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7. 1. 30. 00:47

전날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강행군(인천->하이퐁->호치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제 시간에 일어난 뿌&꾸.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6시가 좀 넘은 시각 무사히 호치민 호텔을 빠져나왔다.


(룰루랄라 날씨 맞춰 옷도 가볍게 갈아 입고)


베트남에서 제일 큰 도시라는 호치민 구경을 좀 하면 좋으련만... 6시 반부터 여는 버스 회사 신투어리스트(이하 신카페) 사무실에 가서 7시에는 버스를 타야하는 우리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일정 누가 짰다고? 너님요 너)


그나마 숙소와 사무실이 가까워 금방 제 시간에 도착한 우리. (그러고 보면 우리가 묵었던 호치민 헬로 하우스가 가격도 착하고 위치도 참 좋다. 방도 무지막지하게 좁지는 않았고....) 하지만 꾸럭 여사님이 염원하던 스타벅스(for 기념 머그컵 득템) 방문은 결국 이뤄내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버스 티켓을 예약해서 별다른 등록 절차는 없을 줄 알았는데, 예약을 증명하는 서류를 내고 도장을 받고 해야 버스 티켓으로 비로소 바꿔주었다.


(이른 아침부터 몹시 붐비는 호치민 신카페)


그래도 무사히 티켓 교환에 성공하고 건너편 노점에 파는 2만 동짜리 반미까지 하나 먹으면서 체력 업, 기분 업업!


(꾸럭 여사(29, 반미 러버))


이상하게 7시가 넘어도 온다던 버스는 오지 않았지만, 이미 전날 Jestar의 딜레이로 베트남 타임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던 우리는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사히 그 유명한 신카페 슬리핑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 음 그런데 이거 맨 뒷자리네....?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이제 잡시다)


맨 뒷자리는 엔진소음 때문에 시끄럽다는 평이 있었는데, 나의 경우는 그다지 거슬리지 않았다.(계속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그럴지도) 다만 맨 뒷자리는 다른 자리와 달리 각도 조절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확실하지는 않음). 내가 창가 자리로 내몰린(?) 것은 창가에 등장한 개미에 질겁한 꾸럭 여사 때문이었는데, 나중에 나짱으로 갈 때 탄 다른 회사 버스에서도 개미가 출몰한 것으로 봐서 베트남에서는 딱히 진기한 풍경은 아닌 듯(....) 다만 확실히 신카페 버스 쪽이 낡아보이긴 했다.


버스 와이파이를 이용해 룰루랄라 음악을 들으며 여행을 즐길 생각이었는데, 중간에 와이파이가 됐다 안됐다 했고, 심지어 어제 샀던 모비폰 3G 마저 먹통이 되는 현상이 발생! 그래도 너무 피곤했던 우리는 중간 중간 잘 잤던 것 같다. 국내에도 슬리핑 버스 도입이 시급하다!! 무이네에 도착한 것은 예정보다 다소 빠른 12시 반 쯤.


(호텔 가는 택시 타실래여?)


전날 택시 바가지를 썼던 기억이 나 택시 호객꾼을 뒤로 하고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택시 가운데 하나를 골라탔다. 베트남 가기 전 되도록 녹색 택시를 타라는 글을 보고 갔었는데, 어차피 바가지 씌우려면 녹색이나 아니나 똑같다. 하지만 미터기가 있는지는 꼭 확인하자(.....) 이 얘기는 추후에..


숙소에 입성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들른 곳은 식당 Gia Huy(쟈 후이).


(새우 마시쩌 냠)


오징어 구이, 쌀국수, 새우 요리 등등을 시켜먹었는데, 꾸럭 여사는 매우 만족했다. 개인적으로는 그 이후에 먹었던 모든 것과 비교했을 때 평타 정도?. 가격은 저렴했고, 무이네 대부분의 식당이 맛이 별로거나 바가지를 씌우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나쁘지 않은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이제 숙소를 가려 택시를 잡으려 했는데, 여기서 정말 웃긴 택시 기사 한 명을 만나게 된다. 일단 녹색 택시가 아니었기에 불안감이 있었는데, 트렁크를 실으면서 꾸럭 여사에게 화이트 샌듄을 보면서 리조트로 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은근슬쩍 물어보는 것 아닌가.


("화이트 샌듄 오케이?" "노노노노노")


하도 어이가 없어서 아예 택시를 안 타려다가, 아니라고 리조트로 바로 간다고 손을 내두르는 택시 기사를 뿌리치기도 민망해서 결국 타긴 탔다. 그런데 그 때부터는 화이트 샌듄 택시 투어를 무지하게 호객해댔다


(아예 택시에 이렇게 홍보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우리는 값싸게 지프투어를 할 계획이었기에 관심 없다고 했지만, 계속해서 택시투어가 짱이라고, 지프 투어 사람 많고 별로라고 호객을 하는데... 나중에는 그냥 둘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택시 요금 바가지는 안 씌우더라.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사람이 나쁜 건 아닌데, 호객을 에둘러 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순진한 아저씨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여차저차해서 우리의 숙소인 무이네 베이 리조트에 무사 입성! 


(어서와 리조트는 처음이지?)


(우와 여기 짱이닷)


(방이 짱 넓엉)


(화장실도 넓단다 얘야)


계속해서 감탄에 감탄의 연속이었다. 하긴 뭐 이런 리조트를 평생 와봤어야 말이지... 일단 일반 숙소보다 1만 원 정도는 더 비싼 방갈로형 숙소를 택했던 게 신의 한 수였다. 그래봐야 1박에 8만 원 수준인데... 호화스럽기 그지 없었다. 숙소에 감탄하며 피곤함을 뿌려치고 기력을 회복한 뿌&꾸. 내친김에 원래 방 안에서 좀 쉬려던 계획을 수정해 물놀이까지 해버리자 싶어 수온을 체크하러 떠났다. 그날 무이네에 바람이 몹시 불어 생각만큼 따뜻하지 않았기 때문.


(좀 차갑긴.. 한데 쩜쩜쩜. 괜찮겠지?)


수온이 다소 낮긴 했지만 그냥 에라 모르겠다 수영을 해보자 싶어 숙소에 다시 돌아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떠났다.


(가릴 건 다 가렸는데 왜 난 부끄러운가)


정말이지 오랜만의 수영복 차림에 부끄러움을 느낌과 동시에 아 살을 빼긴 빼야겠구나 운동을 하자는 등의 결심을 하며 수영장에 도착. 그리고 꾸럭 여사와의 물놀이 삼매경에 빠졌다. 당장 물이 차갑긴 했지만 물 안에 들어가 있으면 견딜만한 수준이어서 다행이었다. 얼마전 베트남 다낭에 다녀온 김 모 씨가 이 악물고 수영했다는 말을 들었기에 걱정이 많았는데... 무이네가 다낭보다 더 남쪽이어서 괜찮지 않았나 싶다.


(슬슬 들어가볼까)


(요렇게)


이 날 최고의 반전은 배영까지 마스터 했다던 꾸럭 여사가 사실은 맥주병이었다는 것. 출국 전부터 왜 이렇게 튜브를 살까말까 고민을 하나 했더니.... 결국 리조트에서 어린이용 튜브를 사야만 했다. 가격은 8천 원 정도였는데.. 아마 밖에서 구매했으면 더 싸게 살 수 있었을 듯.


("선생님 튜브가 너무 작아요" "아니야 네가 큰 거란다")


잠깐의 수영에 지쳐버린 뿌&꾸. 잠시 수영장 주변의 선베드에서 모히또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마침 4시부터 6시까지는 해피타임이라 모히토가 1+1. 3000원에 망고 모히또 두 잔을 마실 수 있었다. 그런데...


(아.. 왜 저기다 놨을까....)


위에 보이듯 고리에 껴놓은 튜브가 바람에 휘날리다 모히또 잔을 강타하는 바람에 얼마 먹지도 않은 모히토 잔이 떨어져 박살이 났고(....) 다행히 근처에 있던 꾸럭 여사가 다치진 않았지만.. 1+1은 무슨 그냥 1을 먹은 꼴이 돼 버렸다. 이 시점의 교훈 : 바람 불 때 밖에서 모히또 먹지 맙시다(.....)


결국 물놀이에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에 들어갔는데, 여기서 발견한 충격적인 무이네 베이 리조트의 단점. 따뜻한 물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끊긴다.(...........) 처음에는 아예 따뜻한 물이 안 나와서 리셉션에 고쳐달라고 해서 고쳤는데, 그 이후 뜨신 물이 나오긴 나오는데 5분 이상 지속되기가 힘든 정도였다(.........) 차갑지 않은 정도의 미지근한 물만 계속 나오는 상황. 리셉션에 물어보니 우리가 따뜻한 물을 너무 오래 써서 그런 거라고(응?) 생각해보면 사시사철 따뜻한 동네이다보니 왜 굳이 뜨끈뜨끈한 물을 계속 뿜어낼 필요가 없어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다른 베트남 숙소에서는 이런 적이 없었던 지라 그것만으로는 뭔가 설명이 안 되는 듯한 느낌(....)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샤워를 마친 우리. 그런데 거의 제대로 쉴 틈도 없이 Bờ Kè(보케)거리로 나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왜냐하면 언제나 그랬듯 꾸럭 여사가 배고프니까(........)


이번에 선택한 곳은 The Food Court Đông Vui(동 부이). 무게 속이고, 가격 속이는 일이 빈번하다 못해 일상인 보케 거리에서 그나마 믿을만한 곳이라 해서 갔는데..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새우느님도)


(가리비느님도)


(랍스터느님은 물론!!!)


(완전 맛있어 내 스타일이야)


진짜 너무너무 맛있어서 닥치는대로 와구와구 먹었던 것 같다. 깔끔한 인테리어치고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랍스터는 어딜 가도 비슷한 1kg에 70만 동이었는데, 처음 주문하고 잠시 뒤 점원이 오더니 미안한데 1kg짜리 랍스터가 다 나가고 600g짜리밖에 없다면서 40만 동에 해도 괜찮겠느냐고 묻는 게 아닌가! 아닌 말로 랍스터에 랍자도 모르는 우리같은 관광객이 그냥 주면 아 이게 1kg인가보다 하고 먹을텐데.... 무이네에서 보기 드문 솔직함과 친절에 감동 또 감동. 혹 무이네를 갈 사람이 있다면 정말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십수개의 레스토랑이 모여 있어 해산물 포함 웬만한 음식은 다 파는 듯.


(위치는 바로 여기)


문제는 맛있는 저녁을 먹은 그 다음부터였다. 저녁을 먹고 다음 일정인 나짱 가는 버스와 지프 투어를 예약하기로 했던 뿌&꾸. 동 부이에서 무이네 신카페가 멀지 않아서 배도 꺼뜨릴겸 느적느적 걸어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도착한 사무실에서 우리가 원래 타려던 아침 7시 버스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망)


그래서 결국 다른 버스 회사를 알아보러 가려니 위치가 애매해 택시를 타고 가려는데.. 택시를 잡고 보니 아까 화이트 샌듄 구경시켜주겠다고 호객하던 그 택시 기사인게 아닌가.


(헤이 코리안. 우린 다시 만나게 될거야)


이쯤되면 진짜 운명인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그 택시를 타고 탐한 버스 있는 데로 데려다 달랬더니, 알고보니 그가 우리를 내려준 것은 한카페(....) 크게 다를 것은 없었겠지만 아무튼 우리는 참 두 번 연속 곤란함을 겪게 됐더랬다. 거기에 지치고 당황한 나머지 버스값을 깎을 생각도 못하고 인당 40만 동을 내고 나짱가는 슬리핑 버스 티켓을 끊은 것도 안 자랑(....).


신카페에서 없었던 7시 버스는 한 카페에도 없어서 오후 1시 버스를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나짱에서 가려고 했던 빈펄랜드 워터파크는 저 멀리 멀리.... 그래도 바로 옆에 있던 여행사에서 지프 투어는 인당 12만 동이라는 착한 가격에 예약할 수 있었다.


(새벽 3시 기상 괜찮겠어 뿌유?)


우리는 선라이즈 투어와 선셋 투어를 놓고 한참 고민을 했었는데, 몸은 정말정말 피곤했지만, 그래도 내일 일정을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 선셋 투어의 더위를 피하기 위해 과감하게 선라이즈 투어를 신청했다.


동 부이의 아름다운 맛을 금세 잊을 만큼 험난한 저녁 일정을 마치고 귀가한 우리는 또 몇 시간 자지 못할 잠을 조금이라도 더 자기 위해 얼른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었다. 진짜 며칠째 제대로 못 자는 거지......


(얼른 자자 후딱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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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6. 5. 8. 18:00

여행이 뭐라고 그렇게 설렜을까. 오후 4시 가까이 돼서 얘기도 없던 총을 맞고 폭풍같이 기사를 쓴 다음 퇴근하자마자 여친님과 생일맞이 맛저녁을 하고 들어왔는데, 몸을 뉘어도 도통 잠이 오지를 않았다. 아침 8시 출발 비행기를 타야하기에 최소 5시 반에는 집을 나서야하는데... 새벽 2시가 넘도록 잠을 못자다가 그냥 밤을 새버리기로 결정하고 새로 시작한 왕좌의 게임이나 한 편 봐버렸다.



(Vacation is coming)


새벽 5시 반이 조금 넘어 날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던 시각. 엄청나게 찌뿌둥한 몸을 겨우 일으켜 대충 주섬주섬 짐을 싸고 집을 나섰다. 잠이 많은 기범이는 모닝콜을 받고 겨우 일어났고, 종환이는 김포가는 버스인줄 알고 한참을 기다리다가 알고보니 자신이 인천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김포공항 집결 시각은 예정보다 십여분 정도 늦어졌다.



(우종환 야밍아웃)


공항에 집결 후 짐을 맡기고, 너무나도 졸린 몸을 이끌고 면세점 인근에서 한참을 퍼져있었다. 알고보니 셋 다 잠이 부족한 생태였던 것. 짧은 기다리는 시간 와중에 생리현상 등을 해결하고 JAL기 승무원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서야 후다다닥 뛰어 겨우겨우 비행기 탑승을 완료했다.


(졸리지만 넘나 신난당)


기내식 먹고 바로 비행기에서 잠을 좀 잤어야 하는데, 자지 않고 기본 장착된 게임을 신나게 한 것은 이날 하루를 지배한 패착이었다. 2시간 남짓의 짧은 비행이 끝나고 일본에 도착했을 때 우린 완전 녹초상태였던 것. 졸려죽겠지 배도 고프지 짐은 많지.... 설상가상으로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의 체크인 시간은 오후 3시였다. 하네다 공항 도착 후 수속을 마치고 나온 시간은 10시 반. 4시간 반을 뭘 하며 시간을 때운단 말인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체크인이 되건말건 신주쿠역 근처에 있는 숙소로 떠났고, 자물쇠를 못 열어 한참 끙끙대긴 했지만 체크인 시간 한참 전이었음에도 다행히 무사히 들어가 짐을 풀어놓을 수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가보자)


(개꿀)


다들 피곤해 당장이라도 침대에 누워 눈을 붙이고 싶었지만 억지로 억지로 몸을 끌고 나와 신주쿠 일대를 누볐다. 어디가지 어디가지 한 30분 헤맸었던가. 아무래도 일본에서 먹는 첫 끼라 그랬는지 필요 이상으로 신중했던 것 같다. 결국 우리가 입성한 것은 체인점으로 추정되는 라멘 전문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망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한 입 먹자마자 우리는 갓본을 외쳤다.


(지금 봐도 군침이 스르르)


우리는 넘나 맛있었던 라멘을 뒤로 하고 잠깐 수십년된 커피 전문점에서 회의를 빙자한 졸음 퇴치를 했다. 진짜 좀 심하게 졸렸기에 나는 숙소에 가서 좀 자고 나오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지만 "그럼 30분이 1시간이 되고, 눈을 뜨면 해가 져 있을 것이다"라는 길기범의 설득에 급공감. 덕후들의 천국 아키하바라에 가보기로 했다. 주섬주섬 자리를 정리하고 아키하바라로 떠나려는 그때만 해도 우리가 다시 그 카페로 돌아오게될 줄은 몰랐다...


(어서와 갓본은 처음이지?)


덕후들의 천국 아키하바라는 정말 놀라웠다. 우리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은 각종 피규어가 모여있던 한 상점. 포켓몬스터, 슬램덩크에 원피스는 물론 마블 캐릭터들까지... 우리는 한참 정신이 팔려서 이곳저곳을 둘러봤고, 그러던 중 나에게 그는 운명적으로 다가왔다. 어쩌지 어쩌지 한참 고민을 하다. 결국....


(넘나 좋당)


질렀다. 이번 일본 여행의 최대 득템.!


이 밖에도 진정으로 아키하바라에 신기한 게 많았다. 일본도처럼 생긴 우산을 팔질 않나.. 이런저런 지름신 욕구를 이겨내고 헤매다 오락실에 들어갔는데, 오락실도 별천지였다. 흔히 볼 수 있는 총 쏘는 게임이었는데 무려 좌석이 흔들흔들하면서 몰입도를 높여주는 식! 기범이와 종환이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을 즐겼다.


(뭐야 이거 너무 재밌어!)


한참 그렇게 재밌게 놀고 있는데, 갑자기 표정이 굳은 종환이. 큰 돈 들여 장만한 시계가 손목에 없는 사실을 발견한 거다. 재밌게 놀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졸린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는데, 겨우겨우 기억을 더듬어 아까 그 카페에 시계를 놓고 온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문제는 아키하바라 넘어온지가 한참된 데다 아키하바라에서 신주쿠까지 거리가 만만치 않다는 것. 어쨌든 별 수 없이 우리는 다시 신주쿠로 향해야 했다. 선진국 갓본의 시민의식을 믿어야했던 우리. 그리고 그 믿음은 응답을 받아 겨우 시계는 다시 찾았다. 물론 종환이의 분실 해프닝이 그날로 끝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즈음 우리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었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다음날 가기로 했던 후지큐 하이랜드 인근의 날씨였다. 일기예보상 28일이 거의 하루종일 비예보로 점철돼 있었던 것. 롤러코스터의 특성상 비가 오면 운행을 하지 않을텐데 참 난감한 상황이었다. 후지큐 하이랜드까지의 거리가 있어서(도쿄에서 버스로 2시간) 어렵사리 가도 비가 와서 놀기기구 대부분을 아예 타지 못할 확률도 있었던 상황. 시부야로 건너가 황홀한 맛의 규카츠를 먹으면서도 불안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갓본의 규카츠. 밥 위에 뿌리는 것은 마로 추정된다)


규카츠를 먹고 그 피곤한 와중에 그냥 들어가기 아쉬웠던 걸까. 근처에 있는 디즈니샵과 원피스 피규어 등이 있는 백화점을 거쳤다. 역시 일본은 캐릭터의 왕국.


(안녕 난 길피라고 해)


피곤이 지나쳐서 아예 하이 상태였나?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어쨌든 정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고도 모자라 시부야에서 신주쿠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으니... 걸어걸어 가던 길에 하라주쿠에서 크레페까지 맛을 보고 숙소로 돌아왔고, 돌아오자마자 금방 꿀잠을 청했다. 다음날 후지큐 하이랜드로 가는 차를 7시에 타야했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일어났을 때 비가 심하게 올 경우에는 아예 일정을 변경하는 방법을 생각하기로 했다.


(비가 안 온다면 요 크레페만큼 달콤할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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