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9. 12. 25. 12:28

드디어 케냐 일정을 마치고 탄자니아로 가는 날.

 

짧은 시간 정들었던 게스트하우스를 등지고, 케냐 도착 첫날 끊어두었던

 

나이로비 - 모시 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일찍 Parkside Hotel 근처 Monrovia street로 향했다.

 

고급 주택 단지는 이제 안녕 게-바

우리가 첫날 티켓을 끊을 때 확실하게 들어두지 않아서 다시 찾아가물어봤던 건데,

 

버스 티켓을 끊는 곳과 버스를 타는 곳은 확실히 다르다. 혹시 여행사 측에서 먼저 알려주지 않는다면 다시 한 번 확인해보는 게 좋다.

 

우리의 경우 구글 지도로 검색해서 나오는 Crown Bus Booking Office 근처가 버스 탑승장이었다.

 

 

국경을 버스로 넘어가는 것.

 

나름 여행을 꽤 다녀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순진하게 '비행기까지는 (당연히) 아니겠지만, 45인승 버스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러니까.. 이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서 8시간을 간다는 거죠....?

자칫 좀 늦게 갔으면 제대로된 자리에 못 앉을 뻔했다.

 

25인승 정도 돼 보이는 미니버스 내부엔 사람들이, 위에는 짐들이 가득가득 채워졌다.

 

자리는 성인용으로 설계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좁았고,

 

우리 부부 둘이서 나란히 앉아갈 만큼의 여유도 없어서 나란히 앞뒤로 앉아서 가야했다.

하지만 또 금방 익숙해져서 김치즈

다행인 건 생각보다 도로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는 것.

 

중간에 잠깐 휴게소(라고 쓰고 호객 판매점이라고 읽는다)에도 들렀다가

 

어영부영 에어팟으로 나오는 노래와 팟캐스트들을 벗삼아 달리다보니 3시간쯤만에

 

케냐와 탄자니아의 국경 검문소 냐망가(Namanga Border Crossing)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단 실었던 짐은 다 본인이 가지고 가야 한다

차타고 국경을 넘는 건데 절차가 뭐가 그리 복잡할까 싶었는데,

 

생각보다는 꽤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었다.

 

어디부터 가야하지..

일단, 맨 오른쪽 창구에서 출입국 서류(?)를 받아서 작성하고,

 

케냐쪽 창구에 가서 출국수속, 탄자니아쪽 창구에 가서 입국수속을 차례로 밟는 식인데

 

우리의 경우는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출국수속 창구쪽에 줄부터 섰다가, 서류를 다시 갖고 오라는 통보를 받고 근 몇십 분을 날려먹었다.

 

당연히 짐작하시겠지만, 수속 작업을 해주는 속도라는 것이 한국인에게는 답답증(?)를 불러일으킬 만큼 느긋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탄자니아의 경우 황열병 예방 접종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입국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발급받은 노란색 예방접종 증명서도 이곳에서 내보여야 한다.

 

막상 줬더니 보는둥마는둥 하긴 하던데....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버스와 다른 승객들이 여유롭게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웨어 아 유 프롬? 차이나, 재팬?

 

잠깐 다시 짐을 싣는 동안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검문소 너머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파는 상인들이 우리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남은 케냐 돈은 400실링 남짓. 어차피 가져가봐야 별 쓸모도 없고.. 물가를 감안하면 썩 싸다고 할 수는 없는 금액이었지만 좀 깎아서 과자 몇개와 음료수로 바꾸어 버렸다.

 

그리고 다시 버스는 출발.

여기서부터는 탄자니아 되시겠습니다

국경을 넘어와서도 별다른 건 없었다.

 

다만 확실히 케냐가 탄자니아보다 잘 사는 나라이긴 하구나 싶었던 건, 도로 주변의 풍경이 더 시골(?)스럽게 바뀌었다는 것 정도.

 

이때부터는 혹시나 킬리만자로 산이 보이지 않을까 해서 창밖을 유심히 쳐다봤는데,

 

결국 보지는 못했다.

 

※ 그러니까 이 산은 킬리만자로가 아닙니다

알고보니 킬리만자로 산은 왜인지 케냐쪽에서 더 잘보인다고 한다.

 

킬리만자로 산을 오르고 싶은 게 아니라,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암보셀리 국립공원으로 가시는 걸 추천한다.

 

 

 

중간 기착지인 아루샤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리고도 한참을 더 달려서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인 모시에 입성했다.

 

모시로 온 건 우리를 포함해 3그룹 정도의 관광객이었는데, 버스 기사분이 각각 어느 호텔로 가는지 물어보더니

 

친절하게 목적지까지 태워주셨다. 어떻게 가야하나 했는데 감사합니다....

 

 

 

버스에 내려서 일단 짐부터 호텔에 내려놓자 싶어서 입구가 어딘지 찾고 있는데,

 

웬 형들이 와서 관광객이냐 어디서 왔느냐, 뭘 먹을거냐 끊임없이 말을 걸기 시작했다.

 

당장 낯선 곳에 도착해서 이게 뭔일인가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씹고(....) 주섬주섬 호텔 문을 찾아 들어갔다.

 

이때 뿐인가 싶었는데, 낯선 이들의 러쉬(....)는 탄자니아에 있는 내내 계속됐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한 건 모시 시내 중앙에 있는 위트래블 호스텔. (건물 왼쪽 구석에 철제 쪽문처럼 나 있는 곳이 정문이다)

 

8시간 만에 모시 도착 감격샷. 위트래블 호스텔은 로비가 테라스처럼 뚫려 있어서 모시 전경 감상이 언제든 가능하다.

친절하고 우리보다 훨씬 (당연히) 영어도 잘하는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짐을 방에 둔 다음, 웰컴 드링크를 한잔씩 마셨다.

 

급격히 8시간 버스 여행의 피로가 몰려왔지만, 일단 당장 급한 일부터 처리를 해야했다.

 

탄자니아에 들어오고부터 벽돌덩어리로 변해버린 핸드폰을 살리기 위한 심카드 수혈(...) 이었다.

 

 

 

여러 통신사 중에 속도 등등에서 그나마 제일 낫고, 우리가 후에 이동할 잔지바르에서도 잘 터진다는 평을 믿고

 

호텔 바로 건너편에 있는 할로텔(halotel)로 가서 심카드 2개를 샀다.

 

역시나 몹시 친절했던 직원들

직원들도 물론이고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이라고 하기엔 조악해보이는 바(Bar)형 핸드폰을 사용하는데,

 

모시 자체가 여행지라서 그런지 심카드를 사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도착 시간이 늦어 환전 타이밍을 놓친 관계로 일단은 달러로 결제를 했다.

 

나가면 누가 또 달라붙나? 마계(?)에 다소 겁먹은 윷긩

 

애초의 계획은 저녁을 밖에서 먹는 것이었는데, 일단 윷긩 여사가 모시 거리를 너무 무서워하기도 했고(....) 해질녘이 되어버려서 첫날 저녁은 호스텔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호스텔 로비 식당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우리 기준(?)으로 가격도 많이 비싸지 않은 데다(둘이 합쳐 2만 실링 = 1만 원) 맛도 괜찮았다. 냐마초마를 호스텔에서 처음 먹는다는 게 좀 슬프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 시작으로는 이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달까.

 

냐마초마와 햄버거, 그리고 킬리만자로 맥주

아쉬운 마음으로 식사에 맥주 한 잔까지 걸친 뿌윷 부부는

 

콸콸 잘 나오는 따뜻한 온수로 씻고 포근한 침대에 누워 단잠을 청했다.

 

탄자니아에서의 첫날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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