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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13 자전거로 서울에서 구미까지 2일차
여행2013. 7. 13. 18:51

여행 2일차 (7월 2일 화요일)


새벽 5시. 정겨운 알람소리 맞춰 일어난 우리를 반겨주는 것은 촉촉히 내리는 장맛비였다.


전날 더위에 너무나 힘이 든 나머지 비와라 비와라 노래를 불렀던 나에게 이후땡은 이게 다 너때문이라며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그때까지만해도 난 '비 내리는 게 뭐 어때서?'라고 생각했기에 웃어넘겼지만...... 그 웃음은 채 몇시간을


가지 못했다. 첫 스팟인 강천보를 가는 도중에 내린 비가 정말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져 내렸기 때문.



아........ 비 오는 게 더 힘들구나? 미안하다


미친듯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강천보를 어기적어기적 지날 무렵, 다행히 비가 다소 잦아들었다. 


(정말 새벽나절처럼 계속 비가 왔다면 훗날 4일차에 겪을 좌절을 미리 맛볼 뻔 했다.)


비를 뚫은 우리에게 연이은 문제가 발생했다. 후땡이의 시크한 주장으로 여주에서 아침을 때우지 못한 채 출발한 우리를


미칠듯한 허기가 덮쳐온 것. 여주시내를 벗어나자 그 흔한 편의점 하나 보이지 않아 밀려오는 좌절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경기도를 벗어나 강원도로 진입하는 언덕 직전에 있는 횟집이 오전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후땡이 음식점으로 누군가 들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같이 가보긴 했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던 탓에 7000원짜리 회덮밥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높았다. 아침에 회덮밥이라니.....


속초에서 오래 횟집을 운영하다 뇌졸중에 걸린 아내의 병수발을 위해 이쪽으로 옮겨오셨다는 주인 어른은 마침 아침 식사를


하려는 중이었다며 본인이 먹으려하던 장어찜(.......정확한 이름은 알 수 없지만)을 함께 먹자며 내오셨다.... 정말 폭풍 감동.


주인 어른이 전해주신 웬만하면 계산은 현금으로 (........) 라는 따뜻한 교훈과 함께 우리는 다시 페달을 밟았고, 


그야말로 순식간에 스쳐간 강원도 부론면을 뒤로 하고 두 번째 인증센터인 비내섬에 도착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서인지 어제보다는 훨씬 힘이 남아도는 상태였지만, 어제 데인 바가 있어


인증센터 옆 쉼터에서 굳이 아이스크림콘을 사 먹었다. 그렇게 그는 살이 찌기 시작했다.


그즈음에서 결정을 했던 것 같다. 둘 몸상태도 그리 나쁘지 않으니, 남한강 자전거길 종주 기념 스티커도 찍을 겸


충주댐을 정복해보자고!! 까짓거, 힘들면 그냥 끌고 올라가면 되지!! 훗날 이 결정은 화를 불렀다.


비는 거의 그쳐있었고, 충주댐 근처에 이르러 표지판을 잘못봐 공단길에서 미친듯이 달리는 트럭을 몇 대 피해야했던 것을


제외하면, 생각보다 가는 길은 그리 험난하지 않았다. 


'미친 업힐 있다더니 별 거 아닌가보네? 하하하하'


하지만 우리는 희한하게 포장돼 있어 자전거에 내려서 건너야했던 다리 앞에서 만난 건너편의 라이더를 보고 눈치를 챘어야


했다. 충주댐. 우와 충주댐............


표지판 상으로 도착지가 몇 km 남지 않았던 지점부터, 심상치 않은 업힐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내 끝이 났고,


우리는 '에이 뭐 이정도야'라고 웃어넘겼다.


하지만 정상으로 올라가는 본격적인 업힐을 맞이하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터질듯한 허벅지와 종아리로 무장한 이후땡은 언덕을 오르며 나를 버렸고, 나는 결국 자전거에 타고 올라가는 것을 포기했다.


자전거를 질질 끌고 올라가던 와중에 '충주댐 정상'이라는 말에 낚여 엄한 곳을 들렀다오는 뻘짓을 하는 등의 고난을 겪은 후,


충주댐 전망대 정상에서 여전히 업힐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충주댐의 정복자' 이후땡과 조우할 수 있었다. 



난 충주댐 정복과 고관절을 맞바꾼 남자쥐



가쁜 숨을 마저 좀 몰아쉬고, 인증 도장을 찍은 후 우리는 전망대에 위치한 유인 인증센터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첫 종주 스티커 발부와 함께 기쁜 복음 좌절스러운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충주댐 안 오셔도 남한강 종주 인증 해드리는데......."


상주 직원의 한 마디는 이후땡의 고관절 포기를 똥으로 무가치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인증 스티커를 발부받고 매점에서 산 핫도그를 뜯으며 우리 둘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후땡을 좌절을 눈치챘는지 개미들이 신나게 그의 발을 물어뜯었을 뿐)


시간은 오후 2시가 조금 넘어있었고, 우리는 어서 빨리 점심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배고프면 난 또 뻗을테니까


올라올 때 그리 힘들었던 길을 미친듯이 내려가며 충주댐으로 향하는 라이더들을 향해 슬픈 표정을 지어주기를 몇차례,


우리는 남한강 자전거길에서 벗어나 충주 시내로 향하는 길을 따라 소소한(.......) 업힐을 몇차례 감행한 후 충주 시내에


위치한 해장국집에서 마침내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충주댐에서 그나마 체력을 좀 보존한 나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기력을 다소 회복할 수 있었지만, 이후땡의 상태는


매우 심각해보였다. 이래서 우리 수안보까지 어떻게 가지........?


식사를 해결한 후, 우리는 주민들에게 물어물어 새재 자전거길의 초입인 탄금대에 도달했다.


그런데 무엇을 착각한 것일까.......우리는 탄금대에서 표지판을 잘못 확인한 나머지 자전거 여행에서 손꼽히는 최악의 길을


거치며 충주시내를 가로질러야했다. 힘은 힘대로 들고, 옆에 자동차들은 쌩쌩 달리고...... 언뜻봐도 이후땡의 체력은 거의


고갈된 듯 싶었다. 이래서 우리 수안보까지 어떻게 가지........? 2


하지만 힘들었던 것도 잠시. 비록 차도였지만, 차가 잘 지나다니지 않는 환상의 코스를 만났고, 우리는 미친듯이 자전거를


내달리며 시원한 바람을 즐겼다. 하지만 힘든 우리를 신이 내버려둘 리가 없었으니...... 수안보를 20여km 남긴 시점부터


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를 피하려 짐을 싸둔 100L짜리 종량제봉투의 효용성을 이렇게 확인하고 싶진 않았는데OTL


다행히 시간이 지나 비는 다소 잦아들었지만, 문강유황온천을 지나 한참을 달려도 수안보는 나오지 않았다. 이후땡이


기가 빨려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 됐을 쯤, 우리는 마침내 '수안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대형 팻말을 만날 수 있었다.


거의 혼이 나갈 지경이된 우리가 수안보에서 처음 만난 것은 바로 족욕탕! 족욕탕에 다리를 담그니


또 조금씩 아파오기 시작한 무릎이 마치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크아아. 됴오타아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근 채 이화령을 오늘 넘어가신다는(당시 시각 오후 7시) 대단한 분들과 담소를 나누던 우리는, 지친 육신을


아무데나(?) 내맡길 수 없다는 판단에 합의하였다. 29살의 못난 아들(.......)이 부모님께 SOS를 쳐 구제금융을 받은 결과,


우리는 무려 수안보 한화콘도에서 두번째 밤을 보낼 수 있게됐다.


자전거를 끌고 한화콘도 초입의 미칠듯한 업힐을 오른 우리는 그보다 누추할 수 없는 행색으로 한화콘도에 입성했다.


(왜 우리한테 프론트 직원은 차 번호를 물은 걸까...... 하긴 어떤 미친 놈이 자전거를 타고 수안보 한화 콘도를 오겠어 OTL)


노천탕이 포함된 온천에서 몸을 녹이고, 식당이 문을 닫아 콘도에 딸린 편의점에서 산 부대찌개와 쌀밥으로 거하게 요기를 한


우리는 어제보다 다소 늦은 자정쯔음이 돼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좀 느지막히 출발하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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