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혹은 드라마2009. 3. 15. 17:39

(사진 출처 : http://www.diefaelscher.at)


살아간다는 것의 숭고함. 하지만..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얼마나 숭고한 일인가. 하지만,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가는 유대인들은 그들의 숭고함을
잊고 살아야만 한다. 그를 잊지 않는다면 그들은 자신의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이토록 지독한 멸시와 폭력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려야 하는지.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의문은 잠시 한켠에
접어두고, 그들은 오로지 살아가기 위해 전력투구한다. 제대로 밥을 먹을 수 없어 굶주리면서도, 동상에 발가락을 몇개
나 잘라야 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도, 오로지 살아가기 위해 살아간다. 그래서 눈물겹다. 그들의 인생은.

영화 '카운터페이터 (원제 : Die Fälscher)' 는 지금까지 꽤나 많이 다루어졌던 나치의 유대인 강제 수용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조금 다른 것은, 대부분의 수용자들이 언제 죽을지 몰라 두려움에 떨고, 인간으로서 대접을 받지 못하며
살아가는 것과는 달리,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최소한 푹신푹신한 잠자리와 비교적 훌륭한 먹을거리, 다소의 휴식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들이 그러한 '특별대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들이 '베른하르트 작전'이라
불리우는 위조지폐 생산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군은 전쟁물자등의 조달과 적국 경제의 전복을 이유로 작전을
수립하여 파운드화와 달러화를 대량으로 위조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데, 바로 그 작전의 중추인 지폐위조 집단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살로몬 소로비치 (Karl Markovics 분)는 수용소로 끌려오기 전부터 한가락 날리는 위조지폐 전문가였다.
그는 위조지폐를 만든 혐의로 수용소에 잡혀와 생활하다가 그의 그림 솜씨와 전력을 눈여겨본 이로부터
위조지폐를 만드는 책임자로 스카웃 된다. 그때부터 수용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삶(물론 그래보았자
자유가 없는 삶이긴 하지만)을 누리며 파운드화와 달러화의 위조를 명령받는다. 이 과정에서 이 위폐들이
독일군에 도움을 줄 것이므로 동조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진 부르거(August Diehl 분)로 부터 방해를 받는다.


(사진 출처 : http://www.diefaelscher.at)

원칙이냐, 삶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소로비치도 이러한 돈이 독일군에게 도움을 줘 독일군에게 유리한 전황을 선물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소로비치는 주위의 동료들과, 자신의 목숨이 더 소중하다. 그래서 부르거의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동료 다섯 명의 목숨을 걸고(베른하르트 작전을 책임진 장교 헤르조그(Devid Striesow 분)은 약속된 시일까지 달러화를
위조해내지 못하면 다섯명의 목숨을 빼앗겠노라 공언했다) 결국 달러화 위조에 성공해낸다. 하지만 부르거는 이러한
소로비치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대치한다. 수많은 유대인들이 밖에서 죽어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몇몇의 안락함과
목숨을 위해서 독일군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온갖 회유와 협박과 폭력에도
이러한 태도를 결코 굽히지 않는다.

이 영화를 보면서, 소로비치와 부르거의 대립은 흡사 일제시대의 우리 나라에서의 상황을 나에게 떠오르게했다. 소로비치가
친일파(적극적이든 적극적이지 않든을 떠나)에 비교될 수 있다면, 부르거는 자신과 자신의 동료들 보다는 대의를 위해
행동하는 독립투사에 비교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전쟁이 끝나고 수용자들에게 수용소가 통제되기 시작하면서
부르거는 자신을 따돌리던 동료들로부터 일시에 '용사'로 추앙을 받게 된다. 부르거의 존재로 그들은 독일군의 요구를
최대한 늦춰가며 종전에 일조한 세력이되어 그들의 죄를 용서받게 된다.

결국, 부르거가 옳았던 것일까? 그의 주변에 있었던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결핵에 걸린 20살 청년을 지키기 위해
파운드와 달러를 위조해 독일군을 도와야했던 소로비치는 비난 받아 마땅한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듯하다.

결국 정답은 없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만약 일제강점기에 태어났다면,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이 되었을까. 하고. 내가 과연 대한의 독립을
위해 목숨바쳐 싸우는 독립운동가가 될 수 있었을까 하고. 독립운동가들을 깎아내릴 생각도, 친일파들을 옹호할 생각도
없다. 다만, 자신과 자신의 주변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안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그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 것은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까? 부르거의 신념으로 인해 만약 위조 지폐를 생산하는 이들 중 몇몇이 죽어야 했다면, 그것은 옳은 일일까?

사실 혼란스럽다. 평소 목숨과도 바꿀 수 있을 만큼의 신념은 있다고 믿어왔던 내게, 이 영화가 작은 파문을 일으키는 듯하다.
결국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이 숭고하지 않냐고. 알 수 없다. 결국. 정답은 없다. 아직, 내가 못찾은 것 뿐인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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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혹은 드라마2009. 3. 9. 17:57

세븐 데이즈를 보고 박희순의 매력에 푹 빠진 나머지 이번에 박희순이 출연한 '작전'을 반드시 보겠노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래서? 봤다.
포스팅을 예고하고도 무려 1주일여만에 글을 올리는 것은 굳이 변명하자면 생활 패턴의 급작스러운 변경
때문이지만, 사실. 8할은 게으름 때문이 아닐까. 어찌됐든 더 이상 늦어버리면 영화를 봤던 순간의 느낌을
완전히 잊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오늘에라도 서둘러 글을 올려보기로 했다.



(사진 출처 : 작전 공식 홈페이지 www.2009money.co.kr)


작전? 주식에도 작전이 있어?

작전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나 방법을 강구함' 혹은 '군사적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행하는 전투, 수색, 행군, 보급 따위의 조치나 방법. 또는 그것을 짜는 일'을 의미한다. 하지만 영화 '작전'에서는
'주식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내기 위한 일련의 인위적 과정'을 뜻한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별볼일 없지만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작전주'를 선정해서 대주주등과 공모하여 주식값을 인위적으로 뻥튀기하고, 정점에 올랐을 때 매도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이득을 챙기려 한다. 그 과정에서 작전을 위해 차트를 분석하는 이, 외국인 자금을 담당하는 이, 전체적
자금 조달을 담당하는 이 등등 굉장히 정교하게 역할이 나뉘어 있고 정말 웬만한 첩보작전을 방불케하는 머리싸움이
진행된다. 세상에, 이런 세계가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여러분. 꿈 깨셔요

증권사 딜러로 나오는 조민형 차장(김무열 분)은 주식 시장은 자신 같은 작전세력들이 '자극하고 흔들어줘야' 크는 거라며
자신들의 일을 정당화 하려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서민들의 머리로는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
아무런 저변의 가치가 없는 상황에서 옮겨가는 상황들은 도박과 다를 바가 없다.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행동들이
정당화되는 것이다. 주위의 많은 개미 투자자들은 '이것은 투기가 아니라 투자'라며 자신의 돈을 배팅하여 과외 수익을
노리지만, 결국 주식도 좀 머리 굴리는척하는 도박일 뿐이며, 도박에서의 타짜가 그러한 것처럼, 좀 더 큰 돈을 제대로 굴리는
사람이 결국 전부 가져갈 뿐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나만은 벌(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이 영화는 마치, 그러한 이들에게 주의를 환기 시켜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꿈 깨시라고.
(정작, 이호재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주식 자체를 비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얘기했다. 정말일까?)



(사진출처 : 작전 공식 홈페이지 www.2009money.co.kr)



돈으로 돈먹기는 이제 그만~


작년 초까지만 해도 주식과 펀드는 진리였다. 코스피는 2000선을 돌파해서 하늘 끝까지라도 달려갈 것 같았고 중국이나
인도 펀드에 투자한 이들은 몇배의 이윤을 남기면서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당시에는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돈으로 돈을
버는 상황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비판의 칼이 들어갈 수 없는 듯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부실은 세계를 금융 공황으로 몰아넣었고, 금융발 공황은 실물 경기로까지 확산되어
금융시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들까지 속속들이 무너지고 있다. 그들이 대체 무슨 잘못을 했는가? 그저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할 뿐이었던 이들이, 월가의 몇몇 이들이 만든 '돈으로 돈먹기' 수법으로 인해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작금의 이 상황은 확실히 정상이 아니다.
결코 '금융'자체를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다. 경제활동을 위해, 서민 가계를 위해서도 금융 시스템은 필수 불가결하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처럼 무분별하게 돈으로 돈을 버는 것이 당연시 되는 것은 금융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고,
영화 '작전'은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고삐풀린 금융이라는 '말'이 얼마나 돈있는 자들에게 자유롭게 놀아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김무열 ! 김민정 ! 박희순 !!

배우들의 열연은 이 영화의 제대로된 보너스다.  다소 비열하고 자신 밖에 볼 줄 모르는 인물인 조민형이라는
인물을 참으로 맛깔나게 표현한 김무열부터, 지적이고 욕심많은 PB 역할에 자신을 멋지게 녹여낸 김민정을 거쳐
전직 독가스파 두목이자 이제는 '경제사범'이고 싶은 황종구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박희순까지.
아마 세계적으로 따지자면 평균을 한참 넘는 속도로 신자유주의와 시장만능주의에 잠식당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살짝은 불편함을 건드리는 영화가 그 나름의 흥행가도(최근 130만 관객을 돌파했다)를 달리는 이유는
아마도 이러한 배우들의 열연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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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혹은 드라마2009. 2. 22. 13:20

보통 이 영화는 이렇게 알려져있다. '쉬리'와 '로스트'에 나오는 김윤진의 영화라고.
쉬리를 봤던 것은 사실 너무 어렸을 적의 일이다. 로스트는 보지 않았다. 고로, 내겐 꼭 이 영화를 볼만한 요소가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 함께 지내던 이가 숨겨진 대작이라며,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봐야한다며 얘기를 해서 그냥 머릿속에
담아두고만 있었다. 그렇게 한 1년쯤 지났을까, 어느날 문득 어쩌다 검색을 해보니... 와 네티즌 평점이 정말 장난이
아닌걸? (DAUM 9.4, NAVER 9.12) 사실 평소에 그다지 평점에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그날따라 평점이
높다는 이유가 맘에 들었던 거 같다. 그래서 그냥 보기로 했다. 그리고 머뭇거리다가 결국, 오늘에서야 봤다.

기대하지 않았던 김윤진, 누군지도 몰랐던 박희순..... 그러나

개인적으로 외국태생의 배우는 썩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한국인만의 감수성이라는게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미묘하게 한국에서 태어난 이들과 공명하는 법이 서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서의 김윤진은, 어색하다고 느낄정도의 어설픔은 허용하지 않는다. 줄창 달리고, 부수고,
또 울부짖고, 절규하고...... 게다가 법정에서의 당찬 모습까지.....
김윤진은 변호사 '유지연'의 캐릭터를 정말이지 깔끔하게 잘 살려냈다고 생각한다.
다른 배우가 이 역을 연기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그리고 감정연기는 꽤나 만족스러웠지만,
아무래도 대사 전달력에 대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앞으로 한국 영화에 그가 더 출연할 생각이라면, 이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박희순 ! 처음 출연진을 살펴봤을 때 개그맨 '박휘순'이 영화에 출연한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전혀 본 적 없는
얼굴, 외모는 그냥 그렇고.. 딱히 머리에 박히는 인상도 아니고... 누구야? 싶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나서는 그저
박희순이라는 인간에게 그대로 빨려들고 말았다. 비리로 점철된 험난한 쓰레기 인생이지만, 최소한의 자기 기준에서의
정의는 지켜나가는 인물. 김형사역을 그보다 잘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는 아마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딘가에서 다른
영화에 츨연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은데, 이제 나에게 박희순은 배우만 보고도 찾아보고 싶을 정도의 힘을 가진
이름이 되었다.



숨막힐 듯한 속도감, 핸드헬드 카메라의 매력

추격씬이 넘쳐나고, 총을 쏘고 칼로 찌르고, 싸우고 부수는 스타일의 헐리우드 영화는 웬만하면 보지 않으려는 편이다.
그런 류의 영화를 폄훼하고픈 생각은 없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런 영화들은, 그 장치를 통해 스토리를 뭉개려고 든다는
사실 때문이다(물론 다크나이트같은 예외의 경우도 있긴 하겠지만). 한국 영화에서도 소위 '블록버스터'라 불리우는
것들은 그다지 보지 않는 편인데, 스토리가 공허할 뿐만 아니라 헐리우드 영화에 비해 액션씬과 추격씬마저 긴박감이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역시 예외는 있을 것이고, 세븐데이즈가 그 훌륭한 예시가 되었다.
영화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요즘 액션영화등에서 유행하는 핸드헬드 카메라 기법(카메라를 손에 들고 찍는 기법)이
영화의 긴박감을 아주 적절하게 살려주는 것 같다. 다른 영화에서 이런 방법을 썼을 땐 그저 어지럽다는 느낌이었다면,
세븐데이즈에서는 찰떡궁합이 따로 없었다. 감독의 연출력때문일까, 카메라감독의 실력 덕분일까?



반전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가 따로 없네

사실 반전(反轉)이 있다는 것을 알고봤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뒷통수를 맞은 듯한 이 알싸한 느낌은 정말이지 매력적이다.
반전영화의 효시라 불리우는 유주얼 서스펙트에서의 마지막 장면과, 개인적으로 정말 즐겁게 보았던 아이덴티티의
반전에 비교할만한 것이었다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자 여기서부턴 살짝 내용이 보이니까 볼 사람들만 긁어서 보시길)
처음에는 왠지 김형사를 의심했었다. 가장 의외일 것 같아서.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정철진을 풀어주라는
범인의 요구는 장혜진을 위해 복수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쯤은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그 어머니일 줄이야.
김미숙의 차분한 연기는 마지막에 가서 처절한 어머니의 연기로 돌변했고, 왜 그녀가 은영이를 죽이지 않고 살려 돌려
보냈는지, 그녀를 위해 알러지 약을 받아오는 위험까지 감수했는지를 모두 한 번에 설명해줬다. 모정이란.. 참으로
처절한 것인가보다. 그를 깨뜨린 사람에게 교수형이라는 형벌을 허용할 수 없을만큼. 그 사람을 직접 잡아다가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죽여버리고 싶은만큼.


원신연의 차기작을 기대해보며

구타유발자들....... 가끔 TV에서 해줄 때 얼핏얼핏 보았는데, 솔직히 그다지 매력있는 영화라고 생각되진 않았다.
하지만, 세븐 데이즈를 보고 한 번 보고픈 마음이 생겨서,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 번 제대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끔찍한 대중들의 평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그리고 올해 개봉하기로 되어 있다는 로보트 태권 V.....
감독의 스펙트럼을 세븐 데이즈 따위의 스릴러 물에 가두어 두려는 것은 되먹지 않은 욕심이겠지만, 그리고 얼마나
거대로봇물을 잘 표현할 지가 궁금해서라도 찾아보긴 하겠지만, 언젠가 원신연 감독이 세븐데이즈와 같은 스타일의
영화를 다시 한 번 만들어주길 바라본다. 다 쓰고 보니, 구타유발자들을 봐줄테니까 좋은 영화 하나 더 만들어달라는
이상한 논지라 좀 우습긴 하지만. 하하



(사진의 출처는 모두 cine21.com임을 알려둡니다. 아마 공개 사진인 듯해서 별다른 허락을 구하지 않고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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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혹은 드라마2009. 2. 13. 22:08

공효진이라는 배우는 참 매력 덩어리다. 그의 많은 출연작을 다 보지는 못했지만, '네멋대로 해라' 출연때부터
속된 말로 '필이 꽂혔'고, 동안 임수정과 숟갈 황정민을 위한 영화였던 '행복'에서도 그의 매력을 아찔할 정도로
뿜어냈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따라 여러가지 색깔을 지치지 않고 뿜어낼 수 있는 것이 진정 매력적인 배우라면
공효진은 그를 가장 적절하게 설명하는 배우 중 하나가 아닐까

결국 '미쓰홍당무'를 보고싶게끔 한 것은 팔할이 공효진 때문이었다. 안면홍조증의, 자신의 사랑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그야말로 '촌스러운' 캐릭터를 그가 어떻게 소화해낼지 정말 궁금했다. 더군다나 나에게
남아있는 공효진의 최근 이미지는 도회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근사하고 세련된 것이었기에
과연 그가 얼마만큼 '양미숙'이라는 캐릭터와 일체가 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여운을 즐길 틈이 없었던 주변 사정 덕에 좀 아쉽긴 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 양미숙이라는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되어 있는 공효진의 모습은 정말로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참을 수 없는 보너스들까지!

서우(서종희役)와 황우슬혜(이유리役)는 이 영화를 통해 얻은 선물처럼 느껴졌다. 모 빙과류 CF를 통해 겨우
얼굴 정도를 알고 있었던 서우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동안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개인적 성향을 차치하고
서라도 서종희라는 역할을 양미숙에 못지 않게 빛나는 것으로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의 매력을 대변한다.
과속스캔들에서 그저 예쁜 유치원 선생님 역으로 나와 내게 연기 못하고 얼굴만 예쁜 배우로 인식되었던
황우슬혜도 양미숙과 함께라면 그저 '빵빵' 터뜨려주신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없이 착하고 순수해보이지만
한꺼풀만 까보면 엉뚱하고 욕심많으며 욕망에 충실한 이유리 선생님 역을 멋지게 소화해낸 황우슬혜를 더이상
'연기 못하는 배우'로 치부할 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과속스캔들이 시기상으로는 더 이후인 거 아닌 가?
역할이 어울리지 않았던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남는다.)


전체적인 스토리도 좋았다. 몇몇 사람들이 지나치게 설정이 극단적이고 작위적인 것 아니냐는 말을 하는데...
극단적이라는 것에서는 어느정도 수긍하지만(고아에, 못생기고, 저렇게 까지 뻔뻔할 수 없는 양미숙의 캐릭터따위가)
작위적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정말 작위적인 것은 최근까지 흥행가도를 이어가고 있는 '과속스캔들' 아닐까?
"자 이러이러한 것은 건드릴 수 없는 사실이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웃어!" 라고 얘기하는 듯한 과속스캔들에
비하면 미쓰홍당무의 극단적 설정은 애교가 아닌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다른 생각들이 있을 수 있을지도..)

배우들의 매력이 한 데 섞여 반짝반짝거리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배꼽을 잡고 웃게 만드는 미쓰 홍당무의 매력.
박찬욱 감독이 키워냈다는 이경미 감독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덧붙여, 영화를 본 사람들만 웃을 수 있는 포인트 하나

라이터가 러시아어로....... 세상에 (웃음)

하나 더 덧붙여,

영화의 전체적 평을 쓰고싶었는데 어쩌다보니 캐릭터 열전이 되어버린 듯.....
그만큼 미쓰홍당무의 캐릭터들이 매력적이라는 반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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