


역시나 베트남의 저가 항공이란 믿을 것이 못됐다. 한참의 시간을 나짱 공항에서 기다려야 했다. 물론 덕분에 선물용 젓가락 등을 득템할 수는 있었지만..... 나짱 공항을 떠날 때는 이미 해질 무렵이 다 돼서였다. 원래 제 시간에 하이퐁에 도착하면 뭐라도 해보려 했건만... 헛된 희망이었다.


(아름다운 일몰, 그리고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소리)


그리고 비행기에서도 또 하나의 문제가 터졌다.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올 때 우리를 괴롭혔던 아이의_습격.avi 이 계속된 것. 부부는 아이 둘을 컨트롤 하기 위해 무려 비행기 6좌석 한 줄 모두를 예약하는 위엄을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있는 승객들(like us)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우리가 하이퐁을 떠나 있는 사이, 그곳에서는 본격적인 설 연휴 맞이가 시작돼 있었다. 원래 첫날 들렀던 게국수집에 다시 가려는 게 목표였는데, (영어가 통하지 않는) 택시 기사들은 무슨 말인지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시내 진입은 어렵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구하면 길이 열린다 했던가, 결국 한 택시 기사를 설득해 겨우 택시를 탔고, 덕분에 하이퐁 시내의 설 맞이 풍경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흔한 하이퐁 시내의 설 맞이 풍경.avi)


하지만 아득하게 예쁜 설 풍경을 뚫고 지나온 마지막 목적지에, 우리의 게국수 섭취는 없었다. 가게 문은 열려 있었으되, 설이라 장사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 가뜩이나 공항에 짐 맡길 곳조차 없어 캐리어를 모두 끌고 온 참인데, 이걸 끌고 어디까지 가야한단 말인가... 배는 고프고 답이 없었지만, 일단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근처 아무 곳으로나 걷기로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베트남에서 먹어본 넘버2 맛집을 만났다.

(그래 이 맛이지 이 맛!)


게국수처럼 쌀국수 만을 파는 집이었고, 국수 외에 다른 메뉴도 없었다. 그런데 정말 맛있었고, 잠깐이지만 피로를 모두 날려버리는 듯한 맛이었다. 안타깝게도 정확한 위치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현지인들 사이에서 이름난 맛집인지 끊임없이 사람들로 붐볐다.


(위치는 이쯤이었고, 노란 간판의 집이었다)


좀 더 가는 길에 꾸럭 여사를 위해 신또도 하나 사먹고, 마지막으로 아마 다음 먹을 날이 언제일지 모를 하이랜드 커피도 하나 사먹은 다음, 잠시만 쉬다가 바로 공항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캐리어를 계속 끌고 다니는 것도 문제였고, 사실 더 이상 할 일도 없는 상태에서 하이퐁의 오토바이 매연을 마시는 것은 꽤나 고역이었으므로...


문제는 택시였다. 택시가 엄청 안 잡혀서 결국 어렵게 어렵게 택시를 잡아탔는데, 타고 보니 택시에 미터가 없었다. 왠지 밀려오는 불길한 기분을 잠시 접어놓고는 설마설마 했는데, 이게 웬일. 이 양xx 기사 양반이 택시비로 25만 동(한화로 1만 2천 원)을 내놓으라는 게 아닌가. 우리가 하이퐁 공항에 처음 오는 것도 아니고, 벌써 왔다갔다가 4번째라 아무리 많이 나와도 10만 동 정도라는 걸 알고 있고, 심지어 7만 동에도 온 적이 있는데 이게 무슨...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장난질 치지말라고 했더니 막무가내다.


진짜 간만에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돈 못주겠다고 배째라고 하고 갈려고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말리며 그러지 말고 주라는 듯한 시늉을 내비쳐서 더 화가 났었던 것 같다.... 어찌저찌 결국 15만 동에 합의를 봤는데, 그것도 사실은 바가지라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15만 동만 넘겨주며 "Don't do this again!" 를 외치고 공항으로 들어가버렸다. 나름 화가 나서 아무 말이나 한 건데... 음 알아듣지도 못했겠지 어차피.


공항에 들어와서 화를 삭히다보니 시간이 금방.. 갔어야 하는데 너무 시간이 많이 남았다. 남은 돈을 모두 긁어 망고니 지갑이니 하는 것들을 잔뜩 사고, 셀카도 찍고 하며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우리 얼굴은 엉망인데 왜 이렇게 사진은 잘 나올까)

그리고 마침내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


(소중했던 내 베트남 이젠 안녕~)


기나긴 기다림이 끝나고 그래도 국제선은 제 시간에 출발하는 것에 감사하며 비행기에 탄 뿌&꾸. 이번에는 근처에 아이가 타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맛이 없는 기내식을 다시 한 번 체험하니 금방 한국에 도착했다. 


(한국은 너무 추웡)


아직 쉬는 중인 꾸럭 여사는 집으로 향했지만, 나는 얄짤없이 바로 출근을 해야했다. 후.... 그날 하루는 유독 힘이 들었고 한참을 여행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이렇게 우리의 베트남 4박 6일 여행은 끝났다. 


마지막으로, 진작에 정리를 했어야 할 여행기를 다녀온지 3개월이 지나 쓰려니 아쉽기 그지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 추억도 많을 것이고, 좀 더 애를 썼다면 충실하게 쓸 수 있지 않았을까도 싶다. 하지만 어쨌든 오래오래 기억으로 남을 꾸럭 여사와의 베트남 여행을 끝까지 써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언젠간 또 그곳에 가서 맛있는 게국수를 먹고 실컷 수영을 즐길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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