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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5.11 3.4초 일본 여행기 셋째날
여행2016. 5. 11. 19:16

셋째날 우리가 눈을 뜬 시각은 새벽 5시. 그 전날 6시 기상에 이어 연이틀 새벽 기상이다. 이쯤되면 이게 휴가인지 출근인지 전지훈련인지 구분이 안 된다. 어쨌든 간에 일으켜지지 않는 몸을 꾸역꾸역 어떻게든 이끌고 어제 이미 다녀왔던 그곳으로 다시 향했다. "이상하게 익숙한 게 와 본 거 같네" 따위의 노잼 드립을 날리면서. 너무나 당연하게도 버스에 타자마자 폭풍 취침. 그리고 두 시간을 달려...


(언제 이 사진을 찍었는지조차 기억이 없다. 꿀ㅋ잠ㅋ)


(두번째 찾은 후지큐 하이랜드. 날씨는 환호성이 나올 만큼 맑음)


마침내 그곳에 다시 도착했다. 감개무량한 동시에 이게 뭔 뻘짓거리인가 하는 한숨이 나왔지만, 후지큐의 자랑 4대 절규 머신을 탈 생각을 하니 두근두근. 어제 한참을 머물렀던 휴게소를 거쳐 이제 곧 입장 시간이니 입구 구경이나 가볼까하며 발걸음을 옮겼는데 그 즉시 우리 앞에 무시무시한 광경이 펼쳐졌다.


(예 캐신남)


(근데 이건 뭐......지?)


어마어마하게 늘어넌 줄. 사실 사진에 표현되지 않을 만큼 줄이 길었다. 오늘이 공휴일이라 어느정도 줄이 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아직 개장도 안 했는데 이정도라니... 3인 동시 멘붕. 어쨌든 우리에게 선택지는 없다. 피할 수 없으니 즐기자. 즐기는 수밖에 없다!!!!


개장이 시작되기 전 체크를 해보니 4대 절규머신(도돈파, 후지야마, 에에자나이까, 타카비샤) 중 후지야마가 강풍으로 운행을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니 여기 아랫동네에는 바람이 안 부는데 저 위에는 제트기류라도 부나? 오후에 운행재개를 할 것이라 생각하고 입구 가까이에 있는 도돈파와 타카비샤부터 먼저 정복하기로 했다. 그리고 입장과 동시에 런런!


(입장권과 지도를 받아들고)


(도돈파 탑승장 도착해 기념사진도 찍고)


(본격적으로 기다려볼까)


그리고 하루종일 계속된 우리의 기다림이 시작됐다. 도↘돈↗파♬ 반복돼서 나오는 도돈파 시그니처 뮤직도 따라불러보고 사진도 찍고 사탕도 먹고... 그래도 참 시간이 안 가더라. 1시간 여를 기다리다보니 그렇지 않아도 잠이 부족한 우리의 체력은 바닥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드디어 탄다!)


(신난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하니 씻겨나가는 피로. 두근두근하며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고 마침내 출발 1.8초 만에 172km/h 까지 속력이 올라간다는 도돈파에 탑승!! 하려는데 엥? 가방은 그렇다치고 주머니 안에 든 소지품도 그렇다치고 안경을 벗어야 한다굽쇼...? ㅜㅜ 결국 준비된 락커에 안경을 넣어두는데 기분이 착잡했다. '아니 뭐 대체 어느정도길래 안경까지 벗으라고 그러는 건가. 너무 유난 떠는 거 아냐?' 그리고 도돈파에 탑승하자마자 내가 생각을 잘못했다는 걸 알았다. 음. 그렇구나. 안경을 쓰면 안 되는구나.


도돈파는 이렇습니다.


도돈파 한줄평 : 이건 좀 너무한데?


순식간에 탑승이 끝나고 나오는데 와 대박... 이라는 말만 읊조리게 됐다. 물론 타카비샤와 에에자나이까를 타니 도돈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금방 깨달아버렸지만.


(내가 방금까지만해도 저 위에 있었다니....)


어쨌든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바로 옆에 있는 타카비샤 줄로 이동. 그런데 어째 아까보다 사람이 더 많아진 거 같은데?


(아까는 밖에서 기다리진 않았는데)


(망해쓰요)


그나마 타카비샤는 회전율이 좋은 편이어서 도돈파와 기다리는 시간은 별로 차이 나지 않았다. 물론 신진대사가 활발하신 우 모 선생이 화장실을 세 번 다녀오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타카비샤의 4x2 좌석. 아름다운 구조지 말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타기 일보 직전. 역시나 기다린 시간은 이쯤되면 별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이번에도 안경을 벗고, 조심스레 타카비샤의 탑승. 그리고 출발! 하려는데 어라 자유이용권 어디갔지? 분명히 주머니에 넣은 것 같은데 사라진 표때문에 살짝 당황했지만, 직원이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아 일단 통과. 에라 모르겠다 일단 탑시다!


타카비샤는 이렇습니다.


타카비샤 한줄평 : 121도로 떨어지는 거 보다 90도로 올라가는 게 더 무섭다.


후지큐 하이랜드의 4대 절규머신이 다들 한가지씩 세계 수준의 기록을 갖고 있다지만, 개인적으로 그 중 가장 기대가 됐던 것은 121도로 하강한다는 타카비샤였다. 직각으로 떨어져도 90도인데 어떻게 121도로 떨어진다는 거지? 하는 분들은 위의 링크를 살포시 눌러보시면 되겠다. 121도 하강이 하이라이트이다보니 한참을 올라가서 내려갈듯 말듯 겁을 주는데,


(저 위에서 밀당을 마구마구 시전한다)


정작 내려갈때보다 올라갈 때가 더 무섭다는 게 아이러니. 하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분명 8시에 왔는데 어째 놀이기구 2개 타니 벌써 밥을 먹을 시간. 알고보니 도돈파를 타고 쓰레기통에 버린 것으로 확인된 자유이용권을 찾고 간단하게 요기부터 하기로 했다. 아직도 그놈의 강풍으로 후지야마는 운행하지 않은 상태. 이러다 아예 못타는 거 아니야?


(그동안 먹은 음식에 비하면 상당히 조촐하고 소담스러운 식사)


(됐고 와구와구 먹자)


(부족하니 닭다리(x) 칠면조다리(o)도 하나 뜯고)


아침에 왔을 땐 흥분해서 몰랐는데, 어느새 정말 상공에서 부는 바람이 내려오는지 살살 쌀쌀해지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의 동무 비루와 함께라면 문제가 없었지만. 그러고보면 일본에서 거의 매 식사마다 맥주 한 잔씩은 먹었던 것 같다.


식사로 허전한 배를 채우고 났을 때, 사실 이미 이어지는 기다림으로 지쳐있는 상태였는데, 그나마 조금이나마 체력이 남아있을 때 하나라도 더 (줄 서서 기다리기 빡센) 놀이기구를 타기로 했다. 에에자나이까로 출발!


(그리고 우리는 그곳에서 인내를 배웠다)


예상대로 우리를 맞이한 건 기나긴 줄. 게다가 에에자나이까는 회전율이 좋지 않아 줄이 정말이지 줄지를 않았다. 이미 체력이 바닥으로 치닫고 있던 우리에겐 너무나 가혹한 기다림. 누가 그랬던가. 놀이공원은 놀이기구 타러 가는 곳이 아니라 기다리러 가는 곳이라고.


(그래도 이런 건 좋았다)


참 센스 있다 싶었던 건 이런 긴 기다림을 인내하는 이용객들을 위해 놀이공원측에서 중간중간 쇼타임을 편성했다는 것. 꽤 수준도 있고 (똘기도 있고) 재밌었다. 물론 잠깐의 공연 시간이 지나가면 다시 지루함과 피로가 엄습해오긴 했지만. 그렇게 2시간을 넘게 기다려 우리는 결국 에에자나이까를 타기 직전에 왔다.


(에에자나이까 에에자나이까!)


두근두근. 무려 전세계에 몇개 있지도 않다는 4D 롤러코스터라 신발을 벗고(!) 탑승한다. 롤러코스터 진행방향과 무관하게 좌석이 회전하기 때문(....) 신발도 벗고 모든 소지품(물론 안경도 포함)을 내려놓고 에에자나이까(일본 관서지방 사투리로 좋지 아니한가라는 뜻이란다)를 외치며 드디어 출발!


에에자나이까는 이렇습니다.


에에자나이까 한줄평 : ..진짜 죽는 줄 알았다


뭐 어떻게 표현해야할 줄 모르겠는데, 진짜 오줌을 지릴 뻔 했다는 말이 맞는 거 같다. 롤러코스터는 이리저리 뒤틀리지 좌석은 빙글빙글돌지 몸은 튕겨나갈 거 같지.... 난 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종환이랑 기범이는 너무 재밌다며 최고라며,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더라며 신나하더라. (....) 내가 유독 겁이 많은 것 같다.


(신이시여 제가 정녕 저것을 탔단 말씀이십니까)


결국 후지야마는 끝까지 강풍 탓에 운행을 하지 않았기에, 불가피하게 우리는 4대 절규머신 중 셋만 체험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순위는 타카비샤≥에에자나이까>>>>>>>>>>>>도돈파. 다음에 에에자나이까를 한 번 더 타게 되면 좀 덜 무서울까? 어쨌든 신비롭고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막상 한국에 와서 추억을 되새겨보니 더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에에자나이까인 듯.


우여곡절끝에 절규머신들을 정복한 우리는 여유 있게 쿨재팬(후룸라이드의 일종인 듯)을 타고, 자이로드롭 비슷한 기구도 탔다. 그리고 종환이의 열렬한 주장으로 무려 1시간을 기다려 나가시마스카라는 놀이기구도 탔는데, 어떻게 봐도 노잼으로 보여 망설이다 재미없으면 종환이가 대차게 물 한 번 맞기로 하고서야 탔다. 1시간을 기다리면서 "이게 재밌을까?"를 한참 되뇌었던 우리. 하지만 정말 의외로 재밌었다! 길이도 짧지 않고, 작은 보트를 타고 울렁울렁 물 위로 떠가는 게 생각외로 스릴이 넘쳤다.


(대충 요런 느낌)


후지큐 하이랜드에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탄 건 후지비행사라는 가상 롤러코스터. 이도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나름 괜찮은 현실감에 영상에 맞는 향기까지 뿌려주는 섬세함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약간 병맛컨셉으로 안내되는 후지비행사. 후지에어라인(?)이라는 가상의 항공사가 등장한다)


(이런 곳에 타고 운행한다. 별로 3D 안경은 없고 처음으로 안경도 낄 수 있었다!)


후지비행사까지 타니 대충 버스 시간이 다 된 상황. 대충 따져보니 하루종일 놀이공원에 있었는데 놀이기구는 딱 7개 탔다(....) 그냥 가기 아쉬워서 딸려 있는 빵집에서 빵도 하나 주워먹고, 버스 시간이 좀 남아 좀 더 앞 시간으로 바꾸려다 실패하는 바람에 느적느적 휴게소에서 기다리다 예정된 시간에 버스를 타고 도쿄로 복귀했다.


(갓본은 빵도 맛있더라)


(후지큐 하이랜드 안녀엉. 후지산도 안녀엉)


그렇게 도쿄에 도착하니 어느덧 해는 저물고 저녁 시간은 지나 있었다. 효자 우종환군이 어머니께 부탁받은 물감을 사러가야한다고 해서 잠시 문구센터에 들렀다가, 미리 가기로 예정돼 있었던 신주쿠 꼬치골목으로 향했다. 엄청 지친 상태여서 그런지 원래도 맛있을 꼬치가 술술 들어갔다. 언제나 따라오는 맥주와 위스키 하이볼은 덤. 꼬치를 와구와구 먹는 와중에도 인터넷으로 답 안나오는 한국야구를 보고 있었던 우리는 진성 야덕 멍청이들.


(온통 꼬치집으로 가득한 꼬치골목. 지나만 다녀도 냄새가 예술이었다. 사실 이 사진은 전날 답사왔을 때 찍은 것)


(꼬치 한 접시에 술 한 잔은 기본)


(자세히 보면 핸드폰에 야구 중계화면이 떠있다. 그나저나 종환이 표정은 참 한결같네...)


꼬치를 먹고도 술이 성에 차지 않았던 우리는 마지막으로 맥도날드에 가서 클럽하우스버거라는 아마도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은 햄버거까지 사와서 편의점에서 산 아이스크림과 정종을 곁들여 한껏 들이켜고서야 잠이 들었다. 이틀 연속 새벽 기상을 했는데 체력도 좋은 이들. 문제는 마지막날에도 최소 8시에는 일어나야한다는 거였다.


(이게 일본 국민 아이스크림? 핵꿀맛이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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