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신해철씨가 모 사교육업체 광고를 찍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 학원 광고 찍는게 뭐가 그리 대수냐 할 수도 있겠지만(이자율이 거의 50%에 육박하는
대부업 광고도 무분별하게 찍는 상황에서.......) 평소 그의 행동과 발언들에 비추어볼 때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도대체 그는 왜 그랬던걸까?



그는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CF 역시 아티스트에겐 표현의 일종'이며 '광고 출연은 평소 교육에 대한 내 생각의 연장' 인데다가 '평소 내
교육관과 충돌하는 부분이 없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세한 것은 다음에 올릴 글을 통해 해명하겠단다.
이쯤되면 아테네의 소피스트들도 울고갈만한 궤변이다.

사교육 반대와 특목고 진학 보장이 양립 가능하다고?

평소에 그가 여러 매체와 방송을 통해 사교육과 대해 비판적 견해를 비춰온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지난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교육 현실은 청소년을 학대하는 정책들로 아이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며
'미래에 대한 꿈이나 목표도 없이 입시 노동을 강요해 수백만 아이들과 학생들의 인생을 망쳐놓고 있다' 고
독설을 퍼부어댄적도 있다.

이건 도대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 광고에서 특목고 OO명 합격을 자랑하는 현수막을 펼쳐보이는 신해철과
위 발언에서의 신해철의 모습을 조합해보면. 결국 그가 우리 나라의 청소년들이 가져야 한다고 얘기했던
'꿈과 목표'는 특목고와 명문대란 말인가? 그게 아니라면 그는 그의 해명처럼 그저 '아티스트의 표현'을 하고
있을 뿐인가? 아티스트의 정의가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자아가 분열된 사람'이 아니라면 이것 역시 궤변에
불과하다. 일반에 허락되지 않는 언어적 일탈을 시에 한해 허락하는 '시적 허용'처럼, 일반에 허락되지 않는
궤변을 아티스트에게 허락하는 '예술가적 허용' 따위는 존재할 수 없다.

차라리 그냥 배가 고팠다고 말하라.

언젠가 그가 방송에 나와 '방송생활 동안 남은 건 빚뿐' 이란 요지의 발언을 한 것을 기억한다. 생존은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다. 결국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닌가?
개인적으로 그가 단지 '입시 학원 광고'를 찍었다는게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현실에서, 사교육 전체를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한 적은 없는(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없다) 그가 사교육 업체의
CF라고 해서 찍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그 사교육 업체의 CF가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특목고, 명문대를
많이 보냈다는 것을 통해 자신을 홍보하는 것임을 알았더라면 최소한 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평소의 자신의 신랄하고 비판적 모습을 사랑하던 팬들에게 조차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목도했다면, 그에 대한 적절한 해명을 했어야 했다. (뻔히 보이는 거짓말일지라도) "CF가 그런 식으로 나갈 줄은
몰랐다." 는 정도의 해명이었다면, 적어도 어느정도 수의 사람들은 수긍시킬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건 정말 아니다. 일반의 상식이라는게 존재한다면, 그 상식을 통해서는 이러한 상황을 도무지가 이해할
수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또한 그의 해명은 지나간 유행어를 빌어 표현하자면 '쌩뚱맞기' 그지 없고, 그가
자신있게 다른 이들을 향해 '착각' 이라며 이야기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도무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해명을 하길 기대하며

언젠가 여자와 남자 사이의 학력 차이로 인해 남녀합반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퍼지고 있다는 얘기를 나누는
모 TV 프로그램에 그가 나온 것을 본 적이 있다. 그곳에서 그가 '과연 남자가 여자들보다 학력이 우월했다면
이런 논의가 나오기나 했겠냐?'며 반문하는 것을 봤다.
속된 말로 '쪽팔리지만' 정말 그 때 신해철이라는 사람에게 반해버렸다. 그 한마디야말로, 그동안 수없이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그 논의에 대한 정곡을 찌르는 카운터 펀치였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차 트렁크에 부인에게 입힐 교복을 싣고 다녀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다(농담).

그랬던 그가, 저런 치졸한 변명을 늘어놓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뭔가가 있겠지 하고, 차라리 믿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하루바삐 그의 적절한 해명이
나오길 바란다.

어쨌든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봤을때, 해철이형. 이건 정말 좀 아닌 거 같아
Posted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