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인이 된 아버지가 소떼를 몰아 방북하여 남북 민간 교류의 물꼬를 튼 것을 까맣게 잊어먹은 탓인지, 이 상태로 가느니 개성공단을 포기해야한다는 논지의 발언을 했던 정몽준 의원님께서 또 한 번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펴주셨다. 정 의원님 가라사대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는 고인이 바라는 국민 화합에 맞지 않는 것(경향신문 5월 26일자 7면)“이란다. 정신이 번쩍 뜨이는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기에 앞서 비극적인 사실 자체에 슬퍼하던 이들조차 정신이 번쩍 뜨여 손바닥을 딱 소리나게 맞부딪칠 지경이다.

 아무래도 이전의 발언이 그러하듯, 자신의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앞장서서 이런 발언을 하시는 모양이다. 확실히 다른 이들에 비해 부각돼 보이니 일정부분 그분의 의도가 성공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현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 이라면, 자신의 보수적 색채를 선명히 눈에 띄게 하는 것이 앞으로의 발디딤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엔 좀 갈 길을 잘 못 드셨다.


(가수 비와 함께. 출처 : 정몽준 의원 팬클럽 홈페이지 : http://www.mj21.org/)


대선주자로서의 선명성 강화? 글쎄 이건..


 두 사람이 싸웠다. 한 사람은 지금의 동네 이장과 친한 청년회장이고, 한 사람은 전임 이장이다. 청년회장은 현 이장과 전 이장의 사이가 좋지 않은 걸 눈치 채곤 이장 등 긁어주는 심정으로 전임 이장을 마구 때렸다. 전임 이장은 이유야 어찌됐든 자신이 맞은 일이 너무나 분하고 원통해서 한참을 고민하다 세상과의 인연을 끊어버렸다. 온 마을이 추도의 분위기로 가득한데, 옆에서 차기 이장을 노리는 마을 유지가 침을 눈에 찍어 바르며 얘기한다. 안타깝지만 지난 일이니, 다 잊고 다시 한 번 잘 살아보자고.


 만약, 마을 유지의 말대로 그저 다 잊고 잘 살아보자며 전임 이장의 죽음을 덮어버린다면, 다음에 또 이런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먼저, 차분한 마음으로 고인의 죽음을 애도한 뒤에,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구조적 원인을 찾아보려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왜 청년회장이 마을 이장의 비위를 맞추려 했던 걸까. 혹시, 청년회가 이장의 뜻대로 좌지우지 되는 조직은 아니었는가. 전임이장이 그러한 이유 때문에 청년회를 마을 유지들과 심지어 자신의 손에서부터도 독립시키려 했던 것은 아닌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하지 않겠는가.


 혹여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 중 한 분이신 정몽준 의원님을 기껏 마을 유지에 빗대 얘기하였으니 무슨 불호령이 떨어지랴 하고 누군가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국회의원을 벌써 이십 년이 훌쩍 넘게 역임하고 계신 분께서 그리 쩨쩨하진 않으시겠지. 그런 의미에서 한 마디만 더 던져 보려한다.

 

정몽준 의원님. 정신 차리소서!

 정몽준 의원님. 진심으로 차기 대권을 생각하신다면 자신이 속한 집단의 허물을 덮으려만 하지 말고 반성하는 법을 배우시는 게 어떠할까요? 제 짧은 소견으로 감히 말씀드리자면, 무리한 발언으로 보수적 색채를 강화하려 드시는 것보다는, 반성할 것은 반성하자는 솔직한 태도가 오히려 의원님의 앞날에 더 도움이 될 듯합니다. 물론, 온 동네를 뒤집어엎는다는 확인되지 않은 약속의 힘을 빌지 않고는 자신의 앞마당을 떠난 곳에서 국회의원 한 자리 하기 어려우신, 본인 자신의 좁은 역량을 키우시는 일을 선행하셔야 하겠지만요.

 



 

 이상의 졸렬한 글을 6선에 빛나는 국회의원이자 집권 여당 최고위원이신 정몽준 의원님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자꾸 그분을 죽음으로 내몬 사항을 따지다보면 또 다른 원망과 사회혼란이 커질 것”(경향신문 5월 26일자 7면)이라며 정 의원님께 힘을 보탠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님께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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