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혹은 드라마2009. 3. 9. 17:57

세븐 데이즈를 보고 박희순의 매력에 푹 빠진 나머지 이번에 박희순이 출연한 '작전'을 반드시 보겠노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래서? 봤다.
포스팅을 예고하고도 무려 1주일여만에 글을 올리는 것은 굳이 변명하자면 생활 패턴의 급작스러운 변경
때문이지만, 사실. 8할은 게으름 때문이 아닐까. 어찌됐든 더 이상 늦어버리면 영화를 봤던 순간의 느낌을
완전히 잊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오늘에라도 서둘러 글을 올려보기로 했다.



(사진 출처 : 작전 공식 홈페이지 www.2009money.co.kr)


작전? 주식에도 작전이 있어?

작전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나 방법을 강구함' 혹은 '군사적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행하는 전투, 수색, 행군, 보급 따위의 조치나 방법. 또는 그것을 짜는 일'을 의미한다. 하지만 영화 '작전'에서는
'주식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내기 위한 일련의 인위적 과정'을 뜻한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별볼일 없지만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작전주'를 선정해서 대주주등과 공모하여 주식값을 인위적으로 뻥튀기하고, 정점에 올랐을 때 매도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이득을 챙기려 한다. 그 과정에서 작전을 위해 차트를 분석하는 이, 외국인 자금을 담당하는 이, 전체적
자금 조달을 담당하는 이 등등 굉장히 정교하게 역할이 나뉘어 있고 정말 웬만한 첩보작전을 방불케하는 머리싸움이
진행된다. 세상에, 이런 세계가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여러분. 꿈 깨셔요

증권사 딜러로 나오는 조민형 차장(김무열 분)은 주식 시장은 자신 같은 작전세력들이 '자극하고 흔들어줘야' 크는 거라며
자신들의 일을 정당화 하려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서민들의 머리로는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
아무런 저변의 가치가 없는 상황에서 옮겨가는 상황들은 도박과 다를 바가 없다.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행동들이
정당화되는 것이다. 주위의 많은 개미 투자자들은 '이것은 투기가 아니라 투자'라며 자신의 돈을 배팅하여 과외 수익을
노리지만, 결국 주식도 좀 머리 굴리는척하는 도박일 뿐이며, 도박에서의 타짜가 그러한 것처럼, 좀 더 큰 돈을 제대로 굴리는
사람이 결국 전부 가져갈 뿐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나만은 벌(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이 영화는 마치, 그러한 이들에게 주의를 환기 시켜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꿈 깨시라고.
(정작, 이호재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주식 자체를 비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얘기했다. 정말일까?)



(사진출처 : 작전 공식 홈페이지 www.2009money.co.kr)



돈으로 돈먹기는 이제 그만~


작년 초까지만 해도 주식과 펀드는 진리였다. 코스피는 2000선을 돌파해서 하늘 끝까지라도 달려갈 것 같았고 중국이나
인도 펀드에 투자한 이들은 몇배의 이윤을 남기면서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당시에는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돈으로 돈을
버는 상황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비판의 칼이 들어갈 수 없는 듯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부실은 세계를 금융 공황으로 몰아넣었고, 금융발 공황은 실물 경기로까지 확산되어
금융시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들까지 속속들이 무너지고 있다. 그들이 대체 무슨 잘못을 했는가? 그저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할 뿐이었던 이들이, 월가의 몇몇 이들이 만든 '돈으로 돈먹기' 수법으로 인해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작금의 이 상황은 확실히 정상이 아니다.
결코 '금융'자체를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다. 경제활동을 위해, 서민 가계를 위해서도 금융 시스템은 필수 불가결하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처럼 무분별하게 돈으로 돈을 버는 것이 당연시 되는 것은 금융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고,
영화 '작전'은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고삐풀린 금융이라는 '말'이 얼마나 돈있는 자들에게 자유롭게 놀아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김무열 ! 김민정 ! 박희순 !!

배우들의 열연은 이 영화의 제대로된 보너스다.  다소 비열하고 자신 밖에 볼 줄 모르는 인물인 조민형이라는
인물을 참으로 맛깔나게 표현한 김무열부터, 지적이고 욕심많은 PB 역할에 자신을 멋지게 녹여낸 김민정을 거쳐
전직 독가스파 두목이자 이제는 '경제사범'이고 싶은 황종구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박희순까지.
아마 세계적으로 따지자면 평균을 한참 넘는 속도로 신자유주의와 시장만능주의에 잠식당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살짝은 불편함을 건드리는 영화가 그 나름의 흥행가도(최근 130만 관객을 돌파했다)를 달리는 이유는
아마도 이러한 배우들의 열연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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