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9. 9. 25. 02:46

왜 하필 많고 많은 곳 중에 아프리카였을까.

 

생각해보면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1) 지난 3년간 유럽만 세차례 다녀왔다. 또 유럽에서 건물 보는 거 지겹지 않느냐.

2) 그렇다면 뭔가 색다른 건 없을까.

 

정도?

 

물론 SNS에 올라온 박모 변호사님의 아프리카 여행(특히 사파리) 사진이 뽐뿌의 직접적인 계기이긴 했다.

 

저 고고한 기린의 자태와 탁 트인 초원의 풍경에 끌리지 않을 자 누군가

잠깐 둘이서 고민을 하다 비행편을 알아보니 생각보다(어디까지나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고,

 

사파리를 케냐(마사이마라)에서 할지, 탄자니아(세렝게티)에서 할지를 끝까지 고민한 끝에

 

8월에 마라강을 넘는 누떼를 봐야하지 않겠느냐며 마사이마라를 택했다. 그리고 마라강에서는 파리만 만났다

 

나이로비 인, 잔지바르 아웃(에티오피아 항공, 아디스아바바 경유) 항공권부터 질러버렸다.

 

근데 진정한 문제는 그곳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게 함정.

 

 

 

아무래도 아프리카가 아직 한국인들에게 여행지로써는 친숙하지 않다보니

 

한글로 된 정보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아프리카 여행책도 얼마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동아프리카로 한정된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전체를 통째로 묶은 식이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전 정보는 네이버 카페 고고아프리카(https://cafe.naver.com/gotoafrica)와

열혈 웹서핑으로 얻은 것이었다. 그마저도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사파리 예약은 사파리부킹닷컴(safaribooking.com)을 몇날며칠을 뒤져서 결정했다.

 

사파리 선택에 있어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했던 건 숙소였다.

 

그래도 나름 30대 부부여행자가 떠나는 여행인데,

 

잠자리가 불편하고 씻기가 힘든 건 참기가 힘들 것 같았다.

 

가격적인 부분을 감안해 프라이빗 투어나 랜드크루저 옵션은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의 선택은 무파사 투어 with 잠보 마라 사파리 롯지(jambo mara safari lodge).

 

5점 만점에 4.9점이 포인트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쁘지 않았다.

 

일단 사파리부킹닷컴에서 여행사의 투어를 몇 가지 고르면,

 

연락(보통 왓츠앱을 통해)을 한 뒤 가격을 흥정하고 조건을 결정하는

 

지~~~~루하고도 답답한 줄다리기를 해야한다. 영어에 능숙하지 않아서인지 그 과정도 참 쉽지가 않았다.

 

나의 경우 상대방이 얼마나 진실되어 보이느냐가 값을 얼마나 더 깎아주느냐보다 중요했는데

 

무파사의 Joseph(왓츠앱 +324 701 302035)은 그런 의미에서 괜찮은 상대였다.

 

 

 

사파리 예약과 함께 나머지 숙소도 예약했다.

 

우리 부부의 대략적인 일정은 이랬다.

 

나이로비 1박 - 마사이마라 2박 - 나이로비 1박 (이상 케냐) - 모시 3박 - 잔지바르 2박 (이상 탄자니아)

 

첫 아프리카 여행인데다 나이로비의 엄혹함에 대한 명성을 자자히 들은지라

 

나이로비 1박 + 1박은 한인민박(이주열 게스트하우스)으로 잡았다.

 

킬리만자로 트래킹에 쳄쳄온천까지 가려다보니 3박이나 하게 된 모시에서는

 

가격경쟁력 있는 위 트래블 호스텔을 택했고, 잔지바르에서는 마루마루 호텔에 묵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서 숙소 선택은 모두 좋았다. 사실상 숙소 전부를 고른 윷긩에게 박수를

 

모시의 위 트래블 호스텔. 이곳은 그저 가격만 괜찮은 곳이 아니었더랬다

도시와 도시 사이를 어떻게 이동할지도 문제였는데

 

나이로비 - 모시는 버스로, 모시-잔지바르는 비행기로 이동하기로 했다.

 

나이로비 - 모시는 국경에서 밟는 수속 시간을 포함해 8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겪어보니 돈을 좀 더 쓰더라도 비행기를 이용하는 걸 권하고 싶다(..........) 진심으로

 

 

 

여행 마지막에 겪은 작지않은 위기를 제외하면

 

신기하고도 잊을 수 없는 열흘 남짓이었다.

 

전체 일정 가운데 언제가 제일 좋았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주저 없이 잔지바르를 꼽을 것 같지만,

 

마사이마라와 쳄쳄온천, 킬리만자로를 거치지 않고 간 잔지바르에서

 

그정도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

 

쳄쳄온천 가는 길에 만난 꼬마 아가씨. 너무 예뻐서 어머니에게 허락을 받고 찍었다.

밤새는 와중에 짬짬이 어거지로나마 여행기의 운을 떼는 건.

 

그 모든 것을 잊히게 놔두기 싫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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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7. 4. 23. 22:06

드디어 밝은 베트남에서 맞는 마지막 날. 날씨도 좋고 다 좋았다. 우리가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빼놓고는..


(조식은 역시나 와구와구)


(나짱 뉴선 호텔은 딴 건 다 별론데 뷰는 좋았다)


조식을 배부르게 먹은 뿌&꾸는 호텔에서 나와 바로 택시를 잡았다. 우리의 목표는 근처에 있는 롯데마트. 난 사실 별로 살 것이 없었지만 꾸럭 여사는 커피에 라면에 잔뜩 살 것을 사둔 상태였기 때문에 마트 개장 시간에 맞춰 바로 출발한 것.


(나짱 롯데마트 둘러보기)


(여키 한쿡인카요우?)


롯데마트는 마치 한국 같았다. 롯데 상품들이 가득가득 쌓여있는 것은 물론이고, 첫날 하이퐁에서 들렀던 COOP과는 달리 한국적인 시스템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뿌유와 꾸럭 여사는 신나게 롯데마트를 돌았고, 커피와 베트남식 인스턴트 라면, 베트남 맥주까지 쓸어담았다.


(뭐 한 요정도만 사볼까?)


쇼핑을 실컷 하고 나니 배가 고파지는 것이 인지상정. 롯데마트 답게(?) 마트 안에는 한국 음식점까지 입점해 있었고, 출출해진 우리는 조식을 먹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과식을 하기 시작했다(....) 메뉴는 바로 소고기!


(이름이 무려 고기)


(고기는 이렇게 먹는거죠오)


한국 고기집과는 다르다면 다를 수 있었지만, 쌈에 마늘까지 나오는 고기집에서 폭풍같은 한국의 향기를 느낀 우리는 와구와구 많이도 먹었다. 특히 아침을 먹은지 얼마 안 돼 배가 덜 고팠던 꾸럭여사의 모자란 식욕에 .. 사실상 내가 다 먹었다. 실컷 시키고 먹고 보니 그동안 베트남에 와서 한 끼 먹는 데 쓴 돈의 8배쯤을 썼다. 이렇게 현지 물가에 비해 비싼 식당임에도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이곳에서 밥을 먹고 있는 것을 보면 한류가 참 무섭기는 무섭다 싶었다.


이제 밥도 다 먹었겠다, 나짱 깜란 공항으로 갈 일만 남았다. 그런데 정말 밖에는 미친듯이 비가 오고 있었다. 어찌저찌 택시를 잡아서 탄 것까지는 좋았는데, 아뿔싸 고프로를 마트에 놔두고 온 것이 아닌가.


진짜 미친 듯이 택시를 세워놓고 다시 롯데 마트로 뛰어가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었는데... 다행히도 내가 짐을 정리하며 놔뒀다가 잊어버린 위치에 정확히 있었다. 고마워요 아무도 가져가지 않아서 흑흑.. 아무튼 택시를 다시 잡아타고 파란만장하게 공항버스 정류장에 도착!


(뭔가 을씨년스러운 버스 정류장)


(하얗게 불태웠다)


잠시 숨 돌리고 있으니 금방 버스를 탈 시간이 왔다.


(이제 공항으로 갑니다)


그리고 한 30여분 만에 공항에 도착. 롯데 마트에서 버스 정류장으로 갈 때 택시 기사가 왜 택시 타고 공항 가지 않느냐고 한참을 꼬셨는데, 다시 생각해봐도 버스를 이용하길 잘한 것 같다.


(나짱 공항은 하이퐁 공항보다는 훨씬 나았다)


하이퐁행을 대비해서 옷도 조금 두껍게 갈아입고, 남은 시간을 버거킹에서 떼우려고 뭔가를 사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에게 새치기를 당하는 짜증이 솟아나는 경험도 한 다음에야 마침내 우리의 첫 경유지 하이퐁으로 떠날 시간이 됐다.


역시나 베트남의 저가 항공이란 믿을 것이 못됐다. 한참의 시간을 나짱 공항에서 기다려야 했다. 물론 덕분에 선물용 젓가락 등을 득템할 수는 있었지만..... 나짱 공항을 떠날 때는 이미 해질 무렵이 다 돼서였다. 원래 제 시간에 하이퐁에 도착하면 뭐라도 해보려 했건만... 헛된 희망이었다.


(아름다운 일몰, 그리고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소리)


그리고 비행기에서도 또 하나의 문제가 터졌다.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올 때 우리를 괴롭혔던 아이의_습격.avi 이 계속된 것. 부부는 아이 둘을 컨트롤 하기 위해 무려 비행기 6좌석 한 줄 모두를 예약하는 위엄을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있는 승객들(like us)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우리가 하이퐁을 떠나 있는 사이, 그곳에서는 본격적인 설 연휴 맞이가 시작돼 있었다. 원래 첫날 들렀던 게국수집에 다시 가려는 게 목표였는데, (영어가 통하지 않는) 택시 기사들은 무슨 말인지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시내 진입은 어렵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구하면 길이 열린다 했던가, 결국 한 택시 기사를 설득해 겨우 택시를 탔고, 덕분에 하이퐁 시내의 설 맞이 풍경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흔한 하이퐁 시내의 설 맞이 풍경.avi)


하지만 아득하게 예쁜 설 풍경을 뚫고 지나온 마지막 목적지에, 우리의 게국수 섭취는 없었다. 가게 문은 열려 있었으되, 설이라 장사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 가뜩이나 공항에 짐 맡길 곳조차 없어 캐리어를 모두 끌고 온 참인데, 이걸 끌고 어디까지 가야한단 말인가... 배는 고프고 답이 없었지만, 일단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근처 아무 곳으로나 걷기로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베트남에서 먹어본 넘버2 맛집을 만났다.

(그래 이 맛이지 이 맛!)


게국수처럼 쌀국수 만을 파는 집이었고, 국수 외에 다른 메뉴도 없었다. 그런데 정말 맛있었고, 잠깐이지만 피로를 모두 날려버리는 듯한 맛이었다. 안타깝게도 정확한 위치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현지인들 사이에서 이름난 맛집인지 끊임없이 사람들로 붐볐다.


(위치는 이쯤이었고, 노란 간판의 집이었다)


좀 더 가는 길에 꾸럭 여사를 위해 신또도 하나 사먹고, 마지막으로 아마 다음 먹을 날이 언제일지 모를 하이랜드 커피도 하나 사먹은 다음, 잠시만 쉬다가 바로 공항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캐리어를 계속 끌고 다니는 것도 문제였고, 사실 더 이상 할 일도 없는 상태에서 하이퐁의 오토바이 매연을 마시는 것은 꽤나 고역이었으므로...


문제는 택시였다. 택시가 엄청 안 잡혀서 결국 어렵게 어렵게 택시를 잡아탔는데, 타고 보니 택시에 미터가 없었다. 왠지 밀려오는 불길한 기분을 잠시 접어놓고는 설마설마 했는데, 이게 웬일. 이 양xx 기사 양반이 택시비로 25만 동(한화로 1만 2천 원)을 내놓으라는 게 아닌가. 우리가 하이퐁 공항에 처음 오는 것도 아니고, 벌써 왔다갔다가 4번째라 아무리 많이 나와도 10만 동 정도라는 걸 알고 있고, 심지어 7만 동에도 온 적이 있는데 이게 무슨...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장난질 치지말라고 했더니 막무가내다.


진짜 간만에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돈 못주겠다고 배째라고 하고 갈려고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말리며 그러지 말고 주라는 듯한 시늉을 내비쳐서 더 화가 났었던 것 같다.... 어찌저찌 결국 15만 동에 합의를 봤는데, 그것도 사실은 바가지라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15만 동만 넘겨주며 "Don't do this again!" 를 외치고 공항으로 들어가버렸다. 나름 화가 나서 아무 말이나 한 건데... 음 알아듣지도 못했겠지 어차피.


공항에 들어와서 화를 삭히다보니 시간이 금방.. 갔어야 하는데 너무 시간이 많이 남았다. 남은 돈을 모두 긁어 망고니 지갑이니 하는 것들을 잔뜩 사고, 셀카도 찍고 하며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우리 얼굴은 엉망인데 왜 이렇게 사진은 잘 나올까)

그리고 마침내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


(소중했던 내 베트남 이젠 안녕~)


기나긴 기다림이 끝나고 그래도 국제선은 제 시간에 출발하는 것에 감사하며 비행기에 탄 뿌&꾸. 이번에는 근처에 아이가 타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맛이 없는 기내식을 다시 한 번 체험하니 금방 한국에 도착했다. 


(한국은 너무 추웡)


아직 쉬는 중인 꾸럭 여사는 집으로 향했지만, 나는 얄짤없이 바로 출근을 해야했다. 후.... 그날 하루는 유독 힘이 들었고 한참을 여행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이렇게 우리의 베트남 4박 6일 여행은 끝났다. 


마지막으로, 진작에 정리를 했어야 할 여행기를 다녀온지 3개월이 지나 쓰려니 아쉽기 그지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 추억도 많을 것이고, 좀 더 애를 썼다면 충실하게 쓸 수 있지 않았을까도 싶다. 하지만 어쨌든 오래오래 기억으로 남을 꾸럭 여사와의 베트남 여행을 끝까지 써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언젠간 또 그곳에 가서 맛있는 게국수를 먹고 실컷 수영을 즐길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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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7. 4. 23. 17:07

전날 너무 무리해 정말 힘들었던 뿌&꾸. 하지만 조식을 먹기 위해서는 늦지 않게 일어나야 했다.


(노래를 부르며 조식을 먹으러 갑니다)


(조식 메뉴 소개 코오너)


여행 동안 계속된 강행군으로 힘이 빠져 있었던 우리에게 조식 섭취는 큰 힘이 됐다. 다소 아쉬웠던 것은 첫날 정말 맛있게 먹었던 매쉬드 포테이토가 없었다는 것 정도. 아마 메뉴는 그날그날 바뀌는 모양.


이제 아침까지 든든하게 먹었겠다 딱히 할일이 없었던 우리. 슬슬 나짱으로 떠날 준비를 해야했는데 문제가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여전히 먹통이었던 핸드폰 심카드(....).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무이네에 와서 나름 유명한 무이네 마켓을 한 번도 못 가봤다는 것이었다. 시간도 좀 남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무이네 마켓에 나가서 꾸럭 여사가 원하는 반미와 신또를 마셔보기로 했다.


(미친듯이 많은 오토바이 속에서)


(나는 먹는다 이것들을)


불과 한국돈으로 몇천 원 정도의 가격으로 반미 두 개에 신또, 커피까지... 한참이 지난 지금에 생각해보면 참 베트남 물가는 대단한 것 같다. 특히 이곳에서 먹었던 반미는 현지인들이 먹는 것이어서 그런지 다른 곳에서 먹었던 것들보다 훨씬 맛있었다. 꾸여사에 의하면 신또도 베스트였다고. (그런데 왜 커피는 별로였던 걸까....)


우여곡절 끝에 심카드까지 구매하고 다시 리조트로 돌아온 뿌&꾸. 리조트 대기 소파에 앉아 한참을 기다리는데 왠지 약속 시간이 한참 지나도 우리를 태우러 온다는 버스는 올 생각을 안 한다(....)


(에라 모르겠다 셀카나 찍자)


한참을 그렇게 기다리다 하염없이 기다리던 우리를 마침내 태우러 온 버스. 그런데 이게 웬일. 알고보니까 큰 버스가 리조트를 돌며 승객을 태우는 게 아니라 작은 미니 봉고가 한 카페 사무실에 우리를 데려다 놓고, 그 사람들을 큰 버스가 다시 태워가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한 카페에서 또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는 이야기(....)


(독일에서 왔다는 아저씨와 우리는 또 그렇게 기다렸다 또..)


기다림에 이골이 났다고 생각할 때쯤 겨우 도착한 한 카페 버스. 짐을 싣고 타려는데 자리가 어디인가 싶어 물어보니 "Anywhere"란다. 음.... 지정좌석이 아니라고?  이건 신 카페랑 차이가 나도 너무 나는데 싶었지만 그냥 탔다.


애초에 신 카페 말고 다른 버스 회사를 선택한 것은 단순히 다른 버스를 타보자는 심정에서이기도 했지만, 좀 더 나은 환경의 버스(....)를 타보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바가지를 써서이긴 했지만 비싼 돈을 내기도 했고. 하지만 한 카페 버스는 이래저래 우리를 실망시켰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좌석은 조오금 더 좋았나? 그런데 뭔가 퀴퀴한 냄새가 나기도 하는 것 같은 데다 전체적으로 신 카페처럼 좌석이 편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이에 더해 이건 무슨 완행버스도 아니고(....) 온갖 정류장이란 정류장은 다 서며 사람들을 태웠다 내렸다 하며 가는 게 아닌가.. 푹 자면서 쉬어도 모자랄 망정인데 고속버스도 아닌 완행버스라니....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1시간이나 늦게 출발한 데 비해 도착 시간은 그다지 늦지 않았다는 것. 어쨌든 일정을 엉망으로 짠 데 대한 꾸럭 여사에 대한 미안함이 밀려오는 버스 여행이었다.


(해가 지고서야 도착한 나짱)


도착한 나짱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캐리어를 각자 질질 끌고 비를 맞으며 걷자니 이 얼마나 처량한가(....) 다행히 호텔이 정류장에서 멀지 않아 5분여 만에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를 맞은 여행 사상 최소의 공간!


너무나 당황했는지 미처 사진도 찍어놓을 생각을 못했던 그 공간은, 뻥을 좀 보태자면 무이네 리조트의 화장실 만한 크기였다(.....) 나짱에 별다른 미련이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너무 대충 숙소를 선택했더니 이런 참사가.. 심지어 샤워기 수압이 너무 낮아서 나중에 씻을 때도 고생이었다. 아무랬든 배도 고프고 할일도 많았던 우리는 급히 호텔방을 빠져나왔다.


먼저 우리가 급하게 처리해야 했던 것은 내일 나짱 공항으로 갈 차편 예약. 먼저 우리가 묵는 호텔에서 대충 물어보고 분명 차편을 파는 티켓 오피스까지 "걸어갈 만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발걸음을 뗐는데.... 우리가 초행길이라 다소 헤맨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멀었다(.....)


(와 예쁘다)


(기념사진 with 닭)


물론 덕분에 예쁜 나짱 거리 구경을 실컷하긴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설 맞이 행사를 하는 것 같았는데, 나짱에 오래 머물렀다면 이것저것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운 부분.


(해냈다 해냈어)


체감상 30분은 넘게 걸어서야 겨우 도착한 티켓 오피스에서 겨우 공항행 버스 티켓을 획득한 뿌&꾸. 그래도 가격적인 면에서 깜란 공항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으므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나짱 공항 버스 타는 곳은 여기)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밥 먹기!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일단 큰 길까지 나가서 택시를 탄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이놈의 새로산 심카드가 또 말썽이라는 데 있었다(....) 아까 분명 맛집을 찾아보고 나왔는데 이래서야 이 맛집이 어딨는지도 알 수 없는 지경... 하지만 시내쪽에서 아무렇게나 내키는쪽으로 걷다보니 그래도 겨우겨우 발견할 수 있었다! 땡스 갓!


어딘가에서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맛집이라는 포 홍이 우리의 행선지. 쌀국수가 맛있다는 말에 일단 쌀국수 하나 시켜주시고, 껌승에 희한한 해산물 볶음밥까지 정신없이 다 시켰다. 여행은 과식이 제맛!


(쌀국수 = clear, 볶음밥 = start)


(껌승 = 끝난 목숨)


결론적으로 쌀국수는 거의 최고였고, 껌승도 전날 먹었던 질긴 껌승과는 차원이 달랐다. 심지어 야채 볶음밥까지 맛있었다니 말 다한 것... 나짱에 왔을 때 우리의 피로도는 거의 최고조에 달했었는데, 이 맛집 한 방에 많이 치유가 된 것 같다.

(우리가 찾아 헤맸던 포 홍의 위치는 여기)


밥까지 든든하게 먹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던 우리. 다음 목표는 바로 공항 버스 터미널로 걸어가면서 봐두었던 야시장이었다. 다소 헤매긴 했지만 야시장까지 도착 완료!


(사람들로 가득한 야시장)


(한 여성이 냉장고 자석을 찾아 헤맵니다)


처음부터 목표는 하나. 바로 냉장고 자석이었다. 언젠가부터 여행을 간 곳에서 냉장고 자석을 사는 것이 취미가 된 꾸럭 여사. 마땅한 냉장고 자석이 없어 한참을 헤매다가 그나마 마음에 드는 자석도 가격을 깎고 또 깎아 득템을 할 수 있었다. 그러고보면 한국 돈으로 기껏해야 천 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 아이템인데... 여행을 하다보면 어느새 현지 물가에 동화가 돼 버린다.


문제는 저걸 사고 돌아가는 길에 들렀던 편의점에서 나오다가 냉장고 자석 하나를 내가 분질러 먹었다는 것(....) 본드로 붙여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던 그 자석은 아직 내 가방 안에서 잠자고 있다..


어쩌면 도시에서 도시로, 호텔에서 정류장으로 이동하느라 시간을 모두 써버린 넷째날. 그래도 적당히 추억을 가득가득 쌓고 들어온 우리는 좁은 침대에 몸을 누이고 금방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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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7. 1. 30. 03:12

뿌&꾸는 이날도 어김없이 짧은 수면을 마치고 일어나야 했다. 기상 시각은 3시 반. 샌듄에서의 인생샷을 꿈꾸는 꾸럭 여사는 시간에 맞춰 일어났지만, 체력이 바닥을 뚫고 나올 지경이던 나는 30분 여를 더 뒤척인 뒤에야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약속한 시각인 4시 반, 리조트 정문 앞으로 나갔더니 머지 않아 지프 한 대가 우리를 태우러 왔다.


("이름은 확인해야 하지 않아?")


졸림 반 기대 반 지프를 타고 한 5분쯤 달렸을까, 갑자기 운전 기사가 전화를 받더니 차를 돌린다. 우리를 잘못 태웠다는 것(...........) 영상에서 보듯 우릴 태울 때 아무 확인을 안 해서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런 불상사가.... 결국 다시 우리를 내려주고 리조트 앞에 있던 다른 사람들을 태우고 가버린 지프차. 한참을 기다려도 우리를 태울 지프차가 나타나지 않아 조바심을 냈지만, 이윽고 다행히도 우리 차가 나타났고, 무사히 차로 30분 정도는 걸리는 화이트 샌듄으로 향할 수 있었다.


(나는 어디 여긴 누구?)


모두 7명이 자그마한 지프차에 7명이나 되는 사람이 타다보니 맨 마지막으로 차에 탄 우리 자리는 지프차 뒤 짐칸 같은 곳이었다. 안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고, 사방이 다 열려 있어서 뭐라도 떨어뜨리거나 우리 자신이 떨어지지 않을까 다소 무섭기도 했다(...)


아슬아슬 주행 끝에 결국 지프 투어의 첫 장소인 화이트 샌듄에 도착하기는 했는데, 내려만 주고 대충 언제까지 돌아오라는 말 외에는 어떻게 올라가라든지 아무 말이 없는 지프 기사님(.......)


(이봐요 형씨 뭘 어쩌라는 거요)


그래서 기존에 꾸럭 여사가 알아온 정보를 총 동원해서 묻고 묻다보니 걸어서 샌듄 꼭대기로 올라가든지, 아니면 1인당 20만 동(!)을 내고 ATV(오프로드용 4륜 오토바이)에 실려 올라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꾸럭 여사는 주저없이 ATV를 선택했다. 베트남 물가를 감안하면 매우 비싼 값이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참 잘한 결정이었다(....) 사막의 푹푹 빠지는 모래를 몇십분 걷는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화이트 샌듄의 꼭대기에 다다른 뿌&꾸.


(아아)


(우리가 사막에 와분 것이여)


난생처음 가본 사막은 참 생경했다. 사실 사막이라고 해봐야 조그마한 사구, 그러니까 모래 언덕배기에 불과했지만, 주변 풍경이 이것저것 다 신기해보였다.


(인생샷을 찍어보자)


구름이 좀 끼어서인지 해가 뜨는 장면을 명징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사막에서 좋았던 다른 한 가지. 바로 썰매!


(아유 이게 진짜 왔다여)


만약 무이네 화이트 샌듄에 간다면 썰매 아주머니 등등이 마구마구 호객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제시 받은 가격은 1인당 5만 동 이었는데, 둘이 합쳐 9만 동에 탔다. 한국 돈으로 따지면 4천 5백 원. 저거 하나 빌려주고 뭔 그렇게 돈을 받냐 싶을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만하다. 참고로 레드 샌듄에서는 이것보다 더한 썰매 호객이 계속되는데, 높이로 보나 뭘로 보나 화이트 샌듄에서 타는 것이 훨씬 낫다고 본다.



("이거 가나? 으우어, 어? 와아아아어어어어")


썰매를 몇 번 정신 없이 타다보니 어느덧 내려갈 시간. 두어번 밖에 타지 못해 아쉬워하는 꾸럭 여사와 함께 다시 ATV를 잡아타고 화이트 샌듄 입구로 내려갔다. 참고로 내려올 때는 누가 누구를 태워줬는지 모르는 상황이라 아무 거나 잡아 타고 내려오면 되더라는(....)


(씐나 씐나)


그러고보니 ATV로 샌듄 정상에서 썰매처럼 타고 내려오는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있었는데, ATV 기사에게 팁을 얼마 주면 가능하다는 정도로만 들었었다. 우리는 왠지 무서워보여서 시도하지 않았다(....)


우리는 시간에 맞춰 내려왔건만, 내려온 사막 아래에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지프차에서 내릴 때 차 번호판도 확인하지 않았던 상황. 지프차 기사님이 어딨나 한참 찾아봤더니 뭔가 도박 비스무리한 거에 빠져 헤어나올 줄 모르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사진이나 찍자)


결국 약속한 시간을 한참 넘겨서야 함께 지프에 탔던 중국인 커플&가족이 내려왔고, 조바심이 나 궁시렁궁시렁 댔던 뿌&꾸는 레드 샌듄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우리가 조바심을 냈던 이유는 조금 뒤에 등장한다(.....)


(잠시 동안의 풍경 감상 타임)


지프를 타고 달린다는 점은 매우 신이 났지만, 날이 밝으니 어째 주변 사물이 더 명확하게 보여서 그런지 지프 추락(....)에 대한 공포감이 스멀스멀 밀려오기는 했다. 떨어지지 않도록 철제 안전바를 꼭 잡고 공포심을 이겨낸지 이십여분. 우리는 겨우 레드 샌듄에 도착했다.


(호갱님들 오셨쎄요)


도착한 우리를 맞이한 건 일군의 썰매 호객꾼들. 바짝 붙어 따라오며 그들의 영업력을 발휘하려 했지만, 이미 화이트 샌듄에서 썰매를 맛본 뒤인 데다 주어진 시간도 겨우 20분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공략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그리고 길 건너에 있는 레드 샌듄으로 출발! 모래에 푹푹 빠져들어가는 사막의 위엄을 몸소 체험하며, 다시금 화이트 샌듄에서 ATV를 탔던 결정이 옳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사막이다 사막)


화이트 샌듄은 왠지 모르게 백사장(....)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규모는 훨씬 작았지만 레드 샌듄은 우리가 생각하던 사막의 이미지에 훨씬 들어맞았다. 우리는 바로 사진 찍기 삼매경 모드에 들어갔고, 꾸럭 여사의 인생 샷 몇 개를 건져낼 수 있었다. 이로써 꾸럭 여사의 인생샷 미션은 온전히 달성!


(사막 정복자 꾸럭 여사)


(그리고 사막 비행 청년)


한참의 사진 찍기가 끝나고 우리는 약속된 시간에 맞춰 레드 샌듄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중국인 가족은 더 일찍 내려와 지프 차 옆에 서 있는데, 커플 두 명이 도통 내려올 생각을 않는 게 아닌가? 앞서도 잠깐 언급했듯 우리는 계속 조바심이 나 있는 상태였는데 말이다(...........) 


모든 것은 무이네 베이 리조트의 조식 시간 때문이었다. 9시 반까지만 운영하는 조식을 먹기 위해서 9시까지는 리조트로 돌아가야했는데, 레드 샌듄에서 내려왔을 때 어느덧 시간이 8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네 마음을 알리 없는 커플은 도통 내려올 생각이 없어보였고, 아쉬운 대로 조식대신 텁텁한 목이라도 적시려 옆에 있는 구멍가게를 찾아 생수 한 통 값 얼마예요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뭐? 11만 5천 동(=5750원)?


(안 사요)


한국 관광지에서가 생수 한 통에 2천 원에만 판다손 쳐도 와, 이건 바가지다 할텐데 베트남에서 물 한 통에 5천 원을 넘게 받고 팔아먹으려 하다니... 옆에 돈 다른 관광객들은 제법 사 먹는 모양이었는데 우리는 어이가 없어서 그냥 목마름을 참기로 했다. 


건조해진 목구멍 덕에 좀 더 화가 솟구친 상태에서 출발을 기다린 우리는 체감상으로 영겁의 시간을 기다려서야 사진을 찍으며 여유있게 내려오는(............) 커플을 목도할 수 있었다.


(꾸착 완료)


해가 떠오른지도 시간이 꽤 지나 돼 미칠 듯이 쏟아지기 시작한 햇살을 벗삼아 도착한 세번째 목적지 피싱 빌리지. 사전 조사를 담당한 꾸럭 여사에 의하면 보케 거리에 나가지 않고 이곳에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댔는데...


(아니 이건 대체 무슨 냄새쥬)


비린내와 썩은 내가 진동을 해 잠시잠깐 계단을 내려갔다 금방 올라와버렸다. 웬만큼 비위가 좋지 않고서야 저기서 뭘 먹을 수 있을까?


그래도 얻은 것도 있었다. 지프 차가 세워진 곳 옆에 가게가 있길래 혹시나 해서 음료수와 물을 집어들고 물어봤더니, 둘이 합쳐 1만 5천 동(........) 이라는 것 아닌가. 그래 이게 정상이지. 아까 바가지를 쓰지 않았다는 승리감에 목까지 축이자 잃어버린 수면 시간을 보상 받는 듯 힘이 벌컥 솟아났다. 으자자자.


지프 투어의 마지막 행선지는 요정의 샘. 사실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꽤 좋았다. 뜨거운 햇살은 나무 그늘이 가려주고, 신발을 벗고 황톳빛 물에서 올라오는 냉기에는 청량감마저 느껴졌다.


(찰박찰박)


근데 여기 별칭이 리틀 그랜드캐년이라는데 왜 그런거지? 싶었는데,


(안녕하세요 그랜드 캐년입니다)


결과적으로 납득을 하기는 조금 힘들었다(...............) 요정의 샘에서 주어진 시간 역시 20분 남짓이어서 충분히 그 위엄을 맛보지 못한 걸 수도 있었을 듯. 


아무튼 조식 데드라인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던 시간 탓에 점점 더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 우리. 


계속해서 중국인 가족&커플을 괜히 눈을 부라리며 바라보는 식으로 눈치를 줬고, 작전(?)이 성공했는지 그들 무리를 모두 이끌고 요정의 샘을 빠져나왔다.


그때 시각은 8시 40분쯤. 아무래도 오늘 조식을 먹기는 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는데, 그 순간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지프차 기사님이 우리만 지프에 태우더니, 다른 일행에게 10분만 기다리라고 말을 던져놓고 우리 먼저 숙소로 데려다주는 게 아닌가. 무이네 베이 리조트가 요정의 샘 근처인 데다 다른 일행 숙소와 반대방향이라 먼저 데려다 주는 것인 듯했다. 괜히 눈치줘서 일찍 요정의 샘에서 나오게 만든 다른 일행에게는 살짝 많이 미안(............)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부리나케 숙소로 달려가 조식 쿠폰을 챙겨온 꾸럭 여사 덕에 넉넉한 시간에 조식 부페에 입성한 뿌&꾸. 들어가자마자 자리를 잡고 주변을 살펴보니 생각보다 메뉴도 적고 식당이 좁은 듯해 살짝 실망하던 참이었는데....


(애걔?)


(힁 속았지)


알고보니 식당은 리조트 건물 내부의 중앙정원까지 이어져 있었고, 애초 봤던 메뉴x2가 이어지는 복도와 중앙정원에 위치해 있었다. 반쎄오와 쌀국수는 물론 소시지부터 빵, 과일, 각종 음료에 이르기까지 메뉴도 각양각색!


(야무지게 묵자)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아침 식사가 끝나고 힘이 난 뿌&꾸. 배도 부르겠다 체력이 충전된 듯한 느낌에 오늘 하루의 계획을 바꿔보기로 했다. 원래의 계획은 아침을 먹고 리조트에서 눈을 좀 붙인 뒤 오후에 수영을 즐기는 것. 하지만 그러기엔 햇볕이 쨍쨍 내려쬐는 날씨가 너무 아까웠다.


전날 미칠 듯한 강풍 속에서 수영을 한 터라 아쉬운 참이었는데, 이 날씨가 바뀌어버리기 전에 얼른 물놀이를 즐기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초큼 늦으셨습니다)


선베드가 남아돌았던 어제와는 달리 수영장은 이른시간부터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몇몇 비어있는 곳으로 돌진하다 자신의 자리임을 과시하는 러시아님들에 괄시도 당하고(....) 우여곡절 끝에 선베드를 맡은 우리는 본격 물놀이를 시작할 수 있었다.


(어린이용 풀에서 수영에 도전해보지만)


(선택은 튜꾸동체)


너무 신이나 전자담배를 목에 건 채 물에 몸을 던지는 해프닝(.........) 등이 있었지만, 따뜻한 날씨 속에 수영도 맘껏 할 수 있었고, 선베드에 누워 따뜻한 남쪽 나라의 햇살을 한껏 즐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상팔자여)


그 다음의 코스는 바로 마사지.


별채처럼 외따로 떨어진 정자에서 마사지를 받았는데, 원래 정가인 50만 동에서 10만 동을 후려치는(.............) 업적을 달성했다. 마사지사 두 분에게 팁 2만 동 씩을 준 걸 합하더라도 1만 1천 원에 호화 마사지를 받은 셈.


(코리안 너님 혹시 도둑놈이세요?)


그러고보면 이날 이때의 시간은 우리 4박 6일 여행에서 유일한 여유 시간이었다. 원래 보케 거리로 나가 점심을 먹을까도 생각을 했지만, 여유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그냥 리조트 안에서 점심도 해결하기로 했다.


꾸럭 여사가 미리 알아봤던 정보에 의하면, 가격은 비싼 데 맛은 별로라던 리조트 내 음식. 레스토랑에 간 우리는 먼저 슬쩍 가격표를 보았는데, 런치 메뉴로 8만 9천 동에 두 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고 쓰여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보니 우리에겐 최고였던 리조트 조식 부페에 관한 관광객들의 평도 썩 괜찮지는 않았었던지라 악평에 대한 걱정을 뒤로 한 채 요리를 시켰는데...


(두 가지 메뉴 나왔습니다 호갱님)


악평은 사실로 밝혀졌다(...........) 다행히 저 것 말고도 스테이크 메뉴 하나를 더 시켜둔 덕에 좀 부족한 듯했지만 점심 식사를 무사히 마칠 수는 있었다.


(거봐 내가 별로일 거랬지?)


원래대로라면 밥을 먹고 나서 잠을 좀 잤어야 했는데, 자는둥 마는둥 조금 자고 나니 몸은 피곤한데 영 더 잠이 오지 않았다. 이 시간을 어찌 때울까 고민하던 나. 그리고 그 고민 끝에 역대급 뻘짓을 시작하게 된다.


(한 켠의 크고 아름다운 욕조를 보라)


전날 리조트에 도착해서 숙소를 봤을 때부터 강렬하게 솟아올랐던 욕망은, 저 욕조를 따뜻한 물로 가득 채워보고 싶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무이네 베이 리조트에는 온수가 계속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보통이라면 그냥 포기하고 말겠지만, 의지의 한국인 배뿌유는 그러지 아니하였고,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야 말았다.


(아니 이것은!)


해결책이란 바로 전기 포트기를 이용해 끓인 물을 욕조에 붓는 것이었다(................) 처음엔 미지근한 물을 좀 받아놓고, 끓인 물을 몇 번 부으면 간단하게 온천 완성!일 줄 알았는데, 고작 1L 남짓이 될까말까한 뜨거운 물 몇 바가지로 욕조를 채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당연히 어불성설 OTL. 결국 몇시간 뒤 미온수(?)에 5분간 몸을 담그는 것으로 거대한 삽질의 여정은 막을 내렸다.


(꾸럭 여사의 밀착 취재.avi)


쉬고 난 이후인데 이상하게 피곤한(.........) 상태로 다시 나선 보케 거리에서 우리 목표는 두 가지였다. 바로 네이버 블로그에서 본 숨겨진 맛집 정복과 언젠가부터 갑자기 작동을 멈춘 심카드 교체.


리조트 안에서야 와이파이가 터지니 문제가 없었지만, 아침나절 지프투어때부터 먹통이 확정된 심카드 덕택에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그 자리에 있다던 맛집은 보이지 않고, 인터넷은 안 되고. 차선책으로 다른 음식점을 찾아보려고 해도, 불 꺼진 곳 반에 파리만 날리는 곳 반이었다. 몇km를 걷고 또 걷다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심 카드라도 먼저 사보려 시도해 보았지만... 


(우린 안 될거야)


저녁 8시가 넘어 개통절차를 밟을 수 없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 게다가...


("고기 질기지?")


우여곡절 끝에 고른 식당 마저도 그저 그랬다(..........). 소고기는 질겼고, 돼지고기 요리인 껌승은 서걱서걱 거려서 무슨 맛인 지 모를 지경... 그나마 야채 볶음인 모닝글로리가 먹을만해서 다행이었지만.


우울한 저녁 식사를 마친 우리는 웬일로 그렇게 잘 잡히던 택시마저 안 잡히는 상황에 당황하다 겨우 숙소에 도착해 기진맥진한 몸을 누일 수 있었다.


그러고보면 참으로 험난한 하루의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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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7. 1. 30. 00:47

전날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강행군(인천->하이퐁->호치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제 시간에 일어난 뿌&꾸.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6시가 좀 넘은 시각 무사히 호치민 호텔을 빠져나왔다.


(룰루랄라 날씨 맞춰 옷도 가볍게 갈아 입고)


베트남에서 제일 큰 도시라는 호치민 구경을 좀 하면 좋으련만... 6시 반부터 여는 버스 회사 신투어리스트(이하 신카페) 사무실에 가서 7시에는 버스를 타야하는 우리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일정 누가 짰다고? 너님요 너)


그나마 숙소와 사무실이 가까워 금방 제 시간에 도착한 우리. (그러고 보면 우리가 묵었던 호치민 헬로 하우스가 가격도 착하고 위치도 참 좋다. 방도 무지막지하게 좁지는 않았고....) 하지만 꾸럭 여사님이 염원하던 스타벅스(for 기념 머그컵 득템) 방문은 결국 이뤄내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버스 티켓을 예약해서 별다른 등록 절차는 없을 줄 알았는데, 예약을 증명하는 서류를 내고 도장을 받고 해야 버스 티켓으로 비로소 바꿔주었다.


(이른 아침부터 몹시 붐비는 호치민 신카페)


그래도 무사히 티켓 교환에 성공하고 건너편 노점에 파는 2만 동짜리 반미까지 하나 먹으면서 체력 업, 기분 업업!


(꾸럭 여사(29, 반미 러버))


이상하게 7시가 넘어도 온다던 버스는 오지 않았지만, 이미 전날 Jestar의 딜레이로 베트남 타임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던 우리는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사히 그 유명한 신카페 슬리핑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 음 그런데 이거 맨 뒷자리네....?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이제 잡시다)


맨 뒷자리는 엔진소음 때문에 시끄럽다는 평이 있었는데, 나의 경우는 그다지 거슬리지 않았다.(계속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그럴지도) 다만 맨 뒷자리는 다른 자리와 달리 각도 조절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확실하지는 않음). 내가 창가 자리로 내몰린(?) 것은 창가에 등장한 개미에 질겁한 꾸럭 여사 때문이었는데, 나중에 나짱으로 갈 때 탄 다른 회사 버스에서도 개미가 출몰한 것으로 봐서 베트남에서는 딱히 진기한 풍경은 아닌 듯(....) 다만 확실히 신카페 버스 쪽이 낡아보이긴 했다.


버스 와이파이를 이용해 룰루랄라 음악을 들으며 여행을 즐길 생각이었는데, 중간에 와이파이가 됐다 안됐다 했고, 심지어 어제 샀던 모비폰 3G 마저 먹통이 되는 현상이 발생! 그래도 너무 피곤했던 우리는 중간 중간 잘 잤던 것 같다. 국내에도 슬리핑 버스 도입이 시급하다!! 무이네에 도착한 것은 예정보다 다소 빠른 12시 반 쯤.


(호텔 가는 택시 타실래여?)


전날 택시 바가지를 썼던 기억이 나 택시 호객꾼을 뒤로 하고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택시 가운데 하나를 골라탔다. 베트남 가기 전 되도록 녹색 택시를 타라는 글을 보고 갔었는데, 어차피 바가지 씌우려면 녹색이나 아니나 똑같다. 하지만 미터기가 있는지는 꼭 확인하자(.....) 이 얘기는 추후에..


숙소에 입성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들른 곳은 식당 Gia Huy(쟈 후이).


(새우 마시쩌 냠)


오징어 구이, 쌀국수, 새우 요리 등등을 시켜먹었는데, 꾸럭 여사는 매우 만족했다. 개인적으로는 그 이후에 먹었던 모든 것과 비교했을 때 평타 정도?. 가격은 저렴했고, 무이네 대부분의 식당이 맛이 별로거나 바가지를 씌우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나쁘지 않은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이제 숙소를 가려 택시를 잡으려 했는데, 여기서 정말 웃긴 택시 기사 한 명을 만나게 된다. 일단 녹색 택시가 아니었기에 불안감이 있었는데, 트렁크를 실으면서 꾸럭 여사에게 화이트 샌듄을 보면서 리조트로 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은근슬쩍 물어보는 것 아닌가.


("화이트 샌듄 오케이?" "노노노노노")


하도 어이가 없어서 아예 택시를 안 타려다가, 아니라고 리조트로 바로 간다고 손을 내두르는 택시 기사를 뿌리치기도 민망해서 결국 타긴 탔다. 그런데 그 때부터는 화이트 샌듄 택시 투어를 무지하게 호객해댔다


(아예 택시에 이렇게 홍보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우리는 값싸게 지프투어를 할 계획이었기에 관심 없다고 했지만, 계속해서 택시투어가 짱이라고, 지프 투어 사람 많고 별로라고 호객을 하는데... 나중에는 그냥 둘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택시 요금 바가지는 안 씌우더라.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사람이 나쁜 건 아닌데, 호객을 에둘러 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순진한 아저씨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여차저차해서 우리의 숙소인 무이네 베이 리조트에 무사 입성! 


(어서와 리조트는 처음이지?)


(우와 여기 짱이닷)


(방이 짱 넓엉)


(화장실도 넓단다 얘야)


계속해서 감탄에 감탄의 연속이었다. 하긴 뭐 이런 리조트를 평생 와봤어야 말이지... 일단 일반 숙소보다 1만 원 정도는 더 비싼 방갈로형 숙소를 택했던 게 신의 한 수였다. 그래봐야 1박에 8만 원 수준인데... 호화스럽기 그지 없었다. 숙소에 감탄하며 피곤함을 뿌려치고 기력을 회복한 뿌&꾸. 내친김에 원래 방 안에서 좀 쉬려던 계획을 수정해 물놀이까지 해버리자 싶어 수온을 체크하러 떠났다. 그날 무이네에 바람이 몹시 불어 생각만큼 따뜻하지 않았기 때문.


(좀 차갑긴.. 한데 쩜쩜쩜. 괜찮겠지?)


수온이 다소 낮긴 했지만 그냥 에라 모르겠다 수영을 해보자 싶어 숙소에 다시 돌아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떠났다.


(가릴 건 다 가렸는데 왜 난 부끄러운가)


정말이지 오랜만의 수영복 차림에 부끄러움을 느낌과 동시에 아 살을 빼긴 빼야겠구나 운동을 하자는 등의 결심을 하며 수영장에 도착. 그리고 꾸럭 여사와의 물놀이 삼매경에 빠졌다. 당장 물이 차갑긴 했지만 물 안에 들어가 있으면 견딜만한 수준이어서 다행이었다. 얼마전 베트남 다낭에 다녀온 김 모 씨가 이 악물고 수영했다는 말을 들었기에 걱정이 많았는데... 무이네가 다낭보다 더 남쪽이어서 괜찮지 않았나 싶다.


(슬슬 들어가볼까)


(요렇게)


이 날 최고의 반전은 배영까지 마스터 했다던 꾸럭 여사가 사실은 맥주병이었다는 것. 출국 전부터 왜 이렇게 튜브를 살까말까 고민을 하나 했더니.... 결국 리조트에서 어린이용 튜브를 사야만 했다. 가격은 8천 원 정도였는데.. 아마 밖에서 구매했으면 더 싸게 살 수 있었을 듯.


("선생님 튜브가 너무 작아요" "아니야 네가 큰 거란다")


잠깐의 수영에 지쳐버린 뿌&꾸. 잠시 수영장 주변의 선베드에서 모히또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마침 4시부터 6시까지는 해피타임이라 모히토가 1+1. 3000원에 망고 모히또 두 잔을 마실 수 있었다. 그런데...


(아.. 왜 저기다 놨을까....)


위에 보이듯 고리에 껴놓은 튜브가 바람에 휘날리다 모히또 잔을 강타하는 바람에 얼마 먹지도 않은 모히토 잔이 떨어져 박살이 났고(....) 다행히 근처에 있던 꾸럭 여사가 다치진 않았지만.. 1+1은 무슨 그냥 1을 먹은 꼴이 돼 버렸다. 이 시점의 교훈 : 바람 불 때 밖에서 모히또 먹지 맙시다(.....)


결국 물놀이에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에 들어갔는데, 여기서 발견한 충격적인 무이네 베이 리조트의 단점. 따뜻한 물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끊긴다.(...........) 처음에는 아예 따뜻한 물이 안 나와서 리셉션에 고쳐달라고 해서 고쳤는데, 그 이후 뜨신 물이 나오긴 나오는데 5분 이상 지속되기가 힘든 정도였다(.........) 차갑지 않은 정도의 미지근한 물만 계속 나오는 상황. 리셉션에 물어보니 우리가 따뜻한 물을 너무 오래 써서 그런 거라고(응?) 생각해보면 사시사철 따뜻한 동네이다보니 왜 굳이 뜨끈뜨끈한 물을 계속 뿜어낼 필요가 없어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다른 베트남 숙소에서는 이런 적이 없었던 지라 그것만으로는 뭔가 설명이 안 되는 듯한 느낌(....)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샤워를 마친 우리. 그런데 거의 제대로 쉴 틈도 없이 Bờ Kè(보케)거리로 나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왜냐하면 언제나 그랬듯 꾸럭 여사가 배고프니까(........)


이번에 선택한 곳은 The Food Court Đông Vui(동 부이). 무게 속이고, 가격 속이는 일이 빈번하다 못해 일상인 보케 거리에서 그나마 믿을만한 곳이라 해서 갔는데..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새우느님도)


(가리비느님도)


(랍스터느님은 물론!!!)


(완전 맛있어 내 스타일이야)


진짜 너무너무 맛있어서 닥치는대로 와구와구 먹었던 것 같다. 깔끔한 인테리어치고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랍스터는 어딜 가도 비슷한 1kg에 70만 동이었는데, 처음 주문하고 잠시 뒤 점원이 오더니 미안한데 1kg짜리 랍스터가 다 나가고 600g짜리밖에 없다면서 40만 동에 해도 괜찮겠느냐고 묻는 게 아닌가! 아닌 말로 랍스터에 랍자도 모르는 우리같은 관광객이 그냥 주면 아 이게 1kg인가보다 하고 먹을텐데.... 무이네에서 보기 드문 솔직함과 친절에 감동 또 감동. 혹 무이네를 갈 사람이 있다면 정말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십수개의 레스토랑이 모여 있어 해산물 포함 웬만한 음식은 다 파는 듯.


(위치는 바로 여기)


문제는 맛있는 저녁을 먹은 그 다음부터였다. 저녁을 먹고 다음 일정인 나짱 가는 버스와 지프 투어를 예약하기로 했던 뿌&꾸. 동 부이에서 무이네 신카페가 멀지 않아서 배도 꺼뜨릴겸 느적느적 걸어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도착한 사무실에서 우리가 원래 타려던 아침 7시 버스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망)


그래서 결국 다른 버스 회사를 알아보러 가려니 위치가 애매해 택시를 타고 가려는데.. 택시를 잡고 보니 아까 화이트 샌듄 구경시켜주겠다고 호객하던 그 택시 기사인게 아닌가.


(헤이 코리안. 우린 다시 만나게 될거야)


이쯤되면 진짜 운명인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그 택시를 타고 탐한 버스 있는 데로 데려다 달랬더니, 알고보니 그가 우리를 내려준 것은 한카페(....) 크게 다를 것은 없었겠지만 아무튼 우리는 참 두 번 연속 곤란함을 겪게 됐더랬다. 거기에 지치고 당황한 나머지 버스값을 깎을 생각도 못하고 인당 40만 동을 내고 나짱가는 슬리핑 버스 티켓을 끊은 것도 안 자랑(....).


신카페에서 없었던 7시 버스는 한 카페에도 없어서 오후 1시 버스를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나짱에서 가려고 했던 빈펄랜드 워터파크는 저 멀리 멀리.... 그래도 바로 옆에 있던 여행사에서 지프 투어는 인당 12만 동이라는 착한 가격에 예약할 수 있었다.


(새벽 3시 기상 괜찮겠어 뿌유?)


우리는 선라이즈 투어와 선셋 투어를 놓고 한참 고민을 했었는데, 몸은 정말정말 피곤했지만, 그래도 내일 일정을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 선셋 투어의 더위를 피하기 위해 과감하게 선라이즈 투어를 신청했다.


동 부이의 아름다운 맛을 금세 잊을 만큼 험난한 저녁 일정을 마치고 귀가한 우리는 또 몇 시간 자지 못할 잠을 조금이라도 더 자기 위해 얼른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었다. 진짜 며칠째 제대로 못 자는 거지......


(얼른 자자 후딱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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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7. 1. 29. 21:10

마침내 여행을 떠나기 전날. 하지만, 자고 일어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가 타야하는 비행기는 오전 7시 출발. 그말인 즉슨 넉넉하게 5시쯤엔 인천공항에 가 있어야 한다는 거고, 그러려면 3시 반쯤 출발하는 서울역발 인천공항행 버스를 타야한다는 거고, 그러려면 2시에는 일어나야 한다는 거고.... 뭐? 2시?


(이게 모닝콜이면 브런치가 디너여)


하지만, 퇴근하고 급하게 짐을 싸봤더니 이미 밤 11시. 유달리 그주 일정이 빡셌던지라 이미 잠이 부족한 상태였는데 이 여행 괜찮을까?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리고 이 우려는 후에 현실이 됐다.


어쨌든 잠 안 자고 일어나는 것만은 자신 있는 의무소방 출신 겸 하리꼬미 완주자로서 무사히 일어나 눈밭을 헤치고 서울역을 거쳐 마침내 인천공항을 도착한 시각은 새벽 4시 반. 꾸럭 여사 역시 졸린 듯한 표정으로 잠시 뒤 도착했다.


(새벽 4시 인천공항에서 보는 달은 참 이쁘단다)


(눈꺼풀이 계속 내려온다...........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은 베트남 하이퐁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5시간 동안 꿀잠을 잘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는데. 이 희망은 곧 무참히 깨졌다.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뒷자리에서 뭔가 꿈틀꿈틀대는 그림자. 4살짜리 왕성한 체력의 꼬맹이가 내 등받이 뒤에서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아 이번 여행은 잠과 인연이 없는 여행이 되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역시 그러했다. 비행기가 이륙해서 몇 시간여 동안 쉬지 않고 내 등받이를 고양이 꾹꾹이마냥 눌러대는 4세 소년. 이따금씩은 비행기 좌석에 달려있는 배식판(?)을 쿵쿵 내려찍어 나를 소스라치게 했다. 이건 뭐 꼬맹이한테 뭐라 할 수도 없고.. 뭐라 한다고 해도 듣지도 않고... 결국 녀석의 왕성함에 다크서클이 점점 흘러내리던 뿌&꾸는 최악에 가까웠던 비엣젯 기내식을 제대로 혹평할 기력도 없이 그가 지쳐 잠들자마자 그를 눈치채지도 못한 채 함께 잠들어버렸다.


(피땀눈무울 내 새까만 서크을)


반 쯤 넋이 나간 상태에서 도착한 하이퐁 공항. 우리의 숙면을 방해한 꼬마 악마(?)에게 눈을 한 번 흘겨주고, 마침내 베트남에 한 발을 내딛었다. 그런데 기분 탓인가, 왠지 공항이 너무 허한데?


(뭔가 있을 게 없는 듯한 기분이야)


애시당초의 계획은 이러했다. 우리가 하이퐁에 체류하는 시간은 7~8시간 남짓. 그 시간에 하이퐁 시내로 나가 맛있는 밥을 먹고 커피 한 잔 하고 구경할 거리를 좀 보다가 오는 것. 하지만 역시나 문제는 각각 10kg가 넘어가는 각자의 캐리어였다. 그래서 캐리어를 맡기고, 현지 심카드를 사서 장착한 다음 한국에서 바꿔온 미국 달러(USD, 이하 달러)를 베트남 돈(VND, 이하 동)으로 환전해 택시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 하이퐁 캇바이 공항에는 환전소도 코인락커도 심카드를 판매하는 통신사 부스도 없었다. 심지어 공항 직원에게 이를 물어보려 해도 영어조차 잘 통하지 않았다. 겨우 알아낸 것은 ATM이 공항 밖에 있다는 것 정도.


(있으면 뭣하나 쓰지를 못 허는데)


하지만 무슨 문제에서였는지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심카드를 못 사 인터넷도 안 되는 와중에 이것저것 씨름하다 공항 왼쪽편에 있는 잡화점에서 100달러를 200만 동으로 바꾼 다음 캐리어를 질질 끌고 하이퐁 시내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참고로 2017년 1월 21일 기준 100달러는 220만 동 정도와 바꿀 수 있었고, 우리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독점기업(....)에서 그리밖에는 못바꿔주겠다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베트남 택시 기사에게 DOWNTOWN이라는 말을 설명하는 데 계속 실패하는 와중에 써먹었던 사진 한 장.


(귀인의_도움.jpg)


인천공항에서 대기하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베트남 분을 한 명 만났었다. 그 분을 통해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됐는데. 1. 베트남은 지금 설날 연휴 기간이라는 것 2. 하이퐁에는 그다지 볼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하이퐁 맛집을 하나 추천 받았는데, 하이퐁 공항에 가서 심카드를 살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대충 이름만 알아두려는 나에게 한사코 사진을 찍어두라고 했던 귀인. 결국 이 사진을 택시기사에게 보여주고서야 택시를 탈 수 있었으니 그 귀인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어쨌을 뻔 했나! 감사합니다 귀인님 ㅜㅜ


결국 마침내 도착한 하이퐁 시내. 택시비로 15만 동이라는 바가지(하이퐁 캇바이 공항에서 시내까지 택시비는 정상적이라면 10만 동이 넘을 수가 없다. 이후 몇 번의 왕복에서 우리가 낸 최고 비용은 10만 5천 동 정도. 절대 처음 택시를 탈 때 얼마를 내야하냐 묻지 말고 나중에 미터기 나온 것 보고 내시길)를 쓴 줄도 모르고 즐겁게 도착한 우리의 첫 목적지는 Bánh Đa Cua Bể Bà Cụ(반 다 꾸어 베 바 꾸)라는 이름의 게국수 전문점이었다.


음식점에서도 역시나 말은 전혀 통하지 않았고, 다행히 옆자리에 앉은 베트남 귀인 시즌 2를 통해 겨우겨우 게국수를 주문한 우리. 그리고 너무나 지친 나머지 별 기대 없이 먹었던 게국수는..........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진심으로 핵꿀맛이었다!!!! 오오오 이것이 베트남의 국수구나 싶을 정도. 국수 두 그릇에 앞에 놓인 꿀맛 빵까지 필요이상으로 집어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낸 돈은 9천 원 정도(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것도 베트남 물가 치고는 비싼 것이었다.) 순식간에 게국수를 클리어 했지만 이곳의 명물 게튀김을 몰라 먹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 이것이 다 인터넷이 안 돼서였다ㅜㅜ 눙무리.... 엇. 그러고보니 지금와서 드는 생각인데 저 가게에서는 와이파이 되지 않았을까..?!


+ 정말 맛있었지만 베트남의 모든 음식이 그러하듯 게국수에도 고수가 들어간다. 이를 원치 않은 사람이 있다면 아래의 짤방을 꼭 보여주시라


(카피라잇 불명. 여행 동안 정말 잘 썼는데 혹시 누가 만든지 알려주시면 추가하겠습니다ㅜ)


아무튼 후다닥 국수를 먹고 당장 필요한 심카드를 위해 길을 떠났는데 쉽게 발견되지 않는 심카드 취급점. 가뜩이나 탁한 오토바이 매연과 횡단보도도 없이 어찌 건널 줄 모르는 길 덕에 멘붕에 빠져 있던 우리는 더더욱 멘붕의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심카드 파는 곳은 없고 온통 오토바이 뿐이유ㅠㅠㅠ)


결국 급한대로 겨우 판매점을 찾은 뿌&꾸. 원래 잘 터진다고 해서 우선적으로 고려했던 vinaphone 대신 급한대로 mobifone이라는 브랜드의 심카드를 둘이 합쳐 20만 동에 샀다. 20동이 1원이니 1인당 5000원에 산 셈!이지만.....


(애증의 모비폰)


요놈의 녀석은 결국 우리에게 큰 짐이 되고 말았으니.. 그것은 투 비 컨티뉴드.. 아무튼 심카드 까지 해결한 우리는 무거운 캐리어를 질질 끌고  베트남의 명물 커피집으로 향했다. 그것은 바로...


(이곳이 바로!)


(하이랜드 커피!)


베트남의 명물 하이랜드 커피(Highlands Coffee)! 카페에 도착해서 겨우 한숨을 돌리고, 맛 좋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의 여유도 즐긴 우리. 감사하게도 하이랜드 커피 종업원이 우리 짐을 잠깐 맡아주기로까지해서 남은 하이퐁 여정을 편안히 즐길 수 있게 됐다.


잠시의 여유를 즐긴 이후 근처 금은방에서 환전까지 완료한 뿌&꾸. 베트남은 은행 뿐 아니라 금은방에서도 환전을 잘 해주더라. 우리의 경우 주말 도착이라 은행에서 환전을 할 수 없었기에 유일한 선택지였다. 그런데도 거의 쌩 날강도에 가까웠던 하이퐁 공항 잡화점과 달리 100달러->226만 동으로 환전할 수 있었다. 총 환전한 돈은 앞서 환전한 돈을 합쳐 400달러 정도. 여행 끝까지 모자라지 않게 썼다.(다만 1달러 권의 경우 2만 동으로 교환. 고액권이 귀해서 환전이 더 잘 된다고 한다)


겨우겨우 여행의 필수요소(?)를 모두 갖춘 우리. 그런데 계속해서 내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출국하기 전 미처 자르지 못하고 온 머리였다. 아까 심카드를 사러 헤매다 슬쩍 봐두었던 거리의 미용실에 가려는 나를 꾸럭 여사가 다소 말렸지만, 모험심으로 가득한 나는 비엣남 헤어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 (왠지 토니 앤 가이에 좀 끌렸던 것 같다. 대통령님 헤어스타일 생각도 나고 먼산)


(이 너저분한 머리 좀 잘 잘라주세요 형님)


베트남의 미용기술은 놀라웠다. 일단 샴푸부터 매우 정성스러웠달까... 내가 머리를 자르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손님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 것이, 알고보니 이 근처의 유명한 가게였나보다. 머리를 자르는 동안 꾸벅꾸벅 졸며 부족한 잠도 좀 보충하니..드라이기로 정성껏 고데기까지 해주신 형님 덕분에 헤어스타일 완벽 재탄생!


(그리고 배쉬퍼피는 전설이 되었다)


머리도 잘랐겠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뿌&꾸. 다음 행선지는 꾸럭 여사가 사랑해 마지 않는 마트! COOP이었다.


(저는 마트를 사랑합니다. 먹을 게 많기 때문이죠)


(먹을 것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하이퐁의 중심지 공원. 미친듯이 많은 오토바이 덕에 목에 연기가 끼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긴 했지만, 선선한 날씨에 뛰노는 아이들을 구경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 프랑스 식민지 시절 지어졌을 오페라 극장은 인상적인 호치민 초상화를 제외하고도 참 볼만했다.


(꽃밭과의 어색한 콜라보)


(그리고 오페라 극장)


또 공원에서 왜인지 이승기를 닮은 베트남 청년을 만나 한국어로 한참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20살 대학생이라는 그는 나중에 한국으로 유학을 오고 싶다고 했다. 영어는 정말이지 지독하게도 통하지 않았던 베트남인데.. 한류가 참 대단하긴 대단하다 싶었다.


한참 공원을 산책하다보니 금방 배가 고파졌다는 꾸럭 여사. ("밥 먹은지 3~4시간 밖에 안 됐는데?" "^^....배고파") 결국 우리는 다시 맛집 검색에 열을 올렸고, 정말 몇 안 되는 하이퐁 관련 블로그글을 열심히 찾은 결과 공원에서 머지 않은 맛집을 찾을 수 있었다.


(나름 고급 음식점이라능)


그렇게 입장한 음식점은 Quán Ăn Ngon 3 Miền(꽌 안 응온 바 미옌). 굉장히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음식점이었는데 무작정 시킨 반쎄오, 분짜 등 세트와 볶음밥도 굉장히 맛있었고, 양이 너무 많아 다 먹지 못할 정도였다........


(음식도 맛있고)


(맥주도 맛있고)


맥주를 포함해서 우리가 낸 돈은 1만 원 언저리. 고 고급 음식점 맞냐능....


+ 비엣젯에서 인천<->하이퐁행 티켓이 저렴하게 나오는 상황에서 하이퐁을 들르는 선택을 하는 분들이 꽤 있을 거 같은데, 앞서 게국수집 반 다이 꾸어 바꾸와 꽌 안 응온 바 미옌은 꼭 한 번 가볼만 한 듯.

반 다 꾸어 베 바꾸는 여기




꽌 안 응온 바 미옌은 여기에 있다.



배가 부를 대로 부른 뿌&꾸는 감사하게도 짐을 맡겨둔 하이랜드 커피로 다시 출발. 너무 많이 걸어 다리가 아픈 꾸럭 여사를 설득해 부른 배를 꺼트리려 걸어가기로 했다. 덕분에 지나가는 길에 놀이공원(?)도 구경할 수 있었다.


(여기를 못 가본 게 아쉽. 놀이공원 마니아 길 모 씨랑 가야하나?)


금방 도착한 하이랜드 커피에서 짐을 찾고 다시 하이퐁 공항으로 출발! 아무 택시나 잡아타고 하이퐁 공항에 도착했는데, 공항으로 들어가는 입장료(?) 1만 동까지 포함해 9만 동이 나온 택시 요금을 보고 우리는 그제서야 처음 택시를 탔을 때 2배의 바가지를 썼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침울. 사실 그래봐야 한국 돈으로 따지면 몇 천 원 정도인데, 베트남 동 단위가 크다보니 작게 바가지를 써도 크게 느껴진다.


원래 8시 40분 출발 비행기라 두 시간은 일찍 도착한 하이퐁 공항. 그런데 이놈의 보딩 시간은 왜 이렇게 기약이 없지...?


(비행기가 안 와요)


결국 거의 10시가 다 돼서야 호치민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Jetstar 타시는 분들은 꼭 조심하세요...


(우리는 뭐다? 만신창이다)


간신히 호치민에 도착해 하이퐁과는 또다른 무더위를 후끈 느끼며 정신 없이 호텔을 찾아 간 우리. 호텔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내일 아침 바로 무이네로 향하는 버스를 타야했기에 최소 새벽 5시반 (....)에는 도착해야 했기에 대충 씻자마자 너나할 것 없이 뻗어버렸다.


(도착)


(그리고 꾸절)


누가 일정을 대체 이렇게 짠 거지?! ......음 그래 나네. 내가 문제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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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7. 1. 29. 17:52

여행을 가기는 가야겠고. 어디로 갈지를 한참 고민하던 뿌&꾸 커플. 주말을 붙여봐야 겨우 4박 5일이 나오는 상황에서 멀리 여행을 가기는 어렵고. 결국 아시아권 내에서 쇼부를 봐야하는데... 먼저 일본은 지진이 두려운 꾸럭 여사에게 KILL. 중국도 중국 유학파 꾸럭 여사의 한 마디("다시 중국을 돈 내고 가는 일은 없을 거야")에 KILL. 결국 남은 것은 동남아 정도인데.. 이곳저곳을 알아보다 떠오른 여행지는 바로 베트남이었다.


(ⓒ VietJet Air)


문제는 베트남에 가서 무엇을 할지 도통 정할 수가 없었다는 것. 베트남이 남북으로 기다란 나라이다보니 북쪽(하노이)로 가든 남쪽(호치민)으로 가든 하나를 정해야 했는데, 하노이의 호안끼엠 호수에도, 하이퐁 인근 하롱베이의 기암괴석에도, 호치민의 데탐거리에도 그닥 관심이 안 간다는 게 문제였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선택한 것은 하이퐁. 왜냐하면........ 그냥 제일 쌌으니까(..........)




(호치민이나 하노이 가는 가격의 반 값이었다)


행선지는 결정하였으되 도저히 무엇을 할 지 알 수 없었던 우리. 결국 베트남 및 동남아 전문가 우 모 씨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저기.. 베트남은 어디로 가야 좋을까요?


(무이네! 무이네로 가랏!!)


그리고 그의 강력한 추천에 마침내 무이네를 포함한 베트남 남부를 여행하기로 결정했..는데. 우리가 들어가는 건 베트남 북부 하이퐁인데 어쩌지?.

(어쩌긴 매우 뺑이를 치는 거지)


그렇게 별 선택의 여지 없이 하이퐁->호치민->무이네->나짱->하이퐁을 4박 6일만에 오가는 여행(이라 쓰고 극기훈련이라 읽는) 계획이 세워졌다. 이제 남은 건 세부적인 일정을 짜서 출발하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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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6. 5. 11. 22:00

드디어 마지막날 아침이 밝았다. 원래는 8시쯤 일어날 계획이었지만 몸이 천근만근인 관계로 다소 늦어진 기상 시간. 그동안 우리를 집처럼 품어준 신주쿠 숙소를 아쉬운 마음으로 떠나며, 놀며 보내는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체감했다.


(안녕 신주쿠. 언젠간 또 만납시다)


이날 우리의 계획은 종환이가 꼭 가보고 싶다는 츠키지 시장을 거쳐 지바 마린스 필드로 가 둘째날 "후지큐 하이랜드의 난"으로 밀린 야구장 관람을 마치는 것. 체크아웃을 하고 가는 것이었기에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는 짐을 둘 곳이 굉장히 중요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 이 시간에 왜이렇게들 많으신거죠?)


겨우 도착한 시장에는 사람이 넘나 많은 것이었고, 츠키지시장 주변의 지하철 역에는 코인락커가 없었다(....) 그나마 짐 둘 모두가 배낭이었던 난 좀 나았지만, 저 사람떼들 사이에 트렁크를 끌고 다녀야 했던 종환이와 기범이는..


(ZONA 힘들었다고 합니다)


매우(!) 힘들었다. 결국 시장 안쪽으로 들어갈 생각도 못한 채 헤매다 그나마 입구쪽에서 가장 가까운 스시잔마이 본점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유명 프랜차이즈의 본점이라 그런지 그 북적거리는 시장 한 가운데에서 줄을 30분쯤 서서 기다려야 했다.


(뭐.. 우리 줄서는 거야 어제부로 마스터 했으니까. 어라. 그런데 어디선가 본 익숙한 얼굴이..)


(이경재 원장님 일본 진출하셨나효?)


어느덧 30여분 여를 기다려 스시집 입성. 갓본의 스시는 어떨까 궁금증을 가득 품고 두근두근 스시를 기다렸다. 그리고 일본에 가서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는 그 스시님을 영접!


(스시님 나오셨습니다!)


그리고 와구와구 흡입. 맛있었다. 그런데 말로 전해들었던 것처럼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든지 하지는 않았다. 일본통 종환이 말에 의하면 최고급 스시는 아닌 것 같다고. 우리나라 초밥보다 좀 더 눅눅한 느낌이었는데, 원래 일본 스시가 이런 건가? 어쨌든 즐겁게, 또 맛있게 먹었다. 다음에 일본에 올 때는 더 맛있는 걸 먹을 수도 있을까? 어쨌든 무사히 식사를 마시고 급하게 츠키지시장 기행을 마무리한 우리는 입에 모찌 하나씩 물고 지바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300엔짜리 탐스러운 모찌님)


지바는 도쿄에서 조금 떨어진 도시. 애초에 삿포로행이 무산됐을 때부터 계획했던 지바행이었는데 아침부터 캐리어를 질질 끌고 다니느라 체력이 떨어져서인지 설레는 마음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반쯤 졸며, 반쯤 관성적으로 JR을 타고 1시간쯤. 우리는 지바에 도착해 내렸다.


(지바 역전. 묘하게 도쿄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어서와 지바는 처음이지?)


야구장이 가까워서 그런지, 역앞부터 장식돼 있는 야구 관련 조형물. 일본 답게 매우 모에모에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조형물 세울 돈으로 코인락커 몇 개 더 만들어줄 수는 없는 거였을까(....) 지바까지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온 우리는 어차피 공항으로 가기 위해서는 야구장을 들렀다 다시 지바역으로 돌아와야 했기에 원래 이곳에 짐을 맡겨두고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역 구석에 있는 코인락커가 정말이지 죄다 차 있는 것 아닌가. 대략 난감.... 야구 경기 시작 시간은 다가오고... 락커를 더 찾아볼 기력도 시간도 없었던 우리는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그냥 짐을 들고 야구장으로 향했다. 그러고보면 '당연히 되리라 생각했던 것이 안 되는' 상황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롯데 롯데 롯데 롯데♬)


 (QVC 지바 마린스 필드에 어서오셔유)


시간이 임박해 도착했기에 부랴부랴 티켓을 끊으러 갔다. 일본 여행 내내 우리들 내에서 일본어를 담당했던 우종환 선생의 위엄으로 티켓을 구해 입장을 할 수 있었다. (그러고보면 애초에 티켓을 다시 끊고 야구 관람일을 바꿀 수 있었던 것자체가 종환이의 공로였다) 입장하며 당연하게도 코인락커부터 찾은 우리.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스탭에 이끌려 코인락커 앞으로 갔는데... 역시나 이용할 수 있는 락커는 별로 없고, 그나마 있는 락커는 너무 작아서 우리 짐이 들어가지 않는 상황(....) 진짜 욕설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우리는 별 수 없이 짐을 질질 끌고 우리 좌석이 있는 4층으로 올라갔는데, 거기서 만난 스탭이 야구장측에서 아예 짐을 맡아준다는 것을 알려줘서 겨우 무겁디무거운 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짐 질질 끌고 다니는 사진이 단 한 장이 없다는 것이 그 당시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드디어 드디어 야구장 입ㅋ성ㅋ


(어라 야구장이 왜 이렇게 희한하게 생겼지? 궁금증은 바로 풀렸다)


사실 짐을 맡기고 바로 오오타니의 유니폼을 사서 입고 응원을 할 생각이었는데, 유니폼이 카드 결제가 안 된단다. 닛폰햄 유니폼이 엄청 유니크하고 예뻐서 꼭 사고 싶었는데ㅜㅜ 아쉬운 마음을 접어두고 좌석에 들어가기 위해 먹거리를 좀 사려고 했는데 어라. 이것도 카드가 안 된단다. 환전해온 돈은 돌아갈 차비를 제외하면 다 떨어져 없는 상태였고, 영어가 잘 안통해 확실하지는 않지만 주변에 ATM도 없다는 것 같은데.... 그럼 우리는 야구 보는 3~4시간 동안 공복 상태로 있어야 하나?.. 점심도 안 먹었는데?!


게다가 흐린 날씨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야구장에서 느껴지는 한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바로 외야 너머에 있는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해풍 때문었는데, 알고보니 마린스 필드는 해풍을 막기 위해 좋은 풍광을 포기하고 저렇게 세미돔 느낌으로 지어진 것이었다.


배는 고프고, 먹을 것이라고는 얼떨결에 무사히 가지고 들어온 정종 한 팩과 맥주 한 캔 밖에 없는 상황. 일단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일어나왔다. 그리고 영어 안 통하는 구장 직원을 붙잡고 한참 설명을 했는데..


"크레디토 카도. 오케이 샵. 아리마셍?????"


되지도 않는 일어로 한참을 씨름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영어를 그나마 좀 할 수 있는 직원이 나타났고, 그 직원에게 대충 상황을 설명하자 중국 음식도 괜찮느냔다. 지금 일본에서 중국 음식 먹겠냐고 투정부릴 땐가. 무조건 오케이를 외치니 따라오래서 따라갔는데... 그곳에서 믿지도 않은 신을 찬양할 뻔 했다.


(할렐루야!!!!! 크레디토 카도 오케데스입니다)


플러스 알파로 베이지색 모자를 쓴 점원은 영어도 그럭저럭 통하였다. 감탄하여 잠시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치킨 가라아게와 술을 시키려는데, 어라 따뜻한 정종도 있다고?!


(호뜨 사케 반자이!)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이것저것 사서 좌석으로 갔다. 종환이와 기범이는 내가 한참 안오길래 이 인간이 야구장 밖에 나간 줄 알았다고... 어쨌든 셋 다 감격스러운 마음은 매한가지였고, 음식을 와구와구 먹고, 한 번 더 사와서 또 와구와구 먹었다.


먹을 게 좀 들어가니 기분이 좋아져 즐겁게 야구 관람. 사실 오오타니는 우리가 간 다음날에 선발 예정이라 타석에서조차 볼 수 없었지만, 의외의 반가운 인물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는 바로...


(힛또 나바로~)


삼성에서 개그와 수비, 홈런을 담당했던 야마이코 나바로. 그러고보니 그의 출장정지가 풀려 경기에 출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시즌초반 죽을 쑤고 있는 삼성 타선을 보며 가뜩이나 그립던 그를 보며 혼자 신이 나서 나바로 응원가를 불렀다. 춥다는 핑계로 홀짝홀짝(x) 벌컥벌컥(o) 들이킨 정종 덕에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마구 소리를 질렀는데, 그런 나를 기범이와 종환이가 술취한 아재라며 놀려댔다(....) 한참을 소리지르고 재밌게 야구 구경을 했는데, 술로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날씨가 추웠던 데다 경기도 롯데 마린스 쪽으로 한참 기울어지는 분위기라 7회말쯤 구장을 뜨기로 했다. 그리고 그냥 가기 아쉬워 롯데샵에 가서 계획에도 없던 유니폼도 질렀다. 마킹은 애국심을 가득 담아 2군에 내려갔다는 이대은으로...


(제발)


(한국인이면)


(이대은 유니폼 삽시다)


기념사진을 찍고 지바역으로 돌아간 우리. 나는 버스에 타자마자 술기운에 그대로 곯아 떨어져버렸다. 그리고 눈을 떴더니 어느덧 어둑어둑해진 바깥. 길이 엄청 막혔는지 비행기 출발 시간이 아슬아슬할 지경으로 딱 맞춰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여긴 누구 나는 어디)


(어디긴 어디야 공항이지)


시간이 촉박해서 수속을 늦게한 탓에 자리배정도 다 따로 된 우리. 부랴부랴 면세점을 스쳐 귀국 비행기에 앉았다. 마지막 연대감을 위해 함께 게임을 하며 가기로 했지만, 결국 각자 영화랑 드라마 보느라 그러지도 못했다.


(안녕 갓본. 언젠가 또 올게)


(여행의 마지막 음식은 좀 아스트랄한 리조또(?)였다)


그렇게 두 시간을 날아 우리는 다시 한국으로, 김포공항으로 왔다.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였을까 진짜 3.4초 같은 3박 4일을 보낸탓인지 영 어안이 벙벙한 것이 귀국이 실감나지 않았다.


(정 그렇다면 내가 실감 싸다구를 날려줄게)


짐을 찾아 각자의 집으로 향하면서 끝을 마친 여행. 종환이는 또 깨알같이 집으로 향하는 막차를 놓침으로써 그다운 모습을 보였다.


(괜찮아. 어차피 너희는 다음주면 모두다 이곳으로 오게 될테니)


여독이 오래가는만큼 여운이 남는 여행이었다. 기범이와는 두 번째, 종환이와는 처음으로 떠나는 외국 여행이었는데, 희한하게도 별다른 다툼도 서운함도 없이 즐거움과 편안함만으로 가득한 여행다. 한참을 이유없이 가기가 꺼려지던 일본은 셋이 떠난 여행 덕에 또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변했다. 조금 오글거리지만 둘에게 감사의 말을 건네고 싶다. 기회되면 또 한 번 갑시다. 일본이 됐든 어디가 됐든.


(에에자나이까?)


(에에자나이까!)


- 3.4초 일본 여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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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6. 5. 11. 19:16

셋째날 우리가 눈을 뜬 시각은 새벽 5시. 그 전날 6시 기상에 이어 연이틀 새벽 기상이다. 이쯤되면 이게 휴가인지 출근인지 전지훈련인지 구분이 안 된다. 어쨌든 간에 일으켜지지 않는 몸을 꾸역꾸역 어떻게든 이끌고 어제 이미 다녀왔던 그곳으로 다시 향했다. "이상하게 익숙한 게 와 본 거 같네" 따위의 노잼 드립을 날리면서. 너무나 당연하게도 버스에 타자마자 폭풍 취침. 그리고 두 시간을 달려...


(언제 이 사진을 찍었는지조차 기억이 없다. 꿀ㅋ잠ㅋ)


(두번째 찾은 후지큐 하이랜드. 날씨는 환호성이 나올 만큼 맑음)


마침내 그곳에 다시 도착했다. 감개무량한 동시에 이게 뭔 뻘짓거리인가 하는 한숨이 나왔지만, 후지큐의 자랑 4대 절규 머신을 탈 생각을 하니 두근두근. 어제 한참을 머물렀던 휴게소를 거쳐 이제 곧 입장 시간이니 입구 구경이나 가볼까하며 발걸음을 옮겼는데 그 즉시 우리 앞에 무시무시한 광경이 펼쳐졌다.


(예 캐신남)


(근데 이건 뭐......지?)


어마어마하게 늘어넌 줄. 사실 사진에 표현되지 않을 만큼 줄이 길었다. 오늘이 공휴일이라 어느정도 줄이 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아직 개장도 안 했는데 이정도라니... 3인 동시 멘붕. 어쨌든 우리에게 선택지는 없다. 피할 수 없으니 즐기자. 즐기는 수밖에 없다!!!!


개장이 시작되기 전 체크를 해보니 4대 절규머신(도돈파, 후지야마, 에에자나이까, 타카비샤) 중 후지야마가 강풍으로 운행을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니 여기 아랫동네에는 바람이 안 부는데 저 위에는 제트기류라도 부나? 오후에 운행재개를 할 것이라 생각하고 입구 가까이에 있는 도돈파와 타카비샤부터 먼저 정복하기로 했다. 그리고 입장과 동시에 런런!


(입장권과 지도를 받아들고)


(도돈파 탑승장 도착해 기념사진도 찍고)


(본격적으로 기다려볼까)


그리고 하루종일 계속된 우리의 기다림이 시작됐다. 도↘돈↗파♬ 반복돼서 나오는 도돈파 시그니처 뮤직도 따라불러보고 사진도 찍고 사탕도 먹고... 그래도 참 시간이 안 가더라. 1시간 여를 기다리다보니 그렇지 않아도 잠이 부족한 우리의 체력은 바닥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드디어 탄다!)


(신난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하니 씻겨나가는 피로. 두근두근하며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고 마침내 출발 1.8초 만에 172km/h 까지 속력이 올라간다는 도돈파에 탑승!! 하려는데 엥? 가방은 그렇다치고 주머니 안에 든 소지품도 그렇다치고 안경을 벗어야 한다굽쇼...? ㅜㅜ 결국 준비된 락커에 안경을 넣어두는데 기분이 착잡했다. '아니 뭐 대체 어느정도길래 안경까지 벗으라고 그러는 건가. 너무 유난 떠는 거 아냐?' 그리고 도돈파에 탑승하자마자 내가 생각을 잘못했다는 걸 알았다. 음. 그렇구나. 안경을 쓰면 안 되는구나.


도돈파는 이렇습니다.


도돈파 한줄평 : 이건 좀 너무한데?


순식간에 탑승이 끝나고 나오는데 와 대박... 이라는 말만 읊조리게 됐다. 물론 타카비샤와 에에자나이까를 타니 도돈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금방 깨달아버렸지만.


(내가 방금까지만해도 저 위에 있었다니....)


어쨌든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바로 옆에 있는 타카비샤 줄로 이동. 그런데 어째 아까보다 사람이 더 많아진 거 같은데?


(아까는 밖에서 기다리진 않았는데)


(망해쓰요)


그나마 타카비샤는 회전율이 좋은 편이어서 도돈파와 기다리는 시간은 별로 차이 나지 않았다. 물론 신진대사가 활발하신 우 모 선생이 화장실을 세 번 다녀오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타카비샤의 4x2 좌석. 아름다운 구조지 말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타기 일보 직전. 역시나 기다린 시간은 이쯤되면 별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이번에도 안경을 벗고, 조심스레 타카비샤의 탑승. 그리고 출발! 하려는데 어라 자유이용권 어디갔지? 분명히 주머니에 넣은 것 같은데 사라진 표때문에 살짝 당황했지만, 직원이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아 일단 통과. 에라 모르겠다 일단 탑시다!


타카비샤는 이렇습니다.


타카비샤 한줄평 : 121도로 떨어지는 거 보다 90도로 올라가는 게 더 무섭다.


후지큐 하이랜드의 4대 절규머신이 다들 한가지씩 세계 수준의 기록을 갖고 있다지만, 개인적으로 그 중 가장 기대가 됐던 것은 121도로 하강한다는 타카비샤였다. 직각으로 떨어져도 90도인데 어떻게 121도로 떨어진다는 거지? 하는 분들은 위의 링크를 살포시 눌러보시면 되겠다. 121도 하강이 하이라이트이다보니 한참을 올라가서 내려갈듯 말듯 겁을 주는데,


(저 위에서 밀당을 마구마구 시전한다)


정작 내려갈때보다 올라갈 때가 더 무섭다는 게 아이러니. 하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분명 8시에 왔는데 어째 놀이기구 2개 타니 벌써 밥을 먹을 시간. 알고보니 도돈파를 타고 쓰레기통에 버린 것으로 확인된 자유이용권을 찾고 간단하게 요기부터 하기로 했다. 아직도 그놈의 강풍으로 후지야마는 운행하지 않은 상태. 이러다 아예 못타는 거 아니야?


(그동안 먹은 음식에 비하면 상당히 조촐하고 소담스러운 식사)


(됐고 와구와구 먹자)


(부족하니 닭다리(x) 칠면조다리(o)도 하나 뜯고)


아침에 왔을 땐 흥분해서 몰랐는데, 어느새 정말 상공에서 부는 바람이 내려오는지 살살 쌀쌀해지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의 동무 비루와 함께라면 문제가 없었지만. 그러고보면 일본에서 거의 매 식사마다 맥주 한 잔씩은 먹었던 것 같다.


식사로 허전한 배를 채우고 났을 때, 사실 이미 이어지는 기다림으로 지쳐있는 상태였는데, 그나마 조금이나마 체력이 남아있을 때 하나라도 더 (줄 서서 기다리기 빡센) 놀이기구를 타기로 했다. 에에자나이까로 출발!


(그리고 우리는 그곳에서 인내를 배웠다)


예상대로 우리를 맞이한 건 기나긴 줄. 게다가 에에자나이까는 회전율이 좋지 않아 줄이 정말이지 줄지를 않았다. 이미 체력이 바닥으로 치닫고 있던 우리에겐 너무나 가혹한 기다림. 누가 그랬던가. 놀이공원은 놀이기구 타러 가는 곳이 아니라 기다리러 가는 곳이라고.


(그래도 이런 건 좋았다)


참 센스 있다 싶었던 건 이런 긴 기다림을 인내하는 이용객들을 위해 놀이공원측에서 중간중간 쇼타임을 편성했다는 것. 꽤 수준도 있고 (똘기도 있고) 재밌었다. 물론 잠깐의 공연 시간이 지나가면 다시 지루함과 피로가 엄습해오긴 했지만. 그렇게 2시간을 넘게 기다려 우리는 결국 에에자나이까를 타기 직전에 왔다.


(에에자나이까 에에자나이까!)


두근두근. 무려 전세계에 몇개 있지도 않다는 4D 롤러코스터라 신발을 벗고(!) 탑승한다. 롤러코스터 진행방향과 무관하게 좌석이 회전하기 때문(....) 신발도 벗고 모든 소지품(물론 안경도 포함)을 내려놓고 에에자나이까(일본 관서지방 사투리로 좋지 아니한가라는 뜻이란다)를 외치며 드디어 출발!


에에자나이까는 이렇습니다.


에에자나이까 한줄평 : ..진짜 죽는 줄 알았다


뭐 어떻게 표현해야할 줄 모르겠는데, 진짜 오줌을 지릴 뻔 했다는 말이 맞는 거 같다. 롤러코스터는 이리저리 뒤틀리지 좌석은 빙글빙글돌지 몸은 튕겨나갈 거 같지.... 난 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종환이랑 기범이는 너무 재밌다며 최고라며,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더라며 신나하더라. (....) 내가 유독 겁이 많은 것 같다.


(신이시여 제가 정녕 저것을 탔단 말씀이십니까)


결국 후지야마는 끝까지 강풍 탓에 운행을 하지 않았기에, 불가피하게 우리는 4대 절규머신 중 셋만 체험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순위는 타카비샤≥에에자나이까>>>>>>>>>>>>도돈파. 다음에 에에자나이까를 한 번 더 타게 되면 좀 덜 무서울까? 어쨌든 신비롭고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막상 한국에 와서 추억을 되새겨보니 더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에에자나이까인 듯.


우여곡절끝에 절규머신들을 정복한 우리는 여유 있게 쿨재팬(후룸라이드의 일종인 듯)을 타고, 자이로드롭 비슷한 기구도 탔다. 그리고 종환이의 열렬한 주장으로 무려 1시간을 기다려 나가시마스카라는 놀이기구도 탔는데, 어떻게 봐도 노잼으로 보여 망설이다 재미없으면 종환이가 대차게 물 한 번 맞기로 하고서야 탔다. 1시간을 기다리면서 "이게 재밌을까?"를 한참 되뇌었던 우리. 하지만 정말 의외로 재밌었다! 길이도 짧지 않고, 작은 보트를 타고 울렁울렁 물 위로 떠가는 게 생각외로 스릴이 넘쳤다.


(대충 요런 느낌)


후지큐 하이랜드에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탄 건 후지비행사라는 가상 롤러코스터. 이도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나름 괜찮은 현실감에 영상에 맞는 향기까지 뿌려주는 섬세함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약간 병맛컨셉으로 안내되는 후지비행사. 후지에어라인(?)이라는 가상의 항공사가 등장한다)


(이런 곳에 타고 운행한다. 별로 3D 안경은 없고 처음으로 안경도 낄 수 있었다!)


후지비행사까지 타니 대충 버스 시간이 다 된 상황. 대충 따져보니 하루종일 놀이공원에 있었는데 놀이기구는 딱 7개 탔다(....) 그냥 가기 아쉬워서 딸려 있는 빵집에서 빵도 하나 주워먹고, 버스 시간이 좀 남아 좀 더 앞 시간으로 바꾸려다 실패하는 바람에 느적느적 휴게소에서 기다리다 예정된 시간에 버스를 타고 도쿄로 복귀했다.


(갓본은 빵도 맛있더라)


(후지큐 하이랜드 안녀엉. 후지산도 안녀엉)


그렇게 도쿄에 도착하니 어느덧 해는 저물고 저녁 시간은 지나 있었다. 효자 우종환군이 어머니께 부탁받은 물감을 사러가야한다고 해서 잠시 문구센터에 들렀다가, 미리 가기로 예정돼 있었던 신주쿠 꼬치골목으로 향했다. 엄청 지친 상태여서 그런지 원래도 맛있을 꼬치가 술술 들어갔다. 언제나 따라오는 맥주와 위스키 하이볼은 덤. 꼬치를 와구와구 먹는 와중에도 인터넷으로 답 안나오는 한국야구를 보고 있었던 우리는 진성 야덕 멍청이들.


(온통 꼬치집으로 가득한 꼬치골목. 지나만 다녀도 냄새가 예술이었다. 사실 이 사진은 전날 답사왔을 때 찍은 것)


(꼬치 한 접시에 술 한 잔은 기본)


(자세히 보면 핸드폰에 야구 중계화면이 떠있다. 그나저나 종환이 표정은 참 한결같네...)


꼬치를 먹고도 술이 성에 차지 않았던 우리는 마지막으로 맥도날드에 가서 클럽하우스버거라는 아마도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은 햄버거까지 사와서 편의점에서 산 아이스크림과 정종을 곁들여 한껏 들이켜고서야 잠이 들었다. 이틀 연속 새벽 기상을 했는데 체력도 좋은 이들. 문제는 마지막날에도 최소 8시에는 일어나야한다는 거였다.


(이게 일본 국민 아이스크림? 핵꿀맛이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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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6. 5. 8. 19:40

6시 새벽같이 일어난 우리들. 비가오지 않길 간절히 빌었건만, 보슬비가 부스스스 내리고 있는 상황을 목도하게 되었다. 어쩔까 잠깐 고민했지만 일단은 출발하기로 했다. 이미 일정이 다 짜여져 있어서 오늘 가지 않으면 전체가 다 꼬이게 되는 상황이었기도 하고, 오후에 비가 그친다는 구글 예보도 믿어보기로 했다.


(얄미운 비를 뚫고 일단 버스 정류장으로)


무사히 휴지큐 하이랜드행 버스를 타는 데까지는 무리가 없었고, 우리는 부족한 잠을 버스 안에서 채웠다. 2시간이나 꿀잠을 잤으니 잠이 부족하지는 않았는데, 어째 도착을 해서도 피곤은 가시지 않았다. 왜 그런고 하니...


(운행 안 합니다 안 해요)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온 휴지큐 하이랜드에서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던 것.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서 확인해본 결과 당연하게도 우리가 기대하고 있었던 4대 절규 머신(후지야마, 도돈파, 에에자나이까, 타카비샤)는 물론 대부분의 놀이기구가 운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망한 거 같스빈다)


두 시간이 넘게 놀이공원 앞 휴게소에서 시간을 보내다 결국 도쿄로 돌아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원래 셋째날 야구장을 가기로 돼 있었는데, 이 일정을 마지막날로 미루고 내일 다시 후지큐 하이랜드에 오기로 한 것. 덕분에 한국에서 후배의 도움으로 예약했던 야구티켓 9만 원 어치는 고스란히 날려야 했다. 다시 후지큐로 오는 버스비도 추가됐는데, 왕복 버스비만 무려 셋이 합쳐 10만 원........ 망해쓰요. 엎친 데 덮친 겪으로 4월 29일은 일본의 공휴일이라 사람들이 엄청 몰릴 예정이라 오늘 놀이공원에서 겪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했던 폭풍 줄서기까지 예약된 상황.


(내일 다시 만나요.....)


그리고 다시 버스 안에서 즐긴 2시간의 꿀잠. 그리고 도쿄에 도착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후지큐 날씨를 확인해봤는데, 오잉? 구글양반 이게 무슨 말이요? 날씨가 맑다니! 비가 그쳤다니!!!! (OTL) 놀랍게도 우리가 도쿄에 도착한 시간 즈음 비가 완전히 그쳤고, 정기점검에 들어간 도돈파를 제외한 모든 놀이기구가 정상운행을 시작했다(...............) 


(우린 안 될거야)


너무나도 우울했던 우리. 뭐라도 맛있는 걸 먹으며 배를 채워야 했다. 실의에 빠진 모두를 위해 기범이가 폭풍 검색을 했고 묘하게 생긴 맛있어 보이는 카레집을 찾았다. 하라주쿠 인근이라는 것만 확인하고 바로 출발->도착했는데, 알고보니 하라주쿠에서는 거리가 꽤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비가 주륵주륵 오는 와중에 무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맛집이긴 맛집인가봉가.


 (배가 고프다 얼른 나오라고 얼른)


겨우 입성한 카레집 요고로. 그런데 앉아서도 꽤 오래 기다려야했다. 아예 밥부터 카레향이 나게 볶아서 나오는 모양이었고, 배는 고프지 후지큐의 변화무쌍한 날씨로 스트레스는 받지... 우리는 너무나 우울했다. 그런데 그것은 카레가 나오는 순간 한 방에 날아갔다.


(이끼같은 카레의 위엄)


사실 처음 보기에는 뭔 이끼도 아니고 뭐여? 싶은데. 입에 넣는 순간 극락을 경험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일본 여행에서 스끼야끼와 함께 가장 맛있었던 음식. 일본 카레도 아닌 것이 인도 카레느낌도 나는 것이 와... 진짜 순식간에 싹싹 비워버렸다. 도쿄 가시는 분들은 하라주쿠(시부야?) 요고로(yogoro) 꼭꼭 가보시라. 우리 말고 한국인들 팀이 한 팀 더 있었던 걸 보니 한국에도 꽤 알려져 있는 맛집인 모양.


행복하게 부른 배를 부여잡고 어차피 우리 일정이 모조리 꼬인 김에 느지막히 가기로 했던 오오에도 온천에 가보기로 했다. 사실 진짜 온천은 아니고 물을 데워서 사용하는 곳이긴 하다던데, 모 선배의 말에 의하면 거의 롯데월드 크기라고 들었기에 기대감에 부풀어 오다이바로 향했다.


(가보입시다 오오에도 온텐)


와... 좋긴 좋더라. 드래곤힐 스파의 업그레이드 버전같은 느낌이었다. 외국인 뿐만 아니라 일본인들도 많이 보이는 것보니 이래저래 관광명소이긴 한 듯. 각종 먹거리부터 오락실을 비롯한 유흥거리까지. 구경하다 목욕까지 하니 시간이 후딱 가버렸다.



(비가 오니 더 운치가 있지비)


(북도 치고 둥둥)


(신난다 헐 여기 개쩖)


그리고 이곳에서 우종환 분실사건 시즌 2가 터지게 되는데.......  분명히 위 사진을 종환이의 핸드폰으로 찍었는데, 나갈 준비를 하며 옷을 갈아 입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아닌가? 정말 황당한 게 불과 10m 밖에 안 걸은 사이에 핸드폰을 누가 집어갈 리도 없고...... 이래저래 동선을 살펴보다 이건 누가 고의적으로 가져간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에 다다르고 있을 때쯤. 다 포기하고 열어본 우종환의 락커에 살포시 보호색을 띠고 서 있는 핸드폰이 발견되었다................. 길기범 曰 "와 내가 이런 사람들이랑 같이 다니고 있다니"


(찾았으니 되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고 우리는 다시 신주쿠로 향하는데... 그곳에서 또다시 넘버원 음식을 만나게 되었다. 


(스끼야끼 다이 스끼!!!!)


진짜 진짜 진짜 맛있었다. 나베조라는 체인이었는데, 인당 3만 원 가까이를 내면 100분간 무한 리필이 가능한 구조였다. 진짜 야채를 끌어모아서 먹고 또 먹고..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먹었다. 너무 맛있어서 "이거 한국에서 내면 성공하지 않을까?" 했더니 이미 들어와 있다더라.. 어쨌든 먹거리천국 일본 만세!


(가부키쵸 세 세그스?!)


부른 배를 부여잡고 우리가 향한 곳은 대표적인 유흥가라는 가부키쵸. 비오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다음날이 노는 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엄청 엄청 많더라. 우리가 한국인인줄은 어떻게 알았는지 다가와서 세그스? 세그스!를 외치더라는... 헙. 찬찬히 둘러본 3인. 뭔가 술이라도 한 잔 하면 좋을 성 싶었지만 내일 후지큐로 가는 버스가 새벽 6시 출발이었기에 얼른 숙소로 돌아가서 잠을 청했다.


(돌아오는 길, 갓본에도 노숙인은 있었다. 묘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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