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9. 12. 30. 01:14

유일한 잔지바르에서의 하루종일 일정.

 

우리의 선택은 키짐카지 돌고래 투어였다.

 

전날 돌고래 투어를 예약하러 갔더니 신밧드 투어의 주인장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블루 사파리 투어를 권했다.

 

볼거리도 많은 데다 스노클링도 할 수 있고, 시간도 길며 점심까지 포함이 돼 있다는 거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지난해 가을 보라보라에서 실컷 스노클링을 해본 데다

 

이번엔 좀 색다른 경험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결국 꼬임에 넘어가지 않고 원래 생각대로

 

돌고래 투어를 선택했다. 값도 훨씬 싸기도 했고, 오후 일정을 잠식당하지 않아 다른 볼거리들을

 

구경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여행사마다 돌고래 투어의 시작 시간도 많이 달랐는데,

 

신밧드 투어에서는 비교적 일찍, 그러니까 7시에서 7시반쯤 돌고래 투어를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해뜰녘에 돌고래를 보기 가장 좋다는 말을 들었기에

 

만족스러운 일정이었다. 가격은 14만1천실링.

웰컴 투 키짐카지

새벽같이 일어나 스톤타운에서 1시간을 달려

 

잔지바르 남쪽 키짐카지 해변에 도착한 건 7시 반쯤.

 

우리가 늑장을 부렸기에 예상보다 시간이 좀 늦어졌다.

동화나라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키짐카지.

우리 가이드를 맡은 노샤드(Naushad)의 안내를 따라

 

모터보트를 타고 인도양의 돌고래가 지나간다는 길목으로 이동하기를 십여분.

 

우리는 그곳에서 드디어 돌고래느님을 영접할 수 있었다.

돌고래님 어디 계신가요
요깄다 닝겐들아

우리처럼 돌고래님 한 번 영접하겠다고 나온 여행객들의 배 사이로

 

돌고래 여러마리가 순식간에 나타났다.

 

 

 

돌고래 투어의 원래 목적은

 

돌고래를 이렇게 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함께 수영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나는 해변에서 빌린 오리발까지 신고 당장 바다로 뛰어들었다.

 

숨은 돌고래 (꼬리) 찾기

그런데 이분들이 원체 빠른지라..

 

일천한 내 수영실력으로는 도저히 물속에서 따라잡을 수가 없었고,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첫 텀을 넘겨버렸다.

 

 

 

몇 번인가 스팟을 옮긴 후,

 

노샤드에게 재빨리 바다에 뛰어들어서 따라붙어야 하는 조언까지 듣고 나서

 

두 번째 찬스가 왔다.

돌고래느님들의 유려한 단체 잠영씬

딱 봐도 10마리는 돼 보이는 돌고래 떼가

 

내 앞으로 헤엄쳐 가는 모습을 본 거였다.

 

정말 장관이었다.

 

아쉬운 건 내 수영 실력의 부족으로 돌고래떼를 따라 수영할 생각은 엄두도 못 냈다는 것(....)

 

그나마 나는 보기라도 봤지

 

당시 수영 Lv.1 핵쪼렙 수린이였던 윷긩 여사(현재 절치부심, 평영 배우는 수소년)는

 

깊은 수심에 겁먹어 낀 구명조끼 탓에 아예 이 장관을 보지도 못했다.

이거 물이 너무 깊은 거 아니요 노샤드 선생

한 번 더 이 장관을 보겠다며 물에 뛰어들었던 나는

 

뛰어들자마자 해파리에 쏘여버려서 "아 따가!!"를 연발하다 재입수는 포기... 또르르

눈 앞에 돌고래가 있는데 왜 들어가질 못하니..

엄청 오래 난리법석을 피웠던 것 같은데,

 

겨우 30분 만에 우리의 키짐카지 돌고래 투어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눈물)

 

돌고래투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라면 잠영 정도는 익혀서 와야할 거 같다.

 

아, 물론 긴팔 긴바지도 필수(....)

다시 돌아온 키짐카지 해변. 그러고보면 우리가 여행 중에 만난 가장 예쁜 해변이었다
해파리에 쏘인 남편과 별 관심 없는 윷긩 여사

해변에 돌아와서는 간이 레스토랑(?)으로 안내 받는데,

 

그곳에서 난과 계란, 커피 or 차로 구성된 간단한 아침을 제공 받는다. 물론 투어비에 포함된 것.

 

커피도 가루커피었고, 식사 구성도 별 것 없었지만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와서 따뜻한 커피에 조식을 먹으니 조촐하지만 좋다 싶었다.

 

정말 예뻤는데.. 왜케 수평을 못 맞춘 걸까 또르르..

밥을 다 먹고 잠깐 해변 구경을 하고 있노라니 어느덧 떠날 시간.

 

아름다운 키짐카지를 뒤로 하고 다시 스톤타운으로 향했다.

안녕 키짐카지. 수영 배워서 다시 올게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하기로 한 건 마지막 날 아침 프리즌 아일랜드 투어를 예약하는 거였다.

 

그런데 오늘 당장 오후에 능귀 해변을 가보려는 참이었기에 그것도 물어볼까 하고 있었는데..

 

가이드 노샤드에게 별 생각 없이 "우리 능귀갈 건데 어떻게 해?"

 

물어본 게 결국 우리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노샤드가 능귀 해변으로 자신이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나선 거였다.

 

마침 영어에 꽤 능숙한 데다

 

탄자니아 본토와 잔지바르를 통틀어 보기 힘든 에어컨이 빵빵 나오는 차를 끌고 다니는

 

노샤드에게 신뢰감이 꽤 형성돼 있는 터였다.

 

가격도 터무니 없지 않았기에 우리는 노샤드와 오후 일정을 함께 하기로 했다.

 

그렇게 후술할 우리 여행의 은인(..) 노샤드의 와의 인연이 진짜 첫걸음을 뗀 것이었다.

 

분명 10~15달러라고 돼 있는데..

1시간 반 만에 도착한 스톤타운에서 일단 신밧드 투어로 가 프리즌 아일랜드 투어를 예약했다.

 

노샤드와의 능귀행 비밀 약속(..)은 당연히 발설 금지.

 

노샤드는 신밧드 투어의 직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키짐카지 돌고래 투어행은 일청의 여행사와 여행사 사이의 하청이었던 셈(..)

 

가격은 얄짤없이 둘이 합쳐 30달러었는데.. 생각해보니 이것도 그냥 노샤드한테 부탁할 걸 그랬다..

 

"돌고래 투어도 갔는데 좀 깎아달라" 해봤지만 먹히지도 않더라.

 

사장이 없다고 해서 일단 예약만 하고, 돈은 이따 오후에 치르기로 한 다음 일단 호텔로 돌아왔다.

 

능귀로는, 석양이 지는 시간에 맞춰 3시쯤 출발하기로 약속하고 노샤드와 헤어졌다.

 

그때까지 남은 시간은 수영하며 밥먹으며 떼울 생각이었다.

수영장 뭐.. 제법 괜찮군

그때부터 이미 수영욕에 불타고 있었던 윷긩 여사는 지체 없이 옷을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몸을 던졌다.

 

마루마루 호텔 수영장은 아침시간이라 그런지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거의 우리가 독점하듯하며 놀 수 있었다.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둘이 놀기엔 충분했다.

 

쓰읍 하아
아.. 하얗게 불태웠다

지금와서 찾아보니 신나서 수영을 한 시간이나 했다.. 잠도 얼마 못잤는데 체력도 좋다(....)

 

마루마루 호텔 수영장에 비치타올(?)은 옆에 쌓여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씻을 수 있는 시설은 따로 없어 방에 가서 씻어야 한다.

 

뭐 어차피 수영장 바로 앞에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큰 걱정이 없긴 하다.

 

수린이 윷긩 여사는 마루마루 호텔의 수영장 시설에 대만족을 했고,

 

그러고 보면 이미 이때, 홍콩 수영 여행(....)이 이미 예비되어 있었던 것 같다..

 

스톤타운 중심가. 프레디 머큐리 생가 바로 옆 메인 골목이다.

수영으로 열도 식혔으니 이제 다시 밖으로 돌아다닐 시간.

 

참고로 8월의 잔지바르는 내내 30도 가까이 되는 더위가 지속될만큼 더웠다.

 

오랜 시간 돌아다닐 거라면 반드시 시원한 상점에 들어가 중간중간 쉬어줘야 할 정도(..)

 

더울 땐 모다? 한 잔 하고 드십시다

1시가 넘어서야 근처 은행에서 환전도 하고 배도 채웠다.

 

우리가 간 식당은 스톤타운 카페(Stone Town Cafe). 메인 골목인 켄야타 로드 한가운 데 있다.

 

새우 요리와 커리를 시켰는데.. 둘 모두 아주 맛있었다!

 

음료수와 커피 등을 합쳐 가격은 4만8천실링. 사실 현지 물가를 감안하면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합리적이라 느껴질 정도였다.

 

스톤타운 전경. 참 묘한 매력이 있다

배를 채우니 어느덧 능귀로 떠날 시간.

 

스톤타운에서 능귀까지는 차로 2시간 가까이 걸린다.

 

능귀로 가는 길 일부가 공사중인 덕에 더 오래 걸리기도 했다.

차가... 안 움직여요 선생님

우리에게 노샤드는 능귀보다 그 바로 아래에 있는 켄드와 비치를 추천했는데,

 

해변도 켄드와 비치 쪽이 더 예쁜 데다 능귀쪽 퍼블릭 비치의 상태(?)가 영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리는 그래도 능귀에 가보고 싶었기에 먼저 능귀에 들렀다가 다시 석양 시간에 맞춰 켄드와 비치로 이동하기로 했는데,

 

능귀에 도착해서야 왜 노샤드가 우리에게 켄드와 비치를 추천했는지 바로 알 수가 있었다..

 

 

 

목이 말라 능귀에 도착하자마자 음료수를 사러 슈퍼마켓에 들어갔는데

 

웬 뭔가에 잔뜩 취한 듯한 청년이 코에 손을 갖다대면서 말을 거는데

 

"두유 원 잇?" 하는 게 아닌가..

 

아니 여기.. 술도 안 마시는 무슬림 사는 데 아니었음요...?

이곳이 능귀 해변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대충 암 오케 암 오케를 외치며 나왔다.

 

해변을 구경하고 다시 켄드와 비치로 가는 길에 노샤드에게 들은 건데,

 

능귀 쪽에 놀러오는 이탈리아인들이 마약을 잔뜩 들고 와서 현지인 청소년들까지 마약에 쩔어

 

거의 난리라고  한다(..)

 

물론 능귀 리조트 쪽은 따로 해변이 있으니 그런 분들을 전혀 마주칠 일이 없겠지만,

 

퍼블릭 비치 쪽은 밤이 되면 치안도 썩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처럼 보였다.

 

그래도 해변은 예뻤다

다소 찝찝한 마음을 얼른 지워버리고 다시 켄드와 비치로 이동.

노샤드와 서두르는 윷긩 여사

켄드와 비치는 능귀 살짝 남쪽편 해변인데, 우리가 간 곳은 켄드와 락스 비치 리조트라는 사설 리조트에 딸린 해변이었다.

 

해변에 들르는 사람들은 따로 입장료 없이 해변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그것 참 예쁜 해변이로구만

해는 어느새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윷긩 여사 in 켄드와 비치

해외에서 보는 석양은 언제나 느낌이 묘하다.

 

스웨덴 카타리나 엘리베이터에서 본 석양도, 빈 도나우 강변에서 본 석양도

 

묘하게 여행이 끝난 후에도 머릿속에 반복 재생되는 장면이다.

 

 

 

켄드와 비치에서의 석양도 그랬다.

 

여행의 끝자락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봐서 그랬을까.

 

아쉬운 마음에 타임랩스로 해가 지는 모습도 담아봤다.

 

해질녘의 태양과 구름 그리고 바다. 언제 봐도 예쁘다
윷긩 석양 화보 시리즈 잔지바르 켄드와 비치 편

해가 진 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해변에 테라스를 펴고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양식 최고 by 윷긩

피자와 파스타를 시켜 먹었는데,

 

맛은.... 짰다.

 

모기가 왱왱 거리며 날아다니는 게 제법 신경 거슬리긴 했지만, 분위기가 좋으니 참아줄만 했다.

 

다만 해변에서 멋지고 맛있는 식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추천하진 못할 듯..

 

 

 

우리가 해변을 구경할 동안 기다려 준 노샤드와 조우하고,

 

다시 마루마루 호텔로 돌아오니 밤 10시였다.

 

노샤드와는 내일 공항으로 가는 길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팁까지 듬뿍 얹어 가이드비를 정산했다. 8만2천실링.

아 지친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잔지바르에서의 반나절.

 

그때까지는 그 남은 반나절을 보람차게 보낼 생각 뿐,

 

다음 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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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샤드가 왜 우리 부부의 은인이 되었는지는 마지막날 여행기에서 상세하게 다루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믿고 다른 여행객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최고의 잔지바르 가이드라는 점은

 

먼저 한번 강조하고 싶다.

 

영어도 제법 능숙하고 친절하며, 비용도 꽤 합리적인 선에서 안내해준다.

 

혹시 잔지바르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 중 가이드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페이스북 : Naushad Tourism

트립 어드바이저 :  @naushad Kassam

왓츠앱(전화번호) : +255 715 282 108

 

노샤드에게 연락해보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사실 이 여행기를 굳이 4개월이나 지난 지금에서도 꾸역꾸역 쓰고 있는 건

 

이 글을 통해 노샤드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뿌윷 부부와 노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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