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3. 7. 13. 17:52

얼마나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오는지 무려 휴면계정이 돼 있네.....


아무튼 간에 왠지 모를 의무감으로 쓰는 자전거 여행기 1일차 + 준비 기간




D- 3 (6월 28일 금요일)


한겨레 최종탈락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이후땡 선생이 친히 족발을 사주신다며 삼선교로 날아오셨다.


역시 아픔을 잊는 데는 족발이 쵝오....... 인데 그날은 하리원 탕수육을 먹었네?


탕수육에 짬뽕국물을 음미하며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다음주가 이후땡의 1주일치 휴가라는 사실을 입수.


뭐할거냐 얘기를 나누다가 이후땡이 '자전거로 집에까지 가볼까 생각했다' 드립 시전


뭔가 속세를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던 내가 그 떡밥을 덥썩 문다.


진짜 말로 안 되는 스피드로 자전거 여행 결정. 준비는 일요일로 미루고 부어라 마셔라.....




D- 1 (6월 30일 일요일)


여행을 위해 자전거를 세팅하기 위해 신촌 밀리오레에 위치한 단골 자전거방으로..


주말이라 자전거를 전철에 싣고 갈까 잠깐 고민하다 그냥 오랜만에 연습도 할 겸 신촌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


오랜만이라 그런지 땀이 범벅이 돼 이후땡과 조우. 이후땡은 이래가지고 이화령을 어떻게 넘을 거냐며 타박했다.


그러게 그때 그만 뒀어야 하는데. 7단짜리 소울로 내가 왜 그런 마음을 먹었을까.....


아무튼 자전거방에 입성하여 자전거 이상 없는지 체크하고 여행 필수품인 짐받이를 장착했다.


(이 와중에 까치산에 사는 두 처자가 이틀 전 쯤 국토 자전거 종주를 떠났다는 소식을 입수. 우리는 4일 내내


"까치산!!!!"을 외쳤다.)


내 자전거야 뭐 워낙 막 굴리는 생활 자전거니 문제가 없는데, 문제는 후땡이가 새로 구입한 귀하신 자전거였다.


자전거에 어울리는 2만 5천원짜리 스테인리스 어쩌고 안장을 장착하려 했으나,


지지 부위가 하필 후땡이의 후덕한(....) 허벅지가 적절하게 맞물리는 바람에 GG.


결국 후땡이의 자전거는 생활 자전거 그 이하로 전락한다.


내일의 고된 라이딩을 위해 미스터 피자 및 소맥 조합으로 배때지에 기름칠을 하고


영화 300을 보다 잠이 들었다.





여행 1일차 (7월 1일 월요일)


원래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잘 못자는 터라 자는 둥 마는 둥.... 채 2시간여도 못잔 듯하다. 이럴 줄 알고 마신 술이 별다른


효용이 없었다. 덕분에 이후땡도 나와함께 잠 못드는 밤 합류....... 미안하다.


아무튼 새벽 5시 알람에 맞춰 일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하나하우스를 나섰다.


아침 식사는 간단하게 컵라면에 삼각김밥. 이후땡는 짝퉁 삼양 육개장을 선택하고 나의 육개장을 부러운 듯 쳐다보았다.


(이때만 해도 식사는 때에 맞춰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은 경기도 수원 밑에 오산이었다.)


일단 신촌 로터리를 거쳐 서강대교 옆 진입로를 통해 한강에 합류. 그런데 해가 뜨면 쓰려는 생각으로 꺼내놓은 모자가


라이딩 시작 30분만에 사라졌다. 짐받이에 끈을 너무 느슨하게 메어 놓은 것이 부른 화였다.


그때만 해도 이 사건이 앞으로 가져다줄 시련은 전혀 알지 못했다


과외가 짤리지 않았을 때(........) 실컷 다니던 길을 지나 첫 목적지인 뚝섬 도착.


그곳에서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 여행 인증 수첩과 지도를 2개씩 9000원에 구입했다.


(이 때만 해도 우리가 이 인증 수첩에 목을 메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뒤늦은 이후땡의 모닝똥 시전 이후 다시 출발. 아침을 미사리에서 먹을 생각이었기에 


잠실철교에서 한강 남단으로 건너 광나루역 인증센터를 거쳐 팔당으로 향했다.


여기서 여행의 또 하나의 트러블이 발생하는데........


비가 올 것이라는 생각에 별 생각없이 신고 왔던 아버지가 버리고 가신 아쿠아 슈즈가 찢어지기 시작한 것.



이거슨 신발도 아니고 뭣도 아녀


지루한 일직선 길을 거쳐 미사리에 다달았을 때는 겨우겨우 붙어있던 신발 밑창이 완전히 날아가버렸다.


결국 아침을 해결하고 근처에서 신발을 구매하기로 결정.


하지만 미사리에 도착해서도 연이어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 친구들과 왔을 때 꽤 훌륭한 퀄리티를 자랑했기에 이번 여행의 첫 목표로 삼았던 밀빛초계국수 팔당점이


본래의 위치에서 사라진 것. 구름에 가려져 있다 갑작스레 튀어나온 태양만큼 어이가 없는 상황에


이후땡과 나는 잠시 할말을 잃고 주위를 두리번 거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원래 이 위치가 아니라 잘못 온 것이다, 후땡은 원래 이 위치였는데 없어졌다를 각각 주장했고


결국 인터넷 검색을 통해 위치가 잘못됐다는 결론을 얻고 네이버 지도느님이 가리키는 곳으로 다시 자전거를 몰았다.


한참의 두리번거림 끝에 우리는 밀빛초계국수를 찾았지만, 예전에 와본 곳과는 다른 곳.


알고보니 팔당점은 사라졌고, 우리가 찾아간 곳은 얼마전 새로 이전해온 본점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세컨드 임팩트 문제 2가 발생. 신발 밑창이 떨어져라 밟았더니 개점 시간 이전에 미사리에 도착해버린 것이었다.


결국 한참을 구름과자와 함께 시간을 죽이다 겨우 초계국수를 영접할 수 있었다.



국수는 이로케 목는고다


시원한 국수를 먹으며 여행 페이스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점에 우리는 만족감에 젖었다.


'이 페이스대로라면 첫날 수안보 찍을 수 있겠는데?!' 앞날을 못보는 우매한 놈들


아무튼 근처 이마트에 가서 69000원짜리 아쿠아슈즈를 사고, 다시 라이딩은 시작됐다.


다시 페달을 밟은 지 30여분이나 됐을까. 우리는 이전에 자전거를 타고 와본 가장 먼 곳. 팔당댐에 도달했다.



팔당댐 그게 뭐임? 먹는 거임?


이때쯤부터 우리는 신세계를 만났다. 중앙선 복선화로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중앙선 구철로를 개조한 그야말로 고퀄리티의


자전거길을 신나게 달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차가 지나던 길임에 걸맞게, 적지 않은 수의 터널이 뚫려 있었다.



터널 안이 너무 시원한 나머지 정줄을 놨....나.. 이게 모야



어떤 이유에선지 터널 내부의 공기는 무척 시원했고, 우리 달뜬 몸을 식혀주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그때 알았다. 연희관 지하가 유독 시원한 이유를)


정오에 조금 미치지 못했을 시간, 우리는 중앙선 구역사를 개조해 자전거 쉼터로 만들어진 능내역에 도착했다.


후땡이는 막걸리가 무척 땡겼지만 나의 강력한 주장으로 우리는 팥빙수를 먹게 됐다


(이때만 해도 점심을 먹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잠깐의 휴식 후 또다시 정열의 페달링을 거듭한 결과 남한강 진입 후 두 번째 인증센터인 양평군립미술관에 도착했다.


돌이켜보면 내 몸상태는 이때부터 바닥을 찍고 있었던 것 같다. 이상하게 몸이 힘들고, 심신이 피로했다.


아마 땡볕은 아니었지만 지속적으로 더위에 노출됐던 것, 무리한 다이어트로 근력량이 줄어있었던 것,


점심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양평에서도 제대로된 식사를 하지 않았다.


양평군립미술관에 딸린 카페에서 각각 요거트 한 잔,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신 것이 전부.


카페 서빙하는 눈부신 그녀를 쳐다보느라 정줄을 놨었나.


50분 라이딩, 10분 휴식을 거듭하던 페이스를 못 이긴 데다,


이포보로 가는 길에 만난 첫 업힐(다른 사람들은 다 끌고가던데 이후땡이 꾸역꾸역 타고 가는 걸 보고 나도 해보겠노라


바락바락 무리를 했다)의 후유증 등에 힘입어 결국 나는 이포보에 도착해 뻗어버렸다.


이포보에 위치한 카페에서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미친 듯이 퍼먹었다. '이런 ㅂㅅ'이라고 말하는 듯한 후땡이의 시선과 함께.


그때 비로소 생각했다. 내가 왜 아메리카노를 처먹었을까....... (훗날 이 후회는 체중의 증가의 트리거가 된다)


나의 쓰레기 몸상태에 힘입어 이즈음 사실상 우리의 첫 숙박지는 여주로 결정이 나게 됐다.


단 게 조금 들어가니 몸이 회복되는 듯했으나 그것도 잠시, 이내 다시 내 몸은 바닥으로 치달았고, 이후 여주보를 거쳐


여주 시내에 진입할 즈음에는 거의 혼이 나가있는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목적지를 앞두고 미친듯이 페달을 밟아대는 후땡이의 페이스를 따라잡으려다 무릎의 통증까지 덤으로 얻었다.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양평군청 근처 모텔에 자전거를 끌고 들어갈 때는 그야말로 실신 직전이었다.



힘드냐 ㅂㅅ아


주인아주머니의 호의(?)로 자전거는 지하에 보관하고 왠지 모르게 감각이 없는 손을 부여잡고


(이때까지만해도 잠깐 손이 저리다 말 줄 알았다. 하지만...... 여행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OTL)


샤워를 마친 후, 닥치고 고기!!!!!를 외치며 한 때 소방방재청을 평정한 김문수 지사가 방문한 적이 있다는


고기집에서 삼겹살 5인분(!!)을 해치웠다. 정말 배가 너무 불러서 찢어지는 줄 알았다.... 맛은 그닥


근처 마트에서 내일 먹을 군것질 거리를 좀 산 후, 모텔로 돌아와 겨우 저녁 9시가 좀 넘은 시간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꿀잠에 빠져들었다. (후땡이의 코골이도 나의 잠을 막지 못했다.!!)

Posted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