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잡설2009. 2. 9. 23:46
창녕에 굉장히 가까이 위치한 소방서에 있다는 사실 덕분에
화왕산 억새풀 태우기 행사가 잘못돼 생긴 화재로 여러명 사상자가 나온 곳에
투입되었다가 4시간여만에 돌아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망자를 옮기진 않았고
엉덩이, 안면부 등에 1도 혹은 2도 화상을 입은 사람들을 병원으로 태워다 줬는데....
어수선한 현장 분위기 덕에 어지러움만 잔뜩 만끽하고 왔다.

사람의 운명이란 얼마나 알 수 없는 것인가.
그곳에서 죽은 4명(앞으로 더 늘어날 수도 있지만)은 자신이 화왕산에 불구경하러
갔다가 불에 타서 죽을 거라고 눈꼽만큼이라도 상상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죽음이란 가까운 곳. 바로 지척에 있다가
스리슬쩍 우리에게 다가와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항상. 그 죽음의 엄습에 대비해야할지도 모른다.

구급차를 타면서 죽은 사람을 여러명 보다보니
타인의 죽음에는 굉장히 익숙해져버렸는데
정작. 자신 혹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는 얼마나 익숙해질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Posted by
군포 대학생 살인사건의 용의자이자 그 이전에도 여러 건의 살인을 저질러온 강호순씨가 검거된 지
어느덧 2주가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온갖 언론 매체들은 그와 관련된 추측과 사실, 흥밋거리를
수없이 쏟아냈다. 그러한 과정에서 그동안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했던 용어 하나가 굉장히 친숙하고
흥미로운 것으로 둔갑해 우리 앞에 서게 됐다. 바로 '싸이코패스'다.

'싸이코패스'라는 말은 ''정신병질자 (精神病質者), 정신병자 (精神病者). 반사회적 인격을 가진 사람'
으로 정의된다(출처 : DAUM 사전 검색 Psychopath).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감정'이 결핍돼 극단적인
흥밋거리(살인 등의)를 추구하며, 보통의 경우 지능이 매우 뛰어나 주위에서 잘 알아차리가 어렵다고
한다. 미국 등에서는 이미 싸이코패스에 대한 연구가 상당부분 진행 중이라고 하며, 싸이코패스를
소재로한 TV 드라마 (덱스터(Dexter))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강씨에 의해 대중에 널리 알려지게 된 싸이코패스라는 개념은 그야말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여당의 모의원에 의해 인용되어 야당을 공격하는 데 이용되는가 하면, 인터넷 상에 각종 싸이코패스
진단법이 유행하고 있고, 언론 등의 매체에서도 싸이코패스를 조명하고 밝히는 데 많은 것을 할애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자연스레 싸이코패스는 구제불능의 인간형이며, 그를 어찌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
하지 않는다는 일반론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강씨가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 유력시 되는 용의자이며,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싸이코패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범죄를 저지른 것이고,
그것은 강씨 개인의 목숨을 앗으므로써 해결될 수 있는 것일까?.

일단 싸이코패스라는 개념이 확실히 강씨에게 적용하여도 무리가 없는 개념인지 불분명하다. 시사IN
73호에 p57에 실린 국과수 강덕지 과장의 인터뷰에 따르면 싸이코 패스라는 개념은 '우리와 문화적
환경이 다른 미국식 개념'이라고 한다. 확실히 상이한 문화적 환경에서 발생한 현상이나 사건의 경우
각각의 환경에 맞는 적절한 분석틀이 필요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둘째로, 강씨가 싸이코패스라 가정한다 해도 그 모든 책임을 강씨 개인의 문제로 덮어씌울 수는 없다.
근대 이후 국가의 가장 주요한 기능 중 하나는 치안의 유지이다. 하지만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여러 사건이 발생한 경기 서남부 일대의 치안은 여러가지 핑계로 '방치'되고 있다고 해도 무방
한 상태에 있다. 비록 강씨가 싸이코패스이며 연쇄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개연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라고 하여도, 그를 사전에 막지 못한 국가에게도 엄연히 책임이 있다.

마지막으로, 그 책임을 사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설득력이 없다. 사형은 여러 연구와 조사를
통해 그 본래의 목적인 '범죄 예방'에 그다지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중범죄자를 교화시켜 남은 그의 인생을 반성과 성찰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서 이야기된
'국가의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는 방식일 것이다.
Posted by
일상. 잡설2009. 2. 5. 15:49
난 군인이다.

사실 정확하게 이야기해서 국방부 소속이 아니니, 엄밀히 이야기하면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고, 거기에 얽매어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 글은 어느 곳에도 제한 받지 않는다.



어찌보면 어떤 것에도 그다지 적용받지 않고

이토록 자유롭게 뭔가를 쓰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이 축복을 그저 낭비해버리기엔 너무 아까우니까.

그것을 위한 블로그니까.

마음껏 뇌까려볼 참이다.



나는 과연. 무엇을 쓸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긴 하지만.
Posted by