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9. 12. 25. 19:19

킬리만자로를 무조건 가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다만 어차피 모시를 가고, 하루만 있다오기는 애매하니 이왕 근처까지 간 거

 

탐방이라도 좀 하고 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던 거다.

 

알프스에서처럼 산 위에서 보는 경치도 즐길 수 있으면 좋을 것도 같았고..

 

더군다나 본격 산행도 아닌 원데이 트래킹이었다.

 

 

 

그러니까 애초의 계획에

내 저질화 된 체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는 건 숨을 헐떡이면서야 깨달았다..

 

얼른 먹고 킬리만자로 ㄱㄱ

일어나 조식을 먹다보니 우리 가이드 아이작이 와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아이작은 주섬주섬 물과 호스텔에서 싸준 런치 박스를 챙겼고, 그대로 우린 킬리만자로로 떠났다.

 

나름 안락했던 도요타 해치백. 대부분 케냐-탄자니아 차들은 일본에서 넘어와서인지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다

지도로 볼 때는 모시가 킬리만자로 산 기슭에 있는 것만 같은데,

 

막상 가보니까 꽤 멀었다. 킬리만자로 초입까지 거의 1시간을 차로 달려가야 했다.

 

웰컴 투 킬리만자로. 입산 서류를 쓰는 아이작과 멍 때리는 윷긩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 최고봉의 위엄에 걸맞게 나름 복잡한 입산 절차를 가지고 있었다.

 

입산료만 1인당 83달러. 만약 산에서 숙박을 한다면 매일 83달러씩이 더 해진다.

 

그리고 외국인이 등산을 하려 할 경우, 반드시 현지인 포터나 가이드가 동행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북한산 마냥(..) 마음대로 올라갈 수는 없다는 거다.

 

우리의 경우 숙박이 없는 원데이 트래킹이어서, 사실상 혼자서 포터이자 가이드 노릇을 하는 아이작과 함께했고,

 

운전을 해주는 운전기사도 따로 있었다.

 

자 갑시다

얼마 만에 해보는 등산이었을까.

 

제대로 해본 건 아마 10년 전 의무소방으로 복무하던 시절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끊임없이 이어지는 회식으로 간과 몸을 동시에 살찌운 나에게

 

마음과는 달리 트래킹은 꽤 버거웠다.

독특한 분위기의 킬리만자로 산행.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다
곧잘 아이작을 따라 올라가는 윷긩. 하지만 내 상태는...

잠깐의 휴식시간을 포함해 우리가 닿을 포인트까지 가는 시간은 대략 4시간 정도.

 

조금이라도 빨리 가야 킬리만자로 꼭대기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아이작의 말에

 

최대한 덜 쉬고 올라가려고 노력했는데, 거의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쯤.. 나는 햄스트링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아 이 저질 체력.

 

쾌활한 윷모 씨와 초점을 잃은 뿌모 씨. 1차 기착지인 만다라 헛 높이가 거의 백두산 높이였다.

아마 킬리만자로 산을 오르내리면서

 

전체의 여행기간 동안 만난 한국 사람의 대부분을 다 만난 거 같다.

 

"한국에서 오셨어요?"

대부분 수일 일정으로 포터, 가이드들과 함께 킬리만자로 산 정상에 다녀오시는 중년 등산객들이었는데,

 

"한국에서 오셨어요?"라며 반갑게 인사해주셔서 처음엔 신기했는데,

 

나중엔 진짜 이곳이 북한산인가(..) 싶을 정도로 한국 사람이 너무너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나저나 저 분들도 쉬이 다니시는 걸 십수년은 젊은 내가 그렇게 힘들었다니..또르르

 

빨리 와 뿌유. 여유 넘치는 윷긩

내가 참 힘들어보였는지 아이작이 페이스를 조절하며

 

신기한 동물도 구경시켜주는 사이 우리의 목적지 부근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이 된 거였다.

런치박스를 야무지게 먹어보아요

햄버거와 과자, 쥬스 등으로 구성된 런치박스 구성은 단촐했지만, 제법 맛있었다.

 

격한(?) 운동을 한 뒤라서 그런가..

 

 

 

아쉬웠던 건 우리 나름대로 꽤 높이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안개와 구름에 갇혀 주변 풍경(특히 킬리만자로산 정상 등)이랄만한 게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는 것.

 

이것만 봐서는 여기가 킬리만자로인지 뭔지..
이봐 저질 체력 친구. 그냥 즐기라구

아쉬운 경치에 조금 허무하긴 했지만, 그래도 쾌활한 아이작 덕분에 괜찮았던 것 같다.

 

더듬 더듬(=나, 아이작은 영어 잘하니까ㅜㅜ) 영어로 아이작에게 탄자니아 얘기를 물으며

 

또 아이작이 모시에서 만나 결국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호주인 여자친구 이야기도 들으며,

 

킬리만자로 트래킹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물 만난 고기처럼 날아다녔던 윷긩(32세, 수영애호가). 평소 운동이 이렇게 중요하다
아이작과 함께 쓰리샷

내려오는 길에 아이작은 원래 알던 친구(?)로 보이는 인물을 만나 한참 수다를 떨었다.

 

덕분에 나와 윷긩은 좀 더 하산에 집중하며(....)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던 것도 같다.

 

등산 끄읕

올라가는 데 4시간 내려오는 데 3시간.

 

우리의 킬리만자로 트래킹은 그렇게 끝났다. 킬리만자로 꼭대기를 못본 게 유일한 흠이었지만,

 

아이작은 그곳이 보이는 장소가 있다며, 그쪽으로 우리를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모형산 꼭대기라도 정벅

어른들의 사정상(..) 반드시 일정에 포함되어야 하는 듯한 기념품샵 투어를 먼저 들렀는데,

 

혹시나 살 게 있어 둘러봤지만 별다르게 건질 건 없었다.

 

괜히 거기서 화장실 찾다가 알 수 없는 오물통(..)에 발이 빠지고 팔꿈치가 까지는 참사만 났다...

 

 

 

킬리만자로를 오가는 길에 아이작과 운전 기사 형님이 계속 레게 음악을 틀어두었었는데,

 

레게가 탄자니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르냐 물어보니 맞다고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하(..)와 스컬의 음악을 틀며 이게 코리안 레게다 했더니

 

묘하게 웃으며 그게 레게가 맞냐고 비웃음을 샀다(....)

 

바오밥나무는 참 큽니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아이작이 알고 있다는 포인트에서도 킬리만자로산 꼭대기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엄청나게 큰 바오밥 나무를 바로 옆에서 본 것만으로도 꽤 신기한 경험이었다.

 

킬리만자로산 꼭대기는, 나중에 생각지도 않은 방법으로 보기도 했고(..)

 

 

 

쾌활한 아이작은 곧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게 되면 모시를 떠나며 가이드를 그만 둘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혹시나 급하게 킬리만자로 가이드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아이작에게 연락하세요

아이작에게 연락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해질녘 한산한 모습의 모시 거리

다시 돌아온 모시에서 이제 뭘 좀 먹어야 했는데,

 

뿌윷 부부 모두 어딜 움직여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알고보니 나만큼(..) 윷긩의 체력도 거의 방전상태였던 것.

 

 

 

폭포를 구경하고 왔다는 완과 Um은 그곳에서 만난 다른 외국인 친구와 함께

 

외식을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지만,

 

우리 둘은 결국 정중히 거절하고 호스텔 안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전에 맡겨두었던 빨래를 찾고, 내일 새벽 타야할 택시를 잡아야 하기도 했었다.

아이고 죽겠다

원래 계획은 첫날 검증했던 호스텔 식사를 다시 먹는 거였는데,

 

이게 또 그날 따라 식당이 쉬는 날이었다.

 

그래서 로비에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호텔 직원에게 끓는 물과 햇반 데우기를 부탁한 다음, 라면에 참치까지 얹어 후루룩후루룩 맛있게 먹었다.

 

어쩔 수 없는 한식(?)이긴 했지만, 또 오랜만에 맵싹한 음식을 먹으니 피로가 좀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호텔 직원의 도움으로 시크한 영국인 여행객과 함께 타는 것으로 택시를 예약하고,

 

아쉬운 밤을 저녁 먹고 돌아온 완, Um과 함께 가벼운 수다로 시간을 떼우다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었다.

 

잔지바르로 넘어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새벽 4시 반에는 출발해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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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12. 25. 14:41

애초에 아프리카로 가기로 결정했을 때

 

사파리 구경을 제외하고는 별 뜻이 없었던 내가

 

윷긩에게 탄자니아 모시를 들러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쳄쳄온천(chemka hotspring, chem chem)이라고 알려진 파아란 호수에 몸을 담궈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쳄쳄온천으로 가는 날이 밝았다.

 

조식은 싹 다 비우는 게 정석

깔끔하게 나오는 위트래블 호스텔의 조식을 흡입하고, 우선 정확하게 쳄쳄온천으로 가는 길을 알아보려는 참이었다.

 

또 우리는 모시에서 하루 더 머무는 동안 킬리만자로 원데이 트래킹도 예약해야했다.

 

전날부터 블로그나 여행사를 통해 좀 더 싸게 트래킹 가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던 게 뜻대로 풀리지 않아 마음이 더 조급했다.

 

그러던 와중에 웬 허름하게 차려입은 동양계 청년 한 명이 나에게 와서 말을 걸었다.

 

"한국 분이세요?"

 

이미 몇달 째 세계 여행 중이라는 완 씨였다. 아프리카에서, 그것도 한인민박도 아닌 곳에서 만난 한국인이라니..

 

반가운 마음에 우리는 이것저것 인사를 나누다 오늘 어디를 갈 계획이느냐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우리 부부가 쳄쳄온천에 갈 계획이라는 말을 건네자 교통비도 아낄겸 자신이 일정을 바꿀테니 같이 가면 어떠느냐고 제안을 해왔다. 우리는 당연히 콜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시간과 비용을 따져 그냥 호스텔 건물 2층에 입점한 여행사에서 킬리만자로 트래킹부터 예약했다.

 

가격은 인당 1백 35달러. 그나마 처음 부른 가격에서 5달러 깎은 게 이정도다.

 

킬리만자로 입장료 83달러 포함 금액이긴 한데, 발품 팔면 더 싸게 할 수 있을 테..지만 당시 우리 부부에겐 신뢰성이 더 먼저였던 것 같다.

 

 

 

완 씨와 함께 움직이고 있던 태국인 여행객 Um까지 셋이서 호스텔 근처 은행에서 환전부터 서둘러 한 다음

(환전할 때 여권은 필수. 모시에서 환전을 할 계획이 있는 분은 꼭 50달러 이상 권종으로 준비해가길 권한다. 그 미만 권종과 환율이 아예 다르다. 달러당 200~300실링 차이날 정도..)

 

정오가 넘기 전 서둘러 쳄쳄온천으로 향했다.

완, Um & 윷. 그리고 우리에게 말을 거는 수많은 모시 형들.

첫날 밖에 나갔을 때처럼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형들이 누가봐도 동양인 여행객 무리인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고,

 

영어가 능수능란한 완이 이것저것 농담까지 다 받아쳐주니 더 딱붙어서 떨어지질 않았다.

 

특히 윷긩 여사는 당시 상황이 다소 무서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

 

 

 

위트래블 호스텔에서 한 10분 정도 걸어가면

 

쳄쳄온천으로 가는 중간 기착지, 보마 응옴베로 갈 수 있는 버스(달라달라)가 잔뜩 서 있는 정류장이 나온다.

 

문제라면 이 곳이 한국에서 흔히 보는 버스 정류장과는 굉장히 다르다는 것 정도.

 

 

 

정류장이 건물을 사이에 두고 두 곳으로 갈라져 있는데,

 

그에 따라 행선지가 달라지는 것은 전혀 아닌 것 같고..

 

수많은 곳으로 가는 수많은 버스가 수많은 승객들을 향해 호객행위와 흥정을 반복하는 시스템에 가깝다.

 

처음에는 우리도 정해진 버스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정류장을 헤맸지만,

 

결국 인당 1500실링으로 해주겠다는 호객꾼에게 낚이어 달라달라에 타게 됐다.

 

그 호객꾼이 버스 기사거나 적어도 직원인줄 알았건만.. 우리를 소개해주고는 버스 기사에게 커미션(..)을 받고 다른 곳으로 떠나더라.

 

여행객들에게 끊임없이 달려드는 호객꾼들을 피해 기사와 직접 쇼부(?)를 보는 것이 바가지를 피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돌아올 때야 겨우 알게됐지만, 모시와 보마 응옴베를 오가는 달라달라의 적정 가격은 1000실링이었다.

 

고생 끝에 타게 된 달라달라. 버스 내부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내 상태가 나빴다.....
심지어 길을 가는 중인 사람도 호객해서 태운다.. 오른쪽은 먹을 거리를 파는 상인들
엄마 이 아저씨 못생겼어

달라달라로 한 시간 남짓 달리면 보마 응옴베에 도착한다.

 

그리고 잠시 잊고 있던 호객 러쉬(?)가 좀 더 강력한 강도로 재개된다.

 

쳄쳄온천이 꽤 깊숙한 곳에 외따로 떨어져있으므로 보통 삼륜차 기사 하나가 왕복길에 동행해서

 

기다려준 뒤 다시 돌아오는 시스템으로 진행되는데,

 

호갱님(?)을 붙잡기 위한 전쟁이 달라달라에서 내리자마자 벌어지기 시작하는 때문이다.

 

삼륜차 기자들이 서로 우리를 붙잡고 끌어당기기까지 하는 통에 윷긩은 거의 넋이 나갈 지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난리버거지(?) 속에서도 능숙한 여행객 완의 중심잡기로 우리는 비교적 싼 가격인 15000실링에

 

심지어 쳄쳄온천에 가서도 3시간을 기다려주는 조건으로 삼륜차 기사와 계약을 했다.

 

그러니까 4시간을 통째로 우리에게 내어주는 데 4명이서 한국 돈으로 7500원을 낸 셈이다.

 

 

 

극도로 번잡한 호객행위를 피하고 싶다면 모시에서 아예 택시를 타고 쳄쳄으로 가거나,

 

모시 달라달라 정류장에서 쳄쳄 가는 버스를 찾는 방법도 있긴 할텐데, 가격이 훨씬 더 비싼 것으로 알고 있다.

 

구두쇠 한국 사람들 나빠요

원래 3명이 타는 게 최대인 삼륜차에 4명이 끼어 타고서는

 

30분 정도 비포장 길을 달리며 탄자니아의 자연에 조금 익숙해질 때쯤.

 

드디어 우리는 쳄쳄온천에 도착했다. 입장료는 별도로 인당 1만 실링.

 

웰컴 투 헤븐

이미 지난해 라오스에서 비슷한 류(블루라군)를 경험해본지라 별 감흥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것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훨씬 더 자연에 가깝고 여유롭달까.

물장구 치는 윷긩(32세, 컨디션 난조)

온천이라는 이름과는 걸맞지 않은 수온이지만, 실제 용출되는 온수이긴 한 모양인지, 물이 차지는 않다.

 

정신없이 수영을 한참 해도 체온이 그다지 떨어지지 않을 정도.

 

수심이 꽤 깊은 편이라 풍덩 빠져 한참 물장구 치고 노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것 같다.

 

당연히 물은 시릴 정도로 맑다.

인어와 족발, 그리고 족발 탐닉 중인 물고기님들

쳄쳄온천에는 닥터피쉬라고 부르기엔 덩치가 너무 크고,

 

왠지 내 발을 아예 뜯어 잡수시겠다는 것만 같은 물고기가 있다.

 

뭐 발에 피가 안 났던걸 보면 그저 내 발에 각질이 많았던 것일 수도.... 실제로 윷긩의 발에는 별로 물고기가 모이지 않았다(..)

줄 잡고 물에 풍덩(?)도 가능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윷긩이 결국 컨디션 난조로 쳄쳄온천에 입수(?)를 못했다는 것.

 

구명조끼가 없다는 말에 한국에서 수영까지 배워왔던 그녀였는데....

 

그런데 갑자기 그녀는 그것을 계기로 갑자기 수영덕후로 변해 현재까지 수영강습과 자유수영을 즐기고 있다는 후문..

 

냐마초마에 닭 튀김...? 나 줄 건 뭐 없소 by 견공
쳄쳄온천 옆에 간이식당 겸 물놀이기구(?) 대여 시설이 있다. 돗자리 등도 (유료로) 빌려 준다.

한참 놀고보니 점심도 제대로 먹지 않은 터라 쳄쳄 온천 옆에 있는 간이식당에서

 

간단하게 음식까지 챙겨 먹으니 어느덧 처음 삼륜차 기사와 약속한 3시간이 다 흘러 있었다.

 

그쯔음 설마 쳄쳄온천에서 마주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도착한 대규모의 한국인 무리를 신기한 눈으로 구경하다

 

우리는 다시 삼륜차에 끼어끼어 타고 보마 응옴베로 향했다.

 

바오밥 나무는 마다가스카르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쳄쳄 온천으로 오는 길엔 설레는 마음 때문이었는지 보지 못했던 바오밥 나무도 살짝 구경하고,

 

싸게 모시까지 데려다주겠다는 삼륜차 기사의 솔깃한 제안을 뿌리친 다음

 

달라달라로 갈아타고 모시로 돌아왔다.

그새 한산해진 삼륜차 정류장

잠깐 몸을 추스린 우리는

 

용감한 완과 Um의 행동력에 힘입어 이날 저녁 무려(?) 해가 진 뒤 모시 길거리에 있는 임팔라 고기집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동아프리카 여행에서 처음으로 깜깜한 밤에 감행한 외출이었다.

 

사실 그 전날 완과 Um이 늦은밤까지 외출했다가 허리춤에 총을 찬 사람들이 자기를 쫓아와 가까스로 도망쳤다는 에피소드까지 들은 마당이었는데.. 초저녁 사람이 많을 때까지는 괜찮다는 완의 말에 우리 나름의 도전(?) 감행했던 거다.

 

 

 

각각 탄자니아와 잠비아 소속으로 추정되는 팀들의 클럽대항전 축구가 한창이었는데, 덕분에 사람들이 모두 그곳에 정신이 팔려

 

우리 일행에겐 별 관심도 없었건만,

 

겁이 많았던 뿌윷 부부는 혹시나 해서 핸드폰도 밖에 갖고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사진 한장 남지 않았다.. 또르르)

 

 

 

임팔라 고기는 제법 질겼지만, 생각보다 짭짤하니 맛있었다. 혹시나 했던 뒤탈(?)까지 아무 문제 없었던 걸 보니

 

역시 고기는 만고불변의 진리.

 

 

 

왠일로 우리에게 아무도 안 붙나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임팔라 고기 한 점 달라는 사람이 있질 않나. 완의 단짝(?) 형이 끊임없이 따라오며 말을 걸지 않나..

 

다소 정신 없었던 저녁이었지만,

 

다시 한 번 능수능란한 완의 지도력과 함께 우리는 무사히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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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12. 25. 12:28

드디어 케냐 일정을 마치고 탄자니아로 가는 날.

 

짧은 시간 정들었던 게스트하우스를 등지고, 케냐 도착 첫날 끊어두었던

 

나이로비 - 모시 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일찍 Parkside Hotel 근처 Monrovia street로 향했다.

 

고급 주택 단지는 이제 안녕 게-바

우리가 첫날 티켓을 끊을 때 확실하게 들어두지 않아서 다시 찾아가물어봤던 건데,

 

버스 티켓을 끊는 곳과 버스를 타는 곳은 확실히 다르다. 혹시 여행사 측에서 먼저 알려주지 않는다면 다시 한 번 확인해보는 게 좋다.

 

우리의 경우 구글 지도로 검색해서 나오는 Crown Bus Booking Office 근처가 버스 탑승장이었다.

 

 

국경을 버스로 넘어가는 것.

 

나름 여행을 꽤 다녀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순진하게 '비행기까지는 (당연히) 아니겠지만, 45인승 버스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러니까.. 이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서 8시간을 간다는 거죠....?

자칫 좀 늦게 갔으면 제대로된 자리에 못 앉을 뻔했다.

 

25인승 정도 돼 보이는 미니버스 내부엔 사람들이, 위에는 짐들이 가득가득 채워졌다.

 

자리는 성인용으로 설계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좁았고,

 

우리 부부 둘이서 나란히 앉아갈 만큼의 여유도 없어서 나란히 앞뒤로 앉아서 가야했다.

하지만 또 금방 익숙해져서 김치즈

다행인 건 생각보다 도로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는 것.

 

중간에 잠깐 휴게소(라고 쓰고 호객 판매점이라고 읽는다)에도 들렀다가

 

어영부영 에어팟으로 나오는 노래와 팟캐스트들을 벗삼아 달리다보니 3시간쯤만에

 

케냐와 탄자니아의 국경 검문소 냐망가(Namanga Border Crossing)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단 실었던 짐은 다 본인이 가지고 가야 한다

차타고 국경을 넘는 건데 절차가 뭐가 그리 복잡할까 싶었는데,

 

생각보다는 꽤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었다.

 

어디부터 가야하지..

일단, 맨 오른쪽 창구에서 출입국 서류(?)를 받아서 작성하고,

 

케냐쪽 창구에 가서 출국수속, 탄자니아쪽 창구에 가서 입국수속을 차례로 밟는 식인데

 

우리의 경우는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출국수속 창구쪽에 줄부터 섰다가, 서류를 다시 갖고 오라는 통보를 받고 근 몇십 분을 날려먹었다.

 

당연히 짐작하시겠지만, 수속 작업을 해주는 속도라는 것이 한국인에게는 답답증(?)를 불러일으킬 만큼 느긋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탄자니아의 경우 황열병 예방 접종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입국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발급받은 노란색 예방접종 증명서도 이곳에서 내보여야 한다.

 

막상 줬더니 보는둥마는둥 하긴 하던데....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버스와 다른 승객들이 여유롭게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웨어 아 유 프롬? 차이나, 재팬?

 

잠깐 다시 짐을 싣는 동안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검문소 너머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파는 상인들이 우리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남은 케냐 돈은 400실링 남짓. 어차피 가져가봐야 별 쓸모도 없고.. 물가를 감안하면 썩 싸다고 할 수는 없는 금액이었지만 좀 깎아서 과자 몇개와 음료수로 바꾸어 버렸다.

 

그리고 다시 버스는 출발.

여기서부터는 탄자니아 되시겠습니다

국경을 넘어와서도 별다른 건 없었다.

 

다만 확실히 케냐가 탄자니아보다 잘 사는 나라이긴 하구나 싶었던 건, 도로 주변의 풍경이 더 시골(?)스럽게 바뀌었다는 것 정도.

 

이때부터는 혹시나 킬리만자로 산이 보이지 않을까 해서 창밖을 유심히 쳐다봤는데,

 

결국 보지는 못했다.

 

※ 그러니까 이 산은 킬리만자로가 아닙니다

알고보니 킬리만자로 산은 왜인지 케냐쪽에서 더 잘보인다고 한다.

 

킬리만자로 산을 오르고 싶은 게 아니라,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암보셀리 국립공원으로 가시는 걸 추천한다.

 

 

 

중간 기착지인 아루샤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리고도 한참을 더 달려서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인 모시에 입성했다.

 

모시로 온 건 우리를 포함해 3그룹 정도의 관광객이었는데, 버스 기사분이 각각 어느 호텔로 가는지 물어보더니

 

친절하게 목적지까지 태워주셨다. 어떻게 가야하나 했는데 감사합니다....

 

 

 

버스에 내려서 일단 짐부터 호텔에 내려놓자 싶어서 입구가 어딘지 찾고 있는데,

 

웬 형들이 와서 관광객이냐 어디서 왔느냐, 뭘 먹을거냐 끊임없이 말을 걸기 시작했다.

 

당장 낯선 곳에 도착해서 이게 뭔일인가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씹고(....) 주섬주섬 호텔 문을 찾아 들어갔다.

 

이때 뿐인가 싶었는데, 낯선 이들의 러쉬(....)는 탄자니아에 있는 내내 계속됐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한 건 모시 시내 중앙에 있는 위트래블 호스텔. (건물 왼쪽 구석에 철제 쪽문처럼 나 있는 곳이 정문이다)

 

8시간 만에 모시 도착 감격샷. 위트래블 호스텔은 로비가 테라스처럼 뚫려 있어서 모시 전경 감상이 언제든 가능하다.

친절하고 우리보다 훨씬 (당연히) 영어도 잘하는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짐을 방에 둔 다음, 웰컴 드링크를 한잔씩 마셨다.

 

급격히 8시간 버스 여행의 피로가 몰려왔지만, 일단 당장 급한 일부터 처리를 해야했다.

 

탄자니아에 들어오고부터 벽돌덩어리로 변해버린 핸드폰을 살리기 위한 심카드 수혈(...) 이었다.

 

 

 

여러 통신사 중에 속도 등등에서 그나마 제일 낫고, 우리가 후에 이동할 잔지바르에서도 잘 터진다는 평을 믿고

 

호텔 바로 건너편에 있는 할로텔(halotel)로 가서 심카드 2개를 샀다.

 

역시나 몹시 친절했던 직원들

직원들도 물론이고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이라고 하기엔 조악해보이는 바(Bar)형 핸드폰을 사용하는데,

 

모시 자체가 여행지라서 그런지 심카드를 사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도착 시간이 늦어 환전 타이밍을 놓친 관계로 일단은 달러로 결제를 했다.

 

나가면 누가 또 달라붙나? 마계(?)에 다소 겁먹은 윷긩

 

애초의 계획은 저녁을 밖에서 먹는 것이었는데, 일단 윷긩 여사가 모시 거리를 너무 무서워하기도 했고(....) 해질녘이 되어버려서 첫날 저녁은 호스텔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호스텔 로비 식당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우리 기준(?)으로 가격도 많이 비싸지 않은 데다(둘이 합쳐 2만 실링 = 1만 원) 맛도 괜찮았다. 냐마초마를 호스텔에서 처음 먹는다는 게 좀 슬프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 시작으로는 이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달까.

 

냐마초마와 햄버거, 그리고 킬리만자로 맥주

아쉬운 마음으로 식사에 맥주 한 잔까지 걸친 뿌윷 부부는

 

콸콸 잘 나오는 따뜻한 온수로 씻고 포근한 침대에 누워 단잠을 청했다.

 

탄자니아에서의 첫날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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